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편지」
-11월의 산타
쿵!
형님!
가요!
문밖에 소리가 있어 내다보니 올해도 어김없이
11월의 산타가 다녀갑니다.
1톤 포터 썰매에 이십 킬로 쌀자루가 한가득 실려있습니다.
올해는 벼멸구병으로 농사도 시원찮았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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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명(鹿鳴)
‘사슴 록(鹿), 울 명(鳴)’
먹이를 발견한 사슴이 함께 나누기 위해 다른 사슴들을 부르는 울음소리가 녹명이다.
대개 짐승들은 먹이를 발견하면 혼자 먹고 남는 것마저 숨기기에 급급한데,
사슴은 울어 울어 친구들을 불러 함께 나눈다.
녹명은 저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자 하는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는 아름다운 말이다.
형님!
문밖에서 부르는 소리가 있어 나가 보니 마을 후배가 20킬로 쌀 포대를 마루에 부려 놓는다.
추수했으니 햅쌀 맛 좀 보시라 내려놓고, 잠깐 들어오라 불러도 손사래 치며 서둘러 다음 집으로 간다.
해마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루돌프 사슴 썰매 대신 1톤 포터를 몰고 골목길을 오가는 마을 산타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라는 사슴 울음소리는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햅쌀 자루 메고 와서 부르는 후배의 “형님” 소리가 바로 녹명이 아닐까!
- 섬진강 / 김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