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이념의 시대는 지났다고 합니다. 가두투쟁과 격렬한 시위행위와 같은 것은 케케묵은 낡은 것이라, 고이 추억의 벽장에 넣어두고 이제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들 하죠.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은, 우리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나라들이, 그들의 가장 고통스럽고 격한 시절에 얼마나 끈덕지게 싸워왔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누군가는, 미국의 시위에서는 공권력에 대한 도전은 발포로서 대응한다면서, 우리 공권력이 너무 무르다는 얘기를 합니다. 그러나, 그는 미국이 집회와 시위에 대해서 얼마나 관대한지, 시민의 저항을 나라가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는지, 60년대 말에서 70년대 초에 걸쳐 벌어진 인종평등과 반전을 위한 민중적 저항이 미국 공권력에 얼마나 큰 흔적을 남겼는지,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에 폭발한 민중의 분노가 1991년 LA를 휩쓸면서 어떻게 미국 시민들의 거국적인 저항을 불러일으켰는지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노동운동이나 진보운동의 이념이 얼마나 낡아빠진 것이냐며, 소련이 망한 이후 오늘날까지도 그러한 주의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 어리석다는 취지의 얘기를 합니다. 그러나 그는, 비록 세계의 추세에 저항할 수 없이 보수화의 흐름을 따라가면서도, 그러한 "낡아빠진 노동운동이나 진보운동의 이념"에서 출발한 수 많은 세계의 정당들이 아직까지도 자기의 색깔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결코 포기할 수는 없는 마지막 선을 유념하고 있으며, 이전 시대에 그러한 것을 두고 피터지게 싸워서 쟁취한 결과 결코 간단히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민주사회를 만들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침묵합니다.
누군가는, 조직화된 저항운동 및 사회운동의 방법론은 이제는 더 이상 통하지 않으며, 새로운 시대에 맞춰 새로운 선진국형 사회운동을 펼쳐야 한다면서 개별적 NGO 운동이나 인터넷 운동과 같은 새로운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방식을 쓰고 있는 보다 앞서나가는 나라들에서도 여전히 "구식"의 운동이 통용되고 있으며, 결정적으로 양보할 수 없는 사안에 대해 투쟁을 해야 할 필요성이 생기면 거리로 뛰어나와 주저하지 않고 싸울 각오를 하는 시민층이 탄탄히 형성되어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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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우리 나라에서도 칼자루가 국민들에게 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국민이 자신의, 자신만의 안위 이상의 것을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요즘와서 드는 생각은, 힘들게 쟁취한 그 칼과, 어렵게 배운 그 생각들을 우리는 너무나도 어이없이 포기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그 단초는 '문민정부'라는 시절에서부터 출발했더랬지요. 70년대와 80년대를 거쳐 너무나도 힘들게 싸워온 탓인지, 이제 군사정권과 인연이 없는 '문민'의 정부가 들어섰다는 것에 그냥 그대로 '이젠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해버렸나봅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문민정부'의 배신을 그대로 지켜보고만 있었습니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 "노동쟁의"가 커다란 뉴스거리가 될 정도로 거대한 규모의 투쟁이 벌어지던, 지금으로부터 10~20년 전의 그 시절, 다시 한 번 핍박받는 사람들이 들고 일어났을 때 국민은 냉담했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1999년이 지하철 파업. 위험한 노동조건의 개선, 기본임금 및 고용의 보장, 안전조치의 강화 등의 이슈를 들고 지하철이 파업에 들어갔을 때 일제히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리던 '시민'들의 비난입니다.
기다리니까 짜증나겠죠. 출근에 늦으면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고요. 하지만, 그러한 것을 위해서 정비시간이 미비한 전철을 과로상태에 있는 기사들이 운전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던 것일까요. 집회장소로 정해진 한 대학교에서, 강제해산을 위해 경찰들이 정문을 그대로 뚫고 들어오기 시작했을 때.. 난생 처음으로 그런 무서운 자리에 서있으면서 잔뜩 겁을 먹고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어째서 이런 기막힌 일에 대해서 시민들은 그저 짜증만 보내고 무관심했을 뿐인지, 혼란스러워했던 기억도 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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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지 않는 자에겐 미래가 없다고 하죠. 우리는 지난 20년의 어느 한 순간부터, 스스로 미래를 포기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 결과 우리에게 남은 것은...
