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블로그 포스팅에 썼던 것입니다.
==================================
...솔직히 말해서 후기라고 하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학술대회를 잘 듣고 왔다고 하긴 뭐할 정도로 아는 만큼만 들리고 왔습니다.(뭐라는 겨?)
이번에 저희 학교에서 열린 '대중독재와 젠더 정치' 학술대회는 비교역사문화연구소와 대구사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학술대회입니다. 잘 모른 상태로 듣게 된 학술대회는 실은 대단히 큰 의미가 있는 학술대회였습니다.(실은 그냥 대구사학회에서 으례 있는 학술대회 중의 하나라고 별 생각없이 갔다가 호되게 당하고 돌아온 셈인데.. )
이번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발표 주제들로 비교역사문화연구소에서 발간하는 '대중독재' 시리즈 4권을 구성한다고 하더라구요. 6년째 진행되는 대중독재 프로젝트 중 4번째 주제로서 이번 4번째 키워드는 대회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대중독재와 젠더 정치의 상관관계였습니다.
사실 젠더 정치에서 나오는 남성성과 여성성의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도 없었고, 아는 바도 없었으며, 학부 수업 때에도 듣는 둥 마는 둥 했는데, 실상 젠더 정치가 대중 독재에서 나오는 강제와 동의의 문제에서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겨우 깨달을 수 있었죠. 그런 점에서 얻은게 있다면 있는 셈입니다만,..
솔직히 말해서 그 이전까지는 페미니즘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는 '그게 왜 필요한 거지?' 라고까지 생각을 하고 있었을 정도로 무지 몽매한 저였습니다만, 발표문을 읽으면서 '약자'로서의 여성이 억압받는 구조에서 벗어나 해방된다는 해방 논리란 관점에서 중요하다는 걸 겨우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즉 독재 정권(독재의 억압구조는 젠더 상에서 남성성에 근간하는 구조의 사례가 많습니다.)에서의 페미니즘은 상당히 위협적인 이데올로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여지껏 몰랐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여성의 해방..이란 성 대결적 입장으로만 생각을 해왔던 것이죠. (서양 근현대사 학부 수업을 들으신 분들은 남성 중심 사회가 만드는 억압구조는 여성만이 아니라 남성도 억압한다는 점에서 페미니즘이 여성 상위의 이데올로기가 아니란 것쯤은 아실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 수업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의식 적으로 페미니즘에 대한 관념을 저렇게 가지고 있었습니다. 바보도 아니고 말이죠..;;;) 해방의 논리로서 대중 독재의 강제에 저항하는 페미니즘과 동의로서의 페미니즘이 상호 충돌, 혹은 합의 연동하는 구조가 바로 학술대회의 키워드였던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다시 살펴보니 '페미니즘' 반대항으로서의 '파시즘 등 대중독재'란 기존 학계의 이미지 규정을 비판한 문제제기였습니다.)
문제는 아는 만큼만 들린다고 총 6개의 발표문 중 2번째까지의 발표 시간까지는 그런대로 요지 파악을 할 수 있었는데 그 이후부터는 무슨 말인지조차 잘 모를 어려운 얘기들이 많았습니다.(사실은 3번째 주제 발표때 그 이전에 점심을 먹어서인지 잠이 쏟아지는 통에..그 이후부터는 페이스가 말려서 발표 내용을 잘 소화할 수 없었던 탓도 크지만요.)
