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릴에게 있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눈으로 보이는 수에 있어선 버거운 상대입니다. 그러나 그 것은 단순히 확률적인 부분에 의존한 것일 뿐이죠.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때만 되면 으레 있는 발언들이지만, 릴의 감독과 선수들은 매스컴을 통해 1차전에 대한 각오를 다졌습니다. 뭐 대부분이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해보이겠다, 자신들에게 두려움은 없다.. 이런 내용들이었죠.
하지만 첼시에게 리그 2연패를 헌납하고 챔피언스리그 본선 토너먼트 탈락에 치욕까지 겪었던 지난 시즌을 뒤로 한채, 시즌 1위와 토너먼트 복귀를 품에 안고 돌아온 맨유의 독기도 만만치는 않았습니다.
홈에서 1차전을 치루게 될 릴로썬 최우선적으로 맨체스터의 공격을 단단하게 묶어야 했습니다. 홈에서 실점하게 되면 토너먼트 진행과 경우의 수에 있어서 불리한 점으로 작용하게 되는 상황이니까요.
하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공격진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죠.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영건 듀오라 볼 수 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 - 웨인 루니 콤비와 더불어서 경험 풍부한 헨릭 라르손까지 포함된 스쿼드니까요.
객관적인 전력상으로 일단 비교 열세인 상황에서 릴은 보드메와 함께 팀 공격의 중심 역할을 해준 케이타까지 잃으면서, 손실을 안은채 게임을 맞아야 했습니다.
맨유 역시도 중요한 일전이기 때문에 어떤 일이 있더라도 베스트 일레븐을 가동해야 했습니다. 원정길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했지만 다득점으로, 최소한 승리라는 소기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선 여지가 없었구요.
결국 경기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포인트는 기록과 예선 경기에서 보여지듯 끈끈한 압박을 통한 역습 패턴의 축구를 구사하는 릴이 얼마나 상대의 공격진을 틀어막느냐, 맨유의 선수단이 원정길에 대한 부담감을 얼마나 해소하고 정상적인 플레이를 보여주느냐에 달리게 되었습니다.
◎ 맨체스터를 막는 법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4-4-2 포맷은 강력합니다. 긱스와 호나우두가 구축하는 양 사이드가 서로 포지션을 옮겨가면서 상대 수비를 교란시키고 최종적으로 프론트 라인에 공을 공수해주는 이 전술은 리그에서 정말 무시무시한 모습을 발휘했죠.
한번 주도권을 빼앗게 되면 상대 수비를 벼랑 끝까지 몰아 넣는 맨유의 공격 라인은 어떤 팀이라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을 릴도 알고 있었습니다.- 아니, 그런 건 보통 축구팬들도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릴은 그에 대한 대비책도 함께 들고 나왔습니다. 올 시즌 강력한 힘을 발휘하던 맨유를 무력화시키게 했던 몇몇 팀들처럼요.
웨스트햄전을 기억하십니까? 강등권 추락의 위기를 겪으며 감독 경질의 진통까지 겪어야 했던 웨스트햄을 상대로 당연한 승리를 얻을 거라 예상했던 바로 그 경기에서 맨체스터는 예기치 못한 패배를 당하고 맙니다.
그 경기의 주 패인은 바로 미들라인이었습니다. 강력한 압박과 수비적인 운영으로 맨유의 중앙 미들 라인을 제어하고, 나아가 양 사이드들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으로 측면에서 활개를 치지 못하도록 만든 것이지요.
결과는? 결국 맨유는 측면 공격 한번에 무너지게 됩니다.
맨유가 자랑하는 강력한 공격 라인, 이 공격 라인의 강도를 조절하는 것은 바로 측면 공격의 원활함입니다. 맨유 스타일의 4-4-2 포맷이라는 것이 측면에서의 공격이 이루어질때, 투톱에게 원활하게 공이 전달될수 있고 나아가 팀 공격의 힘을 좌우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측면이 막히게 되면?
상대적으로 프론트 라인에 서있는 공격수들은 공을 잡을 기회가 많이 줄게 되고, 측면의 윙어들은 수비에게 밀리게 되면서 볼을 잡기 위해 아래로 빠지게 됩니다. 윙백의 오버래핑으로 돌파의 타개책을 마련해볼 수도 있지만 자칫 잘못했다간 완벽한 역습을 허용할 수 있는 빈 공간을 남겨두게 되구요.
여기에 중앙에서의 압박까지 더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4-4-2는 중앙에 단 2명의 미드필더만이 존재합니다. 고로 어떤 선수라도 그 균형을 무시하고 좀 더 공격적으로 움직인다면 역습을 허용했을 때 미들 라인을 책임져줄 선수가 단 한명밖에 남지 않는다는 거죠. 한마디로, 공수 전환의 유연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격이 제대로 풀리지 않을 때 스콜스나 캐릭이 함부로 공격 일변의 움직임을 보여줄 수 없다는 건데, 여기에 끈끈한 압박이 더해지면 기본적으로 중앙에서 측면과 프론트 라인에 연결해줄 수 있는 패스들마저도 차단이 됩니다. 짧은 패스는 실종되고, 무리한 돌파가 이루어지는 답답한 상황에 이르는 거죠.
