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6일 모닝미팅 투자전략
빠르고 강했으니 속도조절 - 한국증권 유주형
-8월, 유로/달러 1.19를 사수하고 있다
-펀더멘탈 정리- 펀더멘탈에 눈을 돌리기 시작할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열쇠는 독일이 쥐고 있어
8월, 유로/달러 1.19를 사수하고 있다
8월 월보 <유로/달러 1.19를 사수하라>에서 밝힌 대로 8월에는 하강하는 펀더멘탈보다 시스템을 방어하는 노력에 점수를 주는 시세가 나타나고 있다. 7/24일 1.20까지 수직 낙하하며 2010년 6월의 저점인 1.19를 위협하던 유로화는 현재 1.23수준까지 회복했으며 최근 반등구간(7/26~8/14일)에서 한국 KOSPI는 스페인 IBEX와 함께 약 10%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시스템을 지키고자 했던 유럽의 노력이 인정을 받고 있으며 미국발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감도 유효한 상황이다.
다만, 현재 시장을 이끌고 있는 기대감은 지난 LTRO 1.0(1차 장기대출 프로그램) 이후의 것과 비교할 때 (강도 측면에서) 한 층 더 강화된 것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난 두 차례의 QE와 두 차례의 LTRO 이후 형성된 학습효과 영향도 적지 않다고 보는데, 최근들어 VIX의 하강속도도 가팔라졌다. 지난 12/21일 LTRO 1.0이 발동된 당시 21.43%을 가리키던 VIX가 심리적 안정수준인 15%를 밑돌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두 달. 하지만 유로/달러가 1.19를 위협하던 7/24일 20.47%에 머물러 있던 VIX가 15% 이하로 떨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단 2주에 불과했다. 현재 VIX는 13~14% 수준에 머물러 있다.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기대가 지나칠 수 있음을 알리는 신호는 미국 하이일드 회사채 시장과 S&P500 간의 괴리에서도 엿볼 수 있다. 미국 하이일드 회사채 ETF 가격 (iShares iBoxx $ High Yield Corporate Bond Fund ETF)은 중장기적으로 평평(flat)하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는데 가끔 발생하는 S&P500 지수와의 괴리가 ‘심리적 과열’을 의미해왔기 때문이다. 올 초에도 LTRO 이후 S&P500은 과열 양상을 보였고 결국 조정과 수렴의 과정을 거친 바 있다. 물론 지난 3~4월의 경험이 반복된다고 가정하면 이 괴리가 하루아침에 급격히 소멸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기대감의 약발(?)이 다하고 있음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
펀더멘탈 정리- 펀더멘탈에 눈을 돌리기 시작할 것이다
결국 지난 LTRO 이후 유동성 장세가 실적 장세로 전환된 것과 같이 시장의 관심은 펀더멘탈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시장의 기대가 과열을 시사하고 있는 만큼 펀더멘탈에 대한 관심이 생각보다 빠르게 고조될 수 있다.
미국: 경제지표에 대한 실망이 줄어드는 만큼 QE3에 대한 기대도 줄 수 있어
다행히 시장이 주목하고 있던 미국의 7월 소매판매는 +0.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의 수정치 -0.7%와 예상치 +0.3%를 크게 웃돌아 예상보다 결과가 좋았다. 가솔린과 자동차를 제외한 7월 소매판매도 +0.9% 증가해 6월의 -0.2%는 물론 예상치 +0.5%를 웃돌았다. 하지만 주목할 부분은 미국 생산자물가지수의 변화다.
7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 6개월래 최대 상승폭인 +0.3%를 기록해 전월(+0.1%)의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다만, 소비경기와 물가는 미 연준의 정책결정에 참고하는 핵심 지표인 만큼 QE3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는 신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유로존: 불균형 심화, 남유럽 경기 침체의 그림자
한편, 2분기 유로존 경제는 연율 기준 마이너스 성장(-0.7%)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은 플러스 성장을 기록해 유로존의 부채부담 확대를 요구할 정치적 명분을 성립한 반면 남유럽 국가들은 예상치에 근접한 부진한 성장세를 보였다. 독일은 2분기 유로화 약세를 기반으로 국내 소비 및 수출 호조에 힘입어 연율 기준 플러스(+1.1%) 성장을 기록할 수 있었지만 유로존과의 디커플링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언제나 그렇듯 열쇠는 독일이 쥐고 있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5일 여름휴가를 마치고 유럽 재정위기의 최전선으로 복귀한다. 유럽 지도자들은 9/12일 ESM(유럽안정화기구)에 대한 독일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해 보이지는 않는다. 9/12일 독일 헌법재판소가 ESM을 적법하다고 판단하되 조건부(가령, 독일의 ESM 분담 자금을 DP 대비 일정 비율로 제한, 초과하면 국민투표 시행)를 붙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기대만으로 오르는 시장은 어느 정도 초기의 성과를 달성했다고 본다. 이제 시장은 펀더멘탈을 찾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펀더멘탈에 대한 확신은 강하지 않다. 결국 언제나 그렇듯 시간을 벌 수 있는 열쇠는 독일이 쥐고 있다. 8/30일에는 잭슨홀 회의, 9/6일에는 ECB 통화정책회의, 9/13일에는 FOMC 회의가 예정돼있는 만큼 시장 분위기가 급변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하지만 중앙은행과 맞서 싸우지 않더라도 펀더멘탈에 대한 이해는 간과하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