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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맥베스>
대본 프란체스코 마리아 피아베
초연 1867년 피렌체 페르골라 극장
배경 던컨 왕이 시해당한 1040년부터 맥베스가 죽은 1057년까지의 17년간
스코틀랜드와 스코틀랜드-잉글랜드 국경 지방
<2017년 1월 마시모 극장 / 156분 / 한글자막>
마시모 극장 오케스트라 & 합창단 연주 / 가브리엘레 페로 지휘 / 엠마 단테 연출
맥베스.................스코틀랜드의 장군. 글라미스 영주.....로베르토 프론탈리(바리톤)
맥베스 부인..........맥베스 부인...................................안나 피로치(소프라노)
반코(반쿠오)........스코틀랜드의 장군..............,............마르코 미미카(베이스)
막두프(맥더프).....스코틀랜드의 귀족...........................빈첸초 코스탄초(테너)
말콜름(맬컴)........둔카노 왕의 아들.............................마누엘 피에라텔리(테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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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덕션 노트 ===
2017 마시모극장 실황 - 베르디 <맥베스>
무대를 물들이는 전위적 광기와 완성도 높은 연주
이탈리아 영화감독 엠마 단테(1967~)가 연출한 2017년 1월, 마시모 극장 실황이다. 무대의 블랙, 레드, 블루의 색조 대비가 강렬하며, 간단한 소품들은 군무와 합창, 맥베스의 광기가 어우러질 때마다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온다. 엠마 단테는 국내의 영화팬들에게 더 잘 알려져 있다.
굵직한 오케스트레이션으로 음악을 견인해가는 노장 지휘자 가브리엘레 페로(1937~)의 음악은 그 어떤 <맥베스>보다 비극의 무게를, 눈물의 두께를 지니고 있다. 타이틀롤 프론탈리의 정석적인 연기와 레이디 맥베스 역의 피로치의 광기 서린 연기의 대비도 강렬하다. 이 프로덕션은 발레가 삽입된 파리 버전이 아니라 원본을 채택하여 극적 흐름에 더 집중한다. 그래서 잘 정제된 고전소설을 읽는 듯한 영상적 흐름이 돋보인다. 해설지(14쪽/영여)에는 작품, 캐스팅 해설이 수록.
이탈리아 영화감독 엠마 단테(1967~)가 연출한 베르디 <맥베스>에는 강한 영상미가 감돈다. 2017년 1월, 이탈리아 마시모 극장 실황을 담은 이 프로덕션에는 블랙, 레드, 블루의 색조 대비가 강렬하다. 소품들도 소극장에 놓일 법한 작은 구조물들이 전부다. 하지만 군무와 합창, 또한 연출가가 맥베스에게 심어놓은 광기가 어우러질 때마다 그것들은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온다. 엠마 단테는 국내에 개봉했던 영화 '프랑코 스칼다티의 연극과 삶'(2015 개봉)에 조연으로,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팔레르모의 결투'(2013) 감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오페라 마니아라면 지휘자 가브리엘레 페로(1937~)의 명성에 더 눈길이 갈 것이다. 1971년에 데뷔한 이래 이탈리아의 주요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그는 유럽의 전극장을 섭렵한 노장의 지휘자.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굵직한 오케스트레이션으로 음악을 견인해가는 그의 음악은 그 어떤 <맥베스>보다 비극의 무게를, 눈물의 두께를 지니고 있다.
타이틀 롤의 로베르트 프론탈리는 로마 태생으로 1986년 데뷔 이래, 유럽의 여러 극장들에서 활동 중이다. 타이틀롤에 충실한 프론탈리와 달리 레이디 맥베스 역의 안나 피로치는 창백한 조명과 함께 광기를 제 마음대로 발휘한다.
<'맥베스>는 1847년 피렌체 페르골라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이후 파리 리리코 극장에 올리기 위해 수정하는 가운데, 발레를 선호했던 파리시민들의 구미를 맞추기 위해 합창을 줄이고 발레 장면을 삽입하기도 했다. 두 버전 중 이 영상물은 발레가 없는 원본을 택해 극적 흐름에 더 집중한다. 그래서 잘 정제된 고전 소설을 읽는 듯한 영상적 흐름이 돋보인다. 해설지(14쪽 분량/영여)에는 작품, 캐스팅 해설이 수록.
