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별일 없는 주말이면 가까운 북한산을 찾곤하는데
한가지 궁금증이
아침 일찍 집을 나서 숨가쁘게 산을 오르다 보면
휘적 휘적 동네 산보하듯 내려오는 산꾼들을 적잖게 만나게 된다.
예전에는 대개가 새벽잠 없을 법한 나이 지긋한 사람들이었다면
요즘에는 힘넘치는 아주 젊은 청년들도 더러 보이는 것이다.
도대체 저들은 언제 산을 찾았기에
이슬도 마르지 않은 이른 아침에 산을 내려 오고 있는 것일까?
지난 토요일은 비가 꽤 내렸고
어제 일요일은 쾌청예보이니 그 궁금증을 풀어 볼 절호의 기회였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거의 변함없는 딸네의 주말 격주 방문,
손주들을 떼놓고 나만 좋자고 달랑 산행을 나서기엔
묵직하게 걸리는 그 무엇때문에 고민을 하다가 눈을 뜨니 새벽 4시경이다.
'그래! 일찍 다녀와서 놀아주면 되지~'
5시가 되기 전에 고물차를 끌고 우이동을 향한다.
인터넷정보에 의하면 우이동 도선사쪽 백운탐방지원센터 주차장이 무료이면서
아침 7~8시전에 도착하면 운좋을 때 자리가 있기도 한다니
이 시간이면 주차자리가 충분하겠지 하면서도
우이동 종점을 지나 도선사방향으로 언덕길을 올라가며 불안감이 엄습한다.
혹시라도 자리가 없으면 어쩌나~
마지막 턱을 올라서며 주차장에 도착하는 순간! 헉? 만차다 !
새벽 5시 30분이 되지 않은 이 시간에.....
가득찬 주차장을 난감함으로 한바퀴 도는데 한귀퉁이에 짠~나타나는 빈자리 한개.
이게 무슨 일인가하며 차를 대고 배낭을 메고 탐방로 입구로 나서니
도선사쪽 교통정리를 돕는 나이 지긋한 모범기사분이 말을 건넨다.
"오늘 재수가 좋았수~"
" 유일하게 그 자리 빈지가 15분 됐는데 그 옆 이중주차한 차들은 전부
딱지를 끊을거유~!"
도대체 여긴 몇시에 와야 자리가 있나 물었더니 새벽 3시에도 어떤 때는 만차란다.
어쩌면 비온 다음날이라 일출을 보러 더 많은 사람들이 온건 아닐지...
산을 얼마쯤 오르니 역시나 벌써 내려오는 사람들이 꽤 있다.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하산하는 사람,
그 새벽에 재잘재잘 즐거운 젊은 사람들,
그리고 요즘엔 외국인들도 많이 보인다.
시작 30분이 너무 힘들어 하루재에서 숨을 돌리고
낙석위험으로 문닫은 백운봉암문에서 스틱을 넣고
평소와는 다르게 아주 한가로운 백운대를 오르니 7시가 채 되지 않았는데
그래도 적지않은 사람들이 운해가득한 풍경을 담느라 여념이 없다.
평소 거의 남에게 부탁 안하는 사진 찍기를 두어 번이나 부탁하고
기대보다 더 멋진 풍경을 잠시 홀리듯 감상하고 하산시작.
좀 무리하게 하산을 했는지 집에 도착하니 아침 8시 30분이 되었는데
현관문을 살며시 열고 들어서니 조용한 집안에서
쇼파에 앉아 할머니와 이마를 맞대고 쫑알대던
홀로 일찍 깬 막내손주가 활짝 반긴다.
어쩌면 새벽산행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까?^^
첫댓글
빈자리 한 곳,
모범택시 기사 말씀대로
재수 좋은 날이네요.
우리나라 곳곳에는
'내가 제일 먼저 도착했을꺼야'는
생각으로 끝날 뿐입니다.
워낙 부지런한 사람이 많아서...^^
기분 좋은 새벽등산을 마치고
손주 돌보는 것
부인과 change 해야겠네요.
즐거운 하루되셔요.
근데요.
저 새벽에 누군가 바위에 누웠습니까?
@콩꽃 즐겁고 건강한 한 주일 되세요^^
힘들게 산꼭대기에 올라와서 눕기 좋은 바위에 누워
하늘을 맘껏 즐기는 중일겁니다.^^
@콩꽃 백운대 바로 아래 마당바위엔 늘 사람이 많아
북적입니다. 심지어 겨울에도 해바라기 하는
사람들이 많답니다 ^^
@앵커리지 아~ 저는 옛어른들이
찬바위나 더운 바위에
누우면 큰일 난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하... 비 온 뒤 펼쳐지는 절경을 보셨네요.
부럽습니다 ^^
저는 현충일 북한산 백운대로 향하는데 낙석으로
산성입구에서 백운대 가는 길이 통제되더군요.
