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卍海 /萬海(만해)韓龍雲(한용운)스님의 詩모음
韓龍雲 (1879~1944) 忠南 洪城 出生. 僧侶. 詩人. 獨立運動家.
本 淸州. 俗名 裕天. 法名 龍雲. 法號 卍海 /萬海
(1) 遣悶
春愁春雨不勝寒 ~ 봄 시름에 봄 비가 마냥 추워서
春酒一壺排萬難 ~ 봄 술 한 甁으로 萬難을 물리치네.
一杯春酒作春夢 ~ 실컷 마신 봄 술에 봄 꿈을 꾸니
須彌納芥亦復寬 ~ 須彌山을 芥子씨에 넣고도 남네.
(2) 見櫻花有感
昨冬雪如花 ~ 지난 겨울 눈은 하얀 벚꽃 같더니
今春花如雪 ~ 今年 봄 벚꽃은 겨울 흰 눈만 같네.
雪花共非眞 ~ 눈도 꽃도 모두 참이 아니련만
如何心欲裂 ~ 어이해 마음만 찢어지려 하는가.
(3) 見月
幽人見月色 ~ 외로운 사람 달빛을 바라보니
一夜總佳期 ~ 한 밤이 모두 아름다웠다.
聊到無聲處 ~ 애오라지 소리 없는 곳에서
也尋有意詩 ~ 짐짓 意味 있는 詩를 찾네.
(4) 京城逢映湖錦峯兩伯同唫
蕭蕭短髮入紅塵 ~ 짧은 머리 흩날리며 티끌 속 들어오니
感覺浮生日日新 ~ 人生의 덧없음이 날로 새삼 느껴진다.
雪後千山皆入夢 ~ 눈 내린 千 山 꿈에도 鮮하거니
回頭漫說六朝人 ~ 머리 들어 六朝風流 얘기함도 우습구나.
詩欲疎凉酒欲驕 ~ 詩는 볼품 없어지고 醉하면 驕氣만이 느는데
英雄一夜盡樵蕘 ~ 하룻밤 새에 英雄들 모두 樵夫가 되었다고.
只恐湖月無何處 ~ 두렵기는 그지없이 고운 이 江山
一夢靑山入寂寥 ~ 詩人 없어 寂寥속에 하마 묻힐까.
(5) 孤遊 (홀로 거닐며)
一生多歷落 ~ 一生에 岐嶇한 일 많이 겪으니
此意千秋同 ~ 이 心情은 千秋에 아마 같으리.
丹心夜月冷 ~ 一片丹心 안 가시니 밤달이 차고
蒼髮曉雲空 ~ 흰머리 흩날릴 제 새벽 구름 스러짐을.
人立江山外 ~ 故國 江山 그 밖에 내가 섰는데
春來天地中 ~ 봄은 이 天地에 오고 있는가.
雁橫北斗没 ~ 기러기 비껴 날고 北斗星 사라질 녘
霜雪關河通 ~ 눈서리 치는 邊境 江물 흐름을 본다.
半生遇歷落 ~ 半平生 만나니 岐嶇한 일들
窮北寂廖遊 ~ 다시 北녘땅 끝까지 외로이 흘러왔네.
冷齋說風雨 ~ 차가운 房 안에서 비바람 걱정하느니
晝回鬢髮秋 ~ 이 밤 새면 白髮 느는 가을이리라.
(6) 古意. 1
淸宵依劒立 ~ 맑은 밤에 칼 짚고 서니
霜雪千秋空 ~ 칼날 앞에 千秋도 眼中에 없네.
恐傷花柳意 ~ 꽃이며 버들이 傷할까 하여
回看迎春風 ~ 머리 돌려 봄바람 불러 오느니.
(7) 古意. 2
輸嬴萬事落空枰 ~ 어떤 勝敗가 헛되지 않으리
虛擲千金尋舊盟 ~ 千金을 던져 찾으니 벼르던 舊盟.
湖海蕩魂都一髮 ~ 湖海를 떠도는 몸은 危殆롭기 머리칼 같은데
風塵餘夢幾三生 ~ 風塵에 시달린 꿈 그 몇 生을 거듭했다.
靑山黃土半人骨 ~ 푸른 山 저 黃土는 半이 사람의 뼈
白水蒼萍共世情 ~ 물에 뜬 浮萍草는 이 世上 모습일레.