=== 줄거리 === (1987 맥베스 영화버전 영상물 내지 해설 / Kenneth Chalmers / 정준호 번역)
제1막
전투 뒤에 마녀들이 모여들고(합창), 국왕의 군대를 이끄는 두 장군, 맥베스와 밴쿠오가 마녀들과 마주친다. 마녀들은 맥베스가 코더의 영주에 이어 스코틀랜드의 왕이 될 것이라 예언한다. 밴쿠오는 미래를 더 알게 해 달라고 청하고 마녀들은 그의 자손들이 왕이 될 것이라 답한다. 마녀들이 사라지자 전령이 도착해 국왕이 맥베스를 코더의 영주로 임명했다고 알린다. 그는 좋은 소식을 기쁘게만 받아들이지 못하고 첫 번째 예언이 실현된 것에 혼란되어 걱정한다. 모두 가고나자, 마녀들이 다시 나와 맥베스가 돌아올 때 만날 계획을 짠다.
맥베스 부인은 남편으로부터 마녀들을 만났다는 편지를 받았다. 그녀는 맥베스가 왕이 되어 권력을 쥐게 하기로 마음먹는다. 하인이 덩컨 왕이 오늘 밤 성에서 하루를 묵을 것이라고 전한다. 맥베스가 도착하자 부인은 그에게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부추긴다. 수행원들과 도착한 왕은 곧바로 방으로 들어간다.
맥베스가 나타나 왕을 죽이기 위해 들어간다. 맥베스 부인은 밖에서 남편을 기다린다. 왕의 침소에서 나온 그는 벌써 후회와 미래에 대한 공포에 싸여 있다. 그러나 그의 아내는 영광이 오리라고 말한다. 맥베스가 너무 두려워하자 그녀는 덩컨의 잠든 근위병에게 피를 묻히고 퇴장한다.
살인을 발견한 맥더프가 성안 사람을 깨우고 모두가 벌어진 일을 듣고는 경악한다.
제2막
덩컨의 아들 맬컴은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영국으로 도망간다. 맥베스는 이제 왕이 되었지만, 아내의 부추김에도 권력이 즐겁지 않다. 그는 밴쿠오의 후손이 왕이 될 것이라는 마녀들의 예언에 사로잡혀 아내와 함께 또 다른 살인을 모의한다.
밴쿠오를 죽이라고 맥베스가 보낸 두 무리의 암살자들이 맥베스 성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만났다. 밴쿠오가 아들 플리언스와 지나가다가 공격을 받고 죽는다. 아들은 가까스로 탈출한다.
맥베스는 성안에서 잔치를 벌이는 중이다. 맥베스 부인이 건배를 제의하는 동안 암살자 가운데 하나가 맥베스에게 밴쿠오는 죽었지만, 아들은 살아남았다고 말한다.
맥베스가 밴쿠오의 자리가 비었음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자기 자리에 않으려는데, 밴쿠오의 유령이 나타난다. 맥베스만이 그것을 알아보고, 흥분한 그의 질문에 다른 사람들은 의아해 한다. 유령은 사라지고 맥베스 부인은 남편을 불러서 진정시킨다. 그녀가 다음 건배를 제의하자 맥베스에게 다시 유령이 나타나고 그의 헛소리가 잔치를 망친다.
제3막
마녀들이 동굴에 다시 모인다. 그녀들이 죽을 끓이고 있을 때 맥베스가 와서 질문을 한다. 마녀들이 불러낸 세 망령은 차례로 맥베스에게 맥더프를 조심하라, 어미가 낳지 않은 자식은 그를 해하지 못한다, 버넘 숲이 일어나 덮치지 않는 한 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맥베스는 이것들이 안심해도 좋다는 보장이라고 생각하고 계속해서 밴쿠오의 자손들이 진짜 왕이 되느냐고 묻는다. 맥베스의 눈에, 여덟 왕이 지나가고 밴쿠오가 마지막에 거울을 들고 나타나느 환영이 보인다. 맥베스가 두려워하자 마녀들은 이 왕들이 살아날 것이라고 확언한다. 그는 기절해 쓰러지고 마녀들도 사라진다.
