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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소리길 트레킹(trekking) 후기 20013. 7. 16 우리의 조상들은 풍류(風流)를 노송(老松), 청류(淸流), 만월(滿月)이라고 말했다. 계곡 바위틈에서 온갖 고생을 하며 자란 노송과 장송(長松), 청류가 도드라지게 흐르는 맑은 계곡 물에 우리의 근심 걱정을 흘려보내는 것이 풍류의 맛이라고 했다.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의 노송 아래서 만월의 달이 맑은 물속에 둥둥 떠다니는 풍광은 선인들의 풍류를 짐작하게 한다. 그것도 밝은 달빛을 벗 삼아 즐기는 조상들의 모습이 연상된다. 우리도 선인들의 풍류를 즐기려고 이곳에 온 것이다.
가야천과 가야산 소리길 홍류동 계곡 위치도
트레킹 기념스냅핑
전국의 걷기길이 개발되어 여러 명칭의 있지만 해인사 소리길은 그 이름이 좀 특이하다. 이 길의 소리란 인간세상의 희(喜), 노(怒), 애(愛), 락(樂)의 잡다한 소리를 홍류동(紅流洞) 계곡을 걸으면서 바람소리, 새소리, 물소리에 날려 보낸다는 뜻에서 소리길이 명명(命名) 되었다. 궁극에는 자연의 소리에 정화되어 부처님의 선계(仙界)로 인도되는 것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완성된 세계를 향해 가는 깨달음의 길이며, 귀를 기울이면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뿐만 아니라 세월 가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사자와 생자의 공존(해인사 경내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다)
소리길은 2011년 대장경 천년 세계문화축전을 계기로 홍류동 계곡 총 길이 6km 길을 7개의 다리와 500m와 목제데크로로 새롭게 단장하여 <해인사 소리기길>로 탄생하였다고 한다. 3구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우리 대원들은 제3구간에서 제2구간, 제1구간 순으로 걷기 시작했다.
해인사 본당인 대적광전과 탑
트레킹은 <해인사 소리길> 제3구간의 종점인 해인사에서 시작되었다. 일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해인사 쪽으로 올라가는 길을 택하지 않고 반대로 해인사에서 홍류동(紅流洞) 계곡을 거쳐 무릉교쪽으로 내려가는 역행(逆行)의 트레킹이다.
해동원종 대가람
소리길 안내 개념도
언제 가보아도 산사(山寺)의 멋을 느낄 수 있는 해인사로 향했다. 새로 만들어진 보행로는 숲속으로 만들어져 있다. 해인사로 오르는 길 자체가 그림 같다. 해인사 경내를 둘러보고 가야산해인사(伽倻山海印寺) 일주문을 빠져나와 성보박물관(聖寶博物館)을 거쳐 물조차 붉게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홍류동 계곡 트레킹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가야산(伽倻山) 홍류동 계곡을 테마로 만들어진 ⟪가야산 소리길⟫, 홍류동 계곡을 따라 걷는 ⟪소리길⟫에 인간이 쉽게 접근 할 수 있게 만들어진 시설들은 우리에게는 좋을지 모르지만 자연에게는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탐방로 길을 내지 않았다면 계곡의 낭떨어지 같은 곳에는 인간이 접근 할 수가 없어 원시성(原始性)이 그대로 유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류동 계곡 양쪽에는 피톤치드를 생산하는 소나무 숲이 즐비하고 맑은 물이 웅장한 소리를 낸다. 데크로 만들어진 탐방로를 걸어가다 보니 신선이 모여 노는 바위의 이름을 가진 회선대(會仙臺), 암석이 쌓여있는 첩석대(疊石臺)를 거쳐 홍류동 계곡을 건너는 아름다운 목교가 트레킹의 운치를 더해준다. 드디어 꽃이 떨어지는 소(沼)라는 낙화담(落花潭)을 거쳐 길상암(吉祥庵)앞에 놓여진 명진교 까지 왔다.
트레킹이 시작되고...