對書不讀興亡句 ~ 興亡에 關한 일은 冊에서도 안 읽노니
無語東窓臥月明 ~ 東窓에 달 밝은 이 밤 말없이 누웠어라.
(8) 過九曲嶺
過盡臘雪千里客 ~ 千 里 밖 섣달 눈을 다 보내고서
智異山裡趁春陽 ~ 智異山 깊은 골짝 봄볕에 길을 가면
去天無尺九曲路 ~ 하늘에 닿을 듯한 九曲嶺 길도
轉回不及我心長 ~ 뒤틀린 내 마음의 그 길이엔 못 미치리.
(9) 觀落梅有感
宇宙百年大活計 ~ 一平生 宇宙를 活氣차게 살고파
寒梅依舊滿禪家 ~ 찬 梅花 옛같이 절에 가득 피었네.
回頭欲問三生事 ~ 머리 돌려 三生事 묻고자 하니
一秩維摩半落花 ~ 一秋 維摩 落花가 半이네.
(10) 龜巖寺與宋淸巖兄弟共唫
遠客空山秋日斜 ~ 멀리 흘러온 山 가을 해 저무는데
澹霞疎髮隔如紗 ~ 얇은 놀인 듯 성긴 머리 슬프다.
病前已見碧蘿月 ~ 앓기 前 새삼덩굴에 걸린 달 보았거니
禪後未開黃菊花 ~ 坐禪이 끝난 뒤에도 菊花는 아니 버네.
晩柳爲誰偏有緖 ~ 철 늦은 버들 누구 爲해 가지 끝 안 드시는지.
閒雲與我共無家 ~ 閑暇한 저 구름도 나처럼 집이 없네.
銅駝荊棘孰非夢 ~ 銅駝와 가시나무 어느 것 꿈 아니리
終古英雄漫自誇 ~ 옛날의 英雄들 空然히 으쓱댔네.
(11) 龜岩寺初秋
古寺秋來人自空 ~ 옛 절에 가을 들자 사람들 절로 마음 비우고
匏花高發月明中 ~ 박꽃은 높이높이 밝은 달 아래에 피었다.
霜前南峽楓林語 ~ 서리 오기 前 南쪽 언덕 丹楓의 속삭임은
纔見三枝數葉紅 ~ 겨우 서너 가지 두어 잎의 眞紅 빛 보이네.
(12) 龜岩瀑
秋山瀑布急 ~ 가을 山 瀑布소리 急히 쏟아지니
浮世愧殘春 ~ 뜬 世上 늙은 몸 부끄러워라.
日夜欲何往 ~ 밤낮 어디로 헤매이는가
回看千古人 ~ 머리 돌려 옛 분들 그려 보느니.
(13) 宮島舟中
(미야지마 <みやじま> 의 배 안에서)
天涯孤興化爲愁 ~ 먼 異域 외로움은 그대로 시름겹고
滿艇春心自不收 ~ 배에 찬 봄의 情은 걷잡을 수 없어라.
恰似桃源烟雨裡 ~ 恰似 부슬비 오는 桃源만 같아
落花餘夢過瀛洲 ~ 꿈인 양 꽃 지는 날 瀛洲를 지나간다.
(14) 謹賀啓礎先生晬辰
西來一氣正堪寄 ~ 西녘에서 온 氣運 奇異도 하여
覆雨飜雲自有時 ~ 비와 구름 그 造化 때를 알아라.
大筆如椽能殺活 ~ 큰 붓 잡으면 殺活이 自在인데
英才似竹又參差 ~ 英才들은 또 얼마나 모인 것이랴.
屠龍搏虎固任意 ~ 龍을 잡고 호랑이 치기쯤 마음대로요
訪鶴問鷗亦可期 ~ 鶴이나 갈매기와 벗할 날도 있으리.
祝壽南山漢水上 ~ ‘南山처럼 사소서’ 祝壽하는 날
陽春三月足新禧 ~ 봄 三月 이 기쁨 펴기 좋구나.
★ 啓礎는 朝鮮日報 創業主 方應謨의 號.
(15) 唫晴 (개인 날)
庭樹落陰梅雨晴 ~ 나무들은 뜰에 그림자 떨구고 장마비 개니
半簾秋氣和禪生 ~ 발로 스미는 가을 氣運 禪인 양 써늘하다.
故國靑山夢一髮 ~ 故國 山川은 꿈속이면 바로 거긴데
落花深晝渾無聲 ~ 소리없이 대낮에 지는 저 꽃이여.
