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가 - 다니엘 디포(Daniel Defoe, 1661-1731)
Defoe는 런던의 푸주간의 아들로 태어나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으나 영국 소설의 선구자라 인정되고 있다. 그는 처음에는 청교도 목사가 되려고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벽돌 제조업자와 왕실 정보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졌다. 이러한 생애를 통하여 그는 정치, 경제, 종교, 사회에 과나한 수많은 논설을 써서 300여종의 소책자를 만들어 당시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를 제기하였다. 풍자시 '순수한 영국인'으로 선풍적 인기를 차지하고, 정치 평론 '비국교도의 처형은 너무 이르다'로 투옥. 리얼리즘을 개척, 근대 소설의 아버지로 평가된다. 그는 정치 또는 사회에 관한 논문을 많이 써냈다. 예를 들면 인종적인 편견을 비웃는 <순정 영국인>이라든가 종교를 비판한 <비국교도(여기에서는 청교도를 말한다)들에 대한 최선책>등을 썼었는데 그런 이유로 두 번이나 투옥되었다.
나이 60세가 되어 쓴 첫 소설 로빈슨 크루소(Robinson Crusoe 1719)부터 몰 플랜더(Moll Flander 1722), A Journal of the Plague(1722), Roxana(1724)등이 그의 대표적인 소설이다.
2. 로빈슨 크루소가 쓰인 시대 배경
①이성의 시대 -
로빈슨 크루소가 쓰인 18세기 초에는 영국 계몽 철학이 본격적으로 대두하기 시작한 때였다. 영국의 홉스는 프랑스의 R.데카르트와 함께 계몽사상의 원조라 할 수 있으나 고유의 의미에서의 영국 계몽철학은 로크와 D.흄에서 시작된다. 로크는 경험론을 인식론 안에 도입하여, 인간의 자연 상태를 자유의 실존이라 규정하였으며, 자유로운 개인이 자유의지에 따라 공동체에 대한 복종을 선택한 이상, 선택은 강제에 의한 것이 아니라 계약에 의한 것이며, 인간의 자유의 지주(支柱)가 사유재산권의 보유에 있는 이상, 국가는 시민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존재요, 국왕은 그 집행기관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여기에서 자유의지란 바로 인간의 이성에 기초를 두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청교도 혁명부터 명예혁명과 산업혁명에 이르기 까지 이러한 사건들은 모두 이러한 이성주의 계몽사상에 이론적 근거를 두고 있다. 과히 이성의 시대라 할 만 했다.
이성의 시대라 불리는 18세기 초기에 쓰인 ‘로빈슨 크루소’는 이성적 합리성에 근거한 서구문명의 근대화 과정을 치밀하게 반영한 기록물이며, 근대화 과정에 내포된 서구역사의 역설을 드러낸 소설이다.
②퓨리터리즘과 청교도주의 -
청교도주의의 특성은 일차적으로 강도 높은 종교경험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청교도들은 인간이 자신의 죄의 상태로부터 구원받기 위해서는 회심이 필요하고, 하느님은 설교를 통해 구원을 계시하며 이성보다는 성령이 힘 있는 구원의 수단이라고 믿었다. 이러한 믿음은 자연히 당시 영국국교회의 설교와 의식의 특성을 거부할 수밖에 없었다. 그 대신 청교도들은 성서와 일상적인 경험의 이미지들에 주목하는 평범한 설교를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교를 중시한 청교도들은 학식 있는 목회를 권장했다. 청교도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회심경험은 칼뱅주의에서 비롯된 예정론과 결합되어 자신들이 역사를 혁명적으로 변화시키라고 하느님이 선택한 선민들이라는 의식을 갖게 했다. 일종의 선민(選民)의식이었던 것이다. 이를 통해 이들은 청교도가 뿌리 내리지 못한 곳을 미개한 곳, 또는 선택받지 못한 곳이라고 여기고 이는 식민지 개척과 연결되게 된다.