릴은 이런 맨유의 문제점을 정확히 꿰뚫고, 상대의 사이드와 중앙을 제어하는데 힘을 썼습니다.
거기에 맨유 선수들의 컨디션도 대부분이 정상적이지 못했던 것 역시 릴에겐 하나의 행운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주전 선수들이 리그와 FA컵을 병행하면서 꾸준히 오랜 시간을 뛰어왔고, 원정길에 대한 피로감까지 겹친 탓이지요.
그 탓에 이번 1차전에서 맨유의 움직임은 보통과는 달리 생기가 없어 보였고, 결국 릴에게 좀 더 여유롭게 중앙과 측면을 내주는 상황을 만들었죠.
장 마쿤은 기대의 부응하며 효율적으로 중원을 장악했고, 수비진들 역시 오버래핑을 자제하며 깊숙이 포진해 맨유의 공격진을 방어했습니다.
거기에 후반전 카바예의 적절한 투입으로 릴은 아예 경기 주도권을 완전히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었고 맨유 수비진들 역시 오랜 강행군으로 지쳐 있는 기색이 역력해 릴의 파상공세를 막아내기에도 힘겨워보였습니다.
그 골이 터지기 전까지, 릴은 경기전 발언이 그냥 허세가 아니라는 걸 입증이라도 하듯 금방이라도 득점할 기세로 맨유의 수비진을 사정없이 몰아붙였습니다.
◎ 경험의 차이
라이언 긱스의 골은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었습니다만, 그 것은 명백히 규정상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골이었습니다.
'90분동안 한 선수도 실수하지 않으면 결과는 0-0 무승부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긱스의 골은 분명히 릴 수비진과 골키퍼의 판단 미스에서 비롯된 골이었습니다. 수비벽을 쌓을 땐 규정을 이용해서 선수를 공 가까이에 붙이는 최소한의 행동은 취해주었어야 했는데(수비자가 공에서 9.15m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공격자가 공을 찰 수 없다), 그런 당연한 것을 잊은 점이 바로 실수죠.
큰 경기의 중압감, 온갖 예측 불가능한 요소. 결국 라이언 긱스는 졸전을 면치 못한 맨유를 위기에서 구해냈고, 릴은 경험 미숙으로 인한 단 한번의 실수로 좋았던 경기 내용을 모두 걷어차버리는 꼴이 되었습니다.
경험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이 요소가 결국 승부를 가르게 된 것입니다.
맨유는 자신들이 올시즌 보여준 전형적인 졸전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만약 릴의 수비진들이 끝까지 집중하고, 결정력만 좀 더 훌륭했었더라면 대패를 면키 힘들었던 경기 내용이었습니다.
이런 스타일의 팀을 상대로 하나의 타개책이 될 수 있는 건 바로 4-3-3이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3명의 미드필더로 공수 전환에 있어서 유연성을 가져올 수 있고, 포지션 스위칭을 이용한 다이나믹한 공격 형태는 4-4-2에서 보다 4-3-3의 3톱에서 오히려 더 빛을 발할 수 있죠.
과거 4-3-3으로의 변화가 실패로 끝난 적도 있었고, 저번 아스날 전에서도 부족한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만 다시 한번 시도를 해볼만한 가치는 충분히 존재합니다. 현대 축구의 대세라고도 볼 수 있는 포맷이니까요.
일단 퍼거슨 경의 플랜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간 이런 릴같은 스타일의 팀에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4-4-2의 한계를 절감하고 그 것을 타개해나갈만한 대책(그 것이 4-4-2의 변형이 되었든 새로운 선수의 추가가 되었든)을 세우고 있을 것은 확실합니다.
릴로썬 일단 홈에서 정말 아쉬운 패배를 기록하면서 힘든 OT 원정길에 올라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치달았습니다. 물론 다득점을 허용하진 않았지만 충분히 승리할 수 있었던 경기 내용에서 승리를 얻어내지 못했다는 것은 팀 사기에 있어 큰 지장을 줄수도 있는 요인입니다.
결국 어찌되었든 간 경기의 결과는 뒤바꿀 수 없습니다. 여전히 8강 진출의 희망이 남아 있는 릴로썬 팀 분위기를 추스르고 여러모로 힘들 OT 원정길에 대한 대비가 급선무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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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맨체스터를 막는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합니다...중원압박과 측면이 막힌다면 그어떠한 팀도 제대로된전술을 구사할수없습니다...거기다 미들이 4명..중원이 2명..그래서 공격가담이힘들다?? 수비미들이한명밖에 없기때문에...그렇다면 4-3-3-은 어찌 공격가담을 하나요??;; 즉..님말의 중원압박과 측명방어는..그어떠한 팀에게도 독이 되는 것이기때문에...맨유라도 예외는 아니었다는거
꼭 그러한 것만은 아닙니다. 지금 중원 압박과 측면 저지를 굉장히 쉬운 문제로 말씀하고 계시는데요. 전술적인 성향을 이야기하고 있는 거랍니다. 06/07 시즌 맨체스터의 졸전들을 살펴보자면 대부분이 바로 저렇게, 측면과 중앙을 완전히 제어당하고 한번의 역습 혹은 세트피스에서 일격을 당해 패한 경기가 대부분입니다. 코펜하겐 전, 웨스트햄 전, 요번 릴전까지요.
