윌키 콜린스의 1880년 작 소설 『이세벨의 딸』은 두 미망인의 이야기이다. 바그너 부인과 마담 퐁텐. 하지만 그들은 남편을 잃은 후 대조적인 현식을 마주한다. 바그너 부인은 남편의 기업을 이어받아 대표 파트너가 되고, 마담 퐁텐은 빚을 유산으로 받는다. 19세기 영국 사회에서 빚에 눌린 미망인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얼마나 있을까? 여성의 사회적 권리와 지위가 보장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기회마저 한정된 세상에서 마담 퐁텐은 혼기에 있는 딸에게 기댈 수밖에 없다. 딸은 부유한 기업가의 아들과 연애 중이다. 이들이 결혼한다면 어쩌면 빚을 청산하고 새 삶을 살 수 있다. 그러나 마담 퐁텐은 반대에 부딪힌다. 그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독약을 사용하기 마음먹는데…….
작가 콜린스는 이 소설에서 사회적 약자들에게 기회를 준다. 바그너 부인을 통해서 진취적이고 진보적인 여성상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마담 퐁텐을 통해서 19세기 영국 사회의 여성이 처한 곤경과 제약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아울러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선을 묘사하며 독자의 윤리관에 도전한다.
콜린스는 많은 작품을 집필했다. 스무 편이 넘는 소설과 백여 편의 단편을 썼고, 그중 많은 작품들이 연극과 영화로 재탄생되었다. 그럼에도 국내에는 고작 소설 두 편과 최근에 나온 단편집 한 권만이 번역 출간된 상태이다. 미약하나마 『이세벨의 딸』을 통해 더 많은 독자들이 콜린스를 접하길 기대한다.
찰스 디킨스와 더불어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 풍경화가였던 윌리엄 콜린스의 아들로 1824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미술과 글쓰기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성장해 법률학교에서 변호사 공부를 했으나 1847년에 죽은 아버지를 회고한 <윌리엄 콜린스의 회고록>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작가로 변신한다.
당시 선정소설이라고 불렸던 수수께끼로 얽힌 기괴한 이야기를 담은 고전 추리소설 계파에서 두각을 드러내면서 복잡하고 불안한 인물 심리와 사건을 교묘하게 그려내는 재능을 가감 없이 발휘했는데, 특히 1851년 찰스 디킨스의 주간잡지에 소설을 발표하면서 20세기의 대표적인 심리사회파 미스터리 작기로서의 입지를 다지게 된다.
그의 대표작인 《흰옷을 입은 여인, The Woman in White》(1860)과 《월장석, The Moonstone》(1868) 등은 발표와 동시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특히 《흰옷을 입은 여인》은 복잡한 서스펜스와 매력적인 이야기 전개로 지위고하와 관련 없는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심지어 빅토리아 여왕의 궁정 주요 인물들도 전전긍긍하며 그의 다음 연재를 기다릴 정도였다. 이 책에서 그는 인간의 복잡한 내면과 사회 모순에 대한 대중의 주목을 요구하는 동시에 20세기에 두드러진 심리사회파 미스터리 작가의 원조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그만의 독특한 환상과 추리적 요소들은 이후 코난 도일을 비롯한 많은 추리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