정신을 차린 맥베스는 아내에게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얘기해 준다. 광란에 빠진 두 사람은 맥더프의 성을 불태우고 그의 아내와 자식들을 죽이고, 밴쿠오의 아들을 찾아 죽일 계획을 세운다.
제4막
맥베스의 폭압을 피해 떠난 사람들이 잉글랜드 국경에 모인다. 그들 가운데 아내와 아이들의 죽음을 슬퍼하는 맥더프도 있다. 맬컴은 영국 병사들로 군대를 조직하고 돌아와 맥베스를 칠 사람들을 이끈다. 그는 모두에게 버넘 숲의 가지를 걲어서 위장하라고 명령한다.
밤에 맥베스 부인의 시녀들이 의사를 만나, 모시는 분의 몽유병을 보아 달라고 한다. 맥베스 부인이 나타나 손을 씻는 행동을 한다. 분명 덩컨 왕이 죽던 날 밤 했던 행동이다. 지켜보던 두 사람은 그들이 본 일에 경악한다.
맥베스는 자신을 향한 공격에 대해 알지 못하고 마녀들의 예언이 안전을 보장할 것이라고만 믿은 채 왕비가 죽었다는 소식에조차 무관심하다. 그러나 병사들이 들이닥쳐 버넘 숲이 움직이고 있다고 전하자 그는 칼을 듣고 전장에 나설 준비를 한다.
맥베스와 맥더프가 마지막 대결을 벌이고 있다. 맥베스는 여자가 낳은 사람은 자신을 해할 수 없다고 소리친다. 맥더프는 자신은 어머니가 낳은 것이 아니라 배를 열고 나왔다고 외치며 맥베스를 죽인다.
맬컴의 군대가 승리하고 맥더프는 맥베스가 죽었다고 공표한다. 군대와 백성들이 새로운 왕으로 맬컴을 추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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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다음 클래식 백과 / 이진경 글>
맥베스
주세페 베르디
〈맥베스〉는 베르디가 직접 원작인 이탈리아 번역본을 정리하고 노래와 장면의 구분까지 만들 정도로 열정을 보인 작품이다. 그 후 프란체스코 마리아 피아베가 대사 손질만을 하였는데, 그런 점에서 이 오페라는 대본에서 음악까지 베르디가 완성한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예언이 뒤흔든 한 유약한 사내의 운명
전쟁에서 돌아오던 두 장군 맥베스와 반코는 마녀들의 예언을 듣게 된다. 마녀들이 사라진 후 사자로부터 코더의 영주가 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두 사람은 마녀의 예언이 들어맞음에 놀란다. 한편 맥베스 부인은 맥베스의 편지를 읽으면서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에 기뻐하며 자신의 야심을 불태운다. 그리고는 맥베스와 함께 왕이 성에 오니 이날 왕을 죽이자고 음모를 세운다. 왕이 잠에 들자 맥베스는 혼란스럽고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왕의 침실로 들어가 그를 죽인다. 피 묻은 단검을 본 레이디 맥베스는 남편을 격려하며 같이 음모에 가담한 위병에게 죄를 뒤집어씌운다.