꿩대신 닭이라고 원효봉 다녀왔습니다.
새벽산행은 한 때 저의 일상과도 같았습니다.
남들이 산행 시작할 때 하산하는 기분은 해 본 사람
아니면 모를 겁니다.
길은 한동안 통제 될 것 같습니다.
남들이 산행을 시작할 시간에 하산하는 기분은
시험 끝낸 학생처럼 왠지 우쭐(?)하는 기분도 살짝 들더군요 ㅎㅎ
새벽 산행도 많은 사람이
하고 있나 봅니다.
그 시간에도 주차장이 만차인 걸
보면요.
남자들은 괜찮겠지만
여자들은
새벽 산행 무서울 것 같아요.
몇 년 전에 새벽 산행하다
흉기에 찔려 죽은 여성이
생각납니다.
조심해야겠지만 사고가 난 산은 인적이 많지 않은 길이었구요.
북한산은 여자들 비율이 만만치 않습니다.^^
저는 몇 년 전에 아내와 이른 아침 북한산에 오르다가
커다란 멧돼지가 앞에서 뛰어 오르는 걸 본 후 부터는
그 곳을 지날 때마다 머리 끝이 서곤 합니다.
바로 코앞에서 보니 덩치도 크고 엄청 무섭더라구요^^
그 새벽에 이슬 맞고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은 무장공비 아닐까요 ?ㅎㅎ
참 부지런들 하십니다
저는 새벽에 밥 벌러가니 이슬 맞으며
산에 오를 팔자는 아니 되나 봅니다 ㅋ
ㅎㅎ 아마도 일출을 보러 오신 분들인가 봅니다.
요즘 같아선 오후에 친구와도 한참 통화했지만
새벽에 밥벌러 이슬맞으며 나가시는 분들이 부럽습니다.^^
필담님~
너무너무 반갑습니다.
수필방에서 자주 뵈었으면 좋겠어요.^^
@제라 에고 반겨주심에 감사 드립니다
날씨가 더워지네요
건강 하게 여름 나셔야 합니다아~~^^
멋진 새벽산행 하셨군요.
부지런도 하십니다.
산행하기 위해 갔는데
주차장은 만차이고 도로까지
길게 일렬로 주차된 차들을 보면
난감하기 그지 없지요.
여기서는
노고단이 가까워서 성삼재에 주차하고
올라가면 좋은데
늘 만차라서 엄두를 잘 못낸답니다.
작년에 때깍수로 한자리 나와서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요.ㅋㅋ
격주로 만나는 손주들 하고
잘 놀아주시는 둥실님 좋은 할아버지시네요.^^
무릎고장으로 산행을 포기했던 친구가 한동안 열심히 운동하더니
엊그제 노고단에서 찍은 사진을 올렸더라구요.
자기 말로는 쉬운 곳이라 슬슬 올랐다는데
예전에 아내랑 성삼재서 종주할 때 올라보니 쉽지만은 않은 곳이라고
칭찬 많이 해줬습니다.^^
산행하고 오후에 공원가서 놀아주려니 졸려서 그냥 돗자리에 누워 쉬었습니다.ㅎ
북한산을 여러번 올랐지만 한번도 새벽에 오르지 못했는데....,
이렇게 멋진 운해를 볼 수 있는 곳이군요.
나도 꼭 한번 실행하고 싶습니다.
저도 이렇게 이른 시간은 첨입니다.
다음엔 좋은 날 잡아서 일출산행에 도전해볼까 합니다.^^
백운대 모습과 북한산의 운해...
둥실님 덕분에 참 오랜만에 봅니다.
서울은 가까이에 등산하기 좋은
산이 빙 둘러 있어 참 좋습니다.
비 온 담날이라곤 하지만 이렇게 멋진 풍경을 볼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북한산은 집에서도 가깝고 집 앞에 버스도 있어 다니기 수월한 편입니다.^^
사진이 넘 멋있어요~
정말 다들 부지런도 하시네요
그 새벽에 북한산을..
저도 북한산, 좋아합니다~~~^^
비 온 다음 날이라 혹시나 기대를 하고 간건데
의외로 아름다운 풍경을 누렸네요.
시간이 일러서 사진 찍느라 줄서지 않는 것도 좋았구요^^
낙석위험으로 일부분을 폐쇄해서 많이 아쉽네요.
새벽 산행을 즐기는 분들이 그렇게 많다니
놀랍네요.
이슬 머금은 숲
청량한 새벽 공기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입니다.
그 청량한 새벽공기에도 많은 땀을 흘리며 올랐지만
뜻밖의 풍경에 감사한 마음으로 다녀왔네요.
요즈음은 젊은 친구들도 많이 보여 흐뭇합니다.
하산길에 마주친 열 살 정도의 사내아이와 아빠의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더군요.
좋은 날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