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태평로
[태평로] 중국·러시아 눈치 보는 ‘글로벌 중추 국가’
조선일보
이용수 논설위원
입력 2024.05.22. 00:06
https://www.chosun.com/opinion/taepyeongro/2024/05/22/AQT7JCTO5JGIJBJSVG5UL6G67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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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총통 취임식은 외면하고 푸틴 취임식엔 참석한 정부
자유민주 진영과 계속 엇박자… 중·러 환심 사도 결국엔 毒 될 것
지난 19일 라이칭더 대만 신임 총통이 취임식 대표단 환영 리셉션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틀 전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 취임식에 한국 정부는 경축 사절단을 파견하지 않았다. 폼페이오, 아미티지 등 전직 장·차관으로 사절단을 꾸린 미국을 비롯해 호주, 캐나다, 일본, 유럽연합 등 서방 전체가 고위급 대표단을 타이베이에 보냈다. 총 51국이었다. 대만 전체 수교국(12국)의 4배가 넘는다. 이들은 별도의 축하 메시지도 냈다. 서울에선 아무 메시지도 나오지 않았다.
지금까지 윤석열 정부는 외국 정상 취임식에 어김없이 경축 특사단을 파견했다. 출범 첫해 필리핀을 시작으로 콜롬비아, 케냐, 브라질, 나이지리아, 파라과이에 이어 지난 1월엔 과테말라에 사절단을 보냈다. 권성동, 정진석, 원희룡 같은 유력 정치인들이 단장을 맡았다. 지구 반대편의 경조사까지 살뜰히 챙겨 온 정부가 가장 가까이 있는 6위 교역국의 경사는 외면했다. 외교부는 “관례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해온대로 중국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겠다는 뜻이다. 대만은 윤 대통령 취임식에도 초청받지 못했다.
대만은 1949년 1월 신생 독립국이던 대한민국을 가장 먼저 국가로 승인하고 수교했다. 북한이 남침한 건 이듬해 6월이다. 유엔 안보리는 즉각 유엔군 한국 파병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안보리 상임이사국은 미국, 영국, 프랑스, 중화민국(대만), 소련이었다. 소련이 표결에 불참한 것도 천운이지만 대만이 없었다면 지금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과거 인연은 차치하고서라도 대만은 한국과 자유민주주의, 인권, 시장경제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다. 외교 용어로 ‘유사 입장국’(like-minded group)이다. 이런 나라들이 50개쯤 된다. 익숙한 말로 ‘자유민주 진영’이다. 이들이 대만 총통 취임식에 대표단을 보냈다. 한국만 이 대열에서 이탈했다. 대만은 섭섭하고 유사 입장국들은 의아했을 것이다. 작년과 재작년 유엔 총회 제3위원회에서 신장·위구르 인권 침해를 규탄하는 성명이 나왔을 때가 연상된다. 그때도 동참한 나라가 50~51개였고 한국만 발을 뺐다. 모두 이번 정부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런 일은 생각보다 자주 반복되고 있다. 2주 전 모스크바에선 푸틴 대통령의 5번째 취임식이 열렸다. 크렘린궁은 각국 대사들에게 초청장을 보냈다. 자유 민주 진영, 즉 유사 입장국 대부분은 취임식을 보이콧했다. 이웃국가를 침략하고 정적을 제거한 독재자가 영구 집권을 자축하는 자리라고 봤다. 우크라이나 국민에 대한 연대의 의미도 담았다. 한국 정부 생각은 달랐다. 이도훈 주러시아 대사를 참석시켰다. 프랑스 대사도 함께라 민망함은 좀 덜했을지 모르겠다.
임기 초반의 단선적 외교를 정교하게 다듬는 과정일 수 있다. 그런 것이면 다행이겠다. 대만 총통 취임식 1주일 전 베이징에서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열렸다. 중국은 “대만 문제를 신중히 처리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중국을 설득해 이달 안에 한중일 정상회의를 성사시켜야 하는 정부로선 흘려듣기 어려웠을 것이다. 얼마 전 러시아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활동하던 한국인 선교사를 간첩 혐의로 구금했다. 중국을 겁내는 공중증(恐中症)과 ‘러시아 포비아’는 한국 외교의 고질병이다.