때문에 그 귀한 시간을 그대로 날릴까 싶어 나중에 몇번 다시 들으면 조금이라도 이해가 되겠지싶어 개별 발표의 토론 시간은 녹음을 해두었는데...문제는 이게 잘 들리지가 않네요. 마이크 소리가 울리고,, 잡음이 다 잡히고.. 더 환장할 노릇은 가장 중요했던 종합토론 시간은 반절밖에 확보하지 못했다는 겁니다.(베터리가 나가는 바람에..;;) 가장 중요한 얘기는 뒷부분에 다 있었는데..(울고 싶어요 ㅠㅠ) 녹음 안한거나 진배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학술대회에서는 재밌는 문제제기들과 관점들을 많았고, 상당히 신선했습니다. 문제는 학부 수준에서, 그것도 한국 고대사에만 관심이 있었던 제가 쉽게 소화할 내용들이 아니었다는 것이죠. 그나마 건질 수 있었던 것은, 상당히 모순적으로 다가오는 '파시스트 페미니즘' 란 용어였습니다. 억압 이미지로서의 파시즘과 해방 이미지로서의 페미니즘이 하나의 개념으로 엮이는 것이었죠. 때문에 이 용어를 처음 접하시는 청중으로 오신 다른 분과 교수님들께서는 조금 당혹해하시는 듯 했습니다. 마치 수년 전에 대중독재라는 개념이 임지현 교수에 의해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었을 때와 마찬가지로요.
이 관점을 저더러 설명하라고 하시면 제 재주로는 딱히 설명드릴 재주가 없네요. 이미지로서는 무슨 말인지 이해는 하겠습니다만 남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구조화 되어서 머리에 박히진 않아서요. 단지, 페미니즘을 이룩하기 위해서 파시즘 구조를 이용한다고 할까? 그러다가 거꾸로 파시스트화되는 역설적인 구조라고 밖에는..;;;
5번째 주제발표에서는 비시 정권 당시 독일군 점령하에서의 프랑스 여성과 독일군 병사간의 관계를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연동시켜 볼수 있는 흥미로운 발표가 진행되었습니다. 즉, 강제에 의한 성 착취(성폭력, 매춘)로만 해석해오던 그 둘의 관계가 실제로 그랬느냐.. 하는 문제였습니다. 물론 이것은 현지 프랑스인 할머니에 의한 구술에 의해서 진행된 연구 결과(의외로 자발적 연애도 많았다고 합니다. - 전쟁이란 긴장공간을 벗어나기 위해 독일 병사나 프랑스 여성이나 개인으로서 해방공간을 원했고, 그 때문에 연애에 더욱 더 갈구할 수 밖에 없었다..란 것이죠. 뭐..비시 정권은 일제 강점기만큼의 강압적 분위기도 아니었다고 하더군요. 비시정권과 나치 정권은 엄밀히 말해서 휴전관계..였기 때문이었다는 설명을 추가로 하셨습니다.)라서 위안부 할머님들과는 조금 다른 것이라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 밖에 없는 것이었습니다만, 민족 대 민족간의 착취-저항논리란 2분법적 관점을 탈피해서 개인 대 개인의 문제도 분명히 있을 것이란 문제 제기는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물론 여기서 상당히 심하게 오바하면 일본 우파 정치인들의 망언이 될 수 있습니다만, 중요한 것은 현재 국사교과서의 위안부 해석도 다분히 극단에 가까울 수 있다는 문제제기가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발표를 듣고 나서야 일본인 연구자들의 연구 결과 중 일부가 완전히 터무니 없는 얘기만은 아닐 수 있겠다.. 하는 것이었고, 그런 발표를 듣고는 너무 우리가 국가대 국가의 문제로만 문제를 환원시키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이제 저도 누군가에게 식민빠 소리 듣게 되겠군요. 쳇..- )
