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전쟁이다. 반세기 최고의 선수로 선정된 '아트사커'의 지휘자 지네딘 지단을 필두로 토티, 베컴, 앙리, 피구, 발락, 라울 등 이름만 들어도 환상에 젖어들게금 만드는 스타들을 한무대에서 모두 만날 수 있다. 비교우위를 따진다는 것 조차 무모하리만큼 화려하다.
모두 자국 우승의 짊을 어깨에 지고 있는데다 개인의 자존심을 지켜내기 위하여 다들 분주한 모습들이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비록 명성은 떨어지지만 이번 대회를 발판 삼아 자신의 존재를 널리 알리려는 예비스타들 또한 뺴놓을 수 없을 터. 호시탐탐 반란의 기회만을 노리고 있다.
피날레와 함께 어떤 선수가 웃게 되고, 아니면 울게 될런지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데. 본선 개막 시점에서 그 주인공들을 포지션별로 살펴본다.
- 파비앙 바르테즈 (프랑스) 현재 시점에서 가장 예감이 좋다. '뢰블뢰 군단' 골리가운데 단연 No.1으로 이번대회 역시 프랑스의 전경기에 함께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소속팀(맨체스터)에서 신예 하워드에 밀려 마르세유로 임대되는 수난을 겪었지만 최근 그가 보여 준 플레이는 전성기로 평가되는 98 월드컵 당시의 모습과 비교해도 큰 손색이 없을 정도라는게 전문가들의 평가. 마지막 실전 리허설을 겸한 몇차례의 평가전에서 완벽한 선방으로 팀의 무패행진을 이끌었다.
- 올리버 칸 (독일) 2002 월드컵 '야신상'에 빛나는 세계최고 레벨의 골키퍼. 허나 본선을 앞둔 시점에서 걱정된다는 의견이 일고 있다. 긍정적인 반응보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는 것. 루마니아에 5실점을 허용하며 1-5 완패에 한 몫한데 이어, 약체 헝가리와의 경기에서도 또 다시 2골이나 내주며 팀 연패에 일조했다. 최근의 부진은 물론 유로 2000에서의 암울한 기억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중요한 시기. 탁월한 카리스마와 리더쉽은 그의 장점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순간적인 센스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볼에 대한 집념과 투지는 본선 참가 368명의 선수들 가운데 단연 최고로 인정된다.
- 지안루이지 부폰 (이탈리아) '카테나치오' 수비라인의 최후 보루. 조별예선 8경기 4실점이라는 기록이 그에 대한 평가를 대신한다. 차츰차츰 성장세를 타더니 20대중반에 들어선 현 시점에서는 세계최고라는 수식어까지 서슴없이 붙고 있다. 안정적인 방어를 펼치는 것이 최대 장점으로 꼽히고 있으며 여기에 나이보다 뛰어난 노련미까지 추가된다. 최근에는 소속팀 유벤투스가 부폰을 노리는 구단들이 늘어나자 서둘러 2008년까지 재계약 하는 등 평가 또한 급상승 중이다. 파르마에서 유벤투스로의 이적당시 기록한 5,529유로의 몸 값은 당분간은 깨어지기 힘든 역대 골키퍼 최대 몸 값으로 남아있다.
- 데이비드 제임슨 (잉글랜드) 시먼의 은퇴 이후 '축구종가'의 골문을 맡았다. 촉망받는 신예 커클랜드까지 부상으로 출전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경쟁상대 없이 대회 내내 골문을 지킬 전망. 이미 삼십대를 훌쩍 넘어서고 있는 나이를 감안한다면 이번 대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크다. 조별예선에서는 일단 충분히 자기 몫을 해냈지만 본선에서의 성공여부는 의문. 6년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이안 워커와 리즈의 젊은 골키퍼 폴 로빈슨이 제임슨을 보좌할 것으로 보이지만 백업치고는 중량감이 떨어져 어깨가 무거울 수 밖에 없을 터. 안정적인 방어를 펼치며 공격수와의 각을 좁히는 능력이 뛰어나다.