왕이 된 맥베스는 마녀의 다른 예언인 반코가 왕들의 아버지가 된다는 예언에 겁을 먹고 부인과 상의하여 반코 일가를 살해하기로 한다. 자객을 보냈지만, 자객은 반코의 아들(막두프)을 놓치고 만다. 왕이 된 맥베스를 위한 축하연에서 반코의 아들을 놓쳤다는 소식을 접하고 불안에 떤다. 반코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맥베스는 반코의 자리에 앉겠다고 하지만, 그의 망령을 보고 기이한 행동과 말을 하면서 자신이 전 왕을 죽인 범인임을 드러낸다. 맥베스는 마녀들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 예언을 요구한다. 마녀의 예언은 세 가지로, 막두프를 조심하라, 여자의 배로 낳은 자는 맥베스를 해칠 수 없다. 버남 숲이 움직이지 않는 한 맥베스는 망하지 않는다고 예언한다. 이에 반코의 아들 막두프를 죽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두 사람은 살의를 불태운다. 맥베스에게 추방당한 망명자들이 모여 그들의 조국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린다. 막두프 역시 아내와 자식들의 죽음에 대한 비통한 심정에 빠져있다. 이 때 둔카노 전 왕의 아들 말콜름이 찾아와 버남 나뭇가지로 병사들의 몸을 위장시키며, 조국을 위해 칼을 들고 맥베스에 대한 복수를 맹세한다. 막두프가 이끄는 반군이 잉글랜드와 연합하여 맥베스의 성 밖에까지 쳐들어오지만, 맥베스는 마녀의 예언을 믿는다. 맥베스는 무장을 하고 성 안으로 들어온 반군들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지만, 막두프의 칼에 쓰러진다. 막두프는 어미의 배에서 낳은 것이 아니라 찢고 태어난 자였기 때문이다.
미워할 수 없는 악역 레이디 맥베스
레이디 맥베스는 맥베스 역 이상으로 중요한 역이다. 왕위 찬탈을 꿈꾸지만 유약한 천성을 어쩌지 못해 시종일관 두려움에 떠는 맥베스를 충동질하고 리드해가는 것이 레이디 맥베스이다. 이러한 레이디 맥베스를 연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녀의 성격묘사는 아주 치밀해야 하며, 악역을 담당하고 있으며 4막에서 유명한 몽유병을 연기해야 하는 것은 엄청난 연기력을 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웬만한 드라마틱 소프라노가 아니고서는 소화하기 어려운 역이다. 베르디는 레이디 맥베스에 대해 “이 역은 절대로 목소리가 아름다운 여가수가 불러서는 안 된다”고 하였는데, 이는 노래보다는 심리 표현을 할 수 있는 연기력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 오페라를 이끄는 사실상 주인공은 레이디 맥베스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심리를 담아낸 베르디의 열정
셰익스피어에 대한 베르디의 사랑은 유명하다. 평생을 두고 가장 심취했던 작가가 셰익스피어라고 감히 말할 정도로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오페라화 할 때 쏟은 열정에 대한 일화는 유명하다. 〈맥베스〉, 〈오텔로〉, 〈팔스타프〉가 이러한 대표작인데, 특히 베르디의 마지막 오페라의 원작이 셰익스피어의 것이라는 것에서 작가에 대한 작곡가의 사랑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맥베스〉는 30대 초반에 작곡한 작곡가의 초기 작품으로 그 당시 작곡된 다른 작품과 비교할 때 음악적 깊이와 극적 효과 등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인 작품이다. 특히 맥베스에게 베르디는 “노래를 부르지 말라”라는 요구를 하기도 하여 작품에 대한 승부를 노래보다는 연기력에 두고 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작품 전체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장면이나 아리아는 모두 등장인물의 심리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다루어진 장면이 많다. 특히 레이디 맥베스의 몽유병 장면이나 2중창 ‘숙명적인 아내여’는 등장인물의 심리가 극명하게 드러나 원작 이상의 효과를 보이기도 한다.
움직이는 무대
사실상 〈맥베스〉를 무대에 올리는 것은 쉬운 작업이 아니다. 여타 다른 베르디의 오페라에서도 간혹 드러나는 문제점, 예를 들어 세 명의 주연급 바리톤을 요구하는 〈에르나니〉와 같은 캐스팅의 문제를 떠나서 작품을 연기할 기본 바탕이 되는 무대에서부터 많은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랜드 오페라가 아님에도 최소 10번 이상의 장면 전환이 있어야 하는 이 작품은 그만큼 많은 무대를 요구한다. 어떤 장면에서는 노래 한 곡을 끝으로 장면이 전환되기 때문에, 무대만을 고려할 때 이 작품은 감상하기에 산만한 작품이다. 가수들의 잦은 등장과 퇴장, 빈번한 무대 전환은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주기보다는 집중력 하락을 가져오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무대를 어떻게 꾸미는지가 이 오페라의 생사를 결정짓게 되기도 한다. 이러한 난점을 해결하면서 〈맥베스〉의 극적 긴장감을 살리기 위해 아돌프 아피아의 ‘움직이는 무대’라는 무대 이론이 이 오페라에 적용되면서 무대에 대한 난점은 해결되었다.
