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철학]
(6) 누구를 믿어야 하나?
재테크나 투자 등을 함에 있어서 ‘과연 이 사람을 믿을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있을 것이다. 아무도 믿지 말라고 하는데 그럼 무인도에 혼자 살아야 하나?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에 대한 내 생각을 쓰고자 한다. 앞서 나는 [개똥철학](4) 아빠가 딸에게 전하는 삶의 지혜에 이렇게 썼다.
80. 높은 수익률의 재테크 상품을 소개 받았다면 잘 따져보아라. 정말 좋으면 소개해준 사람이 직접 하지 너에게 주진 않을 것이다. 재테크 뿐 아니라 어떤 일이든 너에게 공짜로 무엇인가를 제공해 준다면 100% 사기꾼임을 명심해라.
그런데 여기서 나는 하지마라고 한 것이 아니라 잘 따져보라고 했다. 혹자는 ‘자신의 재산을 불리기 바쁜 고수들이 미쳤다고 자기 노하우를 공개하겠는가?’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고수들(일단, 우리들 보다 많이 알면 고수라고 해두자) 중에서도 소개업을 하거나 책을 팔거나 세미나를 하거나 하시는 분들은 그것이 본업이든 부업이든 노하우를 어느 정도 공개해야만 하고 있는 일을 영위할 수가 있다. 그리고 그분들은 그것으로 이익을 얻는다.(당연한 것 아닌가?)
그럼, 그분들을 제껴 놓고 모든 일을 우리 스스로 하는 것이 가능하며 현명한 것일까? 이 또한 거의 불가능하며 현명한 생각이 아니다. 대신 스스로 어느 정도 내공을 쌓아서 그분들의 말이 100% 진실은 아닐 것이라는 것을 알고 접근하면 될 일이다.
부동산을 예를 들어, 복덕방 업자를 믿지 못해서 스스로 수천세대 아파트 대문을 모두 두드리며 ‘혹시 집을 팔거냐?’고 물어볼 것인가? 그리고 임차인은 내 스스로 광고를 내서 모집할 것인가? 만약 원룸을 몇 채 가지고 있다면 수 십 명의 임차인을 모두 스스로 찾겠다는 말인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알고도 속아 넘어가는 것이다. 이게 중요하다. 모르고 속아 넘어가면 쪽박차는 거고, 알고 넘어가면 윈-윈 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단독주택을 팔 때, 주위의 부동산 업자들이 2억 1,000 정도면 팔리겠다고 했는데 한 부동산 업자가 2억 2,500을 받아주면 얼마를 주겠냐고 했다. 법정 소개비는 22,500 x 0.04% = 90만원인데 내가 두 배를 주겠다니까 300만원을 달란다. Call! 210만원을 추가로 지불하는 대신 내가 1,500만원을 더 번다면 남는 장사 아닌가!
나중에는 그 300만원도 내가 안냈다. 동네 아줌마가 같은 가격에 자기가 사겠다고 해서 이 아줌마와 계약서까지 썼다가(즉, 나는 소개비 300만원을 아끼기 위해서 복덕방 업자를 물 먹이려고 시도했다.) 포기하길래 “그럼 원래 거래하기로 했던 복덕방하고 얘기된 300만원 소개비는 당신이 내라!” 고 하고 소개비를 떠 넘겼다.
결국 이 거래에서 나는 1,500만원을 더 벌지만 생각지 못한 2,000만원을 세금으로 냈다. 재외국민은 1가구 1주택 3년 보유와 상관없이 양도세를 내야한다는 규정이 있단다. 처음에 복덕방업자는 양도세가 없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결국 나는 세금 폭탄을 맞았다.(결과적으로 복덕방 업자는 나를 물 먹였다) 그런데 나는 업자를 나무라지 않았다. 나는 처음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언가 있을 것 같았다. 복덕방, 법무사도 몰랐던 것이 세무사 단계에 가서야 툭 튀어나왔던 것이다.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았다면 쪽박할 수도 있는 상황! 즉, 자금의 여유가 없이 다른 물건을 구매한다면 부족한 2,000만원 때문에 다음 물건의 계약금을 날린다는 얘기다.
이 업자는 거기다 내가 단독주택 매도자금으로 구매하려한 원룸의 수익률을 엉터리로 제시했다. 그 때 쓴 글을 한번 보자.
