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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천의 명인들 건강장수비결⑥:건륭황제(上) 잠자리-누에나방-참새뇌-개생식기-제비집... 60년간 재위한 청나라 건륭황제의 보양식 <조선일보> 2014년 4월 11일
중국의 역대 황제들은 대부분 장수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청나라의 건륭황제(1711-1799)는 영조대왕보다 십여년 늦게 태어나 비슷한 시기에 무려 60년이나 황제의 자리에 있었습니다. 89세까지 살았으니 요즘으로 보면 100세가 훨씬 넘게 장수했던 것이죠. 5천여 년의 중국 황실 역사상 기적과 같은 일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장수한 비결은 양생법을 철저하게 실천한 탓으로 봐야겠는데요, 영조대왕의 장수비결과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청나라 건륭황제
①동정(動靜)의 조화를 이루다
동적인 활동과 정적인 활동의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건륭은 만주족 출신답게 운동을 매우 좋아하여 체육단련에 적극 참여하였고, 그로 인해 항병능력, 즉 면역력이 증강되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말을 타고 활쏘기를 하였는데, 몇 차례나 황실의 시합에서 우승할 정도였습니다. 심지어 80세의 고령이 되어서도 사냥을 나갔다고 합니다. 또한 여행을 매우 좋아하여 명산대천이나 고찰 등에 많은 족적을 남겼고, 강남에 6회에 걸쳐 순행하였기에 건륭황제가 강남을 다닌 이야기는 백성들 사이에 모르는 집이 없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처럼 건륭황제는 운동하고 돌아다니는 것만 좋아하였을까요? 만약 그랬다면 89세까지 장수할 수는 없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왜냐하면 몸과 마음에 조화가 깨어지기 때문입니다. 건륭은 책을 읽고 시를 짓는 것도 좋아했습니다. 일생에 작문이 1,300여 편이 되고 4만여 수의 시를 썼는가 하면 글씨 쓰고 그림 그리기도 즐기며 정신수양도 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건륭황제가 운동과 유람을 많이 하는 한편으로 조용히 실내에서 시서화를 즐긴 것은 한의학적으로 상당히 의의가 있습니다. 지나치게 많이 움직이거나 운동하는 것도 기(氣)와 혈(血)을 너무 소모시켜 좋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가만히 앉거나 누워 지내면 기가 소통되지 않고 맺히게 되며 어혈(瘀血)을 생기게 하여 각종 병증을 일으키므로 동정의 조화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죠.
서양의학적으로도 활동이 너무 지나치면 에너지 대사가 너무 많고 그 과정에서 산소를 많이 소모하여 활성산소가 많이 생성됩니다. 활성산소는 온갖 성인병을 유발하고 노화를 촉진하는 유해물질이죠. 요즘 많이 알려진 항산화는 활성산소를 방어하는 것입니다. 반면 활동이나 운동이 너무 부족하면 신진대사가 느리고 땀과 대소변 배출도 지연되어 각종 노폐물이 쌓이게 됩니다. 그러니 건륭황제는 신체 활동 면에서 움직임과 고요함이 조화를 이루었기에 그처럼 장수할 수 있었던 것으로 여겨집니다.
②최고의 보약을 늘 복용하다
◀교배하지 않은 수컷 누에나방-원잠아(原蠶蛾)
건륭황제는 평시에 늘 한약을 복용하였습니다. 이 약들은 어의(御醫)들이 고대로부터 전해 내려온 장수 비방으로 만들어 낸 것이죠. 건륭이 늘 복용했던 기운을 돕고 장수하게 하는 처방은 6가지가 넘는데, 처방 중에는 우리 몸의 선천의 근본인 신장을 보충하는 약이 많은 편입니다. 황구신(黃狗腎 : 누렁개의 생식기), 하수오(何首烏)를 비롯하여 기를 보충하고 비장을 튼튼하게 하는 인삼, 사인,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하고 경락을 잘 소통시키는 모과, 오가피, 열을 내리고 습기를 없애며 피를 서늘하게 하는 춘백피, 연교 그리고 폐를 보충하는 천문동 등이 있습니다.
