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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 왕건 <제 16회>
씬 1 부감 (산야)
치악산의 산 구릉들이 여명속에 그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산 아래 먼 곳에서 범종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카메라, 그 구릉들을 판 하면서 범종소리를 서서히 따라가는 듯 하면
씬 2 석남사 외경
한 승려가 종각에서 범종을 치고 있다. 범종소리는 계속해 푸른 새벽속으로 장중하게 퍼져가고 있다. 이어서 법고를 치는 또 한 승려의 모습이 그 법고소리와 함께 춤사위로 이어지고 있다. 그 법고에서
씬 3 석남사 경내
승려들이 새벽 도량석을 돌고 있다. 그들 속에 종간과 은부, 신훤과 원회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 염불소리들, 카메라는 그들을 지나 궁예의 거소 쪽을 비춘다. 섬돌 위에는 궁예의 짚신이 보이고...
씬 4 궁예의 거소 안
염불소리들과 법고 소리들이 들려오고 있다. 궁예는 향과 촛불을 단에 켜놓은 채 참선 삼매에 들어있다. 방안에는 아무 것도 치장해 놓은 것이 없다. 카메라는 아주 오랫동안 그렇게 입선에 들어있는 궁예의 얼굴을 잡아든다.
해설 석남사의 궁예, 석남사는 지금의 원주 치악산 밑에 있었다고 한다. 궁예는 이곳에 온 이후 그가 천명했던 것처럼 승려로써 살았다. 그는 철저하게 자신이 세운 법을 지켰고 스스로 그 본을 보였다. 그것은 보통 사람으로서는 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는 승려들을 모아 절을 지키게 하였으며 신분의 고하나 빈부의 격차를 없애버렸고 백성들과 함께 일했으며 먹고 자기도 그와 같이 하였다. 그가 이곳에 온 지 일년, 석남사 일대에는 도처에서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고 그 피폐한 난세 속에서도 이곳에서만은 굶거나 병이 들어 길거리에서 죽는 자는 없었다. 사람들은 궁예를 점차 살아있는 미륵으로 확신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참선에 들어있는 그 궁예의 깊은 표정에서 디졸브...
씬 5 석남사 어느 부엌
미향과 많은 여인들이 가마솥에 밥을 하고 있다. 많은 주먹밥들이 뭉쳐지고 있다. 미향의 모습은 매우 지치고 힘겨워 보인다. 그리고 그녀의 옷모습도 남루하기 그지없다. 여인들은 주먹밥을 만들고 국을 푸고 모두 바쁜 모습들이다. 미향을 따라온 시녀가 안타까운 듯 미향의 일을 거든다.
시녀 아씨, 조금 쉬시어요.
미향 아니다. 일손이 바쁜데 어찌 쉬겠느냐?
시녀 (큰 한숨) 도대체 여기가 사람 사는 곳인지 어쩐지 모르겠사옵니다. 아씨가 이 고생을 하시다니...
미향 여기에서는 누구나 다 똑같이 일을 한단다. 어찌 나만 고생이겠느냐?
시녀 하지만... 아씨가 누구시옵니까? 어떻게 이런 일을...
미향 그만하거라. 어서 이것 좀 저리 치우고...
씬 6 동 석남사 경내
아침이 벗어지고 있다. 궁예가 어느 건물 쪽으로 걸어간다. 많은 장졸들과 승려들과 백성들이 일제히 합장을 하며 길을 열어준다. 궁예의 옷 모습도 남루하기 그지없다. 궁예는 겸손하게 그들의 합장을 받으며 미소를 띄우고 건물로 들어간다.
씬 7 동 건물 안
미향과 여인들이 장졸들에게 주먹밥과 국을 나누어주고 있다. 이곳에서는 종간도 그렇고 원회와 신훤, 은부들도 예외 없이 군사들 속에 섞여 똑같은 주먹밥과 국그릇을 받아든다. 많은 장졸들이 막 자리를 잡고 앉는 궁예 곁으로 우 몰려든다.
군사1 장군님, 소인의 어머님께서 그토록 고생하시던 허리병이 다 나았다고 하옵니다. 고맙사옵니다.
궁예 당연하지. 그대의 효성이 그토록 지극한데..
군사1 아니옵니다. 다 장군님 덕분이옵니다. 이 험한 세상에 우리 같은 무지랭이들이 어디서 의원을 구경하옵니까?
궁예 허허, 그래그래. 자 어서 공양을 들게.
군사1 예, 장군님.
군사2 소인은 오늘도 아침 예불을 드렸사옵니다. 헤헤헤..
궁예 그래야지. 예불을 드리니 어떻던가?
군사2 마음이 편안해졌사옵니다.
궁예 그럴게야, 이 세상은 인간 혼자서는 살기가 어려운 곳이야. 부처님은 무한히 자비하셔서 많은 복락을 가져다 주신다네.
군사2 부처님은 바로 장군님이시옵니다.
궁예 허허, 이런. 내 눈에는 그대들이 모두 부처로 보이네.
군사2 어인 말씀을요, 장군님이야말로 참 부처님이십니다. 모두들 장군님을 미륵부처님이라 부르고 있사옵니다.
궁예 자자, 어서들 들게.
군사3 저희들은 늘 죄송스럽고 황송하옵니다. 미륵부처님이신 장군님께서 우리같이 천한 것들과 함께 먹고 함께 일하시다니요.
궁예 인간은 다 똑같은 것이야. 누구나 귀하고 소중한 존재이지. 지금은 세상이 어지러워 이렇게 고생들 하지만은 머지않아 좋은 세월이 올 것이야. 우리가 그것을 찾아야지.
군사2 사람들은 지금이 말세라 하옵니다. 말세에는 천상의 미륵부처님이 인간을 구하러 세상으로 내려오신다 하였는데 장군님께서 오셨사옵니다.
궁예 그래, 자네들은 아마도 살아서 미륵의 세상을 볼 수 있을 것이야. 우리가 힘을 합치고 모아서 그 세상을 만들어야지. 자, 어서 들게.
그런 모습들을 종간이 보며 미소 짖고 있다. 은부와 신훤들도 흐뭇한 모습들이다. 그러나 미향은 슬픈 눈으로 궁예를 본다. 궁예는 미향 쪽으로는 시선하나 주지 않는다. 그 왁자한 풍경 속에서....
씬 8 동 석남사 경내 마당
신훤과 원회들이 군사를 이끌고 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훈련들을 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 반대편으로는 들일을 나가는 남녀노소들이 끝도없이 움직이고 있다. 궁예와 종간, 은부가 저만큼 서서 그 모습을 보고 있다. 군사들은 경내를 빠져나가며 궁예 쪽을 향해 손을 들어 군례를 보내며 가고 있다. 궁예가 손을 들어 그 군례를 받고 있다. 종간이 보고 있다가 슬며시 이른다.
종간 군사들의 훈련 참여가 아주 열심이옵니다.
궁예 ....
