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영화 말고 내 말 좀 들어줘!!
8천 킬로미터 떨어진 거리와 17시간 시차를 두고 벤쿠버의 동선 작가와 서울의 이연 작가 사이에 오간 영화 수다집, 《영화처럼 산다면야》!
서로에 대한 팬레터인 양, 블로그 댓글인 양, T와 F의 교환 일기인 양, 전혀 다른 듯, 한 방향을 바라보는 두 작가의 수다 향연!
진즉에 한국을 떠나놓고도 마음만은 떠나지 못한 츤데레 동선 작가와 자기 안에 뭐가 들었는지도 모르고 살다 암에 걸리고 나서야 눈 뜬 늦된 욕망을 불태우고 있던 금사빠 이연 작가는 온라인 글쓰기 플랫폼에서 만나 영화 이야기를 풀어가는 서로의 방식에 호감을 느끼고 열여덟 편의 영화를 함께 보고 영화 이야기를 해보기로 합니다. 수다가 쌓일수록 영화는 뒷전이고 자기 얘기에 몰두하면서 동선‘다운’, 이연‘다운’, 자기만의 색과 맛을 드러낸 글 수다 중 서른여섯 꼭지를 골라 담았습니다.
장르로는 에니메이션부터 뮤지컬, 작가주의 영화까지, 주제로는 무지와 차별, 황금만능주의, 노년의 사랑, 인간다움, 자아발견, 인간과 자연의 공생 등등. 두 사람은 열여덟 편의 영화를 가져다 놓고 끈덕지게 물고 늘어집니다. 잊힌 기억을, 당연한 물음을, 마땅한 품음을. 이야기마다 이들은 서로에게,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독자한테 눈빛을 보냅니다. 깜빡임 없는, 은은하고도 끈끈한 눈빛을. 눈을 감지 말자고. 손을 내밀자고. 목소릴 내자고. 그리고 나란히 걷자고. 다정히 팔 두르고.
두 작가의 글을 토대로 재해석한 영화 포스터와 수다를 엿들을 수 있는 이 책은 얼핏 영화 얘길 하는 듯 보이지만, 그보단 우리 삶과 사람들에 집중합니다. 이들은 영화 속 한 장면, 대사 한 마디에서 뽑아낸 실오라기를 붙들고 늘어지며 우리 눈길이 미치지 않는 그늘진 구석구석에 불빛을 들이댑니다. 그리고 잊힌 기억과 여태 보지 못한, 혹은 외면한 삶의 뒷면을 끌어와 글 타래를 풉니다. 이들의 수다가 범상치 않게 들리는 건 그들이 경계인이기 때문입니다. 암 환자인 이연 작가와 이민자인 동선 작가가 바라본 세상과 그들이 내는 목소리는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너머’의 세상을 보여주며 지금껏 맛보지 못한 책 읽는 맛과 영화를 보는 새로운 눈뜸을 선물합니다. 알싸하고도 시린.
책 속에 숨은 스캐니메이션은 덤!
목차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2009) - 밑줄만 (이연), 자각약 (自覺藥) (동선)
정복자 펠레 (1987) - 리셋 버튼 (동선), 도망가자(feat. 선우정아) (이연)
남색대문(2002) - 이 여름 끝자락엔 (이연), (평생) 성장통 (동선)
박쥐 (2009) - 우주의 조화 (동선), 우주는 혼돈 (이연)
체리향기 (1998) - 씨큐… 씨큐…제 목소리 들려요? (이연), 라면 냄새 (동선)
파라노만 (2012) - 생각만이 나를 살릴 수 있어 (동선), 나랑 같이 혼자 있자 (이연)
업 (2009) - 삶은 모험 (동선), 끼리끼리 (이연)
공각기동대 (1995) - 난 사랑이에요 (이연), 난 착각이에요 (동선)
시 (2010) - 아름다움 (동선), 까발림의 미학 (이연)
바베트의 만찬 (1996) - 강강술래 (이연), 각자말이 김밥 (동선)
라라랜드 (2016) - 영화를 (사랑) 한다는 것 (동선), 영화로운… (이연)
밤과낮 (2008) - 연좌제 (동선), 개 같아져요 (이연)
죽어도 좋아! (2002) - 그네 타고 갈래요? (이연), 시소를 타더라도 (동선)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2012) - 등을 맞대고 (동선), 알려는 마음 (이연)
토니 에드만 (2016) - 니 인생 살어 (이연), 조언의 조건 (동선)
500일의 썸머 (2009) - 박치기 (동선), 난 사랑을 아직 몰라 (이연)
바그다드 카페 (1987) - 나의 야스민, 선희 언니 (이연), 아줌마의 길 (동선)
굿바이 레닌 (2003) - 한번 있었던 것은 없어지지 않는다 (동선), 깜장 비닐 봉다리 (이연)
저자 약력
동선 : <나의 이민기>, <그래도 캠핑> 저자 (2022, 부크크)
이연 : <암과 살아도 다르지 않습니다> 저자. (2021. 봄풀출판, 세종 도서 선정)
추천사
이 책은 영화를 매개로 주고받은 글입니다. 영화로 시작하지만, 어느덧 두 사람의 묵직한 이야기로 우리를 이끕니다. 이야기가 예사롭지 않은 건 삶을 대하는 두 사람의 태도와 시선이 남다르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이 택한 전략은 기억입니다. 망각이 편할 텐데, 기억의 편에 서기로 했습니다. 이 우주에서 그걸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책임감마저 느껴집니다. 놓치지 않으려는 기억, 곱씹어 단물이 배어나는 기억, 삶의 실마리, 그 기억은 그저 낭만적인 추억이거나 넋두리가 아닙니다. 글 속에 소리가 들리고 냄새가 나고 씹히기도 합니다. 두 사람이 맡은 냄새, 감촉, 맛, 그리고 타인과의 인연이 어떻게 삶과 닿아 있고 삶을 밀고 나가는 힘이자 변곡점이 되는지를 탁월하게 보여줍니다.