처방 중에서 특히 유명한 것은 ‘귀령집(龜齡集)’으로서 십장생의 하나인 거북의 장수를 닮고자 이름을 지은 것입니다. 귀령집에는 기운을 돕는 33가지의 보약이 들어가는데, 녹용(鹿茸), 작뇌(雀腦: 참새의 뇌), 해마(海馬: 양기를 보강하는 바닷물고기), 청령(蜻蛉: 잠자리), 원잠아(原蠶蛾: 수컷 누에나방), 인삼, 부자, 음양곽, 당귀, 구기자, 두충, 숙지황, 국화 등입니다. 따뜻한 성질을 가진 약재가 위주가 되어 신장의 양기가 허약한 경우에 쓰는 처방이죠. 성기능의 근본이 신장의 양기이므로 정력 유지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③음식 보양에 힘을 쏟다
건륭은 음식 방면에도 매우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신선한 채소를 위주로 하였고 육류는 적게 먹었지만 신선한 산짐승 고기를 좋아했습니다. 피서산장에 갔을 때 약용으로 먹는 것이 사슴고기 위주였습니다. 청대 황제들은 사슴꼬리로 모후와 보모에게 효성을 표시했을 정도로 만주족들에서 최고의 음식이 바로 사슴고기였기 때문이죠. 사슴고기는 오장을 보충하고 혈맥을 조절하며 비위장을 보강하고 기와 혈을 도와주며 몸에 양기를 넣어주고 뼈와 근육을 튼튼하게 해 줍니다. 그래서 몸이 허약하고 수척한 사람에 좋지요. 사슴꼬리는 따뜻한 성질로서 신장의 정기를 보충하고 허리와 무릎을 따뜻하게 하므로 성기능장애를 치료하고 요통으로 허리를 굴신하지 못하는 경우에 효과가 있습니다.
건륭은 또한 각종 약죽을 즐겨 먹었습니다. 약죽은 노인들의 비위장의 기운을 북돋우어 주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서 위장에 부담을 주지 않아 소화, 흡수가 잘되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며 비장의 습기를 물리쳐 줍니다. 특히 아침에 일어나면 자리에서 ‘연와탕(燕窩湯 : 바다제비집 스프)’을 먹었는데, 이후의 황제들에게도 전통으로 내려왔습니다. 바다제비집은 바다제비가 바닷가 절벽의 80-100미터에 해초와 침으로 만든 집입니다. 따뜻하지도 차갑지도 않은 중간 성질로서 음기를 보충하고 원기와 정을 보태주므로 허약한 몸을 회복시키는 최고의 약입니다. 또한 폐에 윤기를 넣어주므로 허약해서 생긴 기침이나 폐결핵의 회복에 좋고, 소변이 잦은 것을 그치게 합니다. 조선의 임금도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죽을 먹었는데, 그것을 ‘초조반상’ 또는 ‘자리조반’이라고 합니다. 과로와 운동 부족에 거듭되는 음주로 허약해져 있던 왕의 비위장을 서서히 깨어나게 하는데 안성맞춤이었던 것이죠. 죽으로 허기를 메운 후 10시경에 제대로 된 아침 수랏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건륭은 노년이 되면서 떡을 즐겨 먹었습니다. 청나라 황궁에는 8가지 한약재로 만든 ‘팔진고(八珍糕)’라는 떡이 내려오는데, 건륭은 워낙 떡을 좋아했기에 자신의 몸에 맞도록 몇 가지 약재를 변경해서 만들어 ‘건륭팔진고(乾隆八珍糕)’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인삼, 복령, 백출, 율무, 검인, 변두콩, 연자육, 찹쌀, 사탕가루를 부드럽게 가루낸 후에 쌀가루와 같이 쪄서 떡을 만들어 매일 4개에서 6개를 먹었는데, 비위장을 건실하게 하고 기운을 도우며 신장의 기를 굳건하게 지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편에 이어집니다> 정지천의 명인들 건강장수비결⑦: 건륭황제(下) 후궁 40명 자식 27명...그러나 초인적 절제로 89세까지 장수 <조선일보> 2014년 5월 20일
중국의 역대 황제들은 장수하지 못했다. 하지만 청나라 건륭황제는 예외였다. 그는 89세까지 살며 60년간 제위를 지켰다. 요즘으로 보면 100세 넘게 산 것이다. 그가 건강장수한 비결은 6대 양생법(養生法)을 철저히 실시한 덕택이다. 전편에서는 ①동정(動靜)의 조화 ②최고의 보약을 항상 복용 ③음식 보양 등 3가지를 살펴보았다. 나머지 3가지 비결을 소개한다. 편집자
④ 매일 술을 즐겨 마시다
건륭황제의 장수비결에는 술들의 효과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건륭은 술을 매일같이 즐겨 마셨는데, 술이 백약의 으뜸으로서 혈을 잘 통하게 하고 위와 장을 따뜻하게 하며 양기를 보양할 뿐만 아니라 바람과 찬 기운을 물리치며 해독 작용이 있다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건륭이 마신 술은 보통 술이 아니라 한약재로 만든 ‘장수주(長壽酒)’였습니다. ‘귀령주(龜齡酒)’, ‘송령태평춘주(松齡太平春酒)’, 옥천주(玉泉酒), 도소주(屠蘇酒) 등의 네 가지를 주로 마셨습니다.