은부 어디 군사들 뿐이겠습니까? 저 백성들을 보세요. 모두가 한결같사옵니다. 일하고 또 훈련하고.....여기서는 모두가 하나예요.
종간 주군의 뛰어난 덕이시옵니다. 이 석남사 일대는 그야말로 불국정토입니다.
은부 암요, 모든것이 공평하니 아무도 불만이 없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여러곳을 돌아다녔지만 이러한 집단은 처음 봅니다.
궁예 자, 우리도 일들 하러 가십시다.
궁예는 그렇게 앞서 먼저 걸어간다. 두 사람의 눈빛은 존경 그것이다. 궁예의 뒷모습이 그렇게 커 보일 수가 없다. 그들이 잠시 서서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은부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과 행동이 다 다릅니다. 하지만 주군께서는 참으로 미륵이십니다.
종간 잘 보셨습니다. 저분은 이미 이 세상의 경계를 뛰어넘으셨습니다.
은부 (끄떡이며) 머지않아 양길이 이곳으로 올 것입니다. 나는 그동안 여러가지를 매우 좋게 보고해 올렸소이다.
종간 알고 있습니다.
은부 양길이의 그 의심병은 고질병입니다. 아마도 이곳에 와서 그동안 내가 해왔던 주군에 관한 사안들을 몸소 확인하려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다 잘 될거예요.
종간 우리는 그동안 첩자를 띄워 많은 정보를 수집해 왔소이다. 예상대로 동쪽은 주인이 없는 땅입니다. 해볼만 합니다.
은부 그렇습니다. 이제 때가 오고 있는것 같아요. 나도 그 일을 양길에게 권했소이다. 이쯤해서 군사를 움직일 때라고 말이지요. 복사귀만 설득할 수 있다면 문제는 의외로 쉽습니다.
종간 복사귀라....
은부 문무를 겸한 장수예요. 대단하지요. 하지만 성미가 까다로와요. 양길이는 복사귀와 나를 그런데로 가장 의지하는 편입니다. 하하하...나야 이미 미륵대장군을 모시는 몸이 되었지만 말입니다.
씬 9 양길의 성 외경
양길 (E) 궁예가 석남사로 간지 벌써 한해가 다 지나갔어.
씬 10 동 성안 양길의 처소
양길과 그의 아우 명길, 두 사위가 함께 있다. 모두들 표정이 진지 하다.
양길 그동안 올라온 보고에 의하면 궁예는 그야말로 우리가 본 그대로야. 욕심이라고는 없는 사람이더구먼..
명길 은부의 보고를 너무 믿는 것이 아니옵니까? 좀 더 지켜보시는 것이..
양길 물론 누구도 쉽게 믿어서는 아니되지. 하지만 궁예의 경우는 일년여를 지켜보아왔어.
사위1 복사귀 부장은 아직도 궁예를 믿지 못하는 것 같았사옵니다.
양길 허허허...복사귀나 은부는 늘 그런 사람들이다. 내가 그렇게 만들어 놓았지. 상대를 끝없이 의심하는 것이 이 난세를 살아남는 것이거든.
그들 ....
양길 하지만 이번 경우는 달라. 너무 재면 기회를 놓치게 되지. 은부의 말에 의하면 궁예는 성자야. 오로지 백성들과 군사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밖에 몰라. 허허, 궁예는 정말 욕심이 없어.
명길 대장군을 속이려는 위장술일 수도 있사옵니다.
양길 속임수나 위장술은 한계가 있는법이야. 이쯤해서 궁예에게 중요한 임무를 주어야겠어. 그만한 인재를 석남사 구석에 계속 내버려 둘 수는 없어.
그때 밖에서 아뢰는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 (E) 대장군님, 멀리 무진주에서 사자가 와 있사옵니다.
양길 뭐라? 무진주?
명길 견훤이옵니다. 서남해 일대를 장악한 견훤 왕이옵니다.
양길 견훤 왕?
명길 견훤은 이미 나라를 세우고 대왕이 된 자이옵니다.
불쾌하고 커지는 양길의 그 시선에서...
씬 11 그 성안 정전
양길이 견훤이의 사자를 맞고 있다. 사자로 온 사람은 신강의 부장 애술이다. 그가 막 양길에게 군례를 끝내고 있다. 불쾌하게 보고 있는 양길의 옆으로 환선길, 이흔암, 복사귀, 명길, 그리고 사위들과 장수들이 줄지어 보고 있다. 일부러 위엄을 보이는 것이다.
양길 무진주 성에서 참으로 먼 길을 찾아왔구먼... 어찌하여 여기까지 왔는가?
애술 우리 견훤 대왕폐하께오서 장군께 국서를 전하시고 그 답을 받아오라 이르셨사옵니다.
양길 하하하하, 대왕폐하라? 견훤이가 말인가?
애술 무례하십니다. 일국의 대왕폐하의 성호를 함부로 부르시다니요?
양길 뭐라? 지금 뭐라고 하였느냐?
애술 대왕폐하의 존명을 함부로 부를 수는 없는 것이옵니다.
양길 (격해서) 이놈아, 여기가 서남해인 줄 아느냐? 여기가 무진주인 줄 알아? 이놈이 목이 잘리고 싶은 모양이구나.
복사귀 (그제서야 나서며) 대장군, 일단 온 목적이나 물어보시오소서.
양길 그래, 무엇때문에 왔느냐?
애술 여기 있사옵니다.
애술이 두루마리 국서를 올린다. 그것을 복사귀가 받아서 양길에게 전해준다. 양길이 그것을 이리보았다 저리보았다 한다. 그러다가는 다시 복사귀에게 넘겨준다. 복사귀가 펴서 읽는다.
복사귀 (읽으며) 그대, 양길은 들을지어다. 나, 서남해 무진주의 대왕은 그대에게 비장의 벼슬을 제수하노라.
양길 (듣다가) 뭐, 뭐가 어째? 비장?
복사귀 (계속) 천하가 어지러워 이미 나라가 흩어지고 있음에 나 견훤이는 옛 백제 땅에서 기업을 일으켜 나라를 세웠도다. 이제 북으로 길을 뻗어 피폐한 신라국을 모두 정벌하려 하는 가운데 그대의 소식을 들었노라. 그대는 짐을 도와 함께 번성하고 대업을 도모함이 어떻겠는가?
복사귀가 읽기를 마치고 두루마리를 접어 다시 양길에게 주는데 양길은 벌써 열을 받아 자리에서 일어나 서있다.
양길 이 자가 미친것이 아닌가? 감히 중원의 주인인 나를 보고 비장이 뭐가 어째? 그리고 북으로 길을 뻗어서 뭐? 신라국을 모두 정벌해? 그렇다면 이 양길이의 영토도 노리고 있다는 것이 아니냐? 네, 이놈. 무엇들 하느냐? 저놈의 목을 베어라. 당장 베어라. 어서.
복사귀 대장군, 고정하시오소서. 여봐라. 사자는 잠시 물러가 있게 하여라.
그러자 군사들이 애술을 데리고 물러간다.
