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가 터키에서 활약하고 있는 반 페르시의 영입에 나섰다는 소문이 전해졌다. 이적 소문은 당연히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그런 소문에 팬들이 혹 했던 것은 소문의 주인공이 '전북 현대(이하 전북)'였기 때문이다. 반 페르시 영입은 헛소문에 그쳤지만 전북이 이번 시즌 보강한 선수들을 보면 면면이 만만치 않다. 전남의 수비수 임종은과 공격수 이종호를 영입했고, 제주에서 로페즈를 영입했다. 최근 경기력이 떨어지긴 했지만 김보경을 자유 계약으로 영입한 것도 성과이다. 또한 공격수 고무열과 수비수 최재수를 영입했고, 국가대표 측면 수비수 김창수 영입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대부분의 주축 선수를 유지한 채 선수 보강이 이뤄졌다는 것이 중요하다.
(△ 최강희 감독의 설득에 이끌려 K리그에 데뷔하게 된 김보경. '재활공장장'과 함께 제 2의 전성기를 맞을 수 있을까. 출처: 전북현대모터스 홈페이지)
전북의 선수 영입이 전북 팬들의 마음을 기쁘게 하는 반면, 일각에선 리그에서 전북 독주 체제가 구성되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전북이 자금을 앞세워 리그를 장악해버리는 것이 팬들의 흥미를 떨어뜨릴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북의 공격적 영입은 K리그에 있어 실보다 득이 많다. 대한민국 사회 전반에 경쟁과 적자생존의 논리가 널리 퍼져 있음에도, 굳이 경쟁의 원리가 기본인 프로의 세계에서만 평등의 가치를 내세울 명분도, 이유도 없다. 파이를 키우면 결과적으로 모두가 나눠먹을 것이 많아진다는 낙수효과의 논리는 사람의 생계와 존엄성이 달린 사회 보장 정책이 아니라, 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와 필연적인 경쟁에 나서고 있는 K리그에게 필요한 논리이다.
FC서울이 알찬 선수 보강으로 전북의 대항마로 꼽히고 있지만, FC서울을 제외하고는 수원 삼성, 포항 스틸러스 등 지난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둔 팀들까지도 모기업의 지원이 축소되어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K리그 클럽들은 재정적으로 어려운 시점이란 것을 인정해야 한다. 결국 기업 구단도 자생할 수 있도록 방책을 찾아야 한다. 그 시작으로 관중 수 증가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단기적으로 효과를 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기업구단들의 모기업의 재정 상태도 단기간에 좋아지긴 어렵다. 더구나 K리그는 현재 중국과 중동의 자금력에 밀려 '선수 유출'이라고 하는 부정적인 프레임 아래에 있다. K리그가 걱정해야 할 것은 선수들을 잃기만 해서 '하향평준화' 속에 경쟁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전북은 K리그 팀들을 대표해서 K리그의 수준을 증명하고 리그 전체의 인기를 유지할 '빅클럽'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인구가 60만명 수준인 전주를 연고로 하지만, 지난 시즌 평균 관중이 1만 7천명 선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게다가 전북은 이번 시즌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고 있어 팬들의 관심이 높다. 2016시즌 수준 높은 경기를 보여주고 아시아 무대에서 활약을 보인다면, K리그 자체의 이미지 제고와 중계 편성 등에 유리한 점을 줄 수 있다.
기본적으로 프리미어리그는 중계권을 판매할 때 개별 클럽이 협상하는 것이 아니라, 리그 전체가 중계권을 모두 함께 협상을 한다. 유명 클럽들의 경기의 중계는 곧 이를 상대하는 하위권 클럽의 중계를 보장한다. 그리고 순위에 따라 중계권료를 차등 분배하긴 하지만, 중계권료의 차이는 개별 협상했을 때보다 훨씬 작다. 치열한 경쟁이 있고 자본에 따라 움직이지만 빅클럽들의 인기를 통해 다른 구단과의 상생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장기적으로 리그를 발전시키고, 나아가 클럽 자체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박지성의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진출 후 시작된 프리미어리그 중계가 현재의 프리미어리그 중계까지 이어져 이젠 중소클럽들까지도 많은 한국팬들을 보유하고 있다. K리그에서 독보적으로 한 차원 높은 팀이 등장해도 좋은 이유이다.
