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우夢雨
박철웅
비가 내리나 봐, 소리가 들려, 후드득 후드득 떨어지는 소리, 누군가 창문을 노크하는 것 같기도 하고 숨소리 같기도 한 빗소리. 눈을 감으면, 어느 공원 벤치에 앉아 사색에 물든 소년이 생각이 나, 오늘은 아버님 산소 꿈을 꾸었어, 둥그런 묘지 위, 하늘이 열리듯 덮개가 열려 있었어, 처음부터 무언가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아니야, 꿈 때문이야, 다시 일어서고 싶은 목소리일까, 한 번쯤 다녀가라는 말씀일까, 복권이라도 사라는 메시지일까, 여러 갈래의 생각이 뒤틀려, 떨어지는 빗소리에게 물어볼까, 하늘에서 내려왔으니 알고 있지 않을까, 비는 그러겠지, 잠 못 이루는 밤에는 술 한 잔 마시듯 수면제 반 알 드시라고, 그러고 보니 모두 내 안의 언어구나, 내 안에 소년 하나 들어와 적막하다고 울부짖는 건, 할 일이 없기 때문이고, 혼자 여행을 떠나지 않기 때문이고, 꿈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려 그려, 우리는 공기처럼 존재하고 있는 거야. 끝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내 안의 소년도 전율을 느껴, 온몸의 힘이 빠지는 거야. 소풍이 끝나면 나는 떠나고 내 안의 내가 영생하는 것일까, 비가 내린다. 똑. 똑. 가슴을 두드리며 내리는 비. 일어서자, 우산을 쓰고 빗소리 반주하는 낭만의 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