복사귀 대장군, 난세에는 모두가 대왕을 칭하는 것이옵니다. 이제 곧 대장군께서도 대왕이 되시옵니다.
양길 그래서?
복사귀 저들을 감정으로 대하실 것이 아니라, 전략상 이용을 해야 하옵니다.
환선길 어떻게 이용을 한단 말이요? 대장군을 제 신하라고 하는데야 뭘 어떻게 하란 말이요?
이흔암 맞아요, 견훤이 놈은 아주 오만불손한 놈이외다. 사자의 목을 잘라 본을 보입시다.
복사귀 아니올시다. 견훤이는 우리의 남쪽에 있어요. 적으로 만들기보다는 우리의 후방을 지켜주는 역할을 하게 해야합니다. 뿐만아니라, 우리 옆으로는 상주의 아자개가 있소이다. 아자개가 누구입니까? 바로 견훤이의 아비올시다. 뒤에서 옆에서 한거번에 공략을 받게 되면 우리는 매우 어렵고 위험해집니다.
양길 ....?
복사귀 저들을 적당하게 이용하다가 우리 힘이 커지게 되면 그때가서 혼을 내도 늦지 않습니다.
양길은 생각에 잠긴다. 그럴듯한 이야기인 것이다.
복사귀 견훤이의 생각은 일단 서로 적이 되지는 말자 하는 것이옵니다. 그것이 나쁠 것은 없지 않사옵니까? 일단은 우리 뒤가 안심이 되옵니다.
양길 하지만 그자가 나를 제 비장이라고 했어. 저는 대왕이고 나는 비장이라는거야.
복사귀 혼자서 떠드는 것이야 아무렴 어떻사옵니까? 먼 훗날 대장군께서 견훤이를 잡아 부장으로 삼으면 될것이 아니옵니까?
환선길 (갑자기 크게 웃으며) 정말 그렇사옵니다. 그러고보니 별것이 아니옵니다. 견훤이를 잡는다? 재미있겠사옵니다, 대장군.
양길은 그러나 웃지 않는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고 한참 생각을 한다. 그러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양길 복사귀, 자네 말이 맞아. 흥분만 할 일은 아니지. 그러자면 우리도 서둘러야 해. 이러고 있어서만은 아니되지. (사이) 우리도 그동안 충분히 쉴 만큼 쉬었어. 가만히 앉아 있으니까 견훤이 놈이 우리를 우습게 보고 있는게야. 뭔가 보여줘야 해. 암..... 며칠후에 석남사로 가봐야겠어.
씬 12 무진주 성 외경
언제나처럼 견훤군의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성문이 열리고 능애가 군사들을 이끌고 나와 멀리 사라져가고 대왕의 사자로써 위엄을 갖추고 있다.
씬 13 동 성안 대전
견훤이 차를 마시고 있다. 박씨가 그 옆에 앉아있다.
박씨 폐하, 능애 서방님을 보내셨다 하셨사옵니까?
견훤 그렇소. 황후.
박씨 좀 더 일찍 그리 하셨어야 했사옵니다.
견훤 나는 말이오, 가끔씩 그런 생각을 합니다. 아버님과 나는 둘중에 한 사람이 이 세상에 나오지 말았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박씨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견훤 이제 곧 청주(진주)가 무너지려 하고 있어요. 청주는 신라 아홉개 주중의 하나입니다. 이렇게 되면 이 견훤이는 아홉개의 주중에서 벌써 두개의 주를 취하게 되는 거예요.
박씨 .....(한숨)
견훤 그런데 아버님이 나의 북진을 가로막고 있어요. 무진주 다음은 사벌주예요. 그 사벌주성에 아버님이 계신단 말이오.
박씨 그러니까 벌써부터 화해를 하시고 가깝게 지내야 한다고 말씀을 올리지 않았사옵니까?
견훤 말을 들으실 분이래야 어떻게든 하지요.
박씨 어찌 되었든 잘하신 일이시옵니다. 능애 서방님을 잘 보내셨어요.
그때 밖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김총 (E) 폐하, 능환군사께서 드셨사옵니다.
견훤 들라하라. 황후는 그만 가보세요.
박씨 예.
문이 열리고 능환이 들어서면서 박씨는 물러간다. 두 사람 눈인사를 마치고 능환이 절을 하고 앉는다.
능환 폐하, 사벌주에 능애 서방님을 보내셨다구요?
견훤 황후가 하도 성화를 하길래 마지못해 보낸 것 뿐이네.
능환 잘 하신 일이시옵니다. 반응이야 어떻든간에 폐하께서는 쉬임없이 문안인사를 올려드려야 하옵니다. 부모 자식간이 아니옵니까? 백성들이 보고 있사옵니다.
견훤 계모가 그곳에 있는 한은 우리 부자는 어려워.
능환 기다리시오소서. 이미 아버님께서도 대왕의 크나크신 대명을 듣고 계실 것이옵니다.
견훤 글쎄..
능환 모든 것이 폐하를 위해 잘 되어가고 있사옵니다. 청주에서는 신강장군과 수달이 항복을 권하는 중이옵고 무진주 쪽으로는 추허조가 인근 고을의 태수와 현령들에게 충성을 다짐 받고 있사옵니다.
견훤 ....(끄덕이며)
능환 또한 멀리 양길이에게도 사자를 보내셨사옵니다. 양길로서도 폐하의 영을 일단은 수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옵니다.
견훤 그 모든 것이 다 능환 자네의 덕이야. 오늘날 내 옆에 자네가 없었다면 어찌 이만한 기업을 이룰 수가 있었겠는가?
능환 과찬이시옵니다. 소인은 너무 늙어서 세상을 보는 안목이 한계가 있사옵니다. 인재를 널리 구하셔야 하옵니다. 그것이 폐하의 왕국을 번성케 하는 지름길이옵니다.
견훤 일전에도 이야기했지만 그것만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야. 이나라에 그런 인재가 많이 있었다면 어찌 신라가 이 지경이 되었겠나? 어려운 일이야.
능환 금성포구에 다시 바닷길이 열린이후, 당나라에 건너갔던 많은 학인들이 이 땅으로 되돌아 오고 있다 하옵니다.
견훤 그 이야기도 듣고는 있네.
능환 학인들이 돌아오는 것은 당나라도 국내사정이 어렵기 때문인것 같사옵니다. 태수 종례에게 일러 두었으니 어느 정도 도움이야 되지 않겠사옵니까?
견훤이 끄덕인다. 그들이 뭔가 이야기를 나누는 그 위로 몽타주와 해설이 곁들여진다.
