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놈이 밑줄 그어온 곳은 뚝뚝, 이었다.
이게 무어지?
작은놈이 땅바닥에 막대기로 글씨를 썼다.
(꽃이 떨어지는 소리.)
소리?
(움직이는 것들에게선 소리가 나.)
어떻게 알아?
(귀에 들리는거야.)
들린다구?
큰놈은 적막한 제 귀를 쓸쓸히 만져보았다.
큰놈은 하늘을 가로지르는 움직이는 기러기를 보았고 저새는 무슨 소리를 내는가, 물었다.
작은놈이 또 막대기를 집어들었다. 포르르, 라고 썼다가 작은놈은 휘저어내렸다.
그런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큰놈이 포르르, 를 느끼겠는가.
작은놈은 기러기 날아가는 소리를 땅바닥에 적었다가 지웠다.
(그리운 소리.)
이후 큰놈은 소리를 듣는 게 아니라 작은놈이 써주는 대로 읽었다.
큰놈은 움직이는 것만 보면 물었다.
물은?
(헤어지는 소리.)
뱀은?
(눈이 감기는 소리.)
때까치는?
(대문 여는 소리.)
바람은?
(잠깨우는 소리.)
.
.
.
살아가는 것이 슬픈 생각이 든다.
당신도 그러겠지만 슬퍼도 당신은 그에 버금가는 힘을 가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