과연 그 이유가 뭘까요? 아시안컵님 뭔가 오해하고 계시는데 4-3-3은 4-4-2보다 중원에서 훨씬 더 효율적인 움직임을 보여줄 수 있는 포메이션입니다. 역삼각이 됐든 삼각이 됐든 말이죠. 4-4-2에서는 중앙에 2명의 미드필더, 즉 스콜스와 캐릭이 서게 되는데 두 선수 모두 그렇게 수비적인 타입이 아닙니다. 만약 퍼거슨이 하그리브스와 같은 타입의 미드필더를 영입해 스콜스의 자리를 메움으로써 그의 활동량을 활용해 캐릭에게 시너지 효과를 주는 방편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현재 미드필더 라인으로써는 중원에 강력한 압박으로는 무너지기 일쑤입니다.
중원과 측면의 제어를 당한다면 그 어떠한 팀에게도 독이 된다라.. 그 말은 동의합니다만 그게 바로 맨유의 문제점입니다. 맨체스터를 막는 법이 본문에서 나온데로 의외로 간단합니다. 중원에서 끈덕지게 뛰어다니면서 맨유 미들을 괴롭히고 측면을 막아내면 그대로 무너지는겁니다. 다른 탑팀과 달리 별달리 전술적 노력 없이 막을 수 있는 전술이라는 거죠.
그걸 못 막아낸 팀이 많다는 건 인지하실 수도 있겠지만, 맨유를 이겼던 팀들 중에 코펜하겐와 웨스트햄 같은 상대적으로 약체 팀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셔야 됩니다.
전 글 마지막에 4-3-3으로의 변화도 이야기해보았고, 하그리브스 혹은 그와 같은 유형의 미드필더의 영입으로 바뀔수 있는 4-4-2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도 남겨 놓았습니다. 그리고 아시안컵고고님은 전술의 기본적인 특성을 잘 모르시는 것 같은데요. 4-3-3 포맷은 4-4-2 포맷에 비해 중원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4-4-2에서 2명의 중앙 미드필더가 포진하는 반면, 4-3-3은 3명의 미드필더가 역삼각이든 삼각이든 서기 때문에 공수 변화에 있어서 유연한 흐름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반면 2명의 미드필더가 존재하는 4-4-2 포맷에서는 균형을 유지하는게 확실히 3명에 비해 힘이 들지요. 만약 하그리브스와 같은 유형의 미드필더가 활동량으로 그 이상의 몫을 커버해준다면 또 일은 달라지는 겁니다만.. 확실히 본문에 말씀드린데로 맨유 파해법은 정말 쉽습니다. '측면을 묶고 중앙을 괴롭힌다' 물론 수비적인 전술이니 공격에 있어서는 단 한순간의 역습을 잘 살려야 하는 거구요.
제가 보기론 아시안컵고고님이 말씀하시는 주된 의견은 맨유 방어법이 너무나 천편일률적이며 다른 팀들도 그렇게 막으면 다 막을 수 있다.그리고 그 자체가 너무 어려운 것이 아니냐.. 그렇게 말씀하고 싶으신것 같은데 그런 차원이 아니라 맨유를 막는 법이 의외로 간단한 겁니다. 그건 맨유와 같은 다이나믹한 4-4-2 포메이션의 약점이기도 하구요. 그리고 그 타개책이 분명 존재하고 전술이라는 건 제한이 없는 것이기 때문에 막는 법을 막을 수 있는 방법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위에 말씀드렸듯 예컨데 하그리브스와 같은 스타일의 미드필더를 추가한다거나, 안되면 4-3-3의 변화라던지요.
흠..그렇군요... 전그저 윗글이 너무나 간단해 반박하고 싶었을따름입니다.. 잘알지도 못하고 글을써 죄송합니다.;;
근데 원래 "축구는 미스의 스포츠다. 만약 90분동안 모든 선수가 완벽하다면 스코어는 0:0이다." 아닌가요?^^&
스콜스는 공격 지향적이지만.. 수비력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혼자서라도 놀라운 활동력과 수비력, 투쟁심으로 중원을 지휘했던 로이킨이 있었기에 다이나믹 하면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지요.. 하지만 지금의 스콜스와 캐릭 둘중 하나로는 상대의 공격과 압박을 저지하기 힘들죠.. 그로인한 역동성도 사라지는 것이구요.. 하지만 4-4-2에서 4-4-1-1 식으로 그리고 루니가 지난시즌에 보여주던 포스를 보여준다면.. 지금 말씀하신 단점도 충분히 커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4-3-3 이 좋은 전술이긴 하지만 지금 맨유의 입장에서 꼭 좋은 전술리라고 보기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