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2024년 3월 18일) 한국에서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사흘동안 열립니다. 한국 정부는 이 기간동안 '미래세대를 위한 민주주의'를 주제로 본회의와 장관급 회의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참석할 예정입니다. 민주주의 정상회의라는 모임은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단어입니다. 생긴 지가 얼마 안되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고 나서 얼마 안돼 만든 모임입니다. 전임 대통령인 트럼프의 동맹국 챙기기의 소홀로 이른바 동맹국들의 유대가 흐트러진 것을 다시 뭉치게 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모임 만들기를 즐기는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직설적인 모임보다는 조금 차원이 다른 것을 생각하다가 아마도 민주주의라는 거대한 담론을 논의할 모임을 제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모임의 성격은 세계적으로 권위주의가 기세를 떨치는 등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에 맞서 민주주의 진영의 결집력을 강화하자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 모임 또한 중국과 러시아 등 공산주의 체제에 맞서기위한 성향이 짙다고 보여집니다.
제 1회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2021년 미국에서 열렸습니다. 한국 대만 등 110개 국가 정상과 민주주의 운동가 등이 화상으로 참여했습니다. 이때 내건 주제는 권위주의로부터 민주주의의 보호, 부패와의 싸움, 인권 증진 등 3대 목표를 향해 나아가자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회의에 참석하는 국가 선정을 놓고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는 "바이든의 민주주의 정상회의에는 자격이 거의 없어 보이는 나라들이 포함돼 있다면서 파키스탄과 필리핀,헝가리,튀르키예 등을 거론했습니다. 자국내 민주주의도 안착시키지 못한 미국이 거창한 세계 정상회의를 개최할 자격이 있느냐는 주장을 펴기도 했습니다. 당시 미국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시위대가 워싱턴 국회의사당 난입한 사태의 여파가 계속되던 때이기도 합니다.
지금 전세계는 다시 뚜렷하게 양분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중국이 세계 패권을 계속해서 노리면서 중동지역이나 아프리카 등지로 세력을 확산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야심차게 내건 육상 일대일로와 해상 일대일로가 바로 대표적입니다. 중국식 공산주의를 세계로 널리 전파시키겠다는 의도입니다. 그와 함께 중국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해 세계 패권국가로서의 면모를 갖추겠다는 의지가 가득 담겨 있습니다. 러시아도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한때 세계를 양분했던 미소시절의 그 영광을 되찾겠다는 각오가 서려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러시아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습니다. 물론 나토에 겁을 줘서 나토국의 확산을 막겠다는 의지도 들어있습니다. 러시아는 우주 핵무기개발로 세계를 지배하려는 야망도 품고 있습니다. 지금은 아직 힘이 부치니 중국과 협력하지만 어느날 단독으로 미국과 대적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그야말로 민주주의는 공산체제를 배경으로 하는 권위주의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은 외부보다는 오히려 내부에 있다는 지적의 소리가 많습니다.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이 더 무섭다는 말이 있습니다.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만든 미국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미국의 전 대통령 트럼프는 재선에 실패하자 선거불복종을 선언했습니다. 부정선거와 부정 개표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것입니다. 트럼프의 추종자들은 미국 의사당으로 무장을 한 채 돌진했습니다. 그 화려하다는 미국의 민주주의가 붕괴되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후에도 트럼프의 민주주의 거부 행동은 계속됐습니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과 그 원칙을 준수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데 무슨 민주주의냐는 비아냥 소리가 그냥 나온 것이 아닙니다. 트럼프는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로 다시 확정된 뒤에서 막말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자신이 이번 대선에서 패배한다면 미국은 피바다가 될 것이다라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망언을 외쳐대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모범국가이자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만든 나라의 현주소입니다.
미국의 인종차별과 총격사건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총격사고로 아까운 인명이 희생되는 세계에서 대표적인 곳이 바로 미국입니다. 미 합중국이라는 이름이 너무도 허망하게 들리기도 합니다. 다민족이 모여 만든 나라에게 세계적인 인종차별이 자행된다는 것이 바로 그렇습니다. 얼마전인 3월 7일 스웨덴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가 발표한 민주주의 보고서에서도 그런 상황을 잘 알 수가 있습니다. 이 보고서에서 미국은 자유민주주의 지수가 세계에서 20위로 나타났습니다. 일본은 30위이고 대만은 31위입니다. 한국은 47위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은 지난해에는 전체순위가 28위였습니다. 일년만에 19단계 하락한 것입니다. 자유민주주의 지수는 각 국가의 선거민주주의, 삼권 분립과 시민자유, 표현의 자유, 평등 등 관련지수를 바탕으로 종합적으로 산출합니다. 한국이 19계단 내려앉은 것에는 언론 자유 위축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국은 언론의 대 정부 비판이 위축된 나라 20개국 중 한 곳으로 지목되기도 했습니다.
민주주의는 한 국가의 주권이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아닌 국가에 속한 모든 국민에게 있음을 확인하고 국민의 권력을 기반으로 현실 정치를 구현하는 사상 또는 체제입니다. 특정인이 권력을 장악하는 독재주의와 권위주의에 반대편에 서있는 것입니다. 물론 여론정치의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정신상태가 온전한 국민들의 의사표시인 선거로 결정되는 사안에 대해 굴복하고 복종하는 절차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아마도 민주주의 이런 의미를 모르는 정치인들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로 나타나는 것에는 우려할 만한 일들이 비일비재합니다.
이번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나름 성과를 거두기를 희망합니다. 하지만 단지 선언적인 구호에 그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참가국 대표로 참석한 사람들이 자신의 나라의 경우 지금 민주주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가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시작을 해야 할 것입니다. 민주주의는 구호를 강하게 외치는 데서 힘을 갖는 것이 아니라 실천을 함으로써 힘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권위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특정 자리에 모여 구호를 연발하는데서 힘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국에서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요소들을 제거하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할 때 민주주의는 힘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나라들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노력할 때 공산주의 그리고 권위주의는 뿌리를 내릴 공간을 박탈당할 것입니다. 이번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통해 자국안에서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닳고 그 문제점을 해결하려고 시도하는 그런 계기가 되어야 진정한 민주주의 정상회의의 존립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민주주의는 모여서 구호를 외치고 오랜 시간 회의를 한다고 발전되는 것은 결코 아님은 분명해 보입니다.
2024년 3월 18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