씬 14 몽타주
추허조가 철기군들을 이끌고 가고 있다. 그 앞에 고을 태수들이 나와 절하며 무릎꿇는 것이 보여진다. 그들을 어우르는 추허조의 모습 그리고 청주성 앞에서 도독의 관리들과 담판을 하는 신강과 수달 그리고 그 수하들의 모습이 보여진다. 그리고 금성(나주)포구의 모습으로 바뀌는 그 위로
해설 무진주를 점령한 이후, 견훤은 전쟁을 서두르지 않았다. 그는 싸우기보다는 호족들을 달래고 어루면서 천천히 그의 영향력을 넓혀 나갔다. 그가 노력을 기우린 것은 무엇보다도 엄정한 법질서의 확립이었다. 그 효과는 매우 커서 오랜기간 무질서와 악법에 시달렸던 호족들과 백성들은 견훤왕국의 새로운 지도력을 믿게 되었고 따르기 시작했다. 이것은 견훤의 왕국이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는 것을 의미 하는 것이었다. 바로 이러한 시점에서 견훤에게 있어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능환의 말처럼 국가를 운영해 갈 인재의 필요성이었다. 그런데 바로 이즈음, 그야말로 기다렸다는듯이 후백제의 건국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인물이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씬 15 금성포구
여늬때처럼 수많은 배들이 정박해 있다. 숱한 상인들과 뱃사람들과 그리고 당나라에서 오는 여러부류의 사람들이 포구로 나오며 지나쳐 가고 있다. 승려들도 보이고 학자풍의 사람들도 보인다. 그 한 쪽에서 철기군들이 사람들을 살피며 검색하고 있다. 그들 속에서 최승우가 걸어나오고 있다.
철기1 어디서 오는 길이요?
최승우 보다시피 당나라에서 오는 배가 아니요?
철기1 당나라에는 무슨 일로 갔었소?
최승우 어지러운 세상에 꼭 일이 있어 갑니까? 먹고 살기 위해서 다녀오는 길이요.
철기1 (한참 보다가) 장사꾼인 모양이구먼, 당나라 어디서 오는 길이요?
최승우 낙양에서 오는 길이요.
철기1 낙양? 거긴 당나라 황제가 있는 곳이 아니요? 댁은 어디 사람이요? 이름은 뭐고?
최승우 고향은 서라벌이고 최서방이라 하오.
철기1 최서방? 이름을 대라고 하지 않소?
최승우 성은 최씨요, 이름은 승우올시다.
철기1 ....
최승우 헌데, 한가지 물어봅시다. 댁들은 어디 군사들이요?
철기1 어디 군사라니? 그건 무슨 소리요?
최승우 내가 당나라로 갈때는 신라 사람들이었는데 댁들은 옷이 달라보여서 하는 말이요.
철기1 세상이 바뀌었소이다. 여기는 지금 견훤 대왕께서 다스리시는 곳이오.
최승우 견훤 대왕? 신라가 아니란 말이요?
철기1 이 사람이 이거 몰라도 한참 모르는 구먼, 세상이 바뀌었다고 하지 않소?
최승우 허, 많이도 변했구먼... 참, 여기서 백계산을 가려면 어디로 갑니까?
철기1 가다가 삼거리가 나오면 오른쪽으로 가보시오. 여기서는 백여리가 넘는 길이오.
최승우 고맙소이다.
최승우는 중얼거리며 그렇게 천천히 포구를 빠져나간다. 그때, 군사들을 지휘하는 철기부장의 안내를 받으며 태수 종례가 다가온다.
부장 저 자는 누구인가?
철기1 당나라에 다녀오는 장사치 같사옵니다.
부장 그래? (한참 미심쩍게 보다가) 장사치 같지가 않아 보이는데..
철기1 예?
부장 폐하께서 영을 내리셨느니라. 당나라에서 오는 학자들은 모조리 궁성으로 모셔오라는 영이시니라.
철기1 그러고 보니...?
부장 어째서?
철기1 저 자가 좀 이상하긴 했사옵니다. 고향은 서라벌이라고 하고 성이 최씨....최승우라고 하였는데...장사꾼 같지도 않은 것 같고...
종례 최승우?
철기1 예, 분명 그렇다 하였사옵니다.
종례 (충격) 세상에....최승우라고? 분명 서라벌의 최승우라고 하였느냐?
철기1 그러하옵니다. 태수님.
종례 이런.... 이런 실수가 있나? 현인을 보고도 알아보지 못했다니...
종례는 다급해서 돌아보지만 이미 최승우의 모습을 사람들속에 섞여 보이지 않는다.
종례 이보게 부장, 무얼 하는가? 당장 그분을 찾아 모셔오게. 어서
부장 예?
종례 당대의 대학자이시니라. 어서. 군사들을 풀어 그분을 찾게, 허허 이런....이런...
씬 16 길
최승우가 걸어가고 있다. 최승우가 사라질 때까지 그 위로 해설
해설 최승우. 본관은 경주이다. 당시, 신라의 신동 최치원과 더불어 삼최라고 불리웠던 사람중의 하나이다. 즉, 세사람의 천재중 하나였다는 뜻이다. 당시 세사람의 최씨는 최치원, 최승우 그리고 최언위를 일컫는 말이었는데 이 작품에서 최언위는 나중에 등장을 한다. 최승우는 서기 890년인 진성여왕 4년, 당나라에 건너가 유학 중 빈공과(당나라 과거)에 급제한 이후 예부시랑인 양섭 아래서 관직에 있었던 인물이다. 이때에 귀국을 하니 893년 진성여왕 7년이 된다. 이미 온 나라가 다 알고 있었던 대학자였던 것이다.
씬 17 백계산 옥룡사 외경
씬 18 동 산사 도선의 방
경보가 조심스럽게 찻잔에 물을 붓고 있다. 도선은 그의 작은 책상앞에 앉아 도선비기를 보고 있다. 몇 장인가를 넘겨보다가 한숨을 쉬며 조용히 그것을 덮는다.
경보 큰 스님, 이 옥계사를 떠난다고 하셨사옵니까?
도선 (차를 마시며) 그래.
경보 어디로 가려하시옵니까?
도선 산천구경이나 다니자꾸나.
경보 스님께서 해오신 도선비기의 일이 끝나셨사옵니까?
도선 세상 모든 것이 공한 것인데 시작이 어디있고 끝이 어디 있느냐?
경보 하오나 사람들은 큰 스님의 그 도선비기를 모두들 궁금해 하옵니다.
도선 중생들이 불쌍하여 눈 앞에 다가온 일을 몇가지 적은 것 뿐이니라. 경보 너도 이제부터는 좀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 공부를 해야겠다.
경보 예?
도선 그럴때가 되었어. 이제 나도 그리 오래는 못살것 같고...허어 (밖에 귀기울이며) 먼 곳에서 길손이 드는구나.
경보 예?
도선 (눈으로 보듯이 생각하다가) 귀인이 길을 잘못들었구나... 쯧쯔쯔..
경보 .....?
잠시 후, 발소리가 들리고 최승우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최승우 (E) 안에 계시옵니까? 계시옵니까?
도선이 고개짓을 하면 경보가 일어나 방문을 열어준다. 거기 최승우가 서있다.
최승우 길손 문안이옵니다. 대사님을 뵙고저 온 최승우라 하옵니다.
도선 .......?
최승우 (그러다가 도선을 보았다) 대사님? 소생 최승우이옵니다.
