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일요일 여의도한강시민공원 사애조 모임에 처음으로 우리 모란이 넷을 데리고 나가기로했었죠. 우리집 강아지 바바가 쓰던 이동장에 애들을 데리고 갔는데, 그런 비극이 기다리고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했습니다.
1시 반 쯤 나무 그늘에 돗자리를 깔고 남편과 아들 녀석과 모처럼 소풍분위기를 내려던 찰라였죠. 모란이들 목이라도 축이라고 물과 모이를 준비해서 이동장 지퍼를 조심스럽게 살짝 열었는데 글쎄!!! 라깡이와 융이가 팝콘 튀듯이 파다닥 튀어서 순식간에 위로 날아가버리는 겁니다....(아...생각하기도 싫네요..) 집에선 새장을 열어도 슬금슬금 기어나오는 애들이라 전혀 상상을 못했던 상황이었어요. 아이들이 이동장엘 처음 들어갔고, 장시간 차에 있었기 때문에 무척 과민해있을거란 걸 예상못한 저의 무식함이 원인이었습니다. 변명의 여지없이...
윙컷은 모란이 넷 모두 시켜줬는데 너무 어릴 때여서 그사이 깃털이 무럭무럭 자라서 아주 펄펄 날더라구요. 안그래도 윙컷을 사애조회원 님께 부탁드릴까하고 나왔던 참이었구요.
아무튼, 그때부터 저녁 7시 넘어서까지 그 일대를 울며불며 뛰어다닌 걸 생각하면 아직도 오금이저립니다. 정말 두번다시는 겪고싶지않은 악몽같은 일이었어요. 119구조대를 불렀지만 오히려 융이와 라깡이를 떼어놓고, 설상가상 융이를 공원 바깥으로 몰아내버리기까지 해서 상황이 더 절망스러워졌죠. 눈 앞에 보이던 애들이 더이상 보이지 않을 때의 그 황망함과 우울감은 뭐라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네요.
날이 저물고 네살짜리 아들이 너무 지쳐서 일단 집에 들려 남편과 애를 내려놓고 저 혼자라도 다시 나와야했습니다. 도저히 집에서 잠을 잘 수 없을 것 같았거든요. 돌아서는 차안에서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몰라요. 살면서 이렇게 대성통곡해 본 기억은 거의 없는데 말이죠...그런데!!!!
목동 님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라깡이 찾았으니 빨리 오라고. 그 말을 듣자마자 저는 더 큰 소리로 대성통곡을 할 수밖에 없었네요. 에휴...사애조 회원들의 애조들이 우는 소리를 듣고 근처로 날아 온 라깡이를 아이위드유 님이 극적으로 발견!!!!!!! 119아저씨들도 포획하지 못한 우리 라깡이를 그렇게 멋지게 구조해주셨네요. (아이위드유 님의 눈부신 활약은 여기서 끝난 게 아니었습니다. )
라깡이라도 찾았으니...라고 애써 위로하며, 일단 저를 비롯한 온 가족이 너무 지쳤고, 날도 완전 저물어 융이는 다음날 날이 밝는대로 나와 찾기로하고 다시 발길을 돌렸습니다. 그 돌아서는 길에 또다시 대성통곡...ㅠ.,ㅜ
다음날 아이 어린이집 보내고 거의 오전 11시 반쯤 되서야 공원에 도착했죠. 새벽부터 컴터앞에 앉아 전단지 만들고, 문방구에 들러 잠자리채 2개(길이가 모자라면 두 개를 이어 붙이려구요)와 각종 테이프, 가위를 구입해서 배낭에 넣었구요. 웬 여자가 배낭을 매고 잠자리채 2개들고 여의도 공원 일대 사무실 주변을 배회하는 장면, 그려지나요? ㅜ.ㅜ
그런데!!! 도착하자마자 아이위드유 님(이하 위듀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오늘 반차를 낸 날인데 아침에 날이 너무 추워서 융이 걱정 많이되서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고 그러시더라구요. 사실 그때 전화받으면서 쪼끔 울었어요. 눈물이 왈칵 나더라구요. 그 고마움을 뭐라고 표현할 수 있겠어요. 하~~~~ 아무튼, 위듀 언니가 본인의 모란이 '복댕이'와 '아지'도 대려나오셨더라구요. 완전 껌딱지 100퍼센트 애완조인 얘네들은 위듀 언니한테 딱 붙어서 옆에 차가 빵빵 거려도 놀라거나 어디 날아가지도 않더라구요. 정말 신기했어요. 언니는 모란이 우는 소리를 듣고 어제 라깡이처럼 융이도 찾아오지 않을까 싶어서 어제와 같은 자리에 아이들을 풀어놓고 계셨어요.
