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멀리 가운데는 오대산 비로봉과 호령봉
畫裏當年見五臺 언젠가 그림 속에서 오대산을 볼 때에는
掃雲蒼翠有高低 구름을 쓰는 푸른 봉우리 높았다 낮았다 하더니
今來萬壑爭流處 지금 오매 골짝마다 물이 다투어 흐르는 곳에
自覺穿雲路不迷 구름을 뚫은 길이 낯설지 않은 것을 스스로 깨닫겠네
ⓒ 한국고전번역원 | 김달진 (역) | 1968
―― 진화(陳澕), 생몰년도 미상, 고려시대 문신), 「유오대산(遊五臺山)」
▶ 산행일시 : 2022년 1월 29일(토), 맑음
▶ 산행인원 : 4명
▶ 산행시간 : 4시간 50분
▶ 산행거리 : 이정표거리 10.9km
▶ 갈 때 : 신사역에서 신사산악회 버스 타고 운두령으로 감
▶ 올 때 : 계방산주차장에서 신사산악회 버스 타고 신사역으로 옴
▶ 구간별 시간
07 : 00 - 신사역
09 : 48 ~ 09 : 55 - 운두령, 산행준비, 산행시작
10 : 17 - 1,124.2m봉
10 : 45 - 1,180.6m봉
11 : 24 - 1,292.8m봉, 전망대
11 : 49- 계방산(桂芳山, 1,579.1m)
12 : 03 - ┣자 갈림길 안부
12 : 15 ~ 12 : 55 - 주목 군락지, 점심
14 : 00 - 임도, 돌탑 2기
14 : 15 - 윗삼거리, 오토캠핑장
14 : 45 - 계방산주차장, 산행종료
16 : 00 - 서울로 향하여 출발
17 : 57 - 신사역, 저녁 후 해산
2. 구글어스로 내려다본 산행로
우리나라 남한에서 특히 높은 산이 많은 평창과 그중에서 으뜸인 계방산에 대해 산악인이자 학자이고 문장가
이기도 했던 김장호(金長好, 1929~1999)가 그의 명저 『韓國名山記』(1993)에서 ‘계방산(桂芳山)’에 대하여 소개
하는 내용은 자못 흥미롭다. 다소 길지만 그 첫 부분을 인용한다.
“산 많은 한반도에서도 그 중 높은 산이 많은 고장을 남한에서 대라면, 누구나 강원도 평창을 꼽는 데 이의가
없을 것이다. 얼마나 높은 산이 많은가, 실지로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살펴보면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으니, 둘
레 146만 평방킬로를 차지하는 평창군 안의 이름난 산들 16개의 높이만 합쳐도 21,576m, 에베레스트를 근 2개
반, 그리고 백두산을 근 8개를 솟구쳐 놓은 높이가 되니 말이다.
우선 명주군과의 경계에 오대산(1,563.4m), 노인봉(1,388.1m), 선자령(1,157.1m), 정선군과의 사이에 가리왕산
(1,560.6m), 중왕산(1,376.1m), 영월군과의 어간에 백덕산(1,350.1m), 횡성군과의 짬에 태기산(1,261m), 홍천군
과의 임계에 계방산(1,577.4m)으로 울타리를 둘러치고 있을 뿐 아니라, 군 영역 안으로 또 황병산(1,407.1m), 발
왕산(1,458.1m), 회령봉 주봉(1,324.3m), 흥정산(1,276.5m), 남병산(1,149m), 백석산(1,365.6m), 잠두산
(1,243.2m), 금당산(1,173m)이 어깨를 들먹이며 솟아있는 그 16개 산들의 평균고도만 해도 1,350m를 넘으니,
이만한 높이의 산 하나도 못 가진 도가 한반도에 수두룩한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우두머리는 계방산이다. 계방산은 평창군의 주산일뿐더러, 남한에서도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덕유산 다음으로 5번째로 높은 산이다. 그런데도 이 산은 그렇게 널리 알려져 있지 아니하다. 까닭은 두 가지로
풀이된다. 그 하나는 이웃하는 오대산의 명성에 가려 놓였기 때문이다. 높이로야 이 산이 분명이 14m나 더한데
도, 이 산을 찾는 이가 드물 뿐 아니라, 그 이름을 아는 이부터가 많지 않다. 이름난 사람 옆에 있으면 손해를 본
다더니 계방산이 그 꼴이다.
둘째는, 그 경관이라곤 없는 무뚝뚝한 산세 때문이라 할 것이다. 그저 턱없이 높기만 하다 뿐, 거기에 기이한 봉
우리가 솟아있는 것도 아닌, 그렇다고 골짜기에 아기자기한 천석(泉石)이 수려하지도 않은 것이다. 흡사 강원도
사람을 닮아 덤덤하고 무던하여 속으로 후덕스러우면서도 겉으로 뽐내는 구석이 없다.”
