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5일은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철회투쟁 천일이 되는 날 이었다.
그 전 주 주말에는 3차 희망텐트가 있었다.
짬을 내 평택으로 갔다. 무궁화호를 타고~
도착하니 많은 깃발들이 보이고, 일단 밥을 못 먹어서 역앞 식당엘 갔다.
밥을 먹으면서도 깃발이 행여 멀어질까 대오가 출발하지 않을까 노심초사.
밥을 다 먹고도 일행이 화장실을 간 사이 기다리다가, 밖에서 콜밴공연이 시작되길래 얼른 뛰쳐나와 사진을 찍었다.
▲ 평택역 앞에서 공연중인 콜밴
콜트콜텍하면 딱 떠오르는 게 고3 수능 끝나고 실용음악학원을 다니던 시절이다. 그 때 원장선생님이 콜트 기타를 하나 갖고 있었는데, 국산이고 가격대비성능이 좋다고 얘기를 했었다. 그 때 그 쌤이 기타를 잘 쳐서인지 기타가 좋아서인지 기타소리가 참 좋았었고 콜트콜텍은 '기타를 잘 만드는 회사'라고 기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몇 년후 한 주간지를 통해서 콜트콜텍 투쟁에 대해서 소식을 들었고, 그 기타 만드는 노동자들이 해외악기박람회에 원정을 다니며 부당한 정리해고를 알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RATM의 톰모렐로가 한인타운에서 콜트콜텍 노동자들을 지지하는 소규모 공연을 했던 것도 신선한 충격 이었다. 톰모렐로는 내외신을 통해서 지지의 뜻을 밝혔고, 실제 OEM 발주(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브랜드 기타들이 실은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손으로 만든 것임)를 하는 펜더사에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다고 들었다.
기타이야기와 꿈의공장을 통해서 콜트콜텍 노동자들을 만났고, 그래서인지 직접 만난 것은 아닐지라도 늘 친근한 느낌이 있었다. 문화노동자들의 끈질긴 연대로 콜트콜텍 투쟁은 세상에 많이 알려졌고, 또 노동자밴드까지 결성하게 되었다. 기타 만드는 노동자들이 직접 기타를 치고 노래를 한다고 하니 얼마나 멋진가! 재능1500일 투쟁 때 처음으로 콜밴을 봤고, 한 눈에 반했다. 잘한다기보다 묘한 매력이 있달까.
(콜트콜텍은 대법원에서 반쪽의 승리를 얻었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콜트는 승소, 콜텍은 파기환송 되는 이상한 판결)
집회는 생각보다 길었고, 다행히도 행진은 밥을 다 먹고서도 한참을 지난 후에야 시작 됐다.
드디어 간다! 평택역이 워낙 그늘져 추웠는데 움직이기 시작하니 들썩들썩 움츠렸던 몸이 신이 난다. 탬버린과 캐스터네츠를 치며 동요를 부르면서 흥겹게 ^^
사진으로만 보던 엄청난 길이의 현수막도 보였다. 뭔가 지나가는 행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면서 동시에 대열을 정비해 주는 기능(?)이 있는듯 하다.
▲ 비정규직 정리해고 없는 세상을 향한 희망 발걸음 "노동자는 일회용품이 아니다!"...라고 적힌 대형현수막
한참을 가다가 잠시 주유소 화장실이 보여, 미리 볼일을 보자는 생각으로 줄을 섰는데 변기가 하나밖에 없는터라 한참을 기다리고 대오를 놓쳐 버렸다. 뛰기도 하고 빨리 걷기도 하고 쫓으려고 애를 썼지만 결국 따라잡지 못 하고 평택공장 도ㅋ착ㅋ
우선 도착해서 짐을 풀고 밥을 먹었다. 여전히 진보신당 밥차가 밥을 분주히 준비하고 있고, 또 한 쪽에서는 먹을거리들을 판매하는 다른 차도 있었다. 뚜벅이들을 위해 준비한 도시락도 하나 챙겼다. 나도 오늘만큼은 뚜벅이니까!
뭐, 1차 때 먹은 곰국만큼은 아니지만 어쨌든 적당히 배부르게 맛있게 먹고. 노동자참가단 텐트 앞에서 불을 쬐고 있으니 집회가 시작됐다. 1부 집회는 대충 정치인들 한명씩 올라와서 선거유세 하는 분위기로다가 ㅋ 좀 재미없게 진행이 되었다.
저런 뻔한 소리 들으려고 이 추운 날 내가 평택까지 왔더냐! 흥! 싶었지만 2부가 되니 그나마 1부의 빈정 상했던 마음이 싹 가실 정도로 신나는 무대들이 이어졌다.
특히, 몸짓선언 ㅠ_ㅠ "길, 그 끝에 서서"등등.. 마음 속에서부터 뭔가 부글부글 투쟁심을 불러 일으키는 저들의 선동.