- 이케르 카시야스 (스페인) '스타군단' 레알 마드리드의 최후방에 위치하는 주인공이다. 지난 대회에서 부상당한 카니자레스를 대신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몰리나에 밀려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2002년 월드컵을 기점으로 '전차군단'의 후방을 책임지고 있으며 '백전노장' 카니자레스와 신예 아란주비아가 그의 뒤에서 기다릴 리저브로 확정됐다. 위치선정 장악능력이 특히도 탁월하며 판단력과 순간 민첩성 또한 뛰어나 조만간 세계 최고의 위치까지 올라 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그 시기가 이번대회일지도 모르는 일.
- 옌스 레만 (독일) 올리버 칸을 위협하기에 충분한 위치까지 올라섰다. 아직까지는 칸 쪽으로 무게가 기울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뚜껑이 열리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를 일. 2003/2004 시즌 아스날 무패 우승을 이끈 철벽 방어막이다. 활동폭이 넓어 공중볼에 대해서는 특히도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상대 크로싱의 범위가 그 만큼 좁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 칸에 비해 재빠르고 반경이 큰 것이 무기. 844분 연속 무실점의 주인공이자 떠오르는 신예 티모 힐데브란트와의 경쟁에서는 다소 앞선 듯한 인상을 풍긴다.
- 에드윈 반 데 사르 (네덜란드) 94 미국월드컵 예선전 부터 네덜란드 대표팀의 골문을 지키기 시작해 어느덧 안방마님의 자리에서 10년을 넘겼다. 그만큼 풍부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베테랑. 유벤투스에서 풀햄으로 이적하며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최근 보인 활약으로 비난을 일축했다. 197cm라는 큰 키를 보유하고 있으며 위치선정과 수비라인 리딩에 있어서는 여타 골키퍼들과의 비교를 거부한다. 동갑내기 바테루스와의 주전 경쟁이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점은 그를 초조하게 만들고 있지만 이미 예선에서 8경기(5실점)에 나서 2경기에 나서는데 그친 바테루스에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다.
- 알레산드레 히카르도 (포르투갈) 주최국 포르투갈의 주전 골키퍼다. 한 동안 바이아와의 경쟁구도를 형성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련미에 밀리며 그늘에 가려져 있던 에이스. 몸을 사리지 않는 과감한 선방을 일삼으며 월드컵 이후 바이아의 은퇴와 함께 주전으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굳히고 있다. 킴 이라는 라이벌 골키퍼가 있다는 점 또한 히카르도의 능력 상승을 부추긴다. 히카르도가 월드컵 그라운드를 밟아보지 못한반면 킴은 바이아를 대신해 밟아본 경험이 있다. 하지만 스콜라리 부임이후 과감성과 위기 관리능력이 뛰어난 히카르도를 민첩한 킴에 비해 중용하고 있는 분위기다.
- 프란체스코 톨도 (이탈리아) 유로 2000을 비롯해 국직한 대회에서 아주리 군단의 골문을 맡았던 노장이다. 유로96부터 이번대회까지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면서 완전한 주전으로서의 인상은 남기지 못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늘 백업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기복이 없고 선방 능력 또한 문제될 것이 없어 걱정없지만 부폰이라는 존재에 밀리는 것은 아쉬움. 펠리졸리를 제치고 막판 합류한 페루찌 또한 노련한 선수인지라 2인자의 자리를 놓고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
- 세르게이 오프쉰니코프 (러시아) 로코모티브 모스크바 소속의 노익장. 수염을 덮수룩히 길러 머리를 묶은 모습에서 풍기는 이미지덕인지 '보스'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로만체프 전 감독과의 불화로 2002월드컵에는 나서지 못했지만 야르트세프 감독 부임과 함께 다시 부름을 받아 주전 자리를 다시 확보했다. 적극적이고 활기찬 플레이로 사기를 불어 넣는 스타일의 선수로서 이미 대표 경력만 올 해로 12년째다. 유럽 선수권 또한 96년 영국대회 이후 8년만의 재발탁인지라 감회가 남다를 터.
- 토마스 쇠렌센 (덴마크) 자국에서는 슈마이켈의 후계자로 통한다. 럭비선수 출신으로 강한 킥력을 보유하고 있는 특이한 골키퍼이기도하다. 그렇다고 골키퍼로서의 능력이 떨어진다는 말도 아니다. 위기 대처능력은 물론이고 순간 판단력을 필두로하는 대담성은 타의 추종을 불가한다. 성실하고 기복 없는 '영원한 넘버투' 옌센의 백업 역시 든든하다. 다만 예선 7경기에서 9골이나 허용한 점은 옥의 티.