3. 계방산 등로 북사면, 눈이 깊다
4. 등로 주변
5. 보래봉과 그 오른쪽 아래는 불발현
6. 왼쪽 멀리는 가리왕산, 오른쪽은 거문산과 금당산
7. 멀리 가운데는 백덕산
8. 앞쪽은 보래봉
9. 오른쪽 멀리는 백덕산, 맨 왼쪽은 거문산
10. 멀리 가운데는 방태산 주억봉, 구룡덕봉
11. 멀리는 왼쪽은 귀때기청봉, 그 오른쪽은 대청봉
12. 소계방산, 그 오른쪽 뒤는 소대산
오랜만에 안내산악회인 신사산악회를 따라간다. 45인승 버스가 모두 찬다. 정확히 07시 정각에 신사역을 출발
한다. 산행대장님의 말씀, 차안에서 반드시 지켜주셔야 할 두 가지로, 첫째는 음식물 섭취금지이고 둘째는 정숙
유지라며, 위반이 2회 반복될 경우 강제로 하차시키겠다고 한다. 그리고 소등한다. 그간 산행을 장거리는 열차
또는 우등버스 등으로 다녔던 터라 꽉 찬 버스 안이 비좁아 옴죽 딸싹하기조차 어려우니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운두령(雲頭嶺). 고개 높이가 해발 1,086m로 우리나라 남한에서 국도가 지나는 최고 높이의 고개라고 한다. 고
갯마루의 주차장은 물론 주변도로의 갓길까지 차량들이 빼곡하니 들어찼다. 아울러 계방산을 오르려는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자칫하면 일행을 놓치겠다. 괜히 바빠진다. 서둘러 산행준비를 마치고 절개지 긴 데크계단
을 오른다. 예전에 여기를 오를 때는 108계단이었는데 지금도 그런지 세어보았다. 87개다. 아무런 의미 없는 숫
자다. 데크계단 위로 돌계단이 예닐곱 개 더 있으나 보태도 별 의미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인파에 떼밀려간다. 긴 행렬이다. 내 걸음으로 가는 게 아니라 남들 걸음으로 간다. 정신이 혼란스럽다. 더러 빙
판과 잘 다져진 눈길이 나오지만 오르막이라 아이젠을 차지 않았다. 미끄러운 데를 지날 때는 엎어질 듯하며
쫓겨 오르니 발걸음 스텝이 꼬이고 거친 숨은 때 이르게 가빠진다. 1km 오른 1,124.2m봉이 금방이다. 한 피치
슬로프를 길게 내렸다가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된다. 등로 약간 비킨 눈밭에서 첫 휴식한다.
계방산이 오대산국립공원에 편입된 것을 이제 비로소 안다. 입산주 탁주를 마시려는데 4인조의 국공이 지나면
서 우리를(노란 양재기였을 것이다) 보고는 음주는 안 된다고 누누이 당부한다. 내가 최근에 계방산을 간 때는
5년 전 여름이었다. 그때는 무박으로 광대평에서 계방산 북릉으로 올랐다. 그때는 장대비가 내렸고 하루 종일
안개가 자욱하여 주변을 자세히 살필 수가 없었다. 계방산이 오대산국립공원에 편입된 때가 2011년 1월이라고
한다.
벌써 계방산 정상을 올랐다가 내려오는 사람들도 있다. 오르막은 1,180.6m봉에서 잠깐 멈칫하고는 급피치 올
린다. 기다란 행렬을 이루며 몰려가던 사람들은 많이 흩어졌다. 그래도 씩씩대며 오른다. 바람은 불지 않지만
대기는 차디차다. 안으로 젖고 밖으로는 언다. 등로 왼쪽 북사면은 설원이다. 눈이 깊다. 여느 때는 일목일초마
다 상고대 서리꽃이 장관이었는데 오늘은 피지 않았다. 흔히 계방산을 겨울 산이라고 하여 즐겨 찾는 이유로
산정을 온통 하얗게 뒤덮은 서리꽃을 보기 위해라고 한다.
그러나 계방산은 서리꽃 대신 다른 훌륭한 볼거리를 준비했다. 조망이다. 1,492.8m봉은 너른 데크 전망대다. 가
깝게는 설산인 계방산의 듬직한 위용을 한 눈에 볼 수 있고, 그 북릉의 장릉으로 이어지는 소계방산은 가슴을
뛰게 하고 발싸심하게 한다. 일망무제로 펼쳐지는 산첩첩 물겹겹 가경에 취해 너도나도 환호한다. 이런 풍광을
눈앞에 두고는 타인이 없다. 초면이라도 마주치면 바로 친해지고 서로 득의의 표정으로 웃는다.
13. 계방산
14. 멀리 가운데 오른쪽으로는 오대산 비로봉과 호령봉
15. 계방산 동릉 1,549.9m봉
16. 멀리 왼쪽은 발왕산
17. 가운데가 보래봉
18. 멀리 왼쪽은 치악산, 그 앞 오른쪽은 태기산
19. 발왕산
20. 가운데는 금당산과 거문산, 멀리 오른쪽은 백덕산
21. 멀리 왼쪽은 가리왕산
22. 멀리 가운데는 치악산, 그 앞 오른쪽은 태기산
계방산 정상이 눈앞이다. 0.8km. 아껴 간다. 눈부신 설원이다. 이제는 걸음걸음이 경점이다. 등로 옆 잡목 숲 비
켜 좌우의 원경을 기웃거리며 간다. 이윽고 계방산 정상이다. 웬 사람들이 길게 늘어섰는가 했더니 정상 표지석
과 인증사진을 찍으려는 줄이다. 우리는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사방 조망을 즐긴다. 이럴진대 계방산이 우리나
라 한 가운데에 위치한 산이 아닌가 한다.
