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절 최상의 법륜과 네 가지 진실
1 어느 때 부처님은 대숲절을 떠나 바라나로 가셨다. 사슴의 동산에 계시면서 제자들에게 이르셨다.
"비구들이여, 여래는 이 사슴의동산에서 일찍이 어떤 사람도 또 어느 곳에서도 아직 굴리지 않은 최상의 법륜을 굴렸으니, 그것은 곧 사제 법륜을 분명히 말했고 분명히 나타낸 것이다. 사제라 함은, 곧 고제ㆍ집제ㆍ멸제ㆍ도제가 그것이다. 비구들이여, 실로 이 최상의 법륜은 여래에 의하여, 이 동산에서 처음으로 굴리게 되었노라.
비구들이여, 사리불은 생모와 같고, 목건련은 양모와 같다. 사리불은 처음 발심하여 수행하는 자를 잘 길러 주고, 목건련은 그것을 끌어 올리어 깨달음에 이르게 한다. 또 사리불은 사제법을 널리 나타낼 수가 있을 것이다."
라고 말씀하시고, 일어나 딴 방으로 들어가셨다.
2 그때 사리불은 대중을 돌아보고
"벗들이여, 부처님께서는 이 사슴의 동산에서 아직 어떤 사람도 또는 어떤 곳에서도 말씀하시지 않은 최상의 법륜을 말씀하셨으니, 곧 고제ㆍ집제ㆍ멸제ㆍ도제의 사제법을 나타내신 것이오.
벗들이여, 고제라 했으니 어떤 것이 고인가? 나는 것, 늙는 것, 병들고 죽는 것이 고요, 원수를 만나게 되는 것이 고요, 사랑에는 이별이 있는 것이 고요, 구하는 것은 얻어지지 않는 것이 고요, 근심ㆍ걱정ㆍ슬픔ㆍ번민이 모두가 고다. 줄여서 말하면, 인생의 존재 그대로 고의 집합체라는 것이오.
나는 것이 고라 함은 무슨 뜻인가? 모든 중생들이 각기 그 종류를 따라 오음이 화합하여 명근을 이룬 뒤에, 세상에 그 삶을 받아나게 되는 것이다. 한 생명이 이 세상에 나와, 그 생명을 보존하고 육성하기 위해서는, 천만 가지 고통을 고루 격게 되는 것이니, 이것을 나는 것의 고라고 하는 것이오. 늙음의 고라 함은 무슨 뜻인가? 머리털이 희어지고 이가 빠지며, 얼굴이 쭈그러지고 등이 굽어지며, 기력이 날로 쇠약하고 몸이 점점 무거워지며, 앉으면 허리가 아프고 다닐 적에는 지팡이에 의지하게 되나니, 이것을 늙음의 고라고 하는 것이오. 병듦의 고라 함은 무슨 뜻인가? 사대가 고르지 못하고 기혈이 순하지 못하여, 혹은 두통ㆍ치통ㆍ요통이며, 눈이 어둡고 귀가 먹으며, 혹은 열병ㆍ냉병ㆍ풍병ㆍ습병으로 사지백체가 칼로 오리는 듯, 몽둥이로 치는 듯, 입이 마르고 혀가 오그라지며, 천족ㆍ해소ㆍ번민ㆍ혼몽 등 가지가지 고통이 침노하나니, 이것을 병듦의 고라고 하는 것이오. 죽음의 고라 함은 무엇인가? 중생들이 그 몸의 기력이 다하고 수명이 끝나는 날, 아직 끊어지지 않은 잔명이 죽음의 막다른 골목에 부딪혀, 몸이 무너지고 숨이 끊어지려고 할 때에 가지가지의 참혹한 고통을 받게 되는 것이오. 원수가 서로 만나는 고라 함은 무엇인가? 일찍이 서로 미워하고 원한을 품고 서로 해치고 죽이려 하던 자와 서로 만나게 되는 고통이 그것이오. 사랑하는 이와 이별함이 고라 함은 무엇인가? 부모ㆍ처자라도 필경은 서로 이별하고 말게 되는 고통이 그것이오. 구하는 것이 얻어지지 않는 것이 고라 함은 무엇인가? 모든 중생은 나지 않기를 원해도, 업을 따라 나게 되며, 나거든 늙고 병들어 죽지 말든지 죽으면 나지 말기를 원해도 뜻대로 되지 않으며, 또 사는 동안은 부귀ㆍ영화ㆍ명예와 향락이 있기를 원하고, 모든 재액ㆍ근심ㆍ걱정ㆍ슬픔이 없기를 원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고통이 그것이오. 이와 같이, 이 세상에 삶을 받아 태어난 것은 필경 모든 고통의 집합체임을 알게 되는 것이오. 이것이 곧 고제라 하는 것이오.