도선 어서 오시게.
최승우 먼 풍문에 소식을 접하고 있었사옵니다. 이곳에 계신다 들었기에 금성포구에서 내려 스님을 뵈러 왔사옵니다.
경보 드시지요.
최승우가 안으로 들어오고 도선에게 절을 올린 후, 도선은 그에게도 차를 따라준다.
도선 어찌하여 서라벌로 가지 않고 이곳 금성에서 내리셨는고?
최승우 이미 서라벌은 그 운이 다 되었다 들었사옵니다. 간들 무엇하겠사옵니까?
도선 그렇다면 이땅에는 무엇하러 오셨는고?
최승우 당나라의 벼슬을 하고 있었사오나 그곳도 어지럽기는 신라와 마찬가지이옵니다. 어차피 머리 둘 곳이 없는 운명인지라 기왕 뼈를 묻으려면 내 땅에 묻히고 싶어서 왔사옵니다.
도선 쯧쯧쯧... 그대같은 현자가 어쩌자고 여기로 왔는고....
최승우 어인 말씀이시온지...
도선 (도리질을 하며) ...아닐세. 그저 해본 소리야......
최승우 소인이 대사님을 뵈러 온 것은 이 나라와 소인의 갈 길을 여쭙기 위함이옵니다. 일러주시오소서.
도선 이를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대가 다 알고 있는 것을.... 이제 신라의 영토는 옛날 삼한시대로 돌아가고 있네. 새로운 주인이 다시 자리를 잡으려면 오랜 세월 피를 흘려야겠지...
최승우 그세월이 얼마나되오리까?
도선 족히 한세월이니....아마도 반 백년은 되겠구먼....
최승우 누가 천하의 주인이 되오리까?
도선 (대답없이 빙그레 웃다가) 천기를 어찌 누설할 수 있겠는가? 내가 말해줄 수 있는것은 그대가 머무는 곳에는 주인의 의자가 없다는 것이야.
최승우 그렇사옵니까?..허면 소생은 어디로 가야 하오리까?
도선 허허허...그대는 아마도 이 땅을 벗어나지는 못할 것일세.
최승우 예? 이...땅이라면...견훤왕을 이르는 것이옵니까?
도선 어서 드시게. 이제 우리도 먼 길을 떠나야 하네.
최승우 ....
견훤 (E) 뭐라? 최승우가 금성포구에서 내렸어?
씬 19 무진주 성 대전
견훤이 눈을 크게 뜨고 묻는다. 능환이 조아리며 대답한다.
능환 그렇다 하옵니다, 폐하.
견훤 그 사람이 이야기는 나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네. 신라가 자랑하는 삼최의 하나가 아닌가?
능환 그러하옵니다. 백계산 쪽으로 갔다하여 군사를 풀어 알아보고 있사옵니다.
견훤 신라조정에서 국비로서 유학을 보냈던 사람이야. 우리에게 올까?
능환 최승우는 당대의 유학자이옵니다. 신라의 썩어빠진 골품제를 비난하며 당나라로 건너간 신진사류의 한사람이옵니다. 폐하께서 부르시면 올 것이옵니다.
견훤 꼭 데리고 왔으면 좋겠구먼...
능환 학문이 깊은만큼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옵니다. 일단 소재를 파악하게되면 폐하께서 손수 찾아가시오소서. 능히 그럴 가치가 있는 사람이옵니다. 최승우가 온다면 폐하는 십만의 철기군을 얻는 것 보다도 더 큰 보람을 느끼실 것이옵니다.
견훤 옳은 말이세. 그렇게 하세나. 그 사람이 와만 준다면 무슨 일인들 못하겠는가?...그일은...그럼..기다려보기로 하고..
능환 (견훤의 시선을 살피다가) 지금쯤 능애 서방님께서는 사벌주성에 도착을 하였겠사옵니다.
견훤 음? ...(하다가) 그렇게 되겠구먼.
능환 하늘이 폐하를 도와 연이어 좋은 일만 거듭되고 있사옵니다. 사벌주의 일도 잘 수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마는...
'견훤 (찡그리며 도리질) 아버님은.....아버님은 내가 알아.
능환 .....
씬 20 사벌주 성 외경
아자개 (E) 무진주에서 오는 길이라고?
씬 21 동 성안 아자개의 거소
아자개가 그의 처와 자식들이 함께 한 가운데 능애를 내려다 보고 있다. 대도주금도 안타까운 듯 능애를 본다.
아자개 무슨 까닭으로 날 보러 왔느냐?
능애 아버님, 형님....폐하께오서...
아자개 뭐? 뭐가 어쩌고 어째? 형님...폐하?
능애 견훤 형님께오서는 대왕폐하가 되셨사옵니다.
아자개 허, 세상이 웃을일이다. 견훤이 놈이 대왕이 돼? 하긴 나도 귀동냥으로 좀 들었느니라. 허지만, 아무나 왕이 되는 줄 아느냐?
계모 원래 그 아이는 허풍이 세었지요.
능애 허풍이 아니옵니다. 형님께오선 이미 무진주를 함락시키시고 지금은 청주마저 함락직전에 있사옵니다. 머지않아 저 넓은 완산주 벌판도 형님의 나라가 될 것이옵니다.
대주 .....(안타깝다)
아자개 다 일없느니라. 그놈은 내가 싫어서 떠난 놈이 아니냐? 그놈이 폐하가 되었던 장군이 되었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능애 아버님, 세상을 넓게 보시오소서. 이 작은 사벌주 성에서 언제까지 계시려 하시옵니까?
아자개 작다니? (역정을 내며) 이놈, 능애야. 네가 보기에 이 성이 그리도 작아 보이더냐? 여기는 사벌주를 대표하는 성이니라. 이놈들이 변방의 작은 땅께나 얻었다고 한없이 건방져졌구나.
능애 그런 것이 아니옵니다. 형님께선 이제 곧 신라의 모든 영토를 손에 쥐게 될 것이옵니다. 형님께서는 아버님을 뫼시려 하시옵니다. 그 뜻을 헤아려 주시오소서.
계모 듣기 싫네. 그토록 아버님을 생각했다면 어찌해서 이제서야 왔는고?
능애 형님께선 지금까지 죽음을 넘나드는 전선에 계셨사옵니다. 뜻은 있었으나 그렇지를 못하였사옵니다.
계모 아니야, 본래부터 아버님을 우습게 알았던 맏이가 아닌가? 한번이라도 아버님의 뜻을 받들어 본 적이 있었던가?
대주 어머님, 그만 하시어요. 그래도 오라버니께서 대왕이 되셨다고 하옵니다. 얼마나 경하스러운 일입니까?
계모 나는 반가울 것 하나도 없다. 우리가 그리로 가 보아라. 아마 몇달 못가서 구박덩어리 신세가 될 것이야.
능애 그렇지가 않사옵니다. 형님의 뜻을 헤아리시오소서.
