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지난 계절 내내
혹한에 시달리고 눈발에 시달리던 기억이
지루하고 징해서 빨리 봄이 왔으면 싶더니
어느새 봄날의 기운이 새록새록하고
남도에는 봄날의 꽃들이 기지개를 편다.
말하자면 어느 순간,
계절은 자체 순환을 감행하고
이미 봄날의 싱그러움은 천지간을 아우르기 시작하였다는 말인데
그동안 방치되고 나태와 게으름으로 일관된 무설재 또한 그저 두고만 볼 수는 없는 일.
계절만큼이나 바지런한 무설재 마당쇠가
뜨락과 뒷 산과 나무들을 건사하기 위해 다시 팔을 걷어부치고 주변 정리를 시작했다...지난 일요일 이다.
안그래도 겨울동안 썰렁한 풍광에다 불어오는 바람에 유기된 소소한 소품들까지 합세해
한동안 어수선함들로 자리매김 되었던 뜨락의 정취들도 이제 제자리로 돌아갈 시기가 되었다는 말도 되겠다.
그러자니 햇살 아래 하루가 그다지 길어보이지 않은 채
몸과 마음이 바쁘고 시간은 의지와 상관없이 쏜살같이 흐르고
땀내나는 하루는 어느덧 해거름에 닿아버리고
완벽하게 노동력을 바친 마당쇠의 육신은 물먹은 솜처럼 가라앉아
해가 갈수록 나이듦의 실체를 확인하게 되나니 이 또한 서글플 일이기도 하나
그러나 어쩌랴...삶터는 버릴 수도 없고 이동 가능하지 않으니 다시 가꾸고 살아야 하는 법.
이제는 거침없이 선택을 하여야 한다.
한동안 배꽃의 만발로 눈의 호사를 선사하던 배나무 중에서도
과일의 무게감을 견디지 못하는 배나무도 삼진아웃을 당하고
유실수로 존재하기보다는 아름다운 꽃들의 향연만으로 족할 나무들만 남긴 채
텃밭의 영역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소멸되어야 할 나무들은 운명을 달리 하였다.
물론
넘쳐나는 아까시 나무들도 손을 보고 이래저래 걸림돌로 잔존하던 필요악의 나무들도 솎아내면서
일종의 간벌을 하게 된 셈이라고나 할까...
그 와중에 노느니 염불이라도 한다고 냉이 캐러 나섰다가
거의 자취를 감춰버린 냉이 군단에 실망을 하고 돌아서자니 참으로 헛헛하다.
그 많은 냉이와 쑥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아마도 앞 터의 소나무 군단의 세력이 너무 힘이 세었던지
다들 싹 조차 올리지 못한 채 사라져 버렸을 터이니 봄날의 한 즐거움이 적어진 기분이다.
할 수 없이 조금 더 먼 들판으로 길을 나서야 할 것 같다,,,,쓸모가 남루해진 나무들을 베어내니
그럴듯한 텃밭이 늘어났다.
요즘같은 물가 대란과 난관에 봉착한 궁색한 소시민의 살림살이, 타격입은 경제에 보탬이 될 것이다.
아니라도 지천의 우리네 먹거리 또한 만만하고 쉽게 볼 일이 아니니 스스로 나서 찾을 일이요
더불어 공존하는 텃밭의 야생 기운 또한 즐거움을 배가 시키게 될 것이니
마음 바쁜 봄날은 이래저래 움직일 일이 태산일 것 같은 예감이다.
간만에
무설재를 떠나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는 아들이 집으로 찾아들었다.
그동안 밀린 이야기를 나누자니 빠듯한 생활의 고달픔도 척척 해결해 나가면서
군필한 복학생이 되어 여유롭기 보다는 빡빡하고 벅찬 캠퍼스 생활을 나름대로 잘 헤쳐나가는 것 같아
부모로서는 다행이다 싶은 다소의 안도감을 챙겼다.
자식이란
자식의 부모가 그들의 부모로 부터 받은 내리사랑보다 더 많은 것을 감당케 하는 법.
월요일 아침,
신선의 출근과 아들의 캠퍼스로 향하는 동반 행보가 보기에 좋았다.
그렇게 세월은 가도 자연의 순리는 여전 한 것....봄바람에 휘날리는 마음도 분분하다.
첫댓글 이봄엔 봄바림에 휘둘리기엔 상황의 짐이 좀 버거워
올해는 잔잔하게 있고 싶은데... 가능하려나~? ^ ^
그러시겠습니다.
그러나 가끔은 숨통이 열어놓고 싶을 경우도 있을 터.
여유를 즐기시기를...
여유 갖지 않았다가는 병나지 싶네요~!
이생각 저생각 때문에 지난 주간 중에 두번이나 잠을 잘 못잤더니
오늘은 드디어 오랫만에 몸살감기에 들리고 말았는데
덕분에 몸 안에 있는 나쁜 기운들이 감기열로 다 타버렸음 하네요~! ㅎㅎㅎ
에고...그랬군요.
헌데 어제는 마음이 편치 않아 나서고 싶지 않았답니다.
이해하시길...계속 상황 봐 가며 딸과 통화하느라 말이죠.
제 집에도 봄이 왔습니다. 그 소식을 꽃 보다 청첩장이 먼저 알려 주네요. ^^ 그나저나 밭 일구어 고라니 좋은일 시키는것은 아니실런지요.
맞아요...저희도 계속 날아드는 청첩장이 그렇답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가야 할 곳인지 고려하여 선별중입니다.
ㅎㅎㅎ 고라니...그래도 해봐야죠.
밖의 일이 많아지는 계절이지요,,
다니다 보니 연녹의 새싹들이 삐죽 삐죽 봄을 알립니다.
무리하지 마시고,,텃밭에 관심이 가네요.
ㅎㅎㅎ 그러게요.
무설재 복수초는 이제서야 등장하고 있답니다.
텃밭, 족쇄가 될 수도 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