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의 美學
세계적인 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1928-2016)는
"젓가락 사용을 잘 하는 민족이 21세기
정보화 시대를 지배할 것이다."라고
예언했습니다.
젓가락은 쌀을 主食으로 하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주로 사용됩니다.
현재 세계에서 젓가락을 사용하는 국가는
한국, 중국, 일본, 몽골, 베트남, 태국 등이며,
이 중 한국과 중국, 일본이 젓가락 인구
18억명 중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젓가락을 쓰는 비율은 30%,
포크 30%, 맨손 40% 정도라고 합니다.
한,중,일 세 나라가 젓가락을
사용한 역사는 매우 깊습니다.
중국은 약 3,000여 년
한국은 약 1,800여 년
일본은 약 1,500여 년 정도 됩니다.
중국에서는 殷나라 때 사용했던
청동젓가락이 시기적으로 가장 오래됐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공주 무령 왕릉에서
가장 오래된 젓가락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 음식문화에 따라 젓가락 모양이 달라
인류의 식문화에서
혁신적인 도구로 평가받고 있는
젓가락은 나라에 따라
형태나 재료가 각각 다릅니다.
대표적인 한, 중, 일 세 나라의 젓가락
모양을 비교해 보면
중국은 길고 굵으며, 일본은 길이가 짧고,
한국은 길이가 중국과 일본의 중간정도입니다.
이것은 세 나라의 음식문화의 차이 때문인데,
커다랗고 둥근 식탁을 사용하는 중국은 멀리
떨어진 음식을 먹기 위해
당연히 그 길이가 길며,
기름진 음식이 많아서 젓가락이 굵고
끝이 뭉툭한 것이 특징입니다.
일본은 작은 獨床을 차지하므로
젓가락이 길 필요가 없고,
생선을 많이 먹기 때문에 바르기
쉽게 끝이 뾰족한 젓가락을 사용합니다.
거기에 반해 한국은 大陸인 중국과 列島인
일본의 중간에 자리잡고 있는 半島에 걸맞게
젓가락의 길이와 굵기가 두 나라의
중간인 것이 절묘하고 이채롭습니다.
또한 중국이나 일본은 숟가락의 기능이
점점 퇴화하여 왔지만,
한국은 국과 밥을 떠먹는 기능으로서의
숟가락과 젓가락 문화가 함께 어울려 발달해,
우리 조상의 슬기와 독특한
감성에 절로 감탄하게 됩니다.
한국의 우아한 음식 문화는 이 두가지
오브제를 통해 표현되고 있다 하겠습니다.
※ 젓가락의 포용성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비평가인
롤랑 바르트(1915-1980)는 이러한 젓가락을
새부리의 연장으로 보았습니다.
동양인이 젓가락으로 음식을 먹는 모습이
꼭 새가 모이를 쪼아 먹는
모습과 같다는 것입니다.
그는 "젓가락은 음식을
아이처럼 부드럽게 어른다"며
젓가락을 '문화인의 도구',
'사랑의 도구'라고 예찬하며
그 포용성을 강조했습니다.
반면 서양 사람들이 포크와
나이프로 식사하는 모습은
고양이가 발톱으로 쥐를 잡아 찢어
먹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포크와 나이프를 고양이 발톱으로 본 것입니다.
서양인들은 고기를 포크와 나이프로 썰어
먹어야 한다는 점에서
음식을 만드는 사람과 먹는
사람의 구분이 확실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동양은 음식을 만들 때부터 먹을 사람을
생각하고 배려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젓가락
문화에서는 서양의 포크 문화가
담아내기 어려운 '관계의 미학'과
'포용의 문화'를 읽게 됩니다.
※ 젓가락질은 두뇌 발달에 좋아
우리는 흔히 손과 손가락을
'제2의 뇌'라고 합니다.
젓가락 동작은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듯
하지만 계속적인 뇌의 자극과정이며,
젓가락질이 두뇌 발달에 좋다는 사실은
이미 외국 과학계에서 입증한 바 있습니다.
젓가락질을 하면 50여 개의 근육과
30여 개의 관절을 동시에 사용하게 되므로,
대뇌에 영향을 주어 지능이 발달하고
집중력과 근육 조절 능력을 향상시켜 줍니다.
성인에겐 치매 예방 효과도 있으며,
EQ(감성지수)도 높여준다고 합니다.
포크를 쓰면 젓가락에 비해 근육
사용량이 절반도 안됩니다.
※ 한국인의 슬기, 금속젓가락
그러나 젓가락을 사용하는 나라 중에서도
한국사람이 특히 손재주가 뛰어난 이유는
한국인만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금속젓가락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일본과 중국의 나무젓가락보다 훨씬 가는
금속젓가락(청동, 놋쇠, 스테인레스, 은)을
사용하려면
최대 3배 정도의 근육이 더 동원되며,
정교하고 예민한 손놀림이 필요합니다.
