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2/02 14:25 마니아포럼에 기재
2인자. 최고 아래 선 잊혀진 영웅들이다. 세상과 역사는 찬연하게 빛나는 1인자의 기록을 떠받들고 2인자는 쉽게 잊는다. 그러나 영원한 1인자는 없는 법. 그 역사가 현재진행형이라면 얼마든지 역전의 기회는 있는 법이다.
2004프로야구를 앞두고 꼭대기 한 자리를 바라본 2인자들이 낮은 숨을 몰아쉬며 절치부심하고 있다. 그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임창용, 내려온 자리 다시 올라서겠다
임창용 (삼성)에게 2004년은 특별하다. FA대박과 동시에 명예회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목표가 있다. 특히, 올시즌에는 다시 마무리로 복귀하기에 두 명의 1인자를 꺾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그 하나는 자타공인의 한국 최고 투수인 정민태. 그에게서는 ‘한국프로야구 최고’라는 호칭을 뺏어야 한다. 그리고 또 한사람 조웅천을 끌어내려야 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변칙형 투수이자 스터프의 자질까지 갖추고 있는 임창용의 마무리 전환은 큰 모험이자 삼성의 올시즌 성적의 향배를 쥐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이승엽, 마해영, 브리또가 빠진 공격진의 공백으로 인해 홈런포로 대별되는 삼성의 뒷심이 흔들린다는 것이 흠으로 남는다. 임창용, 그의 큰 도전이 예고된다.
박용택, 큰 산에 도전하다
현대야구는 작전야구로 통한다. 홈런 한 방으로 경기를 뒤집는 사례도 많으나, 공수주를 겸비한 타자의 작전수행능력이 경기의 흐름을 가름하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기아의 이종범. 이미 전성기의 끝자락에 선 그임에도 지대한 영향력을 가진 선수로 대표되는 이유는 높은 출루율을 바탕으로 탁월한 주루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종범 외에도 정수근(롯데), 김종국(기아), 이진영(SK) 등이 호타준족의 대표선수로 거명되고 있다. 그러나 이 선수들은 도루부문에서 2인자로 꼽기 부족하다. 대부분 부진을 겪었거나, 도루 능력보다는 타격 능력에 치중하는 등, 2인자로 구분 짓기 어렵다.
수치적으로 풀어낸 현재 2인자는 박용택(LG)으로 꼽을 만 하다. 42도루로 2위에 오른 박용택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는 바로 그의 타격 능력 때문이다. 불과 0,257의 저조한 타율에도 42도루를 기록했다는 것은 출루율을 끌어올린다면 그 도루 수치가 급격하게 상승할 수 있다는 방증이다. 3할대에 근접한 타율과 0.350대의 출루율을 기록한다면 이종범을 위협할 수 있는 가장 큰 적수로 등장할 것이다. 심정수, 마해영의 챔피언 결정전
이승엽이라는 타이틀 홀더가 빠진 자리에 새로운 챔피언 결정전이 예고된다. 능력면에서는 심정수가 앞서 있는 형국이다. 53홈런과 142타점 능력과 전성기 한복판에 서 있는 그의 위치를 봤을 때 독주태세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마해영의 추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8개구단 최강의 이현곤-이종범-김종국 모두 도루 능력을 갖추고 있고 3번타자에 위치한 장성호 역시 높은 출루율과 두 자리수 이상의 도루 양산 능력도 가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매시즌 30홈런 이상 기록하는 마해영의 능력을 봤을 때 충분한 자격 조건을 갖추고 있다 볼 수 있다.
심정수와 마해영의 타점왕 경쟁 변수는 그 주변 상황에 있다. 심정수는 앞 타순에 높은 출루율을 보이는 박종호가 삼성으로 이적한 대신, 뒷자리에 송지만이라는 거포형 타자가 자리했다는 점이다. 마해영은 삼성과 팀컬러가 상반된 기아에서 얼만큼 적응력을 보일 수 있겠느냐 하는 점이다.
둘의 대결은 팀 성적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진진하다.
그 밖에......
투수부문에서는 백전노장들의 와신상담이 기대된다. 특히, 프로야구 통산 최다승을 기록한 ‘송골매’ 송진우의 재도약에 눈이 간다. 3.12라는 수준급 방어율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9승이라는 기대 밖의 성적은 한화의 추락과 맥을 같이했다. 한화는 송진우 외에도 정민철의 부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진필중 또한 최고 마무리의 명성을 되찾아야 하는 절대과제를 안고 있다. 과연 그가 그토록 원했던 서울팀에서 얼만큼 재도약의 기치를 올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운명의 바퀴는 돌고 돌아 오늘의 승자가 내일의 패자로 뒤바뀌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더군다나 그 판세가 혼미한 프로야구판이라면 더욱 그렇다. 과연 올 시즌이 종료된 다음 누가 웃고 누가 울 것인가. 그리고 그 이듬해는......
'영원한 승자'가 따로 없는 승부의 세계. 그 개막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
안형빈 명예기자
첫댓글 심정수 마해영의 챔피언결정전...마해영이 과연 심정수의 상대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