- 안드레아스 이사크손 (스웨덴) 주전 골키퍼 헤드만의 부상을 틈타 대타로 대표팀에 합류하더니 어느새 주전 자리를 굳힌 듯한 인상까지 남기고 있다. 예선 7경기에 나서 3실점으로 호선방 했다. 2m라는 큰 키를 자랑하고는 있으나 순발력과 민첩성이 떨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그리고 헤드만에 비해 큰 경기 경험이 전무하다. 쇠데르베리-라게르백 공동 감독 역시 이 부분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눈치. 헤드만이 부상 휴유증을 완전히 떨쳐버린다면야 문제될 것이 없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이사크손을 믿는 수 밖에 없기 때문. 제3의 인물인 킬스테드를 대안으로까지 생각하고 있다.
- 요르크 스티엘 (스위스) 뮌헨 글라드바흐에서 활약중인 백전 노장이다. 이번 대회 참가선수 가운데 36세 3개월(68.3.3)로 가장 나이가 많다. 플레이 스타일을 굳이 표현하자면 '파이터형'. 승부욕이 투철해 골키퍼로서의 사명감을 가끔씩 잊어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나이가 들면서 안정적인 플레이를 추구하고 있다. 상황판단이 우수하며 민첩한 동작 또한 한국의 김병지와 흡사하다. 골키퍼라는 포지션적 단점에도 불구하고 자국과 소속팀에서는 늘 스타로서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선수다. 바셀 돌풍의 주역인 쥬베르뷰흘러가 선배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지만 넘기는 힘들 전망.
- 그레고리 쿠페 (프랑스) 탄탄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바르테즈의 그늘에 늘 가려져 있다. 180의 단신이지만 점프력이 뛰어나 공중볼에도 상당한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으며 전체적인 수준 또한 세계적인 레벨의 선수들과 비교해도 손색 없을 정도다. 8년간 리용의 골문을 비우지 않고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이지만 유독 대표팀과는 인연이 없다. 지난 컨페더레이션스컵 당시 그나마 유지했던 자리를 내줬던 미카엘 랑드로가 이번 대회 함께 뽑혀 바르테즈의 백업을 위한 경쟁을 펼쳐야할 판국에 놓였다.
- 안토니오스 니코폴리디스 (그리스) 99년부터 지켜 온 그리스 대표팀의 안방마님이다. 파나티나이코스의 골키퍼이기도한 니코폴리디스는 공중볼 장악에 탁월하며 수비라인을 지휘하는 능력은 탑레벨의 수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지역예선에서는 8경기에나서 스페인, 우크라이나 등을 상대로 4실점하며 본선직행을 견인했다. 또 한가지 재밌는 사실이 있다. 2m의 큰 키로 백업 골리를 맡고 있는 콘스탄티노스 살키아스의 프로필을 살펴보면 황당하다. 바로 니코폴리디스와 같은 팀인 파나티나이코스 소속의 선수라는 점. 클럽과 대표팀에서 나란히 지원사격하고 있다.
- 페트르 체흐 (체코) 22살의 신예 골키퍼로서 대표팀은 물론 소속팀에서도 노장 블라체크를 넘어선지 이미 오래다. 2000년 10대의 나이로 올림픽팀에 합류한 것을 기점으로 2002년 U-21 선수권 우승과 함게 급성장했다. 예선에서는 전경기에 나서는 기쁨을 토했지만 5실점하며 한풀 꺾였다. 196cm이라는 큰 키를 바탕으로하는 공중볼 장악력에 탁월하며 순간판단력이 뛰어나다. 유로2004가 끝난 이후에는 프라하에서 첼시로 적을 옮기기로 되어 있어 빅리그 진입을 앞두고 사전에 자신을 알릴 수 있는 호기로 작용할 전망.
- 즈드라브코 즈드라코프 (불가리아) 세대교체에 성공한 불가리아 대표팀의 반전이다. 젊은 선수 일색인 팀 분위기에 구심점으로 작용하며 맡형과 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 유로 96부터 이어 온 주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는 있지만 자국리그 최소시점에 빛나는 이반코프의 성장세 또한 매서워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일.
30대 중반에 접어들고 있는 나이덕인지 민첩성과 순발력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안정적이고 침착한 방어능력은 여전히 전문가들로부터 감탄사를 이끌어 내기에 충분한 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