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 sbs 24부작 드라마, 김종학 연출, 송지나 극본, 1995년
386의 시대적 분위기와 청춘을 느와르와 버무려 그려볼 수 있는 역사물이다.
광주 5.18의 재연은 다큐와 연기를 병행해 더욱 현장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지금은 중견배우들이 신인배우들로서 나오는 것도 인상적이다.
95년에 나는 이 드라마를 보지 않았다. 도무지 시간에 맞춰 드라마를 본다는 것이 맞지 않았다.
그런데 넷플릭스에서 최근 이 드라마를 올려놓아 비로소 보게 되었다.
새삼 30년 전 드라마를 보니 드라마다 묘사하는 시대상과 전형의 모습이 낯설면서 새롭게 다가왔다.
가령 남성과 여성의 캐릭터가 그렇다. 지금은 페미니즘이 대세인지라 남성과 동등한 개인으로서의 여성이 부각되지만,
70,80년대 여성은 현모양처의 모습을 그린다.
남성배우들이 대부분 말이 없다. 아예 멍어린가 싶게 소통이 어렵다.
그러니 오해도 많고 권모술수도 없고 폭력도 많다.
조폭의 의리는 소위 형제애로서 관계와 대화를 소중히하는 자매애와 다르다.
군부독재 시절의 조폭과 도박, 정치권력의 결탁과 어두운 시대 청춘의 성장통이 다뤄지고 있다.
우리 모두는 시대를 벗어날 수 없다.
지금처럼 검찰독재와 검찰 대통령에 의한 비상계엄 같은 사태를 감히 예상할 수 있었겠는가?
아이러니다.
최근 일본 드라마와 한국 드라마를 보니 너무 대조적이다. 일본은 나긋나긋 달콤하다면,
한국은 처절하고 강렬하다. 한마디로 진하다.
우리는 참으로 진한 역사와 문화를 살아왔구나 싶다.
러시아의 <닥터 지바코>나 <전쟁과 평화> 같은 대서사시를 보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