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9월 17일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까지 올랐다.
성판악에서 올라 관음사로 내려오는 산길 약 20km의 코스.
석달 전인 6월 18일 비가 오는 관계로 사라오름까지만 오른 아쉬움을 풀기로 작정하고.
정상까지는 지난 80년대 올라보고 이 날이 처음.
내 속도로 약 7시간 소요, 일반인은 9시간 정도 걸리는데 산좀 탄다는 나도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오랫만에 오른 초가을 한라산은 그 장엄한 모습에 감탄을 금치못하겠더라는.
비록 다리는 아직도 뻐근하지만 정말 잘 올랐고 보람이 컸던 하루.
그 날의 산행 과정을 이 곳에 사진과 함께 소개코자 한다.
한라산 정상까지 가는 산행은 하루를 꼬박 잡아야 하는 일정인 관계로 서둘러 집을 나서 오늘 산행의 출발점인 성판악 휴게소에 오전 9시 25분경 도착한다. 이 시간도 빠른 게 아니라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휴게소 주차장엔 이미 차들이 가득하더라는.
하늘은 맑고 푸르며 저 멀리 한라산의 사라오름이 보인다.
이 안내판에 의하면 성판악에서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까지는 9.9km로 소요시간 4시간 30분, 정상인 백록담에서 관음사까지는 8.7km로 소요시간 4시간 40분이니 오늘 걸어야 하는 거리가 총 18.6km에 9시간 10분이다.
성판악에서 백록담을 향해 걸어가는 숲길. 바위와 데크, 계단의 반복
1시간 걸어 첫 쉼터인 속밭대피소 도착. 여기까지 거리가 출발점에서 4.1km. 속밭골은 예전에 주민들이 우마를 방목하던 마을목장 터로서 진달래, 꽝꽝나무, 정글나무 등이 많아 한라정원이라 불린 곳이나 지금은 삼나무와 소나무가 우거져 예전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고.
곶자왈의 전형적인 형태. 바위와 나무뿌리가 한테 뒤엉겨 있다. 곶자왈은 바위와 나무 혹은 덤불이 하나되어 어우러진 제주도의 원시림을 말한다.
중간에 사라오름을 그냥 지나고 출발지에서 2시간 정도 오르니 비로서 한라산의 정상이 저 멀리 보이기 시작한다.
두번째 쉼터인 진달래밭 대피소에 이른 시간이 11시 27분. 정상까지 오르려면 이 지점에 늦어도 12시 30분까지는 도착해야 한다. 그러니 나는 한 시간의 여유를 안고 오르는 상황. 이 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매점에서 컵라면을 사먹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나도 여기서 점심식사를 할까 하다 조금 늦어도 정상까지 올라서 하는게 낫다 싶어 5분 정도 휴식 후 다시 오르기 시작.
마치 꽃이 핀 듯 붉어서 자세히 보니 열매더라는. 무슨 나무 열매일까 궁금.
12시 28분, 산행한지 3시간 소요. 드디어 한라산 정상에 이르는 데크 계단이 나타난다. 이제 이 계단을 따라 올라가기만 하면 백록담을 볼 수 있다.
정상을 오르며 잠시 뒤돌아본 풍경은 가히 절경. 내 발 아래 구름이 있고 그 아래 제주도가 펼쳐있다.
날씨는 쾌청하고 하늘은 맑고 푸른 오늘. 산 아래서는 바람이 없었는데 정상에 가까워지니 바람이 점점 세진다. 하지만 이 정도면 그야말로 한라산 최상의 날씨.
이제 계단을 따라 모통이만 돌아서면 백록담. 계단을 따라 오르자니 숨이 가쁘다. 정상을 코앞에 두고 잠시 숨고르기 중.
오후 1시. 산행 시작한 지 3시간 30분 걸려 드디어 정상인 백록담에 도착하다. 산행 안내판에 소개된 시간 보다 1시간 일찍. 최상의 날씨 탓에 백록담의 모습을 선명하게 볼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지난 여름 가뭄이 극심할 때는 백록담 물이 다 마르고 바닥이 갈라졌었는데 지금은 물까지 고여있다.
약 30년만에 올라온 백록담, 그야말로 감격이 벅차오르더라는. 백록담은 지름이 500M에 이르는 대규모 화산 분화구이다. 여기서 분출된 용암이 제주도를 만들었으니 얼마나 큰 화산분출이었겠는가?
백록담에서 점심식사를 하며 30분 정도 휴식을 취한 후 관음사로 코스를 잡고 1시 30분에 하산 시작.
백록담에서 오늘 산행의 종점인 관음사 야영장까지는 8.7km의 4시간 40분 소요 거리.
하산 중에 만나는 풍광, 한라산의 위용과 경이로움에 가슴이 벅차다.
고사목과 조릿대의 어우러짐, 하산길은 조심해야 하지만 그래도 숨이 안차니 비교적 느긋하게 풍광을 즐길 수 있었다.
산 아래 펼쳐지는 제주시 일대의 모습. 마치 신선이 된 듯한 기분.
관음사쪽 하산길 한라산의 장관
하산 시작한지 40분 소요된 2시 6분경에 만난 용진각 현수교의 아름다운 모습
다른 산에서는 만나기 쉽지 않은 다양하고 멋진 풍광이 하산길에 눈을 즐겁게 하고 맑은 공기와 서늘한 바람은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그야말로 한라산을 제대로 만끽하는 중.
2시 18분, 하산한지 약 50분 경과, 삼각봉대피소에 도착. 이 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정상에서 이 곳까지 거리는 2.7km.
3시 26분 하산한 지 2시간 소요 시점에 만나는 탐라계곡. 계곡의 규모가 엄청난데 화산 지질인 제주의 어느 계곡과 마찬가지로 물이 없다. 제주는 비가 오면 그 즉시 땅 속으로 물이 흡수되어 바닷가 근처에서 용천수로 솟는게 특징.
