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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규 | 지역재단 사무국장
지난 4월30일, 충남 예산군 덕산면 시량리 박광수씨 댁에서 지난해에 있었던 ‘지역개발리더십육성과정’의 수료생 제1회 모임이 있었다. 몇일 전부터 계속된 김병화 회장님의 압력과 협박(?)을 받고 어렵게 시간을 냈다. 전날 있었던 고향(경남 하동)행사에 참석했다가 아침 일찍 출발하여 최근 구례의 어느 폐교를 임차해서 새로운 둥지를 튼 떠돌이 소리꾼 친구에게 들려 오랜만에 해후를 하고, 다시 장수군의 고향발전모임 개소식에 들려 지인들과 반가운 인사를 마친 후 전주와 군산을 거쳐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홍성IC에서 빠져나와 예산군 덕산에 도착하니 오후 5시가 훌쩍 넘었다. 아침부터 하루종일을 자동차에 시달렸지만 반가운 얼굴들을 보니 피곤함이 말끔히 가셨다.
덕산은 윤봉길의사의 출생지로서 마침 윤봉길의사를 기리는 지역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충의사 앞 광장과 윤의사의 생가, 그리고 ‘도중도’ 광장에서 개최되고 있는 이 축제 역시 여느 축제와 마찬가지로 전국에서 모인 각종 야바위꾼들이 관람객들과 함께 어울려 돗뙈기시장을 방불케였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동북아의 평화를 기원하는 한중일 국제풍물놀이(?)는 매우 의미있는 행사로 여겨졌다. 각국의 고유한 타악기를 연주하면서 하나로 어울리는 이 놀이패들의 마음속에 무슨 국경과 민족, 이념의 차이가 있겠는가 싶었다. 이들처럼 산다면 독도문제와 교과서 왜곡문제, ‘동북공정’이 왜 필요하겠는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공연이 끝날 무렵이어서 아쉬움이 있었지만 윤봉길의사의 생가와 기념관 등을 들려 박광수씨로부터 여러 가지 설명을 들었다. 참석자의 일부는 읍내에서 열리는 벤처농업박람회에 참관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과 합류하기 위하여 최종 모임장소인 박광수씨 댁으로 이동하였다.
경남 하동에서 녹차재배를 하는 김병화 회장님, 경남 남해에서 양봉을 하면서 여성농업경영인회 경남도부회장을 맡고 있는 이명숙 부회장, 경기도 하남에서 여주로 귀농하여 농사준비에 바쁜 하재정 총무을 비롯하여 경기도 포천에서 ‘상황먹인 흑돼지’ 농장을 운영하는 김성철씨 부부, 전북 순창군청의 공무원으로 재직 중인 김정균씨 부부, 전남 광양의 백운산 밑에서 산촌마을종합개발사업을 추진해 나가고 있는 황상보씨, 전남 곡성 죽곡의 조합장을 역임한바 있는 조형래씨, 충남 태안의 별주부마을을 주도해 나가고 있는 김생기씨 부부, 인천 강화에서 순무가공으로 신지식인과 벤처농입인으로 지정된 권국원씨 그리고 이곳 덕산에서 약초재배를 하면서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을 추진해 나가고 있는 박광수씨 부부가 참석했으며 지역재단에서는 나와 정봉연간사가 찬조출연을 하였다.
김병화회장의 간단한 인사와 각자 소개가 있었지만 오랜만의 봄나들이에 모두들 들떠 있어서인지 아니면 끼니를 넘긴 시장기 때문인지 오늘 모임의 의미나 목적 등에 대한 진지한 토론은 생략된 채 각자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끼리끼리 얘기 꽃을 피웠다. 흑돼지농장을 하는 김성철씨가 맛있는 상황먹인 흑돼지고기를 준비해 왔고, 김정균씨는 직접 제조한 ‘설동주’와 산머루술을 가져왔으며, 집주인인 박광수씨는 손수 재배한 각종 약초쌈(두릅, 가시오가피순, 엄나무순, 더덕순, 도리지순, 씀바귀, 상추 등)을 푸짐하게 준비해서 참석자들의 입을 즐겁게 해주었다.
참석키로 약속했던 몇몇 사람들이 불참하기는 했지만 농사준비에 한창 바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서로를 잊지 않고 참석해준 모든 분들의 성의가 참으로 놀라웠다. 또한, 비공식적인 모임이고 휴무일인데 불구하고 자리를 함께 해 준 예산군청 오수남 산업과장의 고마움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물론, 행사를 준비하고 애써준 회장님과 총무님, 그리고 장소를 제공한 박광수씨의 노력에 특별히 감사의 마음을 담아 박수를 보낸다.
사실 이번 모임의 목적은 예산에서 열리는 ‘벤처농업박람회’에 관심이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박람회참관 겸 수료자들간의 친목도모에 있었다고 생각된다. 작년 12월 초 교육종료와 함께 헤어진 후, 오랜만에 이러한 만남의 기회를 갖는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즐겁고 의미 있는 자리임에 틀림없다. 고된 농사일에 시달리다 이렇게 경상도에서, 전라도에서, 강원도에서, 경기도에서 충청도까지 봄나들이 한번 하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가. 그것도 부부가 함께하니 더욱 아니 그러하겠는가. 즐거운 나들이, 반가운 해후, 맛있는 식사, 흥겨운 노래방 거기에 더해 주변에 수덕사와 덕산온천까지 있으니 모두들 오랜만에 생활의 찌든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 버렸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밤늦게 아니 새벽에 고속도로를 달려오면서 마음 한구석에 아쉬움이 남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오랜만에 만나 그동안의 안부를 묻고 반가움을 나누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쁜 시기에 먼 길을 달려왔으니 좀더 의미 있는 자리, 무엇인가 얻어 갈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나 혼자만의 생각이었을까. 각자 자기지역의 문제를 토로하고 지역사업의 추진과정에서 겪고 있는 애로사항을 주고받으며 각자의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서로에게 힘이 되는 그런 자리가 되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회장단에서 좀더 치밀하고 목적의식적인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다음 모임이 언제 어디에서 열릴지 모르겠지만, 지난 교육과정에서 공부하고 익힌바 대로 지역의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스스로 고민하는 지역리더로서의 자세를 잊지 말고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는 그러한 모임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원해 본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지역재단이 무언가 의미있는 동반자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