낙화담의 동영상
경사가 아주 급한 산자락에 있는 길상암
길상암 아래 홍류동 근처에 있는 불교관련 조각품들
이곳에는 동식물에 대한 각종 안내판이 다른 국립공원과 마찬가지로 잘 갖추어져 있고 계곡의 가장자리에 자라고 있는 소나무의 가지가 계곡으로 뻗은 향일성(向日性) 등을 볼 수 있어 학생을 대동(帶同)한 가족 동행 걷기를 한다면 학습효과가 100%일 듯하다. 특히 홍류동 간이발전 시설은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생생한 현장학습의 장이 될 것 같다. 여기에 설치된 간이 수력발전시설을 소개하면 1950년대 이곳 <치안>마을 사람들이 인근의 계곡수(溪谷水)를 인입(引入)하여 필요한 전기를 생산하는 소수력발전이었으나 오랜 기간 방치되었던 것을 국립공원관리공단(國立公園管理工團)에서 수차(水車) 및 수로(水路) 등의 복원(復元) 공사를 완료하여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지금도 생산된 전기로 휴대폰 충전을 할 수 있도록 여러 종류의 플러그 단자가 비치되어 있어 누구나 이용하면 된다.
국립공원관리공단(國立公園管理工團)에서 설치한 간이 소수력발전시설
명진교에서 제2구간 트레킹이 시작되었다. 높은 산비탈에 붙어있는 길상암(吉祥庵)을 쳐다보기만 해도 숨이 찬다. 홍류동 계곡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그리고 천천히 걸으면서 사색(思索)과 명상(冥想)에 잠겨본다. 마음의 침묵(沈黙)에 침잠(沈潛)하면 비로소 보이고 들리는 것들이 내 마음의 깨달음과 마주하게 된다. 자신의 내면과 대화하며 걷는 이 길은 자연의 소리에 취하여 인간 번뇌(煩惱)의 모든 것들을 집어 삼킬 듯 계곡의 물소리는 귀를 멍하게 한다. 계곡의 다리위에서 걷기를 멈추고 앞뒤 그리고 좌우의 계곡의 상하류(上下流)와 주변 경관에 취해본다. 볼수록 절경(絶景)이다.
농산정에서 중식
농산정, 홍류동과 어울리는 농산교
홍류동이름이 생겨난 곳이 여기이다
홍류동 동영상
가야산 산문격인 홍류문
홍류동 계곡에서 제일 경치가 좋다는 곳은 농산정(籠山亭)이다, 통일 신라말 고운 (孤雲) 최치원(崔致遠) 선생이 이곳의 경치에 반해 수도(修道)하다가 신선이 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는 곳으로 최치원 선생의 흔적(痕迹)을 찾아 볼 수 있는데, 최치원 선생의 시(詩) 농산정(籠山亭)을 아래와 같이 소개한다.
籠山亭 작품은 신라 말 대문장가인 孤雲 崔致遠이 지은 7언 절구로 구성된 유명한 시로 그가 당나라 유학의 과정을 마치고 높은 벼슬자리를 사양한 후 가야산으로 들어가서 풍류생활을 보내던 중 산수(山水)의 풍경을 읊은 시다. 현실을 대하는 작자의 의식을 간결한 형식 속에 잘 응축(凝縮)시켜 놓고 있다. 부귀와 벼슬 등 속세의 모든 것을 버리고, 남은 인생을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작자의 풍류가 이 시의 주된 이미지<물소리>에 의해 활기차게 드러나고 있다.
籠山亭 - 孤雲 崔致遠
狂奔疊石吼重蠻(광분첩석후중만) 물결 거세게 흘러 산을 울리고
人語難分咫尺間(인어난분지척간) 가까운 거리에서도 말소리를 분간하기 어렵구나
常恐是非聲到耳(상공시비성도이) 시비 따지는 소리 들릴까 두려워
故敎流水盡籠山(고교류수진농산) 흐르는 물소리로 온 산을 에워싸고 있네.