그렇게 기다려도 융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마지막으로 융이의 모습을 보았다는 공원 길 건너 지점 일대를 샅샅이 뒤지기로 했어요. 위듀 언니는 복댕이와 아지를 어깨에 올리고 "얘들아! 울어!!" 해가면서요. ㅠ.ㅠ 지금 저는 너무 고마워서 우는 거에요.
오후 4시 쯤 됐을 겁니다. 언니랑 흩어져서 여의도공원 일대를 이 잡듣이 뒤지고 있을 바로 그때!! 언니가 어떤 아저씨가 융이를 봤다고하니까 빨리 여기로 오라고...순간 다리가 후덜덜 떨렸지만 온 힘을 대해 국민일보 건물 건너 편 대로 방향으로 달렸습니다.
융이를 봤다는 아저씨는 평소 앵무새에 관심이 많아 융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유심히 보다가 사진까지 찍어놓으셨더군요. 사진을 확인한 저는 그 자리에서 또다시 대성통곡....저를 잠시 진정시키고 위듀 언니는 복댕이와 아지를 데리고 그 주변을 더 열심히 돌기 시작했어요. 저도 눈물을 훔치며 미친듯이 그 일대 가로수를 훝고다녔고요. 결정적으로 이 아저씨는 10여분 쯤 전에 위듀 언니 등과 어깨에 매달린 두 모란이를 보면서 이것저것 물어오셨고, 언니가 지금 이렇게 생긴 한 녀석을 찾고있다는 말을 한 것이었어요. 그 얘기를 듣고 돌아서는 길에 융이를 발견하고 뒤돌아서서 달려와 언니에게 융이를 봤다고 알려주신 거구요. 정말 놀라운 사람들이죠?!
너무 기특하고 고맙게도 아지와 복댕이가 빼백! 빼백! 하고 계속울어주는 겁니다. 저도 그 근처에서 열심히 눈을 부릅뜨고 융이를 찾던 그때!!!!!!!! 저 건너편 은행나무 어딘가에서 복댕이와 아지의 울음소리에 삐빅!! 하고 화답하는 모란이의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위듀 언니와 저는 잔뜩 긴장해서는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막 달려갔어요. 거기, 은행나무 가로수에 융이가 앉아서 울고 있는 모습이 드디어 보였습니다.
그러나 더 긴장되는 순간이었어요. 눈 앞에서 놓친 고통을 또다시 반복하게 될까봐 손이 덜덜 떨릴 정도로 두려웠거든요. 다행히 반애조인 융이가 저와 두 모란이를 보고 조금 낮은 나뭇가지로 내려왔구요. 그래도 사람 손이 닿기엔 역부족인 높이였습니다. 그래서 준비해간 잠자리채를 사용하기로 했죠. 위듀 언니가 잠자리채로 위에서 조심럽게 융이랑 나뭇가지 채로 지그시 누르고 제가 밑에서 손을 뻗어 가지를 당겼어요. 조심조심 당기고 당겨서.....다른 한 손으로 융이를 잡고 나무에서 내려 두 손에 감싸쥔 순간!!!!! 저는 또다시 대성통곡 했네요ㅠ.,ㅠ 위듀 언니가 많이 쪽팔렸을 거에요. 흐흐.
