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이라크에서 무참하게 피살당하여 온 국민의 마음을 슬픔과 분노로 격동시킨 고 김선일씨 피랍 및 피살사건에 대해서 필자는 교육학적 측면에서 몇 가지를 생각해 보았다.
우선 그의 이라크 행의 동기이다. 즉 왜 그는 목숨이 위태로운 이라크로 가서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냐는 물음이다. 그것도 한달 200만원 남짓의 돈을 벌기 위해 그는 테러와 민간인 납치 그리고 참수(斬首) 형이 넘실대는 이라크에 갔다는 것이다.
1. 학구열
이에 대한 답변은 아직 미혼인 김선일씨는 그가 대학원 진학을 위한 학자금 마련을 위해서 사지(死地)로 젊은 영혼을 투신했다는 것이다.
그 만큼 한국인의 학문과 진학에 대한 열정은 지극하다는 것이다. 이런 지식과 교육에 대한 한국인의 열정이 그간 그나마 한국의 발전을 가능케 했었다.
한국 전쟁 당시의 자진 월북한 남한의 청년들은 대부분 북에 가면 공짜로 공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월북을 결행했다.
이처럼 공부에 대한 우리 나라 사람들의 집념은 사무쳐서 그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원한이 맺힐 정도이다.
이런 국민들을 위해서는 가난이 교육의 장애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교육공화당이 외치는 무상교육 및 교육의 국가주의가 이런 심리를 대변한다.
교육은 시장에 맡기면 안 된다.
2. 인지능력
그 다음으로 눈에 띄는 대목은 사건 발생 후 정부 관리 정치인들의 무능력, 무기력이다.
노무현 대통령(앞으로 NH라고 약칭함)은 김선일을 구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라고 정부 외교- 협상팀에 지시를 내렸지만 그들이 보여준 것은 참으로 한심한 작태였고 김선일씨가 참수당한 그 시점에서 “그는 아직 살아있다” 라는 근거없는 소문을 흘려 국민을 현혹시켰다.
두 번째 현지에 파견된 정부 관리들 – 외교부, 국정원 혹은 국가안전보장위원회(NSC)- 은 전혀 사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이번 테러, 납치를 주도한 세력이 어디인지도 모르고 혼동에 빠져 있었다는 것이다. 즉 그들은 이번 납치를 한 세력이 지난번 일본인들을 납치한 세력과 동일한 세력으로 보고 그 쪽으로 줄을 대려고 했다. 그러나 일본일을 납치한 단체는 회교 근본주의 단체(무자헤딘)이며 이번 소행을 한 단체는 알카에다와 연관이 있는 엘 사르카위 (el Sarkawi) 이다. 이들은 근본적으로 정치적 과격단체이다. 다시 말해 한국 정부는 전혀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인지하다, 알다(Know)라는 말은 원래 구별하다 라는 뜻이다. 지금처럼 기존의 지식과 정보를 암기하고 있다는 말이 아니다.
즉 주입식의 유형별 암기만을 죽도록 하는 현행 한국의 모든 평가제도는 지식의 양(量)은 증대시키지만 인지능력 혹은 아는 능력을 키우지는 못한다. 다시 말해 knowledge를 많이 쌓기는 하지만 to know 능력은 키우지 못한다.
그러니 정부 관료들이 머나먼 외국에서 똥을 된장으로 혼동하고 똥으로 된장찌개를 끓이려다가 망한 것이다.
이는 지난번 편지에서도 밝힌 것처럼 해방이후 잘못된 미국교육 베끼기 60년이 가져온 성과이다. 하시 바삐 온갖 허접 쓰레기 같은 객관식-선다형 교육을 철폐하고 그런 각종 평가제도를 폐기해야 한다. 그리고 사법 고시 같은 국가 시험 역시 완전 폐기되어야 한다. 이 역시 철저한 암기 시험일뿐이다.
3. 학벌주의
필자는 한국의 학벌주의 즉 서울대 출신이 국회의원의 50%라든가 혹은 대기업 임원의 60%라든가 하는 문제에는 그렇게 흥분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럴 수도 있다고 본다. 즉 서울대에 머리 좋은 사람들이 많이 들어갔고 그러니 그 학교 출신이 잘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서울대 출신이 지배하는 대한민국의 현주소가 뭐냐는 것이다. 아니 국회의원 100% 를 서울대 출신이 차지하면 어떠냐! 단지 그들이 나라와 사회를 잘 다스리고 국민의 불안과 고통을 줄여 줄 수 있다면 학벌 독점은 두려워 할 것이 없다.
진짜 문제는 서울대를 비롯한 학벌좋은 대학출신들이 다스리는 이 나라는 이미 그 못남과 무능함을 온 천하에 폭로했다는 것이다. 즉 IMF가 그것이고 온갖 정치부패가 그것이며 신용불량자와 빈부차이 극대화가 그것이다.
필자는 좋은 대학에 대한 개인적인 불만이 없다. 아니 필자 역시 서울대 대학원에서 공부했고 그 학교 사람들과는 지금도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연고대에 똑똑하고 좋은 친구 동료들 많이 가지고 있다. 또 남들처럼 서울대 선후배 밀어주기 때문에 내가 개인적으로 피해를 본적도 없다.
그러나 이제 학벌주의는 도저히 생존 불가능의 위치에 왔다. 이는 개인적인 감정이 결코 아니다.
4. 수도이전
그리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수도이전 문제에 대해 교육공화국의 입장을 간단히 정리한다.
결론 : 이는 무모한 계획이다.
대안: 전 대학 평등화, 국립화를 통한 인재의 육성. 즉 수도권 집중의 핵심 원인은 지방인재들이 모두 서울로 온다는 것이다. 이게 서울 집중의 주된 원인이다. NH(노무현)가 말하는 행정수도를 이전하더라도 지금의 서울지역 대학이 다 그대로 있다면 서울 집중은 그대로이다. 지방에 발전이 없는 것은 지방에 인재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산업시설이나 경제 문제가 아니다. 문화와 교육이 서울을 비대화시킨다.
우리는 현상의 원인과 결과를 식별할 줄 알아야 한다. 결국 수도 이전 계획 역시 원인-결과 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멍청함에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