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이 그립다"
나동주∥전 영광교육장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자기 나라, 자기 군대 작전 통제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군대를 만들어 놓고
전시작전통제권 회수하면 안 된다고 모여서 성명이나 내는 군 수뇌부는 직무유기 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의 지휘하에 있는 전시작전통제권 이양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토해낸
그야말로 심금(心琴)을 울리는 강단(剛斷)진 연설입니다.
행간(行間)에 묻어나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의 진면목을 보여준 이 명연설은 후임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 자행된 북한의 연평도 폭격과 관련해 선견지명(先見之明)의 놀라운 예지력을 발휘합니다.
당시 북한의 연평도 폭격에 대해 강력한 응전을 취해야 한다고 모두가 주장했지만,
정작 우리나라에는 전시작전통제권이 없어 자체적으로 그 어떤 결정도 내릴 수 없는 무기력한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우리 군이 대북방어준비태세인 ‘데프콘’(Defence Readiness Condition)으로 격상하지 못하고,
차선책인 국지도발경계태세인 ‘진돗개 하나’ 발령을 내린 것도
최고 군 통수권자인 한미 양국 정상의 합의가 필요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일촉즉발의 위기에서도 국가 명운을 결정할 신속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우리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에 심한 자괴감과 모멸감을 느낍니다. 돌이켜보면,
감히 누구도 시도하지 못한 전시작전통제권을 회수하려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도자로서의
당당한 리더십이 그리고 시대를 앞선 명철한 판단력과 투철한 국가관이 모두를 숙연케 합니다.
과거 우리의 대통령은 이러했습니다.
“정부는 독도 문제에 대한 대응 방침을 전면 재검토하겠습니다.
독도 문제를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야스쿠니 신사참배 문제와 더불어 한일 양국의 과거사 청산과 역사 인식,
자주 독립의 역사와 주권수호의 차원에서 정면으로 다루어 나가겠습니다.
물리적인 도발에 대해서는 강력하고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것입니다.”
이처럼 노무현 대통령의 독도 문제 해결책은 단호하고, 명쾌했습니다.
일본의 노림수는 필사적으로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해 분쟁의 빌미를 만드는 것이라는
잔꾀를 이미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시에 많은 국민들은 국제사법재판소는 분쟁 당사국 한 쪽이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상대방 국가가 응소해야 재판이 이뤄지기 때문에 그들의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를
우리나라가 무시해 버리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간악한 일본의 최종 노림수는 따로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유엔해양법(UNCLOS: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에 따라
1996년부터 이 법의 적용을 받게 되었는데 이 법에는 우리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국제사법재판소는 국가끼리 영유권 다툼 분쟁에 한쪽이 응하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유엔해양법 협약에는 분쟁 당사국이 소송을 제기하면 상대 국가는 재판을 하고 싶지 않아도
강제적으로 분쟁해결을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한국은 유엔해양법에 가입되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이런 강제 분쟁해결 절차를 따라야 했습니다.
무턱대고 국제사법재판소에만 가지 않으면 된다는 막연한 기대는 이런 유엔해양법으로 유명무실해진 것입니다.
이에 노무현 대통령은 선제적으로 유엔해양법의 '강제분쟁 해결 절차를 배제하기 위한 선언서'를
당시 코피 아난(Kofi Atta Annan) 유엔사무총장에게 전달했으며 그 효력은 곧바로 발효되었습니다.
이 선언의 의미는 우리나라는 유엔이 정한 강제분쟁 해결 절차를 따르지 않겠다고 법적으로 선언했고,
이에 따라 일본이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더라도 유엔해양법에 의해 맞대응해야 할
국제법상의 의무를 지지 않게 됐다는 뜻입니다.
참으로 자랑스럽고, 놀라운 노무현 대통령의 「독도 독트린(doctrine)」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래야 진짜 우리들의 대통령인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참여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2003년 3월 9일에
검찰 개혁 등을 주제로 한 '검사와의 대화'를 개최했습니다.
어느 누구도 시도해 보지 못한 진솔한 대통령의 파격적인 행보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참여정부라고는 하지만 이번 인사에서 검사들의 참여가 전혀 없는 밀실 인사 아닙니까?
→ 심한 모욕감을 느낍니다.
대통령에 취임하시기 전에 부산동부지청장에게 청탁 전화를 하신 적이 있으시죠?
→ 이쯤하면 막 가자는 이야기죠.
최근에 대통령의 형님에 대한 오해의 소지가 있는 해프닝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이런 자리에서 형님 이야기를 꺼내서 굳이 대통령의 낯을 깎으려고 할 필요가 있을까요?
줄곧 권력구조 개편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는 검찰 개혁에 관한 토론의 장에서
검사들이 대통령에게 한 발언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버릇없고, 오만불손하기 그지없습니다.
그야말로 목불인견( 目不忍見)이며 안하무인(眼下無人)의 극치였습니다.
오직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 외에 검찰 개혁을 말한 검사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오죽했으면 논리 없이 자기 주장만 되풀이 하는 ‘검사스럽다’는 말이 나왔겠습니까?
무릇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들의 경망스런 언행 위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몇몇 정치검사들의 민낯이 여과 없이 투영됩니다.
결국, 부패한 검찰 권력의 환부(患部)를 도려내지 못하고,
치료하려고만 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검찰 개혁은 실패로 끝이 납니다.
그리고 그 후폭풍은 문재인 대통령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철학자 조지 산타야나(George Santayana)의 “역사를 기억하지 못한 자,
그 역사를 다시 살게 될 것이다.”라는 명언이 비수(匕首)가 되어 온 국민의 가슴을 피멍으로 아프게 합니다.
최근 대통령후보자들의 토론회를 보면서 그들의 역량이 상식 이하이면서 인품마저
수준 미달인 저급(低級)한 언쟁을 목격했습니다.
국가 경영의 비전이나 전략을 소상히 밝히는 이 나라를 이끌어 갈 동량(棟梁)으로서
자질이 크게 부족한 미덥지 않은 후보가 우리들의 지도자가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그러기에 어떤 후보자가 당선되기를 바라는 절실함보다는 어떤 후보자가 낙선되기를 바라는
절박함으로 살아가는 안타까운 우리들입니다.
아! 이 지독한 가을에 당신이 더욱더 그리울 뿐입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겨울이 와도 두꺼운 옷 챙겨 입지 못한 나목(裸木)처럼, 찬바람에 온 몸을 내어 준 당신처럼,
나도 차라리 푸석푸석한 마른 잎으로 살겠습니다.
당신이 그토록 살고자 했던 '사람 사는 세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