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철 개인전
도자화(陶磁畵)양식의 회화성(繪畵性)
그가 철화자기를 택한 이유는 불의 조화와 철화의 조화로 이루어내는 묵직한 맛에 더하여,
도자기 표면에 그려 넣는 문양 일반이 다갈색과 적갈색의 색감뿐만 아니라,
수묵의 번짐이나 농담의 변화, 정교한 혹은 거친 붓자국 까지도 그에게 허락하는 가능한 표현매체이기 때문이라 한다.
글 : 김인환(철학박사·미학전공)
[2011. 5. 25 - 5. 31 인사아트센터]
[인사아트센터]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T.02-73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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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외모에는 “충만하여 그만 둘레야 그만 둘 수 없는 예술적 충동이 흘러넘친다. 그런 모습의 그를 닮아 있는 그의 작품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것은 곧 장인정신과 예술정신이 만난 심미적(審美的)인 감성의 장(場)인 것이다. 그는 그림과 도자기 작업을 겸하는 작가다. 관련된 원리를 정확하게 이해함으로써만이 제작(制作, poiesis)해 낼 수 있는 도예작업(곧 태토 만들기, 물레 성형, 형태 성형, 건조, 초벌구이, 무늬 그리기, 시유, 가마에 넣기, 번조(燔造), 가마에서 꺼내기 등등)에 그의 화가로서의 그림세계를 유감없이 쏟아 붐으로써, 그는 그의 지극한 신체의 생명력을 미적(美的)으로 현현(顯現)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의 그림과 도자기와의 접목에 대한 시도는, 작가 자신의 말에 따르면, 질료인(質料因)의 영구성에 대한 사유(思惟)의 검토에서 비롯되었다하며, 이것을 박용숙님은 ‘도자화 양식’이라 일컬은 바 있다. 곧 ‘도자화 양식’이란, 단순히 ‘도자기+회화’가 아니라 ’도자와 회화가 결합되는 독특한 한국적인 컴바인 양식의 작품‘이라고 규정했었다. 그렇다면 그의 ‘도자화 양식’의 독자성은 어떨까? 그는 주로 철화자기를 빗어낸다. 그가 철화자기를 택한 이유는 불의 조화와 철화의 조화로 이루어내는 묵직한 맛에 더하여, 도자기 표면에 그려 넣는 문양 일반이 다갈색과 적갈색의 색감뿐만 아니라, 수묵의 번짐이나 농담의 변화, 정교한 혹은 거친 붓자국 까지도 그에게 허락하는 가능한 표현매체이기 때문이라 한다. 필자가 보기에 오만철의 경우, 도자기 본질로서의 포름(form)의 독자적인 성형은 물론이려니와, 화가로서의 그의 역량은 도자의 옷에 해당되는 문양 일반을 그려내는 회화성에 그의 탁월한 감수성이 있다하겠다.
그의 도자화에 나타나는 회화세계는 시정과 향토적 정감이 가득하다. 곧 그가 도면에 그려낸 그림들은 그의 숙련된 기법에서 기인된 것이긴 하지만, 동시에 그가 미적인 관조의 태도로써, 자연의 생명력을 포착한 데서 기인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상기해야만 할 것이다. 그는 그의 이러한 회화적 감수성과 더불어, 때로는 기물을 비균제적인 파형의 포름으로써 제작해내기도 하는데, 바로 그의 이러한 제작능력의 상태는 도자기의 본질이 형태에 있음을 간파한 것이며, 이는 형태와 무늬가 상호 연관됨으로서 비로소 하나의 도자기의 생명을 창조해 낼 수 있는 예증인 것이다. 이러한 근거들을 들어 필자는 그의 ‘도자화 양식’의 독특한 일단을 보여주는 점이라 지적하고자 한다. 오만철에게 있어 ‘도자화 양식’은 그의 철저한 장인정신과 풍부한 예술정신이 만나는 하나의 영원성이 제시되는 일종의 화폭인 것이다.
예술에 있어서의 현대성이란 무엇인가? 예술에 있어서의 현대성이란 예술 사상과 방법에 있어 일부러 과거와의 자각적 계획적인 절연과 새로운 표현형식을 탐구하고자 하는 경향을 말한다. 그의 평면작업의 현대성에 대한 검토가 다각도로 이루어짐과 동시에, 그가 그의 화폭 일반에, 미의 보편성으로서의 한 단계 걸러진 그만의 본질적인 이미지를 담을 수 있는 균형점을 취할 때, 그의 개인 양식은 고양되어서 전범으로서의 하나의 시대양식으로 될 수 있으리라 보인다. 필자는 오만철의 철저한 장인적인 역량과 심원한 예술정신이라면, 그의 평면작업이든 도자화양식이든 그의 예술세계에 있어, 진정한 의미의 만남의 장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