또 전북이 다른 방법도 아니라 전력 보강이라는 정석적인 방법을 통해 독주하는 것을 걱정할 이유는 없다. 안 그래도 유망한 선수들이 해외로 눈길을 많이 돌리고 있는 현재, 전북은 능력 있는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K리그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성적을 위해 혹은 주목을 끌기 위해 단기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전북은 '투자-좋은 성적-관중 증가'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전북의 과감한 행보를 걱정할 것이 아니라 반겨야 할 이유이다. 게다가 김보경의 영입 과정을 보더라도 팀의 장기적인 비전을 통해 선수들을 끌어들일 매력이 있는 팀이다. 유럽의 빅리그에서 전통의 명문으로 군림해온 '빅클럽'처럼, 구단 자체가 품격을 지닌 팀으로서 재탄생하고 있는 중이다. 지역과의 밀착, 다양한 마케팅, 선진적 클럽하우스, 챔피언스리그를 고려한 적극적 선수 영입 등 전북의 구단 운영 방식 상의 선구자로서 다른 K리그 구단들에게 귀감이 될 만하다. 전북이 K리그 대표 클럽으로서 당당히 성장해야 하는 이유이다.
(△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는 전북 현대와 두바이에서 친선경기를 치르기로 했다. K리그의 힘을 보여주길 팬들은 기대하고 있다. 15일 저녁 9시 25분부터 SBS 스포츠를 통해 중계된다. K리그보다 비시즌에 열리는 친선 경기 중계 보는 게 쉽다는 건 슬픈 일이다. 출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사실 유럽 축구의 예를 봐도 독주 자체가 리그의 흥미를 떨어뜨릴 가능성은 많지 않다. 프리미어리그, 프리메라리가, 분데스리가 등 최고의 리그들도 우승을 하는 팀은 거의 정해져 있다. 그 와중에도 리그는 잘만 돌아가고 인기도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우리가 '팬'이라고 부르는 이들이 리그 자체의 팬이기 이전에 한 클럽의 팬이기 때문이다. 부천FC1995를 응원하는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천FC1995가 다음 시즌 K리그 챌린지에서 4위 안에 들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것이다. 다른 K리그 경기와 팀들에게도 관심이 없진 않지만 결국 제일 중요한 것은 '내 팀'의 성적이다. 우승을 놓고 다툴 것으로 보이는 전북과 서울의 팬들도 즐겁겠지만, 이들에게 도전할 팀들의 팬에겐 추격의 즐거움이, AFC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걸린 4위가 목표인 팀들에겐 4위 경쟁의 즐거움이, K리그 클래식 잔류를 위해 6위권 싸움을 벌일 팀들의 팬들에게도 즐거움이, 하위 스플릿에 떨어져 강등 걱정을 하게 될 팀들에겐 마음을 졸이며 지켜볼 강등 전쟁과 생존의 즐거움이 남아있을 것이다. K리그가 예상대로 전북의 독주로 이어질지 조차도 두고봐야 할 일이지만, 전북이 독주한다고 해서 팬들이 흥미를 잃을 것이란 것은 너무 단순한 생각이다. 이미 K리그는 모기업이 각 기업의 자존심을 걸고 우승을 다투는 것이 유일한 관심사인 리그가 아니다. 클럽 자체를 아끼는 팬들은 충분히 많다. 우승 다툼이 아니더라도 K리그를 즐길 수 있는 많은 방식이 있다.
최근 전북의 모기업인 현대자동차 그룹에서는 전북 현대와 현대자동차의 정체성을 더욱 끈끈하게 연결시키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마치 분데스리가의 볼프스부르크라는 팀을 들으면 단번에 폭스바겐을 떠올리는 것처럼 말이다. 전북이 가진 '파워'가 작지 않다는 뜻이고 이에 모기업에서도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전북은 ‘비전! 2020’이라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한 구단의 꾸준한 노력 하에 성적이 오르면서 평균 관중도 늘고 있고, 확고해지는 입지에 따라 모기업의 자금 지원도 풍부해지고 있다. K리그를 선도하는 구단으로서의 입지도 굳혀가고 있다. 잘되는 집이 더욱 잘되는 형국이다. 즉, 다른 구단들에게 필요한 것은 전북과 같은 선순환의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모기업의 지원에 의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홀로서기에 나선 K리그는 현재 중요한 변곡점에 놓여있다. 전북의 독주는 위기의 순간을 벗어나는 것을 도와줄 '빅클럽'이 될 수 있다. 전북의 독주에서 K리그가 얻을 것이 많은 이유이다. 물론 FC서울이 그 대항마로서 2강 체제를 구축해줄 수 있다면 K리그에 더욱 좋은 일이겠지만.
http://blog.naver.com/hyon_tai
첫댓글 믿고 보는 장문 현_태님 글
전북이 K리그의 바이에른 뮌헨 혹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같은 클럽이 되길
다같이 살아요 k리그 화이팅!!!
전북도 리그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