아자개 잘 들어라. 물론 내가 낳았으니 너희는 내 자식들이다. 그러나 애비와 자식간이라해도 품 안에 있을 때 이야기니라. 너희는 오래전 이 애비곁을 떠났어. 나는 나대로 살고 너희는 너희대로 사는게다.
능애 아버님....
아자개 네 어미의 말이 맞다. 진정으로 이 애비를 생각하였다면 어찌 네가 왔느냐? 네 형 견훤이 놈이 왔어야지?
능애 답답하시옵니다. 형님께선 한 나라의 대왕이시옵니다. 대왕폐하이시옵니다. 어찌 사사로이 나라를 비울 수 있사옵니까?
아자개 이놈--- 사사롭다니? 자식이 애비를 찾아오는 것이 사사롭다는 것이냐? 그래, 그놈은 대왕폐하가 되었으니 이 애비에게 직접 올 수가 없다 그러니 애비가 오너라, 그말 아니냐? 물러가거라.
능애 (하소연하듯) 아버님...
아자개 견훤이 놈도 알고 있고 나도 잘 알아. 우리 부자간은 결코 함께 있지 못할 것이다. 불과 불이 만나면 어찌 되겠느냐? 다 타버리고 재만 남을 것이다. .
능애 (눈물) 아버님, 온 천하가 형님의 발 밑에 들어오고 있사옵니다. 아버님은 형님이신 대왕폐하의 아버님이시옵니다. 어찌 이리 답답하시오니까?
아자개 물러가라고 했느니라, 이놈아. 당장 물러가. 그리고 가서 전하여라. 세상은 넓고 영웅호걸은 많느니라. 최후의 승자만이 왕관을 쓰고 대왕이 될 수 있는 것이니라. 그러니 자만하지 말라고 일러라. 어서 썩 물러 가거라.
능애 아버님, 너무 하시옵니다. 아버님...
능애는 흐느끼고 있고 계모는 미소짖고 있다. 대주는 안타까워 눈을 감는다. 고집불통의 그 아자개가 씩씩거리는 표정에서..
씬 22 길
능애가 힘없이 돌아오고 있다. 가끔씩 하늘을 보며 한숨을 짖는다. 그렇게 멀어지는 능애에서 무진주 성의 견훤이 긴 한숨을 터뜨리며 주먹으로 탁자를 내려치며 괴로워 하는 모습에서...
해설 견훤과 아자개, 이들 부자는 끝내 이렇게 물과 기름처럼 맴돌았다. 견훤이 무진주 성을 얻어 대왕이 되었어도 아자개에 있어서는 그것은 남의 일이었다. 견훤에게 있어서 이러한 부자간의 갈등은 두고두고 그의 발목을 잡게 된다. 한편, 북원의 양길은 이때쯤 석남사로 가고 있었다.
씬 23 북원의 어느 길
양길의 행렬이 나타나고 있다. 그들 길게 다가와 카메라 앞을 지나쳐간다. 양길과 복사귀 그리고 명길과 사위들이다.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던 복사귀가 양길에게 말한다.
복사귀 정말로 궁예를 동쪽으로 보내실 것이옵니까?
양길 어째서?
복사귀 이번 일은 너무 성급하신것 같사옵니다.
양길 궁예는 내 막내사위 일세. 석남사에 더 놓아 두는 것은 엄청난 손해가 되네.
복사귀 은부장이 궁예를 잘 못 볼수도 있사옵니다.
양길 그렇지가 않아. 다 살펴볼 만큼 보고서 판단을 내린 일일세.
그들 그렇게 가고 있다. 복사귀는 답답한 표정이다.
씬 24 석남사 근처
어느 들판이다. 궁예와 종간 은부들이 많은 백성들과 함께 밭일을 하고 있다. 거름을 나르고 흙을 파고 씨를 뿌리고 모두 부산해 보인다. 흡사 걸인과도 같은 궁예의 낡고 기운 장삼자락에 온통 땀이 번져있다. 궁예는 열심히 밭고랑을 판다.
은부 주군, 오늘따라 너무 과하신 것 같사옵니다.
궁예 뭐가 말이오?
은부 일하시는 것이 말이옵니다. 장삼이 모두 땀에 절었사옵니다.
궁예 하하하, 얼마나 좋소이까? 이 땀이 곡식이 되고 거름이 되고 또 백성들의 희망이 되는 것이오. (계속 일하며) 열심히들 하시요. 얼마나 더 이렇게 일을 할 수 있겠소?
종간 하긴 그렇사옵니다. 군사들의 사기는 지금 매우 높사옵니다. 모두들 주군의 영이 언제 떨어질 것인가 그것만을 기다리고 있사옵니다.
궁예 .....
은부 첩자들의 말에 의하면 주군의 대명은 말세에 하생하신 미륵부처님으로서 동쪽 일대에 크게 퍼져있다 하옵니다. 이는 천군만마를 앞세우신 것보다 큰 것이옵니다.
궁예 당연한 말이오. 군사를 앞세워 싸우는 것보다 배성들의 인심을 얻는 것이 참다운 승리인 것이오. 그보다도 더 확실한 보장은 없소이다.
그때 먼지를 이르키며 전령이 다가온다. 궁예 앞에 내려서면..
전령 아뢰옵니다. 북원성의 양길대장군께서 석남사로 들고 계시옵니다.
궁예 대장군께서...?
전령 예, 신훤부장께오서 임시로 대장군을 영접중이시옵니다.
은부 드디어 주군께서 석남사를 떠나실 때가 된것 같사옵니다.
씬 25 석남사 앞
신훤과 원회가 달려오며 막 경내로 들어가려는 양길 일행을 맞는다.
신훤 어서오시오소서 대장군.
양길 궁예장군은 어디에 있는가?
신훤 밭에 나가 계시옵니다.
양길 밭에...? 장수가 군사들은 아니 돌보고 밭에 가 있다?
신훤 장정들과 관내의 모든 백성들은 훈련과 밭농사를 병행하고 있사옵니다. 궁에장군께서는 오늘 밭에 나가시는 날이온지라....
복사귀 ..........?
양길 들어들 가세. (안으로 들어가며) 내 딸아이는 어디에 있는가?
신훤 안에 계실 것이옵니다. 얘들아 대장군을 뫼시어라.
대답소리와 함께 군사들이 부산하게 움직인다. 양길은 거만하게 보며 그렇게 인도되어 가고.....
씬 26 동 석남사 경내
양길들이 들어오고 있다. 막 말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가려 하는데 미향이와 시녀들이 급히 다가와 예를 올린다.
미향 어서 오시오소서 아버님.
양길 오...미향이가 아니냐...?
딸을 보던 양길의 표정이 갑자기 싹 바뀐다. 이럴 수가 없는 것이다. 미향의 모습은 그야말로 남루하고 초라하기 짝이 없다. 모두들 그런 양길을 본다.
양길 아니, 얘야. 너의....그...옷 꼴이 그게 무엇이냐? 어찌해서 그런 다 헐은 옷을 걸치고 있느냐?