②식민지 획득 경쟁의 시작 -
근세의 여명은 15세기 말 지리상의 발견으로 시작되었으며, 이 시기는 이주식민지에서 착취식민지로 바뀐 시기였다. 1520년 포르투갈은 인도양의 무역을 독점하였으며 신대륙에서는 브라질을 수중에 넣었다. 이 사이 에스파냐는 서인도제도(西印度諸島) ·멕시코 ·중남미 방면으로 진출하였고, 아시아에서는 필리핀을 정복하였다. 그러나 80년대를 전환기로 하여 에스파냐의 포르투갈 병합(80), 네덜란드의 독립(8l), 에스파냐 무적함대(無敵艦隊)의 패배(88) 등이 계속되어 역사의 무대가 크게 바뀌고, 역사의 주역은 에스파냐 ·포르투갈로부터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등으로 바뀌었다. 이 나라들은 모두 동인도회사(東印度會社)를 설립하여 무역과 항해의 독점권을 주어 식민지 획득과 경영을 맡겼다. 따라서 17∼18세기 이 독점회사들은 무역의 독점과 식민지의 쟁탈을 둘러싸고 혈전을 벌였다. 최후의 승자로 남은 영국은 네덜란드나 프랑스의 식민지를 계속 탈취하여 방대한 식민지제국을 건설하였다. 현대에 들어 와 이 시기 식민지 개척을 두고 진짜 ‘개척- 미개한 세계의 문명화, 선교’이냐 아니면 ‘서구 열강의 침입과 폭력에 의한 강탈, 억압’이냐를 두고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다니엘 디포우 - 로빈슨 크루소 , 문학세계사
3. 로빈슨 크루소 분석
Robinson Crusoe는 청교도사상에 근원을 두고 구성되어 있다. Defoe의 자서전 형식으로 된 이 소설의 틀은 실화에서 빌려 왔다. Alexand Selkirk라는 선원이 조난을 당해 칠레의 어떤 무인도에서 4년 4개월간 생활하다가 1709년에 구출된 일이 있었다. Defoe는 이 선원이 쓴 표류일기에서 작품의 힌트를 얻었지만 구상과 인물은 그의 상상력의 결과물이다.
줄거리는 중산계급의 행복을 저버리고 선원이 된 Crusoe는 노예생활도 하고 농장경영을 하다가 아프리카 노예를 구하러 가는 중 난파당해 무인도에 당도하게 되고 흑인 Friday와 20년을 살다가 반란을 일으킨 배의 선원들이 상륙했을 때 선장을 도와 반란을 진압함으로써 구출된다. 고국으로 돌아와 브라질의 농장으로 상당한 재산가가 된다는 이야기이다.
배가 침몰하기 직전에 모든 물건을 다 버리지만 Bible과 필요한 몇 가지만은 버리지 않는 것과, 무인도에서 만난 흑인 Friday와 야만족을 기독교인으로 만드는 노력과, 이야기를 해 가는 중에 Crusoe의 신에 대한 신뢰와 보호를 여러 번 강조하고 있는 사실로 Defoe의 청교도사상을 볼 수 있다. 이 소설은 단순한 모험담 이외에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 소설은 자주정신, 근면, 자본저축, 등의 주제를 담고 있으며 이러한 주제는 당시 청교도들의 의식구조이며 생활태도를 은연중에 강조하고 있다. 이작품은 리얼리즘에 입각하여 쓰여 졌으며 상황적 사실의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여실성’을 드러낸다.
18세기 영국의 풍자문학은 풍자의 문학사적 유구성에도 불구하고 근대화 과정과 세속화라는 소설과 같은 탯줄을 달고 태어났다고 봐야한다. 시대 변화를 서로 다른 정조(情調)로서 해석한 이 두 문학 장르는 서로가 대표했던 당시 영국 의회의 휘그당과 토리당 두 정치진영의 세계관을 표방하는 것으로도 이해된다. 비국교도의 아들로 태어난 Defoe는 토리당의 오랜 지배 속에서도 부르주아적, 퓨리턴 적 생활 철학을 이어갔다. 그리고 그의 동료인 휘그당이 집권에 성공하자 시민계급의 낙관적인 비전을 「Robinson Crusoe」라는 세속 문학으로 표현하기에 이른다. 로빈슨 크루소를 중산계급의 고전적 대표자로 간주하는 아놀드 하우저는 이 소설을 다음과 같이 평한다.
‘그의 모험담은 근면과 인내와 발명심과 모든 난관을 극복하는 건강한 인간이성, 요컨대 실천적인 시민적 덕목을 기리는 하나의 영원한 찬가이다. 또한 그것은 자기의 강한 힘을 자각하고 야심에 불타는 한 계급의 신앙고백인 동시에 진취적인 기상과 세계지배의 꿈에 부푼 한 젊은 민족의 선언문이다.’
다이엘 디포는 평생을 중산층으로 살았고 중산층을 대변하는 언론가로 앞장섰다고 한다. 이 작품에는 그 시대 중산층의 삶의 모습과 소망이 담겨져 있다.
로빈슨은 무인도에 표류해서 혼자서 살지만 삶의 방식은 문명 세계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는 무인도에서 자기에게 필요한 많은 것을 만들지만 대부분은 영국에서 살던 방식대로 살았다. 섬에 표류해서 먼저 부서진 배에서 생활에 필요한 것들, 쌀, 빵, 치즈, 럼주, 화약, 총, 목공연장 등을 가져다가 생활을 시작한다.(63쪽) 그리고 이러한 물건이 떨어지자 또 한 번 난파선이 등장하여 생활필수품을 얻게 된다. 옷, 손수건, 술, 화약 등을 얻게 된다.(223쪽) 그리고 배에서 가져온 곡식 낟알이 우연히 떨어져 새싹이 돋아나 농사를 짓게 되고, 야생동물들도 길들여 가두어 가축으로 기르며 살았다. 자연인으로서의 생존 모습보다는 문명의 틀을 벗지 못하는 모습이라 하겠다.