☞ 특별한 재료로 특별하게 만든 황제의 술 귀령주(龜齡酒)는 명, 청대의 황제들이 모두 좋아했던 보약이 되는 술로서 앞에 나온 귀령집이라는 보약처방으로 담근 술입니다. 약재들을 가루낸 후 종이로 잘 싸서 황색 수건으로 만든 주머니로 씌우고, 이 주머니를 잘 봉한 후 소주 30근과 찹쌀로 빚은 백주(白酒) 10근을 섞은 단지에 넣은 후 단지 윗부분을 한 층 한 층 잘 봉하는데 먼저 황토와 소금물을 섞어서 진흙처럼 만든 후 단지를 봉한 후에 녹두가루로 단지 주위를 잘 봉해 놓습니다. 그리고 삼복철에 햇빛을 3일 쪼이는데 단지를 동서남북 방향으로 고루고루 돌리면서 각 방향을 다 쪼이게 합니다.
송령태평춘주(松齡太平春酒)는 숙지황, 구기자, 용안육, 당귀 등 십여 가지 한약이 들어가는데, 제조방법이 매우 특별합니다. 깊은 산속의 곧게 잘 자란 늙은 소나무를 골라 뿌리까지 땅을 파고, 술단지 덮개를 연 후 나무뿌리 밑에 묻고 나무뿌리에 구멍을 뚫어놓으면 술이 소나무뿌리의 액체를 점차적으로 흡수하게 됩니다. 1년 후에 술단지를 꺼내서 술의 색깔이 ‘호박(琥珀: 황색의 광택을 내는 보석으로 송진이 오래 되어 응어리진 것)’의 노란 색깔과 같게 되면 좋은 송령주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기와 혈을 잘 통하게 하고 비장을 튼튼하게 하며 정신을 안정시키고 심장과 신장의 음기를 보충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옥천주(玉泉酒)는 옥천산의 샘물로 만든 술입니다. 매년 봄과 가을에 찹쌀에다 효모, 콩, 깨, 화초, 대나무 잎을 섞어 만드는데, 건강과 장수에 좋은데다 맛도 매우 좋아서 건륭은 거의 매일 저녁 2냥씩 마셨다고 합니다.
도소주(屠蘇酒)는 청궁에서 매년 단오절이면 마셨던 술이죠. 기생충과 독을 물리치고 나쁜 기운을 방지하는 작용이 있으니 돌림병을 비롯한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약주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도소주를 설날에 마셨습니다. 역려(疫癘), 즉 전염병을 일으키는 나쁜 기운과 일체의 부정한 기운을 피할 수 있다고 만든 술인데, 설날 아침에 차례를 마치고 온 가족이 둘러앉아 함께 나눠 마셨기에 세시주(歲時酒)로 분류됩니다. 콜레라와 장티푸스 같은 전염병은 여름에 잘 생기므로 단오날에 마시는 것도 여름철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되지요. 동의보감에는 도소음(屠蘇飮)이라고 나옵니다. 백출, 대황, 도라지, 천초, 계심, 호장근, 천오 등의 한약재를 썰어 베주머니에 넣어서 섣달 그믐날 정오에 우물에 걸어 두는데요, 수면과 석 자 정도를 띄워 둡니다. 그리고 정월 초하루 이른 새벽에 꺼내어 청주 2병에 넣어 두세 번 끓이면 됩니다. 소(蘇)는 되살아나다 소생하다의 뜻이지만 사악한 기운, 사귀(邪鬼)의 의미도 있고, 도(屠)는 ‘죽이다’, ‘잡다’의 뜻입니다. 따라서 도소주는 ‘사귀를 죽이는 술’이라는 의미죠. 한의학에서 질병을 일으키는 나쁜 기운을 통칭하여 사기(邪氣)라고 하는데 도소주는 사기를 물리치는 효능을 나타내므로 요즘의 예방주사에 해당된다고 하겠습니다.