3 다음 집제라 함은 무엇인가? 미래에 또 남의 업보를 부르게 되는 애욕, 곧 번뇌를 말하는 것이오.
멸제라 함은 무엇인가? 애욕과 번 뇌를 남김없이 없애 버리는 것이오.
도제라 함은 무엇인가? 멸제에 이르게 하는 팔성도, 곧 바른 지견, 바른 생각, 바른 말, 바른 행동, 바른 생활, 바른 정진, 바른 심념, 바른 선정이 그것이오. 바른 지견이란 사제의 도리를 바로 보는 지혜요, 바른 생각이란 번뇌 ㆍ망상을 멀리하고 진심과 원해심이 없는 생각이요, 바른 말이란 거짓말ㆍ이간하는 말ㆍ 부질없는 잡담 등을 여의고 도리에 맞는 참된 말이요, 바른 행동이란 살생ㆍ도둑질 ㆍ음행 등을 여의고 바른 계행을 지키는 것이요, 바른 생활이란 출가한 이의 생활 방법은 부정한 장사 ㆍ복술 등의 수단을 떠나서 정당한 도로써 의식을 얻어 그 신명을 보존하는 생활이요, 바른 정진이란 아직 나지 않은 나쁜 마음을 나지 못하게 하고 이미 난 나쁜 마음을 없애 버리며, 아직 나지 않은 착한 마음은 나게 하고 이미 난 착한 마음은 둥글게 키워 나가기를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요, 바른 심념이란 오직 마음을 한 곳에 집중하여 몸과 마음과 법을 바로 관찰하고, 탐욕에서 일어나는 번뇌를 없애는 것이요, 바른 선정이란 모든 욕심과 어지럽고 흐트러진 마음을 여의어 제일석에 들어가고, 다시 나아가 제이선ㆍ제삼선ㆍ제사선에들어감을 말함이오. 벗들이여, 이것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사제법이오."
라고 연설했다.
4 부처님이 기사굴산에 계실 때이다. 이름 높은 다수의 유행자들이 삿비야라는 호숫가에 있는 유행자도장에 모였다. 하루는 부처님이 그곳에 나아가셨다. 유행자들 가운데는 이때까지 '바라문의 진실한 것이란 무엇이냐.' 하는 것을 의논하고 있다가, 부처님께 이것을 여쭈었다.
부처님은
"유행자들이여, 나는 바라문의 네 가지 진실한 것을 스스로 깨달아 알고 있다. 첫째, 바라문이 만일 모든 생명체로 살고 있는 물건은 무명으로부터 났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진실한 것이요 허망한 것은 아니다. 둘째, 모든 애욕의 대상이 되는 것은, 무상한 것이요 괴로운 것이요 변화하는 것이라고 말하면, 그것은진실한 것이요 허망한 것이 아니다. 셋째, 욕계ㆍ색계ㆍ무색계라는 모든 존재도 다 무상한 것이며 괴로운 것이요. 변화하는 것이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진실한 것이요. 허망한 것이 아니다. 넷째, 나와 나의 것이 없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진실한 것이요. 허망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이와 같은 생각으로 말미암아, 남보다 낫다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고, 다만 진실로 무소유처에 들어가 머물게 되는 것이다. 유행자들이여, 나는 이 네 가지 바라문의 진실한 것을 스스로 깨닫고 말해 보이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