미향 ..........아, 아니옵니다 아버님.....
신원 (눈치를 채고) 대장군 안으로 드시오소서. 곧 장군께서 오실 것이옵니다. 마님도 안으로 드시오소서.
양길 세상에.....얼굴도 말이 아니로구나. 네가 내 딸이 맞느냐?
미향 (눈물 참으며) 안으로 드시어요. 아버님....
양길 들어가자.
모두들 그렇게 안으로 들어간다. 복사귀는 변해있는 미향을 보다가
주변을 본다. 그 예사롭지 않은 눈으로......
씬 27 궁예의 거소 앞
방 밖에서 복사귀와 신훤들이 서있다. 안에서 소리가 들려 온다.
양길 (E) 믿기지가 않아.
씬 28 동 거소 안
양길이 눈물을 훔치는 미향의 손을 어루만진다. 시녀가 구석에서 보고 있다.
양길 세상에....그토록 보드랍던 손이 마치 가문 날 논바닥 갈라지듯 하였구나.....감히..너를... 나의 막내딸을 이렇게 홀대하였더란 말이냐?
미향 아니옵니다 아버님.
양길 아니기는..? 애지중지 키운 너를 특별히 주었는데...호강은 못시킬망정 노예보다 더한 부엌데기로 만들어?
시녀 ...............
미향 그렇지가 않사옵니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같은 옷을 입고 누구나 똑같이 일을 하옵니다.
양길 뭐라....누구나? 너는 이 양길이의 딸이야. 머지않아 대왕이 되는 나의 딸이란 말이다. 이제 공주가 될 신분인데....
미향 이곳에는 특별한 사람이 없사옵니다.
양길 허허...내 얘기는 좀 들었다마는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까지야......
그때 소리가 들려 온다.
신원 (E)대장군, 궁예 장군께서 오고 계시옵니다.
양길 ...(불쾌하고).......
씬 29 동 거소 밖
궁예와 종간, 은부가 가까이 온다. 와서 서며 섬돌 위의 신발들을 보는 궁예. 양길의 목소리가 들린다.
양길 (E) 왔으면 들라고 하게.
신훤 장군, 안으로 드시오소서. 마님께서도 계시옵니다.
궁예가 안으로 들어 간다. 보고 있던 복사귀가 은부를 잡아 끈다.
복사귀 나좀 보세나.
그들이 한 쪽으로 가고 나자 종간과 신훤이 서로를 본다.
종간 주군께서 드셨으니 우리도 가서 일을 보세.
신훤 예.
그들도 그렇게 물러 가고....
씬 30 동 거소 안
양길이 질린 듯이 혀를 차며 걸인이나 다름없는 궁예를 보고 있다.
양길 영락없는 거러지로구먼.... 이 성에는 모두가 거러지뿐이야.
궁예 허허허...어인 말씀이신지....
양길 자네는 장수이고 이 아이는 나의 딸이야. 도대체 그 행색들이 뭐란 말인가?
궁예 이 곳에서는 모두가 평등하옵니다. 더불어 굶는이도 없고 길거리에서 죽는 자도 없사옵니다. 누구 하나가 특별하게 살자면 여러 사람이 헐벗고 굶주려야 하옵니다. 오늘날의 이 모든 은혜가 대장군의 것이옵니다.
양길 ...음....(할 말이 없다)
궁예 모두가 대장군을 칭송하고 그 덕을 노래하는데 이 일을 그만 두오리까?
양길 뭐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좀 심한 것 같아서 해본 말일세. 그래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한가?
궁예 그저 대장군의 영만을 기다릴뿐이옵니다.
양길 그래......실은 나도 할 말이 있어서 찾아왔네.
씬 31 동 석남사 일각
조용한 모퉁이에서, 혹은 은부의 거소에서 두 사람이 얘기를 주고 받고 있다.
복사귀 은부 자네는 그 동안 엉터리로 보고를 올린 것 같으이.
은부 허허허...이보게 복사귀, 그게 무슨 말인가?
복사귀 자네는 자청해서 궁예를 쫓아왔네. 그리고 궁예가 다른 흑심을 품고 있는데도 그렇지 않다고 대장군을 속여 왔어.
은부 허허허, 그런가? 하긴..다 속여도 복사귀의 눈만은 피하기 어렵지. 그건 그렇고 이번에 대장군께서 여기를 왜 오셨는지 맞추어 볼까?
복사귀 ..................?
은부 궁예장군을 보고 동쪽으로 가라는 것일께야. 안 그런가?
복사귀 자네 때문이야. 그 거짓 보고 때문에 .....
은부 자네는 말렸겠지. 절대로 안된다고...안그런가?
복사귀 어쩔 생각인가?
은부 새삼스레 무얼 묻는 것인가? 자네는 그 동안 충분히 들었을 것이고 이곳에 와서도 다 보았을 것이네. 그런데 어떻든가? 궁예라는 사람이 정말로 그렇게 배신자이고 조조 같은 간웅이던가?
복사귀 ......그러니까 더 경계해야할 인물이 아닌가?
은부 정신 차리게. 설혹 궁예라는 사람의 지금 모습이 거짓이라고 해도 나는 따를 것이네. 양길 장군이 그 사람만 하던가?
복사귀 ..............?
은부 아닐세. 도저히 비교할 수 없는 그릇이야. 의심덩어리로 가득한 소인배와는 달라. 잘 생각하게. 자네나 나나 오래 있다가는 그 의심병에 걸려서 제 명에 못 죽을 거야. 사내란 그 주인을 어떻게 만나는냐에 따라서 그 운명이 결정지어 지는 것이야. 희망이 없는 곳에 몸을 의탁할 수는 없지 않은가?
복사귀 자네들의 그 모험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할 것이야.
은부 허허허, 양길이 동쪽 땅에 욕심을 갖기 시작한 이상 복사귀 자네의 말은 당분간 아무 소용이 없을 게야. 아니 그런가?
씬 32 궁예의 거소
이미 미향은 물러가고 없고 두 사람이 얘기를 계속 하고 있다.
양길 내 딸 아이를 보면 많은 것이 섭섭하기는 하지만 대국적으로 생각해 볼 때 자네의 사람 다스리는 법은 참으로 놀랍고 감탄스러우이.
궁예 이해하여 주시니 고맙사옵니다.
양길 지네가 이 곳으로 떠나기 전 우리는 동쪽의 명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네. 기억 하는가?
궁예 잊을 리가 있겠사옵니까?
양길 나는 그때 반신반의 했네. 도대체 무얼 믿고 동쪽으로 간다고 하는가 하고 말이야. 하지만 이젠 알겠네. 자네는 할 수가 있어. 이곳의 군사들은 종교적인 믿음으로 뭉쳐져 있어. 이보다도 더 무서운 군대는 없지.
궁예 .......
양길 이러한 군대가 창을 거꾸로 돌린다면 이 양길이도 당하지 못할게야.
궁예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옵니까?