▲건륭제의 초상화 - 북경 고궁박물원
⑤ 절제의 달인
건륭은 절제를 잘 했습니다. 특히 ‘사물(四勿)’을 지켰다고 하는데, 먹을 때 말하지 않고, 누워서 말하지 않으며, 마실 때 취하지 않고, 성생활에 열중하지 않는 것입니다(食勿言 臥勿語 飮勿醉 色勿迷). 황궁에는 좋은 술과 미녀가 가득하기에 술에 취하지 않고 여색에 빠지지 않는 것은 정말 어렵고 대단한 일이었는데, 건륭황제는 술을 취하게 마시지 않고 여색에 빠지지 않았습니다. 황제나 왕들 중에는 좋은 술과 미녀에게 빠져 건강을 해치고 요절한 경우가 아주 많았지만, 건륭황제는 그렇지 않았던 것이죠. 황후를 비롯하여 후궁이 40명에 자식이 27명이나 되지만, 초인적인 자제력을 실천하여 절제하였기에 그렇게 장수할 수 있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건륭황제는 어디를 가나 담배를 꼭 피웠고, 한 번 피우기 시작하면 많이 피웠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기침이 자꾸 나게 되자 어의가 진찰하고 나서 담배 탓이라고 하였더니 그때서야 담배의 위해를 깨달았죠. 그래서 대신들에게 다시는 담배를 들여오지 말라고 명하였는데, 얼마 안 지나서 기침이 멎었다고 합니다. 다른 황제들은 대부분 고집이 강해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면 좋든 해롭든 상관없이 지속하였죠. 그러나 건륭은 제때에 나쁜 습관을 버렸는데, 이것도 그가 장수할 수 있었던 중요한 원인으로 여겨집니다. 의사의 말을 잘 들어야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⑥ ‘십상(十常)’을 실천하다
십상은 10가지 동작을 매일 하는 것으로 도인법(導引法), 즉 요즘의 건강체조에 해당됩니다. 이빨을 서로 부딪치고, 침을 삼키고, 귀를 튕기고, 코를 주무르고, 눈동자를 움직이며, 얼굴을 쓰다듬고, 발의 용천(涌泉: 발바닥에 오목하게 들어간 부분의 중앙에 위치) 경혈을 안마하고, 배를 돌리고, 사지를 펴고, 항문을 조이는 것입니다(齒常叩 津常咽 耳常彈 鼻常揉 睛常運 面常搓 足常摩 腹常旋 肢常伸 肛常提).
10가지 중에서 건륭이 가장 좋아했던 동작이 ‘항문 조이기’였습니다. 항문에 힘을 넣어 꼭 조였다가 힘을 빼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죠. 숨을 들이쉴 때 항문까지 들이쉬어 항문의 근육이 긴장하도록 하며, 숨을 참을 때 숫자를 세어가며 참을 수 없을 때까지 유지하고 숨을 내쉬면서 긴장을 풀어주는 동작입니다. 수시로 해도 좋고 아침저녁으로 20-30번씩 하면 되는데, 미국의 케겔 박사가 고안했다고 하는 ‘케겔운동법’과 유사합니다. 중년 부인들이 배에 힘이 들어갈 때마다 저절로 오줌을 찔끔거리는 긴장성 요실금에 효과적이고, 남성들의 정력 강화에도 도움이 됩니다.
이러한 건륭황제의 장수비결을 실천한다면 누구든지 9988234(死·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 아프다 죽는다)는 물론이고 최고의 장수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첫댓글 좋은 정보네요. 십상(十常)은 실천하기도 그렇게 어렵지 않고....
건강이란 것도 부지런히 노력해야 얻는 법인 것 같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