1막 2장 레이디 맥베스의 아리아, ‘오라, 어서(Vieni! t'affretta!)’
편지장면으로 알려진 이 카바티나와 카발레타는 레이디 맥베스의 왕위에 대한 야망을 담고 있다. 맥베스 부인은 왕이 되리라는 마녀들의 예언을 담은 맥베스의 편지를 읽고 기뻐한다. 둔카노 왕이 이 성에 머무를 것임을 시종으로부터 전해들은 레이디 맥베스는 오늘 밤이 왕을 죽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음을 기뻐하며 카발레타 ‘일어서라, 지옥의 사자들이여(Or tutti sorgete)’를 이어 부른다.
1막 2장 맥베스와 레이디 맥베스의 2중창, ‘숙명적인 아내여(Fatal mia donna)’
결국 왕을 죽인 맥베스는 피 묻은 단검을 쥐고 레이디 맥베스 앞에 나타난다. 겁에 질려 벌벌 떠는 맥베스를 맞이하던 레이디 맥베스는 일의 성공을 기뻐한다. 이때 부르는 2중창이 〈숙명적인 아내여〉이다. 이 2중창은 부부의 효과적인 심리를 다뤄 노래보다는 가수의 연기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베르디는 이 2중창과 관련해서 “제발 노래하지 마라. 속삭여라”라고 말하면서 노래가 아닌 연기가 핵심임을 어필하였다.
4막 1장 막두프의 아리아, ‘나의 아들들이여(Ofigli miei)’
4막은 맥베스에게 추방당한 망명자들이 조국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는 합창으로 시작한다. 자신의 성 역시 불태워지고 처자식이 살해당한 막두프 역시 이들 망명자들과 함께 있는데, 그는 자식을 구하지 못한 비통한 아버지의 심정을 노래한다. 전체적으로 어둡고 비통함 속에 애틋함을 가진 이 아리아는 이 오페라의 유일한 테너 아리아로 많은 테너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명곡이다.
4막 2장 레이디 맥베스의 아리아, ‘아직도 여기 핏자국이(Una macchia è qui tuttora!)’
〈맥베스〉에서 최고의 장면으로 뽑히는 이 아리아는 몽유병 장면으로 유명하다. 왕을 죽인 죄책감에 시달리는 레이디 맥베스는 결국 몽유병 환자가 되었다. 시녀와 의사가 보는 앞에서 몽유병 상태인 레이디 맥베스가 등장하면서 ‘아직도 여기 핏자국이’를 부른다. 노래보다는 읊조림에 가까운 이 부분은 레이디 맥베스가 왕의 시해에 가담했음을 알리게 되는 장면과 동시에 한 인간의 무의식이 표출되면서 야망에 왕을 시해했지만 이를 견디지 못한 나약한 인간의 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이 장면은 다른 오페라가 아리아로 드라마틱함을 보이는 것과 달리 가수의 연기력으로 작품에 극적인 긴장감을 주고 있다.
