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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흥도 낚시배 선창1호는 22인승 7톤급유선이다.
이런 유선을 고속정이라 한다.
사실 고속정이라면 45노트정도 되어야 어울리는 말이지만 관례적으로 조금 빠른 배를 고속정 쾌속선 그다음 일반 선으로 구분해서 출항하는데 어자원이 고갈되어갈수록 낚시꾼은 먼바다출조를 선호한다.
근해보다는 원해로 나가면 조황보다 대상어의 씨알이 굵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어족이 줄어드는 반면 낚시선은 늘어난다. 당연히 좋은 포인트선점하기 위해 고속정들은 최대한 서둘러 출항하고 항로에서의 질주경쟁도 치열하다. 그래야만 낚시꾼단골확보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경쟁하듯 서두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아무리 배가 좋아도 선장이 항법수칙대로 운항한다면 낚시인들 사이에서 호평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원래 낚시꾼들의 입은 가볍기 때문에 ‘누구누구 배는“ 이란 악풀이 달리면 그 선사는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
선창1호도 해경의 인검이 끝나자마자 항구를 빠져나와 좁은 수로를 전력질주 했을 것이다.
그때, 사고급유선도 항해하지 말아야 할 그 좁은 수로를 통과하고 있었을 것이며 급유선의 브릿지는 낚시선보다 훨씬 높아 진두항에서 빠져나와 막 속력을 붙이는 선창1호를 발견했을 것이다. 그러나 선창1호를 피하려고 노력하지는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왜냐면, 대개 큰 배와 같은 항로에 진입했을 때 작은 배가 피돌避突하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작은 관습이 사고의 주원인이라 생각한다.
큰 배 옆을 고속으로 지나가면 작은 배는 조류와 항속삼투작용으로 큰 배 쪽으로 빨려들기 때문에 순간방향제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이것은 고속도로에서 질주하는 대형차를 소형차가 추월할 때 핸들조작이 불안해지는 것과 동일한 이치다. 특히 기류소통이 원활한 다리 위를 통과할 때 추월하면 소형차가 대형차 쪽으로 급하게 쏠리는 현상과 진두항의 좁은 수로를 통과할 때 일어나는 현상은 거의 동일한 조건이었다고 보면 된다.
나는 이 사고는 속도경쟁으로 일어난 사고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승객인 낚시꾼은 선실구석구석 끼어 잠을 청하고 있었을 테니 선장에게 과속요구는 하지 않았을 것이 자명하고, 선장도 무리하게 속도를 높이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급유선에게 항로를 양보하고 그 뒤를 따르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측해 본다. 급유선의 프로펠러에서 발생하는 잔파로 작은 낚시선은 운항에 지장을 받기 때문에 피하거나 양보하려 하지 않을 것이란 추측을 하며 나는 그때 섬과 섬 사이에 발생하는 삼각파도와 돌풍을 뚫고 완도가리포항까지 무사히 귀항했던 젊은 선장을 불현 듯 기억해냈던 것이다.
“이 배가 감당하지 못할 놈이 다가오면 피하는거이 상책이당께요. 고거이 바다진리인겨라.”
지금도 생생하게 내 귓가에 묻어 있는 가리포선장의 말을 떠올리며 나는 사고범위를 짚어봤다.
충돌사고든 추돌사고든 일단 선창1호가 전복됐다면 3가지 이유로 승선 낚시꾼은 전원 사망했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첫째.
승선할 때 의무착용인 라이프재킷의 안전착용법에 있다.
갯바위구명복이라면 분명 벗고 잠을 청했을 것이지만 요즈음은 자동팽창식구명복이 유행하므로 착용한 체 잠을 청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 행위는 살 기회를 스스로 박탈시키는 행위다. 실내에 갇힌 상태에서 갑자기 물이 들이닥치면 자동팽창한 라이프재킷의 부력으로 인해 선실탈출은 거의 불가능하다. 좁은 공간에 꼼짝없이 갇힌 몸이 되고 만다. 그리고 3분 내지 길어야 5분 뒤엔 세상과 작별해야한다.
나는 뉴스를 보며 전율했다.
라이프재킷을 착용하지 않았을 경우 100만원의 벌금물리는 것만 강조하지 출항 전 해경이나 선사직원, 심지어 선장도 라이프재킷의 올바른 착용법에 대해 정보를 주지 않는 것이 문제다.
실내에서는 무조건 라이프재킷을 벗는 것이 올바른 착용법이다.
바다에 추락할 때를 대비해 비행 중에 라이프재킷을 입는 사람은 없잖은가?
둘째.
낚시유선선사의 지입제선박을 규제시키고 낚시선에서의 자리경쟁을 막아야한다.
대개의 낚시유선선사는 선사소유의 선박 외에 지입선박을 보유하고 있다.
이것은 과도한 낚시승객유치경쟁을 불러일으키고 관리 및 정비소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선사소유의 선박이 아니어서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내가 자주 이용하던 선사 중 전라북도 격포항의 일오삼유선사와 일오삼호를 기억한다.
이 선사는 승선지정좌석제를 채택해서 출항전의 과도한 자리경쟁을 자제시킨 국내유일의 지정좌석제낚시선사였다. 그래서 좋은 자리 선점하기 위한 낚시꾼들의 과도한 경쟁은 없었다. 물론 불평하는 낚시꾼도 있었지만 대개의 낚시꾼은 순응했고 자리다툼이 없어 선상매너도 좋을 수밖에 없었다. 만약 이 선사가 좀 더 오랫동안 존재했더라면 아마 지금의 낚시유선은 거의 지정좌석제로 정착했을 것이고 영흥도사고 같은 해상사고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셋째.
첫댓글 닊시배선상의 의무 규칙등을 자세하게도 잘아시네요..
좋은글에서 많은걸 배워 갑니다.
고운밤 되세요^^
여행을 좋아하다 보니 경험과 상식으로 아는 정도입니다.
멋진날되세요
사고의원인을 여러가지로 추측 해석 하시는군요 그리고 낚시배를 이용하는승객 등이 갖춰야할 의무
선장이 해야 하는 것등의 의무사항등 을 너무나 잘 아십니다
하긴 모르면 글을 못쓰시겠지요 ㅎㅎ
ㅎ
오늘도 행복한날되십시오
그리고 아름다운 사모님께 "메리크리스마스" 전해 주세요
행복한날되시구요.
영흥도 낚시배 사고에 따른 여러가지 견해를 쓰셨군요.
많은 교훈이 될것 같슴니다.
감사합니다.
조금만 방심하면 회를 입고 조금만 실펴보면 화를 면할 수 있습니다
항상 편한 시간 안전한 날되세요
잘보았슴니다.
아는것이 힘이라더니
작가선생님 모르시는게 없군요..
ㅎ
체험으로 얻은 경험일 뿐입니다
항상 좋은날 기쁨만 가득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