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성가정
김태현 신부님
성가정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나자렛의 예수님과 성 요셉과 성모님입니다.
이러한 성 가정을 본받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같은 신앙을 가지고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가정에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사랑 아닐까요?
얼마 전 한 자매님이 자기 가정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이 자매님은 결혼할 당시 어려운 환경에서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신랑인 형제님은 너무나 착하고 성실했지만 가진 것이 없는데다가 시어머니가 아프셔서 모시고 살아야 했습니다.
정말 작은 반지하 월세방에서 시어머니 병수발하며 딸도 둘이나 낳아 열심히 살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7년 정도 지나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후, 1-2년 한숨 돌리는가 했더니
남편의 큰 형님이 중풍으로 이혼을 하셔서 그분을 모셔야 했답니다.
그래도 이 자매님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가족이니 당연히 모셔야지’라는 생각에 다시 병수발을 8년 동안 했습니다.
이후 그분마저 돌아가시고, 남편은 직장에서 인정받아 경제적으로 상황도 많이 나아졌고,
아이들도 어느덧 자라 대학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도 직장에 나가고 아이들도 학교에 가서 혼자 집에 있는데,
과거를 생각해 보니 ‘내가 왜 이렇게 고생만 했나, 도대체 내 인생은 왜 이렇게 된 걸까?’하고 후회가 들고
자신이 불행하게만 느껴졌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이게 다 남편 탓이라는 생각이 들고 남편을 미워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결국 이 미움 때문에 남편에게 짜증만 계속 부리다가 남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갈라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혼을 했다고 자매님의 삶이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어느 날 자매님은 자신을 다시 뒤돌아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언제가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는지 자신에게 계속 질문을 하였습니다.
그제야 자매님은 알게 되었습니다.
옛날 남편과 아이들을 사랑하며 지낼 때에는 시어머니와 시아주버니 두 분이나 병수발을 들었어도 힘든 줄 모르고 행복했는데,
자신의 마음속에 사랑 대신 미움을 넣으면서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음을 깨달은 것입니다.
지금 자매님은 다시 형제님과 합쳐 살게 되었고, 잠깐 자신에게는 행복을 가출의 시간이었다면서
“신부님, 사랑을 포기 하는 순간에 절대로 행복해 질 수 없어요. 이렇게 사랑을 깨닫다 보니 여기가 천국인 것 같아요”라며
웃으며 이야기 하십니다.
우리는 성가정을 본받고 그렇게 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성가정은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모두가 건강해서 아무런 걱정이 없는 잘 사는 가정이 아니라 ‘행복한 가정’입니다.
예수님의 성가정도 목수인 요셉에게 의지하고 살았고,
요셉 성인도 일찍 하느님 나라로 가셔서 성모님 홀로예수님을 키우며 가정을 이루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예수님의 가정을 본받으려는 이유는
그 가정이 하느님 안에서 사랑을 나누는 가정이고, 그 가정이 행복한 가정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세상을 살다 보면 많은 어려운 상황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족 모두가 서로를 아껴주고 위로해 줄 때, 그리고 끊임없는 사랑을 서로에게 나눠줄 때
성가정에 이르는 길을 걷는다고, 행복한 가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랑을 포기하지 않을 때 우리는 행복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가정 안에서 서로 사랑하십시오”
-레지오마리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