권위주의 정권을 상대할 때 중요한 건 유사 입장국의 단합된 언행이다. 한국은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이자 ‘글로벌 중추국가’를 자처하는 나라다. 안보리를 능멸한 푸틴 대관식에서 손뼉치고 대만 총통 취임식을 모른 척 해선 곤란하다. 당장 중국·러시아의 환심을 살 순 있겠지만 결국엔 우리 외교에 독(毒)이 될 것이다. 9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은 톈안먼 망루에 올라 중국 전승절 열병식을 지켜봤다. 자유민주 진영 전체가 보이콧한 행사였다. 중국의 화답은 무자비한 사드 보복이었다.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도 똑같은 잘못을 반복한다면 ‘외교 지능’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용수 기자
밥좀도
2024.05.22 04:36:02
한국의 생존과 번영 비결은 북,중,러 공산 국가와는 원수를 지더라도 무조건 미국, 일본, 유럽 등 자유 민주 진영과 우호 관계를 돈독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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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와디스와프 2세
2024.05.22 01:25:05
그 문제 있는 외교 지능은 윤석열이 탄핵당하고 이재명이 대통령이 됨으로서 더 심해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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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ll
2024.05.22 02:41:10
뱃장 없이 인품 결여한 지도자! 하야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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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ongsan
2024.05.22 05:42:09
보수정부 보수당 이라고 하기 민망한 헤괴한 짓을 해 대는 윤석열 정부와 국힘당을 이해하는 방법을 누군가 좀 일러주면 좋겠다. 우익 보수를 위해 아무것도 해주는게 없을뿐만 아니라 오히려 백안시하고 적의를 서슴없이 드러내는 호남에 대해 나 좀 봐주라고 메달리는 짓, 문제많은 518에대해 거의 무릎꿇고 백기들었지만 돌아 오는건 몰빵 좌익표인데도 왜 그러나? 점점 하는짓이 공산당 2중대하고 비슷해 진다는 국민이 참으로 많아졌다. 이렇게 살아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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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어
2024.05.22 05:41:20
윤석열 정부, 대만에 대하여 우크라이나에 대하여 미안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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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2024.05.22 08:57:09
스포츠는 공한증.. 정치는 공중증.. 덜떠러진 우리나라 정치.. 어찌할까.. 이모지리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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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토바
2024.05.22 07:40:59
그러고선 G8을 원하는 이중적인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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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멜
2024.05.22 04:16:58
대통령의 잘못도 있지만, 죄가 많아도 국회의원을 만들어주어서 국회가 범죄자의 소굴인 현재의 정치 지형에서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이 글을 쓴 사람 해고당해서 한겨레로 만약 가게 되면 어떤 내용의 기사를 쓸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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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림
2024.05.22 09:14:48
소신도 줏대도 이익도 없는 어설픈 양다리 외교에서 망국의 아이콘 고종의 얼굴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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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화 1
2024.05.22 09:28:38
한심하다 못해 어쩜 이리도 못할까?란 자괴감마저 든다. 현 정부 들어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있나? 전 정권 보복이 아니라 부정부패가 셀 수도 없이 많았건만 제대로 수사도, 처벌도 못하는 것도 부족해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근간인 동맹과의 가치조차도 외면하는 무능함을 어찌 받아 들여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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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식
2024.05.22 05:15:06
한국도 자유진영국가들의 대통령 총리취임식에 참여하는데 눈치 보는 것이란 말이요 김정은이가 우리 대통령 취임식때 참여한 예가 있는가 중국 대만은 적대관계이다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경제이념다르고 사실상 적대관계다 상호 실권자 취임식에 참여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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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cat
2024.05.22 09:35:38
아메리칸파이를 노래했던 대통령에게 많이 실망한다. 일본도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의 일원임을 확실히 표방하고 나가는데 .. 대체 우리는 뭐 하는 건가 공산 국가의 일원도 될 수 있다는 카드를 보이는 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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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zag
2024.05.22 08:56:32
국가는 결국 국민의 일반적 행태의 총합으로 흘러간다. 공적 사적으로 몸담고 있는 작은 집단에서부터 권력의 행방을 추종하고 눈치보기가 일상인 모습에서 비롯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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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손이
2024.05.22 08:31:43
외교를 단순하게 평할 순 없다. 대 중국 대 러시아 무역구도를 가지고 있는 한 실리성에서 종속된 구조를 가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외교는 유연함이 필요하지만 유약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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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우다
2024.05.22 07:56:34
러시아는 수교국 이지만 대만은 비수교국이다.한국의 1992년 중국과 수교는 '대만이 독립된 국가가 아니라 중국의 일부인 중국 영토'라는 중국의 전제 조건을 수용했기에 가능했다.그래서 대만 총통 취임식에 한국 정부 축하 사절이 참석하는 것은 법리에 맞지 않고 몰상식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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