폴 아자르는 <책 어린이 어른>에서 디포우가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 이 책을 썼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고 있다. 그리고 선과 악을 분명히 구별하지 못하는 장사꾼 이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에는 돈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로빈슨이 해적에게 잡혔다가 탈출해서 어느 선장의 도움을 받아 브라질로 가게 된다. 그 때도 그가 가지고 있던 물건들이 돈으로 계산되었다.
「그는 내 배 삯을 한푼도 받지 않았을 뿐더러 내 표범 가죽에는 20다카트를, 사자 가죽에는 40다카트를 주었고, 선장이 보관하고 있던 내 물건을 어김없이 돌려주었다. 뿐만 아니라 술병 상자며 총 두 자루, 내가 쓰다 남긴 밀랍덩이 등 내가 팔고자 하는 것을 모두 사 주었다. 그리하여 나는 모두 322스페인화를 벌었고 이 밑천을 갖고 브라질에 상륙했던 것이다.(45쪽)」
이것은 그의 재산이 되었고 28년 후에 다시 돌아와서도 그는 이 재산을 다시 찾게 된다. 로빈슨 크루소는 난파선에서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꺼내오면서 금화와 은화가 있는 것을 보고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가져다가 땅에 묻고, 그것을 28년 후에 다시 영국으로 돌아올 때 가지고 온다.
로빈슨은 자신이 생활한 무인도를 자기 소유로 여긴다. 전형적인 식민지 개척자의 모습이라 하겠다.
「나는 이 아름다운 계곡을 얼마쯤 답사하면서 조사를 하는 중에, 이 모든 것이 내 것이며, 나는 틀림없이 이 모든 지경의 왕이자 주인이며, 소유권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자(달리 괴로운 생각도 나기는 했지만), 은근한 쾌감이 솟았다. 그리고 이걸 가지고 갈 수만 있다면 영국의 장주처럼 완전한 상속 재산으로 삼을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120쪽)」
「이제 내 섬에는 사람들이 살게 되었고, 나는 신하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자못 왕처럼 보일 것이라고 자주 생각하는 것이 즐거운 일이었다. 무엇보다 첫째로 이 섬의 모두는 나의 재산이며 따라서 나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지배권을 갖고 있다.(280쪽)」
주인 없는 땅에 식민지를 개척해서 재산을 얻고 싶은 그 당시 영국 중산층의 소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로빈슨은 25년 만에 처음으로 사람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그는 그 사람에게 ‘프라이데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옷을 입히고, 하인으로 삼는다. 그리고 기독교를 가르친다. 이 부분에서 ‘총’으로 프라이데이에게 공포심을 주는 것도 빠지지 않고 있다. 이것은 전형적인 식민지 지배 방법이라 하겠다. 이 작품에서 우리는 인종에 대한 심한 편견을 볼 수 있다. 식인종으로 묘사되고 있는 원주민들에 대한 시각뿐만 아니라 유색인종에 대한 지나친 편견도 보인다. 프라이데이의 피부에 대한 묘사부분에서 다음과 같은 부분도 나온다.
「피부색깔은 새까만 것이 아니라 짙은 갈색으로 브라질이나 버지니아 등 아메리카 토인들처럼 추하게 노랗거나 기분 나쁜 다색과는 달라, 마땅한 비유는 없지만 비슷한 색으로 비교하자면, 일종의 밝은 암갈색 올리브빛이었다.(239쪽)」
로빈슨에게 야만인들은 사람이 아니다. 그 야만인이란 단어도 그의 시각에서 나온 것은 물론이다. 사람으로 받아들여도 하인일 뿐이다. 로빈슨은 모험이 하고 싶어 집을 나와 배를 탄다. 그리고 해적에게 붙잡힌다. 그 후 탈출하게 되는데 이 때 ‘슈리’라는 소년을 데리고 탈출한다. 이 때 슈리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자연스럽게 ‘주인님’이라고 부르고, 로빈슨의 노예가 된다. 25년만에 처음으로 듣게 된 사람 목소리의 주인공도 노예로 삼는다. 로빈슨이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 여행을 떠난 동기는 농장에 필요한 노예를 아프리카로 사러 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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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빈슨 크루소 섬
자료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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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디포우 ·김병익·최인자 옮김,《로빈슨 크루소》, 문학세계사
「18세기 영문학에서의 근대성 연구」
「18세기 소설」
홍덕선 성균관대 영문학 교수, 「[새로읽는 고전] 대니얼 디포 ‘로빈슨 크루소’」
이광운 외. 영국문학사 : 형설출판사,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