4막 3장 맥베스의 아리아, ‘연민도 존경도 사랑도(Pietà, rispetto, amore)’
반군이 잉글랜드와 연합하여 쳐들어왔다는 소식을 접한 맥베스는 마녀의 예언을 떠올리며 애써 두려움을 떨치려 한다. 그러나 맥베스 스스로도 자신이 마지막을 맞이하고 있음을 느낀다. 최고의 바리톤 아리아로 꼽히는 이 아리아는 그러나 죽음으로 끝날 자신의 운명을 예감하고 있는 맥베스의 비참하고 통렬한 심정이 절절히 흘러나오는 주인공이 부르는 최후의 아리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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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해설 === <2012년 10월 1일 네이버캐스트 / 이용숙 글>
명곡 명연주
베르디, 맥베스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원작으로 한 베르디 초기 오페라 작품
1846년 완성, 1847년 피렌체에서 초연
제프리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는 "대단한 영화를 누리고 살다가 높은 지위에서 불행 속으로 추락해 비참하게 끝장나는 사람의 이야기"를 비극이라 말합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1606년경) 역시 이런 이야기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비극의 주인공들에겐 공통점이 있습니다. 비극을 초래하는 성격상의 결함 말입니다. 햄릿은 자기성찰이 지나쳐 우유부단하고, 오셀로는 반대로 성찰과 의심이 부족해 남의 말을 쉽게 믿어버리죠. 열등의식이 강한 탓에 질투심도 유난히 강합니다. 리어왕의 경우에는 지나친 자부심과 고집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셰익스피어 비극 중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는 스코틀랜드의 왕이 된다는 마녀들의 예언을 그대로 믿어버린 맥베스입니다. 바라지 않았다면 믿지도 않았을 텐데요, 그 내면의 야심이 헛된 점괘를 믿게 만들어 결국 그를 파멸로 이끌었죠.
동시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풍자작가 벤 존슨보다 셰익스피어 비극이 더욱 오랜 세월을 견디며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인간의 어떤 잘못과 악덕에 의해 비극이 초래되는가를 보여주면서 관객이나 독자가 교훈을 얻도록 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 1813-1901)는 워낙 책을 많이 읽는 작곡가여서 셰익스피어, 실러, 위고 등의 문학작품에서 스스로 오페라 소재를 구했는데요, 그 중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는 베르디 초기 걸작, [오셀로]는 말년 걸작 [오텔로]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맥베스]는 셰익스피어가 영어로 쓴 작품이지만, 1847년 피렌체에서 초연한 베르디의 오페라 대본은 작가 프란치스코 마리아 피아베가 이탈리아어로 썼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달라집니다. 맥베스는 막베토, 뱅코우는 반쿠오, 맥더프는 막두프로 불리죠. 하지만 여기서는 혼동을 피하기 위해 셰익스피어 원작 속의 이름들을 그대로 사용하겠습니다.
인간을 현혹하는 운명의 점괘
이야기의 배경은 11세가 스코틀랜드. 마녀들이 사는 숲속에서 1막이 오릅니다. 전쟁터에서 돌아오던 맥베스와 뱅코우 장군은 희한하게 생긴 마녀들과 마주치죠. 그들은 글래미스의 영주 맥베스에게 ‘코더의 영주가 되고, 스코틀랜드의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들려주고, 뱅코우에게는 ‘왕들의 아버지가 된다’고 말합니다. 곧 전령이 나타나 맥베스가 코더의 영주로 봉해졌다는 소식을 전하자 두 장군은 깜짝 놀라죠.
장면이 바뀌어 맥베스의 성입니다. 맥베스 부인이 남편의 편지를 읽으며 마녀들의 예언에 기뻐하고 있습니다. 야심에 불타는 부인은 덩컨 왕이 맥베스의 성에서 묵는다는 전갈을 받자 왕을 살해하기로 결심하고(오세요, 당신에게 힘을 드릴게요 Vieni! t'affretta!), 집에 돌아온 남편에게 용기를 불어넣습니다. 덩컨 왕은 맬컴 왕자와 맥더프 장군을 거느리고 맥베스의 성에 도착합니다.
밤이 되고 성안의 모든 사람이 잠들자 맥베스는 단검을 들고 왕의 침실로 들어가죠. 부인은 일을 치르고 나온 남편을 격려합니다. 두 사람은 이중창 ‘내 운명의 아내여! Fatal mia donna!’를 노래하고, 부인은 증거인멸을 위해 칼을 들고 왕의 침실 앞으로 가서 이미 죽은 호위병 손에 그 칼을 쥐어줍니다. 아침이 되자 왕의 죽음을 알게 된 모든 사람은 경악과 공포 속에서 ‘암살자를 찾아내 벌해 달라’고 하늘에 외칩니다(지옥이여, 입을 벌려라 Schiudi, inferno, la bocca ed inghiotti).