탐라계곡 대피소 인근의 숯가마터. 저 곳에선 1970년대까지 실제로 숯을 구었다고 한다. 잠시 세월무상을 느낌.
탐라계곡은 관음사까지 이어지는데 그 폭도 넓지만 중간중간 엄청나게 아래로 함몰된 지형은 육지의 계곡과 전혀 달라 좀 무시무시한 느낌까지 들더라는. 가끔씩 있는 동굴은 옛날에 얼음을 보관해 쓰기도 했다고.
남한에서 가장 높은 한라산은 그 높이가 1,950M로 얼마나 높으면 산정에서 은하수를 잡아당길 수 있다는 뜻이란다. 부악, 원산, 선산, 두무악 등 수많은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고 한다.
오늘 산행의 종점지인 관음사 야영장 주차장의 모습. 이 곳에 도착하니 오후 4시 11분. 오전 9시 30분부터 산행을 시작했으니 7시간이 채 안걸린 셈이다. 산길 20km를 정말 빨리도 걸었다. 나중엔 힘이 빠지고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하더라는. 그간 산행과 걷기를 참 많이도 해왔지만 산길 20Km는 정말 오랫만이다.
홀로 한라산을 온전히 만끽한 오늘, 비록 힘은 들었지만 그 노고가 아깝지 않게 한라산은 내게 많은 선물을 남겨 주었다.
언제 또 한라산 정상을 오르게 될지 모르지만 오늘 7시간 동안의 한라산 산행을 통해 앞으로 제주에서 살아갈 방향에 대해 차분히 생각을 정리하는 한편 한라산의 위용과 아름다움에 감탄을 금치못하며 흠뻑 취한, 참으로 보람있는 하루가 되었다.
이런 것이 제주에 사는 즐거움이자 특권이 아닐런지. 부러우면 제주로 오라.ㅎㅎ
첫댓글 아직도 백록담 몬가본 1인!
행복해 보임니다.
저도 30년만에 올랐습니다. 다행히 날씨가 좋아 백록담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네요. 포랜나들님 요즘도 산행 열심인 모습 정말 보기 좋아요. 함께 춘천의 금병산 가고 닭갈비 먹던 그 때가 그립네요.
전 언제 이곳을 가 볼수 있을런지.. 살아생전에 한번은~~~?
아까 꽃이피어 있는듯한 나무~! 제 눈에는 오미자로 보입니다만,
글쌔요 나무가 키가 커서리~~~ 진짜 오미자였다면 농약한번 안치고
정말 이슬만 먹고 자랐을터인데... 아깝네요. 아시면 따오셨을것 같습니다.
오미자는 비타민이 풍부한 열매지만 침해예방에 정말 좋은 열매입니다.
오! 저 빨간 열매가 오미자였다면 정말 따왔을텐데요. 하나또하나님은 역사와 식품에 대해 어찌 그리 해박하신지 대단하십니다. 백록담 오르는 거 물론 쉽지 않지만 하늘 아래 백록담, 오르고 또 오르면 못오르리 있겠는지요.^^
훈장님 등산복... 기억나네요...언젠가 초여름,개명산 갈때 ...헤헤
코스모스님의 계란 한 판이 그립네요.ㅎㅎ
온 자연을
자기 속에 흡수하고...
일상적인 인식과
지각방식으로는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세계와
접촉하는 수단의 하나가 바로 걷는 것.
그것도
흙을 밟으며
자연과의
아름다운 교감.
자연에
눈길을 주면
바깥 세상을 만나고
마음에
눈길을 주면
우주 보다 더 넓은
마음의 들판을 보게 된다는데...
저는
연휴를
종일 집에서만...^^
맑은 공기와
자연을 접하시는
훈장님 좋은 구경했습니다.
그래서 산행 혹은 걷기는 그 자체가 바로 명상이지요. 여럿이 함께 하는 즐거움도 있지만 홀로 걷는 그 차분함, 저는 이 모든 걸 다 좋아합니다. 김선생님 추석은 잘 지내셨는지요? 늘 건강하시길.
자연을 벗삼아 생활하시는 훈장님이 부럽습니다..
네 등불1님 자연을 벗삼자니 자꾸 자연을 닮아가는 것 같습니다.^^
4월갈때는 백록담 못가봤는데 다음엔 기회에 가봐얐겠어요~~사진 잘감상합니다~~
봄철엔 날씨 변화가 심해서 정상까지 오르기 쉽지 않지요. 아마도 지금이 오르기 가장 좋은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마가목 열매 같은데요.^^
노인봉님~~~ 마가목 같아보입니다.
사진이라서 포도송이 같다고 생각했는데.....
나무가 늘어지지 않은 것을 보니 마가목이 맞는 것 같아요.
제가 인터넷에서 조회해 제가 본 것이 마가목 열매 맞네요. 기침과 위염에 좋은 효과가 있다고 하더군요.
아 여름의 백록담!!!
몇년 전까지 매년 가을이면 서귀포에서 열리는 세미나에 참가하고, 그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백록담을 올랐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제 기억엔 늘 가을 백록담만 각인됐답니당...
언제 함 가족들과 함께 오르겠다는 다짐도...
늘 혼자만 다녀와서 가족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훈장님 잘 보고 갑니당...
오! 허향님 백록담을 그리 자주 오르셨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제가 오를 땐 아직 단풍이 안들었는데 단풍철 그리고 눈꽃산행도 함 해보고 싶네요.^^
한라산을 볼수만 있어도 행운이라던데,
정말 엄청난 복을 받으셨습니다.
보는 내내 상쾌하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