인텔리 몇 명의 말장난으로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고, 사회정의와 형평성의 원칙에 어긋난다 할지라도 경제논리만 내세우면 무엇이든 원하는대로 폐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정부...
몇 번이나 속고 깨지면서도 한 표를 보태주고, 스스로의 이익에 정면으로 반하는 주장을 하는 정당을 좋다고 뽑아주는 시민들...
집에 돌아와서는 자기 자식들에게 누구에게든 속이고, 사기치고, 훔치는 한이 있어도 돈만 잘 벌면 된다는 졸부됨을 가르치고 있는 부모들...
그리고 무례와 무식과 천박함이 몸에 밴 채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버릇없는 아이들입니다.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한 자는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시 겪을 수 밖에 없다고 하던가요. 잠깐의 달콤한 시절에 그대로 게을리 퍼져버린 우리들의 죄로 인해 가장 크게 고생하게 될 것은 우리 후손들이라는 것을 생각을 하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자식들에게 고개를 들 수 없게 될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네.
결국에는, 지금 이 상황은,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지울 수 없는 우리의 탓입니다.
우리 모두는, 전적으로 지금 이 상황을 만들어낸 바로 그 사람들의 공범입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소리높여 그들을 탄핵함으로서 우리 자신의 부끄러운 죄를 감추려고 하고 있습니다.
첫댓글 그렇습니다....
시놉티콘이론에서... 민주주의는 피감시자의 적극적인 행동에서 성립한다던데...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 적극적인 행동은 결국 투쟁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서구유럽에서 그래왔듯이요. 사실 이번 정부 정말 얼마 못버틸 것 같았습니다. 쥐님께서 친히 멍석펴고 방석깔아주고 평탄화작업까지 다 해주시길래 전국적으로 운동이라도 일어 날 줄 알았습니다만...왠걸요.헐헐 요즘 답답합니다.
할말없음...(묵념)
한 가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극빈층과 사전적 의미가 아닌 실제 중산층에서 이른바 "보수진영"이라는 쓰레기들이 내놓는 정책을 지지하고 이에 반대하면 나라가 망하게 만드는 빨갱이들로 보는 성향입니다. 대체 이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조금만 생각을 해봐도 자신들의 처지개선에 반하는 정책들인데 왜 이들을 지지하는 이유를 도저히 알 길이 없습니다.
인류에겐 다시한번 고통이 재림해야된다고 생각되는....
우리는 패배하지 않았습니다. 언젠가는 6월 항쟁처럼 촛불도 다시 살아날겁니다. 촛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습니다. 촛불에 관심을 가져 주세요.
촟불거품론에 공감하고 있는중입니다. 가장 날카로운 칼을쥐고 휘두를수 있는날 20%도 안되는 투표율이라면.....
그정도 갖고 촛불거품론을 말하긴 성급하지 않습니까? 그건 서울시에서만 치루는 서울 교육감 선거였고, 선거당일이 휴일도 아니고 마감시간도 8시까지라 직장인들이 대거 참여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반면, 전국에서 치루어진 6.4 재보선 결과에서 한나라당이 압도적으로 패배한 것을 본다면 다수의 국민들이 참여하여 정부의 국정운영 문제점들을 환기시켜 온 촛불집회가 나름 성과와 의미가 있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강력한 대중정당, 대안정당이 필요합니다. 현재의 정당구도로는 시민들에게 아직 남아있는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과 변화에 대한 열정을 표출시킬 수 있는 출구가 없습니다. 새로운 정당을 준비해서 선거경쟁의 장에서 보수일색의 정당체제를 꺽어내야 합니다.
제가 늘상 하던 생각을 잘 정리해주셨군요.. 고맙습니다.
2010년에 있을 지방자치단체장선거가 분수령이 되겠죠 그때도 한날당이 승리한다면.............
그래서 고대로 당하고 있습죠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