2막입니다. 주위의 의심을 무마하고 스코틀랜드의 왕이 된 맥베스는 뱅코우를 향한 마녀들의 예언이 마음에 걸리죠. 부인과 의논한 그는 뱅코우 일가를 모두 살해하기로 계획을 세웁니다. 아들을 데리고 숲길을 지나가던 뱅코우는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혀 어린 아들의 걸음을 재촉합니다(하늘은 무겁게 내려앉고 Come dal ciel precipita). 매복해 있던 암살자들이 두 사람을 에워싸자 뱅코우는 필사적으로 아들을 도망시키고 자신은 칼에 찔려 죽고 맙니다.
맥베스의 즉위를 축하하려고 귀족들이 연회에 모였습니다. 자객이 뱅코우를 죽이고 아들을 놓쳤다는 소식을 전하자 두려움에 사로잡힌 맥베스는 뱅코우의 환영을 보게 되고, 자신도 모르게 실성한 듯한 행동을 보입니다. 귀족들은 맥베스의 말과 행동으로 그가 덩컨 왕을 살해했음을 짐작하게 됩니다.
불안과 공포에 사로잡힌 맥베스는 좀 더 자세한 예언을 들으려고 3막에서 다시 숲속 마녀들을 찾아갑니다. 맥베스를 위해 마녀들이 불러낸 귀신들의 예언 내용은 이렇습니다. ‘1) 맥더프를 조심하라. 2) 여자의 몸에서 태어난 자는 맥베스를 해칠 수 없다. 3) 버냄의 숲이 움직이지 않는 한 맥베스는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 맥베스는 이 말에 안심하지만, 뱅코우의 자손들이 왕이 되느냐는 그의 질문 뒤에 뱅코우의 유령이 나타나자 기절하고 맙니다. 예언 이야기를 들은 맥베스 부인은 뱅코우의 아들과 맥더프를 죽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4막은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 국경의 황무지에서 시작합니다. 맥베스의 독재를 피해 국경지대로 온 망명객들은 짓밟힌 조국을 슬퍼하는 합창을 부릅니다. 맥더프가 없는 사이 그의 성은 불태워지고 처자식은 처참하게 살해당했습니다. 맥더프는 참담한 심정으로 ‘아, 내 아들들아 O figli miei’를 노래하지요. 죽은 덩컨 왕의 아들 맬컴 왕자는 군대를 이끌고 맥베스의 성을 습격하기로 합니다. 병사들을 버냄 숲의 나뭇가지로 위장시킨 맬컴은 맥더프를 격려하며 그와 함께 ‘배신당한 조국이 우리를 부른다’고 노래합니다.
한편 성 안의 맥베스 부인은 의사와 시녀가 숨어서 지켜보는 가운데, 물을 떠서 손의 핏자국을 씻으려 합니다(여기 아직도 핏자국이 Una macchia e qui tuttora). 물론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핏자국이지요. 부인이 실성해 혼자 독백을 이어가는 이 장면을 보고 의사는 왕의 시해를 짐작하게 됩니다.
잉글랜드와 연합한 맥더프의 반란군이 마침내 맥베스의 성으로 쳐들어옵니다. 맥베스는 마녀의 예언을 믿고 자신감을 보이면서도 자신의 끝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예감하지요. 그는 ‘연민도 존경도 사랑도 Pieta, rispetto, amore’라는 아리아로 ‘사랑 받지 못하고 철저히 고립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합니다. 시녀가 부인의 죽음을 맥베스에게 알립니다. 그런 다음 버냄의 숲이 움직이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오지요. 맥베스는 맥더프 장군과 정면으로 맞서 승부하다가 그의 칼에 쓰러집니다. 맥더프는 어머니 자궁을 통해 세상에 나온 것이 아니라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였던 것입니다. 스코틀랜드의 새 왕 맬컴을 찬양하는 승리의 합창과 함께 막이 내립니다.