양길 그렇다는 것이야. 나는 은부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듣고 있었네. 은부는 정직하고 총명한 사람이지. 자네는 욕심이 없고 말 그대로 틀림없는 부처라고 하였어.
궁예 과찬이시옵니다.
양길 하지만, 너무 욕심이 없는 것도 곤란하이. 우리가 대업을 이루면 다음의 옥좌는 분명히 그대의 것이야. 욕심을 갖게.
동쪽을 공략하게. 궁예 황공하옵니다, 대장군. 영을 따르겠사옵니다.
양길 기병을 내어주겠네. 이곳의 군사들과 더불어 출병할 준비를 갖추게.
궁예 예, 대장군.
비로소 궁예의 얼굴에 긴장감이 감돈다. 큰 결정을 내린 양길의 표정도 상기되어 있다.
씬 33 어느 벌판
궁예의 대군이 무수한 깃발을 앞세워 가고 있다. 궁예와 종간, 은부, 신훤, 원회 등이 앞을 섰다. 그 뒤로 수백의 기병대와 보군들이 끝없이 줄을 잇고 있다.
해설 궁예, 석남사에 머물던 그는 드디어 동쪽을 공략하기 위해 군사를 움직였다. 삼국사기에서는 이 대목을 일러 궁예가 양길의 군사 육백을 거느리고 명주로 떠났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어찌 군사가 육백명 뿐이었으랴, 이 당시에 명주에는 적어도 이천여 명이 넘는 군사가 있었던 것으로 학계에서는 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궁예의 군사는 명주와 버금가는 군대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어쨌든 궁예는 처음으로 그가 지휘하는 장졸들을 이끌고 동쪽을 공략하기 위해 길을 떠났다.
씬 34 예성강 포구
왕륭과 평달이 먼 바다와 포구의 배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두 사부 와 장수장이 포구를 지나치는 군사들을 보고 있다. 까닭 모를 왕륭 의 그늘진 표정위로..
왕평달 양길에게 가있던 궁예가 군사를 일으켜 동쪽으로 가고 있다 하옵니다.
왕륭 .... (댓구가 없고)
왕평달 그렇게 되면 당분간 이 송악은 그런 데로 한숨을 돌릴 것 같사옵니다마는...
왕륭 (중얼거리듯) 허허허... 그래도 그들은 언젠가는 올 것이야.
왕평달 그렇기야 하겠사옵니다마는...
왕륭 아마도 온다면 궁예가 이리로 오겠지...
왕평달 예? 궁예는 지금 우리의 반대쪽으로 가고 있사옵니다.
왕륭 그렇기는 하지만 동쪽으로 가면 바다 밖에는 없어. 다시 위로 올라가 이쪽으로 향해 올 것이야.
왕평달 .....?
왕륭 우리 주변의 호족들은 모두 제 울타리 돌아보기에 급급해 있어. 그래가지고는 저들을 막지 못해.
왕평달 형님 하지만....
왕륭 지금 이대로 최선을 다하게. 우리가 할 일은 누군가 이 송악을 점령하고 난 그 다음의 일이야.
왕평달 예? 그렇게까지 비관적으로 보시옵니까?
왕륭 우리의 운명이 그렇게 되어 있어. 아아, 이럴 때 도선 대사께서 옆에 계셔준다면 이 답답한 마음을 알아주실 것인데...
왕륭은 더는 말이 없다. 그렇게 계속해 바다를 보고 있다.
해설 (계속) 궁예가 동진을 시작한 그 무렵, 왕륭은 많은 재물을 풀어 군사를 모으고 인심을 얻기 위해 심혈을 기우리고 있었다. 왕륭은 특히 자신과 교분이 깊고 충성심이 강한 뱃사람들과 상인집단을 끌어 모아 송악군에 편입시키면서 군을 정예화 시키는데 몰두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왕륭은 송악의 운명을 비관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송악을 점령하고 난 다음의 일을 계산하고 있는것이다. 그 다음의 일,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 왕륭만이 아는 일이었다.
씬 35 어느 산길
도선과 경보가 걸어가고 있다. 어느 산 고갯길을 넘어 가며 두 사제는 말을 주고 받는다.
경보 큰 스님, 벌써 며칠을 이렇게 걸었사옵니다. 대체 어디로 가시는 것이옵니까?
도선 이놈아, 산천경계를 구경하자고 아니 하였느냐?
경보 말씀은 그렇게 하시지만 목적지가 있는 것 같아서 그러하옵니다.
도선 절 밥께나 먹더니 눈치만 남았구나...허허허...송악으로 가는 길이다.
경보 예? 지금 이곳은 송악으로 가는 길이 아니지 않사옵니까?
도선 세상구경을 하면서 가는 것이야. 계속 바닷가로 올라 가다가 설악을 넘을 것이다.
경보 송악에는 무엇 하러 가시옵니까?
도선 예언을 이루려 가는 것이다.
경보 ....?
도선 이제 때가 이르렀어. 그 동안 잠자고 있던 용이 일어날 것이다. 그 용이 몸을 틀고 승천할 때까지 자리를 대신한 자가 지금 움직이기 시작했느니라.
경보는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를 못한다. 얼만큼 가자 많은 백성들이 한쪽으로 우 몰려가는 모습이 보인다. 보고있던 경보가 묻는다.
경보 여보시오들 어디로들 가는 길이시요?
농민 미륵 부처가 오신 답니다.
경보 예? 미륵이라니요? 미륵 부처가 왔다구요?
농민 그렇다니까요. 궁예라는 미륵 부처님이 이곳을 지나가신답니다. 어지러운 세상을 구하러 하생하신 분이시랍니다.
농민들이 그렇게 몰려간다. 그런 행렬들은 끝도 없이 지나치고 있다. 경보는 놀라서 보지만 도선은 표정이 없다.
경보 큰 스님, 미륵 부처께서 하생을 하셨다 하옵니다.
도선은 대답이 없다. 그들이 몇 걸음 산길로 올랐을 때 놀라운 광경이 보여지고 있다. 애꾸눈의 궁예가 장삼을 걸친 채 대군을 이끌고 지나치고 있다. 수많은 백성들이 큰 손을 들어 모으며 합장을 하며 나무석가모니불을 연발하고 있다. 더러는 꿇어 엎드리는 자, 계속 절을 하는 자, 합장을 하는 자들로 아우성들이다. 궁예는 정말 미륵 부처처럼 인자한 웃음을 보내며 그들 앞으로 지나치고 있다. 경보가 놀라서 계속 보고 있다.
경보 큰 스님, 저 사람은 예전에 우리가 서라벌에서 보았던 궁예스님이 아니옵니까?
도선 그렇구나. 저자가 천상에서 내려온 미륵부처로구나.
경보 예?
도선 미륵은 미륵이되 세상을 잘못 만났구나. 때가 아닌 때에 이르렀으니 이 일을 어이할꼬...
그런 도선의 얼굴에서 카메라 스톱모션 되었다가 다시 판하여 사람들의 예를 받는 궁예의 그 모습에서.... <16회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