좋쿠나 *_* "오길 잘했어. 차비 안 아까워! 좋아!"라고 연신 외치며...
막판에 이름모를 젊은이들이 나와서 한바탕 뒤집어 놓기도 했다. 무대 바로 앞 쪽으로 사람들이 뛰어 나가서 방방 뛰고 원을 그리며 돌고 춤을 추는데, 나도 저 대열에 간절히 끼고 싶었지만.. 여기가 어딘가, 쌍차가 아닌가? 조금은 쓸데없을지도 모르는 엄숙주의와 이성이 나를 말렸다. 알게 모르게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던 사람이 많지 않았을까.
▲ 뒤늦게 공장에 도착 했을 때, 정문 쪽에서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다. 나중에서야 안 일이지만 뚜벅이들이 진입을 시도 했다고 한다.
▲ 순회투쟁을 해서 하나씩 모은 희망열매를 주렁주렁 매달아 만든 나무!
▲ 소원지를 새끼줄에 매달고 있는 모습. "쌍차 정리해고 철회, 투쟁!"
▲일군을 무리들을 무대 앞으로 소환(?)했던 젊은이들.
무대가 다 끝나고, 어디선가 횃불이 하나둘씩 나타나면서 공장을 둘러 싸라고 했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점령인가!
물론, 진짜 점령은 아닐지라도 두근두근... 갑자기 나타난 횃불에 경찰들은 혼비백산.
별 사고는 없었다. 공장을 쭉 둘러싸고 있다가 몇 번의 구호를 외치고 다시 정문 쪽으로 모여서 희망이라는 글자에 불을 붙였다.
활활 잘도 탄다. 고전적이지만 이런 퍼포먼스가 좋다.
▲ 횃불로 공장 점령(?)중.
▲ 활활 타고 있는 모닥불 너머로 "노동자 민중 생존권 말살 자본가 정권 박살내자"라는 전철연의 플랜카드가 보인다.
1차 때처럼 죽음의 한파는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그래도 여전히 평택은 춥기만 했는데, 좀 따뜻한 잠자리를 찾아서 쌍차텐트 쪽으로 갔는데 한 조합원이 자기 차에서 자라고 문을 열어준다. 괜찮다고 했더니 후문 쪽에 컨테이너에 데려다 줘서 어쨌든 편하게 잠을 청하고 다음 날 늦잠을 잤다 -_-; 일어나서 부랴부랴 공장으로 돌아오니 마무리 집회는 거의 끝나고 천막도 철거중이다.
어쨌든 이렇게 평택에서의 이틀이 무사히 지나간다. 와서 먹고 놀기만 한 것 같지만 그래도 이렇게 떠들썩하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쌍차투쟁에 마음을 모아주니 참 다행이다.
쌍차는 77일간의 영웅적 투쟁을 했던 곳- 많은 사회적 타살이 있었던 곳- 곧 승리해야 할 곳.
투쟁이 끝나지 않았다.
▲ 후문에서 정문 쪽으로 돌아오는 길에 봤던 눈에띄는 간판. 원주민의 권리를 생각하는 공인중개사일까? 아니면 단지 이름이 원주민?
▲ 마무리 집회중.
▲ 전날밤 봤던 희망열매나무에 열매들이 터트려 졌다. 저기 써 있는 소원들이 꼭 이뤄 지기를!
다녀오고 그 다음주, 15일은 쌍차투쟁 천일을 맞이하는 날이었다. 전국 동시다발 일인시위를 진행했고, 부산에서도 총 세 군데에서 일인시위를 했다. 나와 민지는 동대신동 대리점으로! 그리고 투쟁연대 차원에선 이미 8일부터 매일 1인시위를 하고 있었다.
여러 사정들로 평택을 가지 못 하는 동지들은 쌍차 대리점 앞에서 정리해고의 부당성과 쌍용차 자본의 사회적 타살을 알려내는 시위를 이어 나가고 있었다.
▲ 불과 며칠 전 21번째 죽음 소식이 있었기에, 피켓에는 21이라는 숫자가 새겨져 있다. 신호가 걸려 있는 곳에 서 있으니 생각보다 많은 운전자들이 관심을 가진다. 비록 1인시위이긴 하지만 전국동시다발로 곳곳의 대리점에서 마음을 담아 1인시위를 하니 이것도 무시 못 할 힘을 가지는 것 같다.
https://cafe.daum.net/2010bac/CPVD/907?q=1%EC%9D%B8%EC%8B%9C%EC%9C%84%20%EA%B0%84%ED%8C%90
첫댓글 '내가 왜 너 때문에.'라고 생각하라.
당신의 신경을 건드린 사람은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고 있는데,
그 사람 때문에 당신이 속을
바글바글 끓인다면 억울하지 않은가.
내가 왜 당신 때문에 속을 썩어야 하지?'
그렇게 생각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