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_사라진 얼굴 ●지은이_하재청 ●펴낸곳_시와에세이 ●펴낸날_2018.10. 10 ●전체페이지 120쪽
●ISBN 979-11-86111-54-3 03810/국판변형(127×206) ●값_ 10,000원
●문의_(044)863-7652, 070-8877-7653, 010-5355-7565 ● 입고_2018. 10. 13.
■ 하재청 시인의 첫 시집 『사라진 얼굴』(詩와에세이, 2018)이 시에시선 15번으로 출간되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큰 관심과 애정 부탁드립니다.
■ 약평(표4)
내가 입학한 지방대학에서 만난 많은 학우들 가운데 하재청 형은 단연 빛나는 발군의 재사였다. 우리들 20대 초반의 그 유치하고 치기어린 언어와 사유를 훨씬 뛰어넘는, 70년대 유신 시대의 문학과 암흑시대의 역사에 대한 본질적 사유와 폭넓은 통찰력은 늘 감탄과 경외의 대상이었다. 당연히 그의 학문과 문학에 대한 전도도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이제 첫 시집 『사라진 얼굴』을 펴낸다. 너무 늦었다. 청년기 그 빛나던 재능을 오랜 교직에 다 묻은 듯하다. 경쟁과 성적 제일주의, 학벌주의로 일관하는 오늘의 교실에 대해 안쓰러움, 분노와 그 분노를 해결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자학과 연민, 그러면서도 결코 끈을 놓지 않는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 이 시집 전편에 녹아 있다. 이것은 바로 평소 그의 곧고 순결한 정직성이 시의 언어로 온전히 전화된 것이어서, 이 시집을 읽는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_김용락(시인)
하재청 시인의 첫 시집을 펼치는 순간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학교라는 무대와 학생이라는 배우들이다. 이 무대에서 시인은 교사로서 얼마만큼 자신의 역할을 다했는지에 대한 반성(反省)과 회한(悔恨)을 시집 전편에 깔고 있다. 이 무대에는 결코 고함치거나 통곡하는 일 없이 무언극처럼, 조용한 모노드라마처럼 교육 30년이 잔잔하게 펼쳐진다.
『사라진 얼굴』은 첫 시집이지만 교단 30년을 정리하고 묶은 것으로, 처음이란 이름을 단 ‘에필로그’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시집은 시인의 지난 시간에 대한 반성문이면서 또한 우리 교육현실에 대한 직시이기도 하다. 상대방을 설득하거나 이해시키는 목소리는 윽박지르는 고함이 아니라 늘 낮게 깔리는 조용조용한 목소리임을 상기하면 시인의 이 낮은 목소리는 얼마나 오랫동안 자신의 가슴속에 묵히고 익힌 마음인지 우리는 쉽게 알게 된다. _성선경(시인)
■ 차례_
시인의 말·05
제1부
매일 자는 아이·13
투명한 아이·14
소녀들·15
사라진 얼굴·16
사물함·18
반성문·19
기출전문가·20
기출전문가의 거리·21
책 무덤·22
복도·23
빈 의자·24
칠판·25
푸른 교실·26
운동장·27
아쿠아리움 3관·28
어떤 죽음·29
상장·30
제2부
순한 자리·33
끝에서 두 번째·34
호명·36
액자 속의 친구·38
학교 종이 땡땡땡·40
바닥·42
토요일 오후·44
유통기한·45
오독의 거리·46
표창장·48
어느 서식지·49
안내방송·50
선택형 인간·52
운동장 돌기·54
푸른 제단·56
오아시스표 화분·57
물음표·58
제3부
투명 유리 집·61
문상·62
틈·63
사라진 계단·64
선생님 전상서·66
잃어버린 책·68
소계동 소망교회·70
그놈의 목소리·72
빛의 초원·74
구도의 손·75
안개 바이러스·76
해수탕·77
입학사정관·78
모자에 얽힌 기억·80
검은 꽃·82
어떤 우주에 대한 관찰일기·84
하얀 꽃들·85
그림자가 두렵다·86
제4부
그 자리·89
빙하시대·90
냉동인간·92
6인승 봉고차·94
눈사람·96
뼈·97
이사·98
혓바늘·100
마흔·101
폭설·102
그해 오월·103
봄비·104
우기·105
아버지의 외출·106
오늘 같은 날은·107
아버지의 밥그릇·108
딴지를 걸다·110
시인의 산문·111
■ 시집 속의 시 한 편
바닥을 쓸면서 잊어버렸던 얼굴을 찾았다
포대기 하나 덮어쓰고 사라진 얼굴
아무도 그가 누구인지 모른다
온몸에서 눈물을 짜내며 요란하게 울던 그를
이제 누구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늘 거기에 있었다
담았던 바람을 다 쏟아내는 날
새로 바람을 온몸에 담기 위해
검은 자루 속으로 사라졌을 따름이다
그는 지금 바람을 몸에 담고 있는 중이다
거리를 활보하는 바람을 담으며
새로운 꿈을 꾸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바람을 몸에 담아 힘껏 짜내면 눈물이 난다
한 번 힘차게 울기 위해서 그는 오늘도 바람을 모으고 있다
울음이 다 빠져나간 포댓자루 하나 허공에 펄럭인다
참 이상한 일이지, 잘못 배달된 것인가
아무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누가 나를 여기에 두고 떠났는지 모르겠다
―「사라진 얼굴」 전문
■ 시인의 말
한 매듭을 지어야 할 때가 되었다.
많이 늦었다.
시간 속에서는 명징한 것도 영원한 것도 없다.
그런데도 인간들은 참 용렬하기 짝이 없다.
마치 우리는 정지해 있는데 세월만 흘러간 것 같다.
어느 날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저만치서 손짓하고 있다.
미안하게도 그 손짓을 보고 첫 시집을 준비한다.
이렇게 속살을 드러내어
타성적인 윤기를 드러낸다고 생각하니
애잔하기 그지없다.
함께 하지 못한 등단작을 비롯한 많은 작품들과
우리 아이들 단, 적, 비, 연, 수에게 미안하다.
그리고 이제 사랑하는 손녀 지유의 앞날을 꿈꾼다.
앞으로 그 꿈을 내려놓지 않을 작정이다.
지유의 교실과 의자를 새로 만들고 싶다.
2018년 가을
하재청
■ 하재청
경남 창녕에서 태어났다. 계명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2004년 『시와사상』으로 등단하였다. 2018년 진주제일여고 국어 교사 퇴직 후 현재는 고향의 푸른 집을 지키면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