이렇게 만 하루가 지나서야 융이까지 찾을 수 있었답니다. 아이위드유 언니가 없었으면 절대 둘 다 못찾았을 거에요. 그래서 언니를 우리 라깡이와 융이의 대모님으로 모시려구요^^
그리고 회원님들, 카페 들어온 지 얼마되지도 않은 듣보잡이 온갖 주접을 떨어도 그렇게 착한 맘으로들 격려해주시고 기도해주셔서 눈물이날 정도로 감사했어요. 인사는 제 게시물 댓글에 하나하나 남길 참이에요. 우리 두 모란이 돌아온 거 생각하면 금덩이라도 하나씩 돌려야하나 싶은데...ㅎㅎㅎ암튼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닷!!
첫댓글 정말 극적이네요... 아이위드유님도 대단하시구요. 지나가던 아저씨도 넘 고맙네요.
아저씨 연락처 받아놨어요. 전단지에 사례하겠다고해놨으니 소소하게라도 사례해야죠. 앵무새 관련 책 한권 보내드릴까 생각하고 있어요^^
흠,,
그날 안 나가기 잘 했군요.
또 다시 그렇게 대성통곡하고 길바닥에 주저 앉아 우셨다니.. ...ㅡ.ㅡ;;;
남편분도 옆에 없이 하마터면 ...ㅋㅋㅋ~ ^^
아이들은 자꾸 데리고 다니면서 몸에 붙도록 훈련되어야해요.
나도 우린, 다린일 데려 나갈까 했었지만 그날 말했듯이
우리집 아이들은 전날 여의도갔다와서 얼마나 고단해 하던지...
막상 밖에 나가서 안 울면 공연히 짐만될 것 같아서 소식만 기다리느라 속이 탔었네요.
융이, 라깡이의 대모님은 그 옛날에 새들의 대장이었다는전설이......ㅋ
융이 어떤지 궁금하니 소식 시간마다 올려주세요~ ^^
저는 주변이 안보여서 아직도 부끄러운줄 모르겠어요. 으흐흐흐. 술먹고 필름 끊긴 사람은 차라리 다음날 맘이 편한 것 처럼요. 으흐흐흐흐흐.
레이나님 심정 충분히 이해합니다. 아이드유님 앵무들의 심리 섬세하게 잘 파악하는 앵무들 엄마(대모)입니다. ^^
★★★애완조 야외 나들이시 높은 나무위 나 건물위로 날아갔을떄 대처방법.★★★
1) 절대로 나무아래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오면 안됩니다.
2) 큰소리 내거나 막대기로 잡으려 하면 위협을 느껴서 더 도망갑니다.
3) 나무 아래에 동료(애완조)들 데리고 가서 놀게하면 최대 한시간 안에 스스로 내려 옵니다.
4) 주인이 흥분하여 부르거나 큰소리치면 오히려 더 불안해서 더 높이 올라갑니다.
5) 조용히 이름을 부르거나 아니면 모르는체 처다보지도 않고 나무 아레에 앉아서 기다리면 스스로 내려 옵니다.
구구절절 다 맞는 맞는 말씀이세요!!!! 미아조 신고하는 게시판 잘 보이는 곳에 공지하면 안되나요???
와우....
이건 정말 레전드감이네요.
202X 년 정도 되면 까페 뿐 아니라 애완조계의 전설이 될 듯....
정말 그 희열 여기까지 느껴집니다.
애들 맛있는 거 많이 주세요~
주접이 풍년이죠?? ㅠ.,ㅜ
아이위드유님 넘 수고 마니 하셨네요? 극적인 상봉 감동 입니다.
아이들 무사 귀환 .......... 행복한 가정 아이들과 함께........
아이위드유 언니는 저의 여신이에염!!!! 흐흐흐~~~복댕이와 아지는 그 여신의...최고의 파트너??!!
아!! 그리고, 우리 모두 애조들 날개, 가차없이 컷!! 합시닷!!!!!!!! ㅠ.,ㅠ
전에 십자매땜에 파주까지 밤길에달려 가시고 이번엔 아이들 구출까지 자신의 일처럼 진짜감사하네요~
카페에서 감사패 드려야 하는건 아닌가용??^^
이런 이야기 감동입니다.
맞아요!!!!! 감사패라도 헌정해야죠!!!! 제가 할게요. 제가 할랍니다!!!!!
