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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 이용석 편집장]
SBS가 올 2월 초부터 일부 드라마 재방송에 자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주목된다.
최근 종영된 법쩐을 비롯해서 트롤리, 모범택시 시즌2 등 시청률이 높은 대표적인 드라마 재방송에 SBS는 자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공중파에서 방영되는 드라마에 자막을 입혀 공식적으로 송출된 것은 우리나라 공중파 드라마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SBS에서 자막 서비스로 송출되었던 드라마들. 왼쪽부터 법쩐, 트롤리, 모범택시 시즌2. ⓒ SBS 티저유튜브 방송 갈무리
SBS가 드라마 자막 서비스를 공식으로 제공하는 배경에는 국내에서 제공되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이하, OTT)들이 제공하는 자막 서비스의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OTT 중에서 특히 넥플릭스는 국내 동영상 서비스 시작과 동시에 자막 서비스를 제공해 디지털 접근성이 미비한 국내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무엇보다 넷플릭스 자막은 단순히 배우들의 대사를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배경음이나 등장인물의 동작 등 상황 해설을 함께 제공한다. 최근에는 오디오 화면 해설과 폐쇄자막(Closed Caption, CC) 서비스, 애플리케이션과 웹사이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기를 통해 제공함으로써 미디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이에 최근 국내 OTT들도 자막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업체 중에서 가장 많은 콘텐츠를 스트리밍하고 있는 콘텐츠웨이브의 경우 자막 서비스를 제공하는 콘텐츠는 약 9만편으로, 2018년 5만여 편보다 거의 두 배가량 늘어났다. 티빙 역시 영화, 예능, 해외 시리즈 84개 작품(에피소드 기준 1200여 편)에 자막 서비스를 입혀 스트리밍하고 있다.
이 같은 자막 서비스의 확대는 청각장애인에 대한 ‘배리어프리(Barrier-free)’ 서비스 목적도 있지만 비장애인 시청자들의 자막 수요에 따른 현실적인 대응이라는 의견이 많다. 최근 국내 드라마가 장르화되면서 소재가 다양해지고 전문 영역을 다루는 비중이 높아진 만큼 정확한 내용 전달을 요구하는 시청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방송사들의 대응이라는 것. 또한 사전 제작을 통해 방영분이 미리 정해져 자막 서비스 작업 여건이 용이해진 것도 이유다.
지난 2021년 10월 방송통신위원회는 ‘소외계층을 위한 미디어 포용 종합계획’을 통해 시각장애 및 청각장애, 발달장애를 가진 미디어 소외계층의 포용 조성 방안을 내놓기도 했지만 자막 서비스 등에 대한 업계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또한 지난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완주 국회의원은 OTT 플랫폼이 자체 제작 콘텐츠를 제공할 경우 장애인을 위한 한국수어·폐쇄자막·화면해설도 함께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한 바도 있지만 그 대상을 OTT에 한정한 만큼 최근 SBS의 자막 서비스 제공과는 무관하다. 정책보다 민간의 수요에 따른 방송국의 자발적인 판단이 앞서가는 모양새다.
이번 SBS의 드라마 재방송 자막 서비스가 MBC, KBS 등 다른 지상파 방송사로 이어질지, 혹은 본방송으로 확대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OTT와 달리 지상파는 이용자가 자막 설정을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막 서비스의 일괄적 도입은 자칫 자막없이 시청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자막 제공으로 인한 편의성이 시청자들의 인식으로 확산되고, 수요도 점차 늘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두 지상파 방송사의 자막 서비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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