드라마틱 오페라를 위한 음색의 혁명
[맥베스]는 러브스토리가 결여되고 오페라의 미학적 원칙을 위반한 독특한 오페라로 평가됩니다. 주인공에게 열정 대신 병적인 영혼을 부여했기 때문이죠. “[맥베스]는 정말 위대한 비극입니다.(중략) 우리가 (이걸 토대로) 대 걸작은 못 만든다 해도, 일상적 수준은 피해봅시다.” 베르디는 대본작가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습니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음색의 혁명'이라는 요소가 중요한데요, 베르디는 극적인 효과를 높이기 위해 맥베스 부인 역에 음색이 거친 소프라노를 기용해서 관객을 놀라게 했습니다. 분노와 격정을 제대로 표현하려면 맑고 고운 음색은 곤란하다는 것이 베르디의 견해였답니다.
[맥베스]의 무대 연출에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11세기 중세 유럽의 요새를 오페라 무대에 재현하려면 시종 어두운 조명으로 일관하게 되어 관객을 피로하게 만들죠. 그래서 아예 무대를 현대로 옮겨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주인공의 성격을 살펴보면, 악행을 저지르기 전에 두려움에 떨고 망설이는 맥베스에 비해 맥베스 부인은 마치 악을 타고 난 듯 당당하고 의연하죠. 그러나 극의 후반으로 가면서 맥베스 부인 역시 양심의 가책으로 실성하고 맙니다.
그럼 이 극의 핵심요소인 마녀들의 예언을 조명해볼까요? 그들의 예언은 전부 적중했고, 모든 예언은 맥베스에게 긍정적인 것이었지요. 그런데도 맥베스는 파멸했습니다. 운명의 호의를 믿지 말라는 경고를 담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연극과 오페라의 차이를 보면, 반역자 코더 영주의 처형 등 오페라에서는 연극의 세부사항들이 많이 생략되어 있습니다. 반면, 오페라에서는 합창을 이용해 원작보다 마녀장면 및 군중장면의 효과를 더 생생하게 살리는 게 가능합니다. 셰익스피어 원작은 덩컨 왕 살해 전 무대가 일곱 곳이지만, 오페라에서는 두 군데로 압축했습니다.
맥베스는 11세기에 실존했던 스코틀랜드의 통치자로, 1040-1057년 사이에 왕좌에 있었습니다. 당대의 연대기와 전기적 사실 등을 자유롭게 조합해 만든 비극이니 다른 작품들에 비해 현실과의 연관성이 뚜렷한 작품이죠. 주인공 맥베스는 원래 왕의 충직한 신하였다가 마녀들의 예언과 야심만만한 아내의 유혹에 넘어가 자기도 모르는 가운데 악인이 되는 인물입니다. 그러나 셰익스피어는 맥베스를 용감하고 강인하면서도 살인 전후에 망설임과 회한을 느끼는 인간적인 존재로 그려 관객의 연민을 얻도록 했습니다.
셰익스피어 당대의 사고방식으로는, 왕위를 찬탈하는 행위는 자연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였습니다. 왕권은 하늘로부터 온 것이라는 왕권신수설(divine kingship)이 아직 지배적이었기 때문이죠. 왕이 부족한 점이 많거나 폭군이라 해도 신이 그를 교정하거나 폐위할 때까지 기다려야지, 인간의 의지로 왕을 몰아내거나 죽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일반적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맥베스의 왕위찬탈은 그 자체로 죄악시되며, 결말에 가서 덩컨 왕의 아들 맬컴이 즉위하는 것은 당연한 질서의 회복을 의미합니다.
추천 음반 및 DVD
[음반] 피에로 카푸칠리 / 셜리 버렛, 클라우디오 아바도 지휘,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클라우디오 아바도 지휘, 1976년 녹음. DG
[DVD] 레오 누치 / 셜리 버렛, 리카르도 샤이 지휘, 볼로냐 시립극장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클로드 다나 연출, 1987년 영화판(한글자막). DG
[DVD] 토마스 햄프슨 / 파올레타 마로쿠, 프란츠 벨저-뫼스트 지휘, 취리히 오페라하우스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데이비드 파운트니 연출, 2001년 실황(한글자막). 스펙트럼 DVD
[DVD] 사이먼 킨리사이드 / 류드밀라 모나스티르스카, 안토니오 파파노 지휘, 런던 코번트가든 로열오페라하우스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필리다 로이드 연출, 2011년 실황. Opus Ar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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