동으로는 황병산, 노인봉, 오대산 연봉이, 남으로는 발왕산, 가리왕산이, 서로는 치악산, 백덕산이, 북으로는 설
악산 대청봉, 귀때기청봉이 하늘금을 이룬다. 사방 이만한 조망을 준비한 산으로도 계방산은 우리나라 남한의
산과 봉 5,200개 중 제5위로 오르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눈이 어질하도록 보고 또 본다.
점심때가 되었으나 계방산 정상에서(국립공원이라니) 여러 무리 중에 섞여 먹기가 불편하다. 하산하다가 도중
에서 먹기로 한다. 귀경버스 탑승시간이 15시 40분이라고 했다. 저녁은 서울에서 먹기로 한다. 이러니 우리만은
신사산악회와 별도로 산을 더 오래 타다가 장평에서 늦은 버스를 타거나, 평창으로 가서 열차 타고 귀경할까도
적극 검토했으나, 1년 섣달 오늘만은 제발 성질 좀 죽이자는 다수의 의견에 따르기로 한다.
계방산에서 하산하는 길은 두 갈래다. 곧바로 남릉을 타고 주차장으로 가는 길. 4.8km다. 다른 하나는 계방산
북동릉 1,549.9m봉 오르기 직전 안부에서 오른쪽 골짜기로 주목군락지를 거쳐 가는 길. 6.8km다. 우리는 북동
릉 쪽으로 간다. 더 긴 거리여서라기보다는 그쪽의 설경이 너무 고와서다. 비록 짧은 시간이겠지만 지난날 우리
가 즐겨 찾았던 소계방산, 소대산을 더 오래 보고 싶고, 오대산의 장엄한 전경에 눈을 쉽사리 떼기 어려워서다.
아이젠을 맨다. 완만한 슬로프로 변한 데크계단을 뽀드득뽀드득 내리고 1,560m봉을 올랐다가 길게 내린다. 바
닥 친 안부 ┣자 갈림길은 산행교통의 요충지다. 직진은 먼저 왼쪽의 소계방산으로 이어지고, 조금 더 가서는
오른쪽 계방지맥을 타고 영월로 가게 되고, 계속 가면 한강기맥 오대산 두로봉으로 간다. 다행히 그쪽으로는 출
입금지라며 막았다. 목책 너머 수북한 눈길 또한 조용하다. 더 가고 싶을 마음고생 던다.
주목군락지를 지난다. 하나같이 살아 천년은 됨직한 노거수다. 목책 둘러 가깝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왼
쪽의 양지바른 사면에 일단의 등산객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우리는 그 옆으로 멀리 비켜 자리 편다. 오늘
은 비닐쉘터를 치지 않는다. 그리 춥지도 않거니와 아까 계방산 직전 너른 눈밭에서 비닐쉘터 친 등산객들을
국공이 사진 찍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버너 불 약하게 하여 조심스레 어묵과 떡사리에 이어 라면 끓인다.
아무렴, 국립공원이라서 더 맛 난다.
골짜기는 슬로프로 변했다. 어쩌면 울퉁불퉁한 돌투성이인 이 길을 눈으로 포장했으니 고속도로 다름 아니다.
미끄럼을 타고 내리는 등산객들의 재미난 기성이 골짜기를 울린다. 계류는 아직 동면중이다. 계류 빙판 건너고
건넌다. 임도와 만나고 너른 광장 가장자리에 돌탑 2기가 있다. 그중 1기 앞에는 인도의 불교 성지인 보드가야
를 참배한 자은대율사(慈恩大律師, 1911~1992)의 근영을 모시고 있다.
대로를 간다. 오토캠핑장 지나고 (아무런 볼거리가 없음으로) 잰걸음 하여 삼거리 주차장이다. 14시 45분이다.
한낮이다. 서울 가는 버스시간은 1시간 가까이 남았다. 어째 산행을 하다가 그만 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주차
장 아래 비닐하우스 막걸리 집에 들러 메밀전병을 안주로 하산주 마신다.
23. 멀리 왼쪽이 치악산, 앞 능선 안부는 불발현
24. 계방산 정상 표지석과 인증사진을 찍으려는 등산객들
25. 멀리 가운데는 오대산 비로봉과 호령봉, 오른쪽은 노인봉
26. 멀리 가운데는 황병산, 왼쪽은 노인봉
27. 소계방산, 멀리 왼쪽은 설악산 대청봉
28. 계방산 정상 표지석에서 약간 오른쪽에서 기념사진, 멀리 가운데는 오대산
29. 멀리는 오대산 연릉
30. 가운데는 소계방산
31. 뒤돌아본 계방산 정상
32. 소계방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