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서 추수할 때라는 말이 나올 땐, 열매를 맺어 그 결실을 거둬들이는 것에 대한 의미로 쓰여서 하나님께서 구원하신 영혼들을 거둬들인다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심판을 통해 멸하신다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오늘 본문의 33절은 바벨론을 향한 심판과 징계를 의미하면서 타작마당과 추수 때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곡식이나 과실나무의 열매가 익어가서 때가 되면 추수하듯이 바벨론을 심판하고 멸하실 때가 다가왔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34절부터 35절까지의 말씀은 이스라엘(유다)이 바벨론을 향해 하는 원망의 말입니다. 바벨론의 느부갓네살이 유다(이스라엘)를 침공하여 멸망시킨 것과 유다(이스라엘) 백성을 포로로 끌고 간 것에 대한 여러 묘사들인데, 이러한 바벨론의 만행(蠻行)을 규탄(糾彈)하면서, 이러한 폭행과 학대가 바벨론에게도 돌아가길 바라는 이스라엘(유다) 백성의 간구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유다) 백성의 이러한 간구를 하나님께서 들으시고 바벨론에게 보복하시겠다고 말씀하십니다(36절). 바벨론의 바다를 말리고, 바벨론의 샘을 말리겠다고 말씀하십니다. 바벨론의 바다라는 표현은 거대한 바다와 같은 바벨론이라는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벨론의 거대함과 풍족함을 말리시겠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바벨론의 건물들이 다 무너져 내려 돌무더기로 변하고 야생동물의 거처가 될 정도로 황폐하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37절). 바벨론은 젊은 사자, 새끼 사자처럼 소리 지르지만(38절), 그들은 어린 양과 숫양과 숫염소가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것처럼 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40절). 바벨론이 한창 흥겨워서 잔치를 벌이고 취해있는 그 때에 하나님께서 쳐서 영원히 멸망하게 할 것이라고 예고합니다(39절).
바벨론은 한때 근동(近東) 지역을 호령하던 강력한 제국이었습니다. 사람들에게 우러름을 받고, 자랑거리가 되었던 바벨론이 황폐하게 될 것입니다(41절). 41절에 나오는 세삭(שֵׁשַׁךְ, Sheshach)은 바벨론을 가리키는 일종의 암호와 같은 표현입니다. 마치 바다의 파도가 넘쳐 바벨론을 휩쓸어 가듯이 무너질 것이고(42절), 완전히 황폐한 땅이 되어 아무도 살 수 없는 땅처럼 멸망할 것이라고 예고하십니다(43절). 하나님께서 바벨론의 신(神)인 벨(בֵּל, Bel)을 벌하실 것이고, 더 이상 벨을 숭배하는 자가 없게 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44절). 벨은 마르둑(מְרֹרַךְ, Marduk)이라고도 불리는 바벨론의 우상입니다.
인간은 종종 자기만의 거대한 제국을 쌓아 올립니다. 때로는 물질로, 때로는 명예로, 때로는 권력으로, 때로는 지식으로, 때로는 자기 의(自己義)로 자신을 드러내고, 자신을 지탱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들을 쌓아 마치 성벽을 쌓듯이 거대한 제국을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을 의지하는 자들은 결국 그 모든 것들이 허망한 것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오직 우리가 의지할 분은 하나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결말은 하나님의 손 안에 있습니다. 그렇기에 자기만의 성벽을 쌓고, 자기만의 제국을 만들어 가면서 그것에 매몰(埋沒)되어 있으면 하나님을 무시하면서 교만하고 오만해지기 쉽습니다. 내가 의지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해 보고, 그것을 주님 앞에 내려놓고 주님만 의지하는 삶이 되길 소망합니다. (안창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