잠시 삼천포로 빠졌는데.. 발표자셨던 '고원' 선생님의 주요 문제제기는 '점령공간을 설명할 때 2분법적 구분, 즉 저항-착취 논리로 강제로 나누는 것에 대한 인식적 폭력성 과 그것이 젠더 문제에서도 개입되어 있다는 점, 그 때문에 개인대 개인간의 사적인 애정 관계도 불륜-성폭행이란 이미지로 일원화되어 덧씌워지는 형태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해방이 된 뒤, 불가피하게 성 착취를 당했든, 혹은 자발적으로 연애를 한 것이든 상관없이, 민족의 순결성이 파괴되었다는 상징으로서 '개인으로서의 여성'이 사회 시선으로부터 억압을 받는 일종의 '왕따' 같은 형국을 만들어 냈다는 것입니다. 그 왕따 설정을 통해 민족을 더 강화시키다..요 정도? (설명이 두서 없이 개판인 탓은..제가 순전히 졸면서 들었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이 부분은 대중독재 4권이 출간될 때 더 자세히 참고하시거나, 혹은 고원 교수님의 논저, 논문을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주제발표도 재미있었습니다. 근대 이데올로기로서 '민주주의'와 '대중독재'가 실은 근대가 만들어낸 것으로서 동전의 양면과 같이 실상은 다르지 않다..란 문제 의식을 전제로 놓고 그것을 젠더의 시각으로 바라 본 건데요. 즉, 발표자셨던 김상수 교수님은 민주주의가 언제든지 대중독재가 될 수 있는 상황이 근대가 만들어낸 '남성성'에 충분히 내재되는 상황에서 각기 파시스트화 되거나 조짐이 다분했던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와는 달리 '영국은 남성성이 충만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대중독재로 변하지 않고 의회민주주의로 남을 수 있었는가' 하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결론은 국가 위기 상황을 타계하기 위한 방법론에서 국민동원이나 국민 단합을 선택하게 되는데 이때 상대적으로 식민지를 적게 가진 제국주의 국가들이 소수자에 대한 탄압(왕따)을 통해 국민 단합되면서 대중독재화 되는 것과 달리, 영국은 상대적으로 많고 다양한 식민지를 다스리는 지배자로서의 자긍심과 남성성을 통해 국민 단합이 유도된다는 것이었습니다.(다른 정리 글도 그렇지만 저도 저걸 써놓고도 무슨 말인지 갸우뚱합니다. ;;;)
근데 이 주제발표는 문제 의식을 이해하는 것조차도 버거웠고, 결론부분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게 다 학부생이자, 고대사 학도이자, 게으름뱅이이자, 머리가 나쁜 저이기 때문에 가능한 얘기겠죠. 아.. 발표문 수준이 높은 것도 한가지 원인이겠습니다만..;;; (암튼 제가 주제 발표를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위에 저렇게 쓸 수 있었던 것도 종합토론 시간 때 발표자셨던 김상수 교수님께서 대략 요약한 것을 급하게 받아적은 것이라 정확하지 않다는 점을 미리 밝힙니다.)
그렇게 발표가 다 끝나고 종합토론을 마무리 하면서 비교역사문화 연구소장이신 임지현 교수님이 대중독재 프로젝트의 의의를 말씀해주시더군요. 처음에는 80년대 민주주의 투쟁과 그 결과물로서 얻은 민주주의 시대 이후에도.. 왜 정치 시스템이 요모양 요꼴인가? 란 문제 제기에서 시작된 것이 어느덧 대중독재 프로젝트로 발전하게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그 때문에 민족주의 까기도 그런 대중독재 프로젝트의 곁가지(?)로서 저작을 내놓으신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때문에 한국 고대사학계에서 임지현 교수님 같은 탈민족주의 계열의 분들을 다소 오해하는 면이 있었고, 저 또한 몇년 전까지는 '제정신인가?' 이러고 있었는데.. 이번에 그게 잘못된 생각이란 걸 절실히 알게 되었습니다.(물론 훨씬 더 중요한 얘기들이 더 많이 있었는데 그 부분은 제가 놓치고 말았고..녹음도 되질 못했습니다. 엄청 아쉽게 되었죠. 에효.. 내 팔자야..)
