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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욱의 술 인문학] 콜라보로 이어지는 전통주 시장

세계일보 2022-12-31

지난 15일, 서울의 한 공간에서 열린 흥미로운 행사에 참여했다. 바로 소맥바라는 이름의 믹솔로지 팝업 스토어. 소맥바라고 한다면 소주와 맥주를 섞는 폭탄주가 생각되지만 기존의 스타일과는 완전히 다른 콘셉트였다.

바로 전통주와 매칭한 소맥이라는 것. 안동소주, 이강주, 서울의 밤, 추사 사과 증류주 등 40여 종의 전통주를 활용해 만든 신개념 소맥이었다. 그래서 소맥바라는 이름도 단순히 소주와 맥주가 아닌 ‘So Make Bar’. 편하게 만들어 마시는 바라고 볼 수 있는데 주인공을 전통주로 한 것이다.

기획한 인물은 장효정씨와 임수아씨. 20대로 이뤄진 이들이 추구한 것은 소맥이라는 모두가 아닌 이름을 통해 한국의 전통주를 널리 알리고자 하는 것이었다. 결국 전통주와 소맥의 콜라보레이션이라고 볼 수 있다.

왼쪽부터 윈터 딜라이트, 일취월장, 보은주.

실제로 최근 전통주 시장에서는 이러한 콜라보레이션이 또 하나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전통예술플랫폼 (주)모던한(대표 조인선)과 경북 영덕의 전통주 제조기업 영덕주조(대표 김상호)가 협업한 일취월장 증류주, 전통주 플랫폼 대동여주도와 같이양조장이 협업한 프리미엄 탁주인 딜라이트 시리즈, 그리고 요리 연구가인 이보은씨와 충북 무형문화재 청명주 김영섭 명인이 협업한 프리미엄 막걸리 보은주 등이 대표적이다.

모던한과 협업한 일취월장의 경우 나날이 발전한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지만, ‘일요일에 취하면 월요일에 장난 아님’이라는 해학적인 의미도 있다. 또 사천왕을 라벨에 넣음으로써 전통적 캐릭터도 완성했다.

무엇보다 영덕 지역의 쌀과 사과로 발효 및 증류를 진행, 농업적 가치도 잘 살린 제품이다. 증류주인 만큼 사과를 넣어 하이볼로 즐기기에 무척 매력적이다. 15도, 20도, 30도, 40도로 총 4종이 있는데 30도의 경우 퍼플색을 품고 있어서 2023년도부터 논현동 전 BTS 숙소인 카페 ‘휴가’에서 약 두 달간 전시 예정이다.

대동여주도와 협업한 딜라이트 시리즈는 부르고뉴 와인 병에 담긴 디자인부터 남다르다. 서머와 윈터 버전 두 가지로 과실향 풍부한 고급 탁주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윈터 딜라이트의 경우 쌀, 물, 전통 누룩에 귤이 들어간 제품으로 시트러스한 향이 입맛을 더욱 돋운다. 전통주 초보자에게는 풍부한 과실향으로 즐길 수 있고, 마니아에게는 진하고 깊은 막걸리 맛을 즐길 수 있다.

유명 요리연구가 이보은씨와 협업한 보은주는 오랜 숙성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깊은 풍미와 잔잔한 여운이 특별한 전통주다. 밑술은 구멍떡, 덧술은 충주의 노은찹쌀로 빚은 뒤, 6개월이나 숙성한 제품이다. 이번 농식품부 주최 2022년 우리술품평회에서 탁주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느림의 미학을 품은 맛인 만큼 자극성 작은 궁중요리 등 전통파 한식에 잘 어울리는 제품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컬래버가 트렌드를 이끄는 이유는 전통주가 가진 협소한 시장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10년 전만 해도 전통주는 제사 때의 제주, 또는 명절 선물 정도의 아주 작은 시장이었다. 하지만 다양한 전문가의 손길과 디자인 혁신을 통해 일상의 술로 변해가고 있다. 게다가 지역과 농업적 가치를 담은 가치소비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현재 전통주의 모습이다.

전통은 옛것을 복원하는 것뿐만이 아닌 계승하고 이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면에서 이러한 협업은 전통주를 일상으로 더욱 끌어들였다. 앞으로 전통주 산업에서 협업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