이야~~~~ ^^* 정말 대단합니다~ 아이위드님의 그 도움이 없었더라면 정말 일어 나지 못할일이였네요~ 그리고! 레이나님의 그 간절한 마음이 통했던것 같습니다 ^^* 두분다 고생많으셨어요~~
또 저도 노아가 껌딱지라 어디가면 어깨에 붙이고 다니는데 더욱더 조심해야 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
윙컷합시닷!!! 했던 윙컷도 다시보아욧!!!!!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렇게 썰렁한 내용인가요..??
음,, 안 읽어야징.. ^^
그날 떠올리기도 싫답니다. 너무 힘들었어요. ㅠ.ㅠ
대충은 알고있는 내용이었으나 이렇게 자세히 글로 읽으니 어찌나 긴박했는지 지금도 전화통화했을때의 안도감이 생각나 눈물이 찔끔나에요 ^^..반차내고 나오신 아위드유님의 열정과 사랑에도 감사드리고 레이나님의 천운 ^^ 에 감사하고 또한 아이들을 다찾아서 레이나님이 여의도귀신이 않되신것에도 ㅎㅎㅎ 다행이라 생각해요 ^^ 겁내지마시고 애덜 윙컷 바짝하시고 여의도에 도식락 맛나게 싸서 나가셔요 ^^ 그날 대성통곡에 그렇게 ㅎㅎ 민폐를 ㅎㅎ 끼치셨으니 도시락으로 그날 가슴앓이 하신분들의 영혼을 위로해주심이 ㅎㅎㅎ 어떨런지요 ^^ 이렇게 농담함서 글을쓸수 있어 어찌나 다행인지 몰겠어요 ^^
안그래도 떡돌려야된다고 그랬는뎅...ㅎㅎㅎ 언제 젤 많이 모이시려나요? 목동 님! 엠티는 안가요??
그때 가지고다녔던 잠자리채에요. ㅎㅎㅎ
그날 MT계획도 구체적으로 잡고 상의하려고 나갔다가 레이나님이 울고불고 얼굴 뻘개서 통곡하시는 바람에... ㅡ,ㅡ
A++ 호주산 스테이크 한 열장이면 x-file님도 대구에서 오시지 않을까요??
iwithu님이 토요일은 못 나오신다고 하셔서 상의할 수 있는 날이 주일이던지 아님 평일 날 퇴근 후에 전화로 잡을게요.
10월 하순경에 결혼식등 일정이 많이 없는 때가 좋을 것 같은데 일단 대모님 달리기 하느라 몸살 안 나셨길 바라며 내일 저녁 쯤엔 통화해볼게요. 나오실 때 그 잠자리채 저 하나주세용. 우린 집안인데도 못 잡는 수가 간혹 발생하는지라... ㅡ,ㅡ
ㅋㅋㅋ사죄의 의미로 하나 바치겠나이다. 한 개는 우리 아들꺼에염. 흐흐.
축하드립니다. 상황을 아주 리얼하게 설명하셔서 직접 안봤어도 생생합니다. 주변에 아주 좋은분이 계셔서 다시 찾으셨군요. 다신 같은 실수 안하시기 바랍니다.
네. 감사해요. 오늘 큰맘먹고 처음으로 제 손으로 직접 윙컷을 하면서 같은 실수 않기로 굳게 결의했지요. ㅠ.ㅠ
감동 그 자체입니다. 감격의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저도 한가지 사안으로 이렇게 많이 울어보긴 처음인 거 같습니다. ㅠ.,ㅠ 님도 애완조 윙컷 하세용~~!!
우와~~정말다행이네요
으아;ㅁ;.. 상상만해도 가슴이 철렁 다행이ㅔ요..!!
정말 다행스럽고 감동이 가슴속까지 밀려오네요....
그래서 윙컷이 필요하군요!! 왠지 불쌍해서 못하겠던데.. 꼭 해야겠네요 꼬옥 꼭!!
근데, 윙컷 어떻게 해요?? 날아간 울 모란이도 옆집 할아버지가 겨우 잡았었지만..
결국 그놈은, 집 안 어항에 빠져 영영 못나왔었죠... (녀석 운명이었나?)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