한국사람이 금속젓가락으로 콩을 집거나
묵을 썰어 젓가락으로 집는 기술은
거의 예술의 경지입니다.
해부학적으로 얘기하면
한국사람은 손재간을 좌우하는 '
장장근(掌長筋)'이 독보적으로 발달한데 비해,
서양사람은 발재간을 좌우하는
'족척근(足蹠筋)'이 발달되어 있습니다.
스포츠 분야에서 한국사람들이 따 온
금메달 종목은 거의 손을 주로 쓰는 종목이며,
경제적 측면에서도
이 특징은 위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전자, 미세산업의
공통분모를 찾아보면
바로 정밀작업이라는 공통분모가 나오는데,
이것은 한국사람의 장장근
발달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한국춤은 어깨, 팔꿈치, 손목을 너울거리는데,
서양춤은 왈츠, 탱고, 룸바, 차차차 등
많은 춤이 손을 묶어두고 발로 춥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강한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젓가락 문화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남다른
통찰력에서 나온 설득력 있는 분석입니다.
사람의 체세포와 난자만으로
인간 배아 줄기세포를
만들려면 미세한 난자에서
핵을 꺼집어내야 하는데,
이 작업은 섬세하고 정교한
손놀림이 없으면 불가능한 작업입니다.
미국사람은 난자에서
핵을 빼내는데 1시간 이상
걸리는 것을 한국사람은
불과 5~10분이면 해냅니다.
병아리 감별사는 갓 깨어난
병아리 암, 수 감별에 손가락을 써야 하는데,
그 실패율이 현저히 적은 것이 한국인임은
미국 양계업계에서 상식이 되어 있습니다.
병아리 항문께에 거의
식별 불가능한 미세 돌기 하나가 있는데,
그 주변의 온도, 습도,
장도의 차이를 손가락 끝으로 감지해
가려내야 하는 이 작업이야말로
초감각의 영감작용입니다.
병아리 성별에 따라 사료 량이 달라지므로
감별 실패율이 10% 미만이 돼야
손익분기점에 이른다고 하는데,
한국인의 감별 실패율은 5% 미만이며,
다른 나라 사람들은 15% 이상입니다.
※ 젓가락질은 음식문화의 꽃
젓가락질은 한국 음식문화의 꽃입니다.
미국 출신의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예후디 메뉴인(1916-1999)은 오래전에,
"찔러서 먹는 공격적인
포크에 비해 다치지 않게 집는,
정적이고 평화적인
젓가락 문화의 발견은 나의 음악에
커다란 변화를 주었다."며
우리의 젓가락 문화를 극찬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전통 상차림 식탁을 보면
모든 것들이 동글동글합니다.
밥그릇에서부터 국그릇, 각종 반찬 그릇 그리고
장을 담은 종지에 이르기까지
동그랗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숟가락도 자루가 있는
부분만 빼고는 동그랗습니다.
그런 식탁의 세계에서 유일하게
일직선인 것이 젓가락입니다.
동그라미들의 세상에 직선으로 개입하는 젓가락,
그것은 단순한 파격의 미 그 이상입니다.
그러나 최근 한국 성인의 62%, 어린이 80%가
젓가락질을 제대로 못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대림대 김필수 교수)
이것은 포크로 상징되는 서양 음식문화가
우리의 식생활을 야금야금 변화시켰기 때문입니다.
서양의 주거문화로 상징되는 아파트와
침대생활이 한옥과
온돌을 밀어낸 것과 흡사합니다.
지금처럼 젓가락을 포크처럼 쥐고 밥을 먹는
아이에게서는 한국인 특유의 정밀한
손재주는 피어날 수 없습니다.
※ '짝의 문화'를 미래 문화의 아이콘으로 ~
이대로 가면 우리 민족의 자랑인
손재주가 끊길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2015년에 청주시가 매년
11월 11일을 '젓가락의 날'로 정하고
세계 최초로 한,중,일이 참가하는
'젓가락 페스티벌'을 개최하여 해마다
'젓가락 경연대회'를 열고 있으며,
청주문화재단 '젓가락 연구소'에서는
다른 지자체와 연계하여 유아 및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는 등
젓가락 문화 확산을 위해 앞장서고 있음은
그야말로 '마른 하늘에 단비
' 내리는 쾌거라 하겠습니다.
경기도 양주 지역에서는 풍성한
白米 수확을 기원하며 정월 대보름날 아침에
젓가락으로 흰밥을 먹던
세시 풍습이 전승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