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러 가는 사람의 차에 배낭을 싣고 증심사로 가는
버스 정류장에 내린다.
김밥 두 줄을 삼천원에 사서 새인봉 쪽 길을 잡으니, 9시 반이다.
사람이 뜸하다.
지난 밤 마신 술탓인지 걸음이 한없이 느리다.
화순만연 홍삼회는 이제 사라진다. 언제는 제 이름값을 하기나 했나?
기홍이는 잊고 미장원에 있댄다.
한 선생님도 먼저 가시고 규동형님과 소주를 더 마신다.
얼마 마시지도 않았는데 많이 취했다.
중간에 물한모금 마시고 흐르는 땀을 막고자 머리에 수건을 두른다.
새인봉까지 천천히 걸어 50분이 걸린다.
흐린 산을 몇 번 찍고 바로 중머리재로 향한다.
몇사람이 날 앞질러 간다.
드문드문 내려오는 이도 있다. 대게 혼자다.
서인봉을 지나쳐 사람이 더러 시원한 바람을 맞고 있는 중머리재에서
나도 한쪽 자리를 차지하고 시큼해진 제주도 떡 하날 먹는다.
샘물은 약하다. 물을 채우고 용추봉쪽으로 길을 잡는다.
나의 소나무 아래에서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는다.
중봉으로 오르는 길은 힘이 없다.
어느 새 풀들이 꽃을 피웠다.
중봉을 지나쳐 군부대 입구에서 서석대로 오른다.
자식들을 데리고 온 아버지들이 보인다.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나는 나이가 먹었나보다.
12시 20분 거의 세시간이 다 되어 서석대 아래에 도착했다.
바위 사이에 앉아 김밥을 먹는다. 김밥은 비닐 도시락에서 터져 비닐 봉지에서 뒹굴고 있다.
맥주 한 캔이 생각난다.
서석대에 올라서 입석대에서 올라오는 길을 찍어본다.
백마능선도 흐리다.
다시 되돌아 내려오다, 꽃들을 본다.
초롱인가도 보이고 동자꽃도 풀속에 숨어있다.
분홍 패랭이가 많다.
중봉에서 사양능선을 걷는다.
동화사터 위에서 보는 정상 쪽은 하얀 구름에 갇혔다 풀렸다 한다.
전망대쪽으로 두고 바람재로 내려간다.
바람재에는 서너 사람이 앉아있다.
그만 증심사 쪽으로 내려갈까하는 생각도 든다.
참 맘이 약하다. 장원봉 이정표가 멀다.
한 시간 반쯤 향로봉 능선을 걸었을까?
옛 관광열차가 있는 폐가들을 큰 포크레인이 무너뜨리고 있다.
리프트카는 사람이 없는데 스피커에서는 70년대 유행가를 들려준다.
지친 다리를 끌고 샘에서 물을 마시고 아스팔트를 걸어온다.
1000번 정류장이 안 보인다. 4시 20분이 넘는다.
식당 여주인에게 물으니 이젠 한방향으로만 다니니 저기 정류장으로 가랜다.
산수오거리에서 올라와 동산초교옆길을 따라 두암동을 돈다.
차 안에서 얼마를 잤을까?
버들마을에서 내려 46번을 타고 우산동에 내린다.
배가 고파서 튀김집에 가서 오뎅과 국물을 천원어치 먹는다.
같이 차를 타고 수완진곰탕집에서 맥주 한병에 수육곰탕을 배부르게 먹고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