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돕지 않으니 어이할꼬.(1)
황우 목사 백낙원.
오늘은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지 100일이 되는 날이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그야말로 하늘이 도와야 될 수 있는 자리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인위적인 불의한 수단은 좋은 목적을 정당화하지 못하는 것이 분명하다.
물론 3개월 남짓의 통치를 가지고 공과를 논하기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기는 하다. 그러나 국제상황이라든지, 시대적, 사회적인 정황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경제대통령을 자위 했건만 국민총소득이 5년 만에 최대로 감소하여 서민경제는 직격탄을 맞아 여기저기서 못살겠다는 아우성만이 천지를 울리고 있지를 않는가 말이다.
요즘 와서 저 혼자만의 생각인지는 모르나 이 정부를 하늘이 돕지 않는구나. 철저히 외면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특히 미국 광우병 쇠고기 수입 문제로 말미암아 빚어진 여러 가지 사건들을 보면서 더욱 그렇다.
신빙성이 없는 해명과 사과, 그 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비밀리에 추진되고 있는 대운하 정책, 고환율 정책으로 심화된 유가상승까지 겹쳐, 엎친 데 덮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생명이 담보된 쇠고기 수입을 “괴담”으로 취급해 버리는 오만 때문에 국민들의 위기감과 분노가 점점 심화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 쇠고기 수입 재협상은 없다고 하고, 고시를 강행하겠다고 하니 뭣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처사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과거 CEO 시절에는 밀어 붙이기가 통했는지 모르지만 백성들을 상대로 하는 정치란 기업과는 다르다는 것을 왜 모르는 것인지 안타깝기만 하다.
대통령의 국정수행평가도 보면 조선일보 21.2%, 중앙일보 19.7% 이며, 대운하 반대 70%, 찬성 17%이다. 그것도 조,중,동의 평가이니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 여긴다.
이 시점에서 항우의 해하가(垓下歌)가 생각난다.
힘은 산을 뽑을만하고 기운은 세상을 덮을만한데 (力拔山兮氣蓋世)
때가 불리하니 오추마도 가질 않는구나. (時不利兮騶不逝)
오추마 가질 않으니 내 어찌할 것인가. (騶不逝兮可奈何)
우미인아! 우미인아! 너를 어찌할거나. (虞兮虞兮奈若何)
이 해하가(垓下歌)는 유방의 군사에게 쫓겨 해하(垓下)의 절벽으로 내몰린 항우와 그 군사는 피로와 병력의 열세로 전의를 상실하고 있었을 때, 투항하는 초나라 군사의 수는 증가해갔고, 사방에서는 항우 군사의 사기를 떨어뜨리기 위한 초나라의 노래가 흘러들고 있었다. 항우는 자신의 절박한 처지와 우미인의 안전을 걱정하는 마음을 표현하는데 이것이 바로 이 해하가(垓下歌)이다. 이에 대해 우미인은 다음과 같이 화답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한나라 병사들이 이미 땅을 다 차지하였고 (漢兵已略地)
사방에서 들리느니 초나라 노래뿐인데 (四方楚歌聲)
대왕의 뜻과 기운이 진하였으니 (大王意氣盡)
천한 계집이 어찌 살기를 바라리까. (賤妾何聊生)
우미인은 이렇게 말하고 즉시 칼을 빼들어 자진하고 만다. 이를 바라보던 항우는 우미인의 죽음을 보살펴주고 이내 굵은 피눈물을 두 주먹으로 훔치면서, 천리마인 오추마를 정장에게 건넨 후 추격해 온 유방의 군사들과 최후의 결전을 펼치다 마지막에 이르러 자신의 칼로 목을 찔러 자결하고 만다.
결국 항우는 그 많은 전투를 승리로 이끌다 마지막 싸움에서 패함으로써 31세의 젊은 나이로 우미인의 뒤를 따라 세상을 떠났고, 유방은 한의 고조가 되어 진의 통일제국 이후 다시 천하를 재패하게 되었다.
이런 고사를 보면서 이명박 대통령을 생각하게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는 항우처럼 많은 경쟁에서 승리하였다. 그러나 청계천의 승리로 자만한 이명박 대통령은 그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부적격자들을 장관이나 보좌관으로 세웠다. 소이 말하는 걍 부자내각을 꾸렸다는 말이다.
이대통령의 시장경제논리로 말하면 부자들은 생존경쟁의 마당에서의 승자들이다. 그러나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른다는 말이 있듯이, 세상에는 시장경제 원리, 즉 약육강식의 원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양보의 원리도 있고, 용서의 원리도 있으며, 사랑의 원리도 있다. 오히려 십자가를 지는 져줌의 원리도 있다는 것을 장로인 대통령이 왜 모를까.
이명박 대통령이 오추마라고 생각하고 살찐 말들만 골라 탔지만, 하나같이 비둔하여 서민의 아픔을 모르는 병든 말이요, 천리마가 아니라 조랑말이었으니 어이할꼬.
촛불 문화제는 전국으로 번져만 가고
"이명박 OUT"이란 노래가 사면초가요.
천리마라고 탄 오추마도 가질 않으니
한나라당아! 한나라당아! 어이할거나.
(2008년 6월 3일 이명박 대통령 취임 100일에 즈음하여)
저희 외할아버지와 둘째 외작은할아버지 두 분 모두 진보적인 목사님이시죠...
(모두 70세를 넘기신 분들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