얻은게 있다면.. 이정도겠군요. 에효.. 하여간 안되는 놈은 뭘 해도 안된다더니.. 제 복은 여기까지였나봅니다.
ps. 1 저런 학술대회를 다녀오면 2가지 의미에서 힘이 빠집니다. 우선 육체적으로 7~8시간 앉아있는 오면 그만큼 진이 빠지는게 이유고, 두번째는 과연.. 학자란 사람들은 '괴물'이고,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까마득하게 높은 벽이 눈앞에 있는 듯, 공부에 대한 압박감 때문인 것 같습니다. 과연 저 길을 나란 놈이 걸어 볼수 있을까? 란 시도조차 하기 힘들게 만드는 벽이란..
..뭐.. 죽을 때까지 심심하진 않겠네.. 라며 위안을 해보긴 합니다만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그것도 가능하겠죠. 결론은.. 임용을 합격해야 된다는거.. ;;;
ps. 2 음..고구려 생활사 강의 4회 후기도 빨리 써야할텐데.. 선생님께서 눈에 불을 켜고 쫓아오시는 거 아닌가 후환이 두렵군요..;;; 내일 쓰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
다음은 학술대회 개별 토론 주제들입니다.
대구사학회, 비교역사문화연구소 공동학술대회
대중독재와 젠더정치
1부 이탈리아 파시즘과 젠더정치
발표 : 김용우(한양대)
토론 : 정문수(한국해양대)
2부 미국인 여성 Mary M. Leder를 통해본 스탈린 시대 러시아 여성의 일상
발표 : 박원용(부경대)
토론 : 김미경(대구가톨릭대)
3부 이미지 속에 나타난 스탈린 시대의 여성, 그리고 젠더화된 권력관계
발표 : 이종훈(한양대)
토론 : 이정희(영남대)
4부 파시즘과 페미니즘 사이에서 : 영국 파시스트연합(BUF)의 여성 활동가들
발표 : 염운옥(한양대)
토론 : 남철호(진주산업대)
5부 제 2차 세계대전 시기 독일 점령하의 프랑스와 여성
발표 : 고원(한양대)
토론 : 남철호(진주산업대)
6부 영제국과 남성성 : 1920년대 초등학교에서의 리더십 교육
발표 : 김상수(한국외대)
토론 : 최현미(경북대)
=================================================
포스팅을 올리고 몇분 후 제 블로그에 한 분께서 이렇게 댓글을 다셨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의 위안부와 일본군 성노예를 비교한다는 건 위험한 발상인데요? 우선 비시정권이 뭐라든 프랑스는 식민지가 아니었는데. 그걸 비교할 수 있을까요?]
여기에 대해서 전 이렇게 답을 했습니다.
[아..그래서 단순 비교를 할 수 없다는 단서를 달아 두셨습니다. 단지, 프랑스에서의 위안부 성격이 스팩트럼이 많은 만큼, 일본군 위안부나, 혹은 위안부 이외에 한국인 여성과 일본인 남성, 혹은 그 반대의 경우에 프랑스의 경우가 완전히 없다고 할 수 없다는 설명인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리고 다른 토론문과 같이 문제 제기 자체가 2분법적 해석을 경계하자는 것이었기 때문에 위안부 문제도 회색 지대 같은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수준이었죠.
원래 발표하시던 분은 프랑스사 전공이셨고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자세한 접근을 하지 않아 그런 식으로 비교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문제제기를 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음..님이 조금 민감하게 반응하시는 걸 봐서는 제가 표현을 이상하게 한 모양이군요. ]
첫댓글 ㅎㅎ 짧은 시간(?)에 많은 걸 공부하시구~.~ 유익한 경험 되셨겠군요.
근대 이데올로기로서의 민주주의와 대중독재가 모두 근대의 산물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는 마지막 발표문이 눈에 들어옵니다. 저 역시 동의하는 바로서, 양자는 모두 '대중사회' 라는 종전과는 다른 근대적 사회의 출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대중사회가 보다 포용적인 방향으로 변하는지, 보다 억압적인 사회로 변하는지의 발전경로는 나라마다, 상황마다 다를 수 있을 터인데, 그것이 한쪽으로는 민주주의로, 다른 쪽으로는 독재로 변질되었으리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