매가 : 5억 7천
보증금/월세 : 7,000/420
융자 : 2억
연수익금 : 5,040만
연 수익율 : 16.8%
허걱! 16.8%! 장난하나? 이렇게 좋으면 업자 자기가 하지 왜 나한테 소개해 줄까? (다른 지역은 모르겠지만 이 지역에 나온 광고에 저렇게 높은 수익율은 못 봤다.) 하지만 업자 욕할 거 없다. 나는 그르려니 했다. 어차피 업자는 소개 수수료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고 그래서 좋게 보이려 화장하는 것일 뿐. 화장 밑의 얼굴을 보는 것은 내 능력 아니겠는가? 먼저 업자가 분석한 %가 어떻게 나오는지 계산해 보자.(참고로 업자와는 아직도 잘 지낸다.)
업자의 계산식은 융자 이자를 한국은행 총재가 대신 내주는 것이라고 가정한 것이다. 이게 말이 되는가? 융자는 내가 쓰는데 이자를 안내도 되는 게 세상에 어디 있나? 말 그대로 사기다! 한번 분석해 보자.
1. 부동산 업자의 계산 방식을 보면 융자를 얻되 이자는 전혀 안내도 되는 안드로메다 계산 방식이고(16.8%)
2. 당시 나의 계산 방식은 융자금도 내 돈으로 낸다고 계산하는 방식이며(10.08%)
3. 대개의 고수들 계산 방식은 융자이자를 계산하는데, 운영 시 필요한 각종 비용은 감안하지 않는 계산 방식이다.(12.47%)
자! 그럼 실제로는 어떨까? 가장 정확한 DATA는 아래와 같다.
관리비등 모든 변수를 다 잡아넣어서 향후 1년간 예상되는 수익률은 10.71% 나왔다.
- 그러니까 부동산 업자보다 6% 낮고,
- 애초에 내가 사용했던 방식과는 거의 비슷하고,
- 고수들과는 거의 2% 정도 차이가 난다. 그런데 이것은 중간에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을 가정한 것이므로 3% 정도를 빼주는 것이 안전하다.
결론은? 업자의 사기질을 간파할 수 있는 내 스스로의 자료가 있으니 허황된 수익률을 기대하지 않고 구매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많이 깎았다. 그래서 복덕방 업자는 원래 건축업자로부터 받기로 했던 소개비 1,000만원 대신 500만원만 받았다.(즉, 복덕방 업자가 가져갈 돈 500만원을 내가 가져갔단 얘기!)
이후에 기존 임차인이 나가고 새로 받을 때 역시 그 업자를 이용했다. 또 내가 필요한 정보도 아무 때고 묻는다. 그럼 또 잘 가르쳐 준다. 다만 나는 숫자는 안 믿는다. 그럼 된 거다. [개똥철학](4) 아빠가 딸에게 보내는 삶의 지혜에 나는 이렇게 썼다.
27. 적을 만들지 마라. 네가 상대에게 고개를 숙인다고 네가 진 것이 아님을 명심해라. 그에게 배울 것이 있는 한 너의 발톱을 드러낼 필요는 없단다.
복덕방 업자를 적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 서로 속이면서 도우는 것이 세상살이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아무도 당신에게 쉽게 돈을 벌게 해주지 않으니 함부로 남을 믿지는 않되 그들을 이용할 수 있는 내공을 쌓으라는 것이다. 어떻게 쌓냐고? 책도 보고, 이런 싸이트도 기웃거려 보고, 또 고수로 보이는 분들도 만나라. 그렇게 공부를 하고 투자를 하면 손실을 볼 가능성이 좀 줄지 않겠나?
누가 그랬지.
배가 항구에 있으면 안전하다. 하지만 배는 그러자고 만든 게 아니다.
여기다 내가 하나 더 붙이자면;
배가 항구에 있으면 안전하다. 하지만 배는 그러자고 만든 게 아니다. 그렇다고 내일 폭풍이 치는 것을 알고도 나가는 병신같은 짓은 하지마라. 그러니 일기 예보를 들어라. 다만 다 믿지는 마라.
추가로 말하자면;
나는 부모 빼곤 가족도 안 믿는다. 결혼을 앞 둔 당신이 주택 자금으로 5,000만원을 모아 뒀는데 친누나가 두 달만 쓰고 이자를 500 준다면 좋다고 빌려줄 것인가? 절대 빌려주면 안 된다. 친누나의 애가 죽을병에 걸렸는데 수술비가 부족하다면 당신한테 사기를 쳐서라도 돈을 구할 것이다. 왜냐? 당신은 그녀에게 동생 즉, 2촌이지만, 그녀의 아이는 그녀의 직계, 즉 1촌이니 당신을 희생해서라도 아이를 살릴 것이기 때문이다. 안 빌려주면 매정하다고? 당신의 아이가 아플 때 그녀가 집을 팔아서 돈을 빌려줄지를 생각해보면 그런 말 못할 것이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