<註>
奔 달아날 분 疊 겹칠 첩 吼 울 후
巒 뫼 만 咫 짧을 지 恐 두려울 공
籠 대그릇 롱
疊石 포개진돌 重巒 겹쳐진돌 籠山 산에 꽉 차게함
시의 구성을 보면, 기(起)구에서는 온산에 울려 퍼지는 웅장한 물소리를, 승(承)구에서는 인간의 말소리를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물소리가 울려 퍼짐을, 전(轉)구에서는 시비의 소리가 난무하는 어지러운 세태에 대한 작자의 심리가 반영되어 있으며, 결(結)구에서는 그러한 세상과 스스로를 격리시켜 자신만의 세계에 침잠하고자 하는 작자의 심리가 표현되어 있다. 이 시의 轉ㆍ結구에서, 인간의 <시비소리>가 듣기 싫어서 산골짜기 모두를 <물소리>로 가득 채운다는 표현으로, 참으로 깊은 해학의 뜻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구성을 다시정리하면>
起---자연의 소리(웅장한 시냇물 소리)
承---인간의 소리(속세와의 단절감)
轉---작가의 심리(세상의 소리와 단절하고 싶은 마음)
結---세속과 격리(은거하고 싶은 마음)
<崔致遠> 857~ ?
통일신라 말기 학자 문장가. 경주(慶州) 최(崔)씨 시조, 자는 해운(海雲), 호는 고운(孤雲) . 6두품 출신 지식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인물 , 12세에 중국 당나라에 유학하여 과거에 급제하였고, 토황소격문(討黃巢檄文)은 명문으로 이름이 높다. 당시 사회적 현실에서는 자신의 개혁안이 실현 될 수 없음을 비관, 각지를 유랑하다가 가야산 해인사(海印寺)에서 여생을 마쳤다고 한다
홍류동 계곡의 명칭이 생겨난 곳이 바로 농산정이 있는 이곳이다. 홍류동의 물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후회 근심, 걱정 등 인간사의 잡다한 일들이 순식간에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다. 특히 이 홍류동 계곡은 봄에는 진달래, 가을에는 단풍이 붉게 물든다고 해서 홍류동(紅流洞)이란 이름이 붙여지게 되었다고 한다. 가을에 와서 이 길을 걸으면 훨씬 더 홍류동의 정취를 느껴지리라고 생각된다.
가야산 산문(山門)격인 홍류문(紅流門)을 지나고 목교(木橋)를 건너니 제법 물이 고여 있는 담(潭)이 나그네의 마음을 시원하게 한다. 이어서 데크로를 따라가니 비탈길이 이어지고, 산으로 올라가는 계단(階段) 길이 나온다. 이제 흙을 밟을 수 있는 길을 만나니 소리길의 진수를 보여주는 길 같기도 하다. 흙길을 걸으며 시원하고 서늘한 숲속에서 찬 기운이 나오는 것 같다. 또 목교를 건넜다. 사장교(斜張橋) 형식의 다리를 건넜다. 계곡 가장자리로 이어진 데크로는 산속으로 연결되어있다. 이 길을 따라가면 신선의 세계로 이어지는 것 같다. 또 멋있는 사장교 형식의 목교가 아름다운 소리길의 경관을 돋보이게 해주는 것 같다. 북두칠성을 예향하던 칠성대(七星臺), 무릉도원(武陵桃源)으로 들어가는 무릉교(武陵橋)지나고 나니 가야산 소리길의 제1코스 시종점(始終点)인 탐방지원센터에서 소리 길의 트레킹이 마무리되었다.
가야산 소리길의 시종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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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해인사 소리길 걷다가
에브노말은 역사 속으로 들어가고
여비는 시 속으로 들어가네
참여한 벗 수 만큼
같은 길 가면서도
각기 들어가는 길이 다르고나!
잘 보았습니다. 가슴속이 후련합니다.
좋은 그림 새삼스럽네!
역시 홍류동계곡 동영상을 보니 소리길의 물소리가 들리는 구나...바람소리와 세월이 가는 소리도 들리는것 같고....수고하셨네.....
고운 선생도 소리길에 빠졌다는데 우리 같은 범인들이야 ------.정말 머물고 싶은 곳이구려---.덕택에---감사감사---.
시원하고 상쾌한 마음이야 거기서 직접 느꼈지만
경치의 아름다움은 미처 못느꼇던 부문까지 다시
느껴볼 수 있게 해주네 . 고마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