_김진해 (경희대 선생, 저서 《말끝이 당신이다》)
영화만큼 삶을 사랑하는 작가 이연과 동선의 본격 영화 수다집!
다니엘 글라타우어의 《새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와 《무라카미 류의 영화 소설집》이 좋았던 독자라면 사회와 영화에 대한 애정을 툴툴거리며 표현하는 츤데레 동선과 영화 속 단 한 장면에도 격정적인 사랑에 침잠하는 금사빠 이연의 이야기, 《영화처럼 산다면야》를 통해 분명 공감과 성찰을 얻을 것입니다. 어느 숲속으로 캠핑을 가서 영화라는 장작을 태우며 불멍하는 당신에게 강력 추천하는 단 한 권의 교환일기!
_강이관 (영화 감독 <사과 (2005)> <범죄소년 (2012)>)
어린 날 영화 사랑을 끝내 놓을 수 없었던, 이연 작가와 동선 작가. 대한민국 서울과 캐나다 밴쿠버를 오간 두 작가의 영화 편지 엿보기. 영화 이야기인 듯 영화 이야기가 아닌 듯, 어디서도 본 적 없고 맛본 적 없는 낯선 빛깔과 맛. 영화를 향한 그 사랑 빛. 우리가 살았고, 살아갈 그 이야기의 맛. 자기만의 이야기가 사라지고 타인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 시대에 독자들 마음에 젖어 든 그들 이야기가 한 알의 씨앗이 되고, 그 씨앗이 움터 세상이 이야기꽃으로 만발하길 바랍니다.
_조성원 (추계예술대학 교수, 영화제작자 <마리이야기 (2001)> <꽃피는 봄이 오면 (2004)><황진이(2007)>)
책속에서
당신은 당신을 다 아나요? 저는 이 나이에도 매일 새로운 구석을 발견하는 재미로 사는데요. 어디에 이런 게 숨어있었지? 끝없이 딸려 나오는 놀람과 신기함. 57p.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질 않아 깜깜해도 이 계절이 끝나갈 즈음엔 분명 남은 게 있을 거예요. 우릴 성장시킬 무언가가. 이 여름 끝자락엔. 58p.
어른이 된다는 건 어쩌면, 나 자신과 나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굳건한 확신이 매번 흔들리는 과정일 수도 있으니까요. 62p.
영화 따위 하지 않더라도 하루하루가 충분히 영화 같은 날들이었어요. 122p.
쓰면서 알았어요. 현실에선 그렇게 만나기 힘들던 사람들이 노트북 안에 죄 모여 있다는걸. 나랑 표정이, 걸음걸이가, 보폭이, 걷는 방향이 닮은 이들. 좋았어요. 글만 생각하고 글로 꿈꾸는 내가, 그런 날들이, 그 길이. 그 길가에 드는 볕이. 그 볕을 함께 보고 쬐는 이들이. 137p.
내가 겪고, 내 주변에서 발생한 모든 사건을 모은 블랙박스 영상들이 있다고 해서 그게 과연 내 인생의 복제품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떠오르더군요. 내 삶의 시간의 객관적 사실만을 모아서 재편집했다고 했을 때, 그것이 내 인생과 같을 수 있을까 하는. 140p.
맨날 밥 먹고 행복하게 살 궁리만 하는 사람들은 저렇구나. 저 무거운 상자를 들고 계단을 올라가면서도 인상 한 번 안 쓰고 입을 맞추네. 한여름 감기에 걸린 할머니를 위해 삼복더위에 옥상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토종닭 모가지를 비트는 할아버지. 그 더운 날 토종닭을 삶아왔다고 눈물을 철철 흘리는 할머니. 맨날 사랑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저렇게 사랑을 하는구나. 저렇게 땀과 눈물을 떨구면서. 214p.
오히려 제겐 인생에 있어서 ‘고독’은 삶의 기본값 정도로 봐야 하는 게 아닐지 생각이 듭니다. 스스로 나 자신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고, 자신과 더 많이 대화하고, 사랑하고, 부끄러운 일을 반성하고, 후회하는 일을 곱씹고, 이러면서 사람은 성장을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22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