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가을 문턱에 들어 선다는 입추(立秋, 8일)를 며칠 앞두었지만,
2023년 8월, 한반도가 116년 기상측정이래 최악의 폭염이 연일 덮쳐 펄펄 끓고 있다.
7월 중순부터 시작된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락하는 폭염과 30도에 육박하는 열대야가
수그러질줄 모르고, 또한 앞에 닥친 경제침체와 갈등과 내로남불의 극한 대립의 정치권,
앞이 보이지 않는 북핵문제, 강대국의 미묘한 대립과 살육, 전쟁의 국제정세 등,
우리의 삶을 둘러싸고 있는 상황은 폭염 이상의 짜증과 암울을 몰고 온다.
영어단어 August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시저) 여동생의 외손자로 로마의 초대황제가 된
아우구스투스에서 유래했고, 그 전에는 Sextillis, 북미 인디언 크리크족은 '모든 열매가
익어 가는 달'이라고 불렀다. 8월의 다른 이름은 上秋(가을이 열린다는 뜻)라고도 불렀다.
금년 8월에는 가을이 들어선다는 입추(立秋, 8일), 마지막 더위인 말복(末伏, 10일),
국경일인 광복절(15일), 청춘남녀의 애절한 만남인 칠석(七夕, 22일),
더위를 처분한다는 처서(處暑, 23일)가 있는 의미의 달이기도 하다.
나이 75세이상이 태어난 1940년대에는 기온이 40도를 육박한 폭염도 있었다 하는데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도 없던 그 시절엔 어떻게 더위를 이겨냈는지, 생각만 해도
대단하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몸에는 이런 더위 정도는 거뜬히 이겨낼 DNA가 내재되어
있음이 분명하나, 아무리 냉수를 자주 마시고 밤낮 쉬지않고 에어컨을 틀어 놓지만
집에만 있으려니 짜증만 나고, 그렇다고 외출하려니 싫고, 시원한 곳에서 냉면이나 먹고
커피 한잔하며 담소나누자고 부르는 친구의 전화가 기다려지지만, 막상 전화가 오면
이 더운데 나가야 되나 마나 하는 주저함이 앞서 머리에 떠오른다.
그러나 불러주는 친구가 있고 부를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이 보다 더한 폭염이라도
반가히 웃으며 선글라스에 모자쓰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뛰쳐나가 시원한 곳에서
시간가는줄 모르고 허허 시시덕거리다보면 맹위를 떨치던 더위도 도망가든지
제물에 지쳐 나가떨어질 것이다. 그래야만 이제 며칠 남지아니한 폭염도 이기고
건강도 지키고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곧 가을을 맞으며 주어진 삶을 구가할 것이다.
이제 우리세대는 무어라하든 아프지 말아야 한다. 무리와 짜증을 피한 건강관리를
일상에서 최우선으로 삼아야한다. 가족과 사랑을, 친구와 우정을, 운동과 여유를,
행복과 감사를 늘 생각하며 오늘도 살인적인 더위에 맞서야 되겠다.
물론, 삶(生)이란 한자의 모습이 가르춰듯 소(牛)가 외나무다리(ㅡ)를 건너는
만큼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는 오랜세월, 세월의 무게와 삶의 질곡, 상황의 변화를
견디며 오늘까지 살아왔지 않은가?
8월과 폭염의 여름이 있음으로 9월과 추수의 가을이 오듯이
우리도 우리 생애에 더 좋은 과일과 추수를 위해 견디기 힘든 이 여름을 이겨보자.
'이것 또한 역시 곧 지나가리라'는 솔로몬의 명언을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