(16) 寄學生 (學問하는 이들에게)
瓦全生爲恥 ~ 헛된 삶 이어가며 부끄러워 하느니
玉碎死亦佳 ~ 忠節 爲해 깨끗이 죽는 것이 아름답지 않은가.
滿天斬荊棘 ~ 하늘 가득한 苦痛을 걷어내고
長嘯月明多 ~ 긴 휘파람 불제 달빛은 더욱 밝으리.
(17) 內院庵有牧丹樹古枝受雪如花因唫
雪艶無月雜山光 ~ 달빛 아니라도 눈은 고운 것
枯樹寒花收夜香 ~ 枯木에 꽃이 벌어 香氣 풍기네.
分明枝上冷精魄 ~ 가지 위 차가운 저 精靈이야
不入人愁萬里長 ~ 길고 긴 내 시름과 無關하여라.
(18) 代萬化 和尙挽林鄕長
君棄人間天上去 ~ 그대 이 世上 버리고 天上으로 가니
人間猶有自心傷 ~ 남은 우리들만 슬퍼하노라.
世情白髮不禁淚 ~ 世上살이 白髮엔 눈물을 禁치 못하고
歲事黃花正斷腸 ~ 歲月은 菊花를 피워내니 더욱 애를 끊는다.
哀詞落木寒鴉在 ~ 애닯은 마른 나무엔 겨울 까마귀 떼 내려앉고
痛哭殘山剩水長 ~ 버려진 山川에 痛哭은 끝이 없네.
公道斜陽莫可追 ~ 뉘라서 지는 해 막는다 하리
秋風秋雨滿衣裳 ~ 가을 바람에 찬비만 옷을 흠뻑 적신다.
(19) 獨唫 (홀로 읊다)
山寒天亦盡 ~ 山中은 차고 해도 기우는데
渺渺與誰同 ~ 아득한 이 생각 누구와 함께 하랴.
乍有奇鳴鳥 ~ 暫時 異常하게 우는 새 있어서
枯禪全未空 ~ 寒巖枯木까지는 안 되고 마네.
(20) 獨夜. 1
天末無塵明月去 ~ 해맑은 하늘가로 밝은달 넘어가고
孤枕長夜聽松琴 ~ 외로운 잠자리 긴긴밤 솔바람 소리들린다.
一念不出洞門外 ~ 한 생각도 洞門밖을 나가지 못하고
惟有千山萬水心 ~ 오로지 온갖 山과 물과함께 하는 마음뿐.
(21) 獨夜. 2
玉林垂露月如霰 ~ 숲에 내린 이슬은 달빛 싸락눈 같은데
隔水砧聲江女寒 ~ 물건너 다듬이질 소리에 江가 女心은 차다.
兩岸靑山皆萬古 ~ 두 언덕 푸른山은 모두가 옛날같아
梅花初發定僧還 ~ 梅花꽃 필때 꼭 다시 돌아 오리라.
(22) 獨坐
朔風吹斷侵長夜 ~ 朔風 불어 이다지도 긴긴 밤에
隔樹鍾聲獨閉門 ~ 숲 너머에 鐘소리 울리면 홀로 門을 닫는다.
靑燈聞雪寒生火 ~ 푸른燈은 눈 소리 듣곤 차가운 불 피우고
紅帖剪梅香在文 ~ 붉은 梅花꽃 오려 붙인 무늬엔 香氣가 나네.
三尺新琴伴以鶴 ~ 석 자의 거문고엔 鶴을 짝지우고
一間明月與之雲 ~ 單 칸에 달과 구름 더불어 사누나.
偶然思得六朝事 ~ 偶然히 六朝의 일 생각 나서
欲說轉頭未見君 ~ 말하고자 고개 돌리니 그대가 안 계시는구려.
(23) 獨窓風雨
四千里外獨傷情 ~ 四千 里 밖에서 홀로 傷心하니
日日秋風白髮生 ~ 가을 바람 불적마다 흰머리 생기네.
驚罷晝眠人不見 ~ 낮잠을 놀라 깨니 사람이 없고
滿庭風雨作秋聲 ~ 뜰 가득 비바람 소리 가을을 몰아오네.
(24) 讀風雅朱子用東坡韻賦梅花用其韻賦梅花
江南暮雪有孤村 ~ 江南 땅 외딴 마을 저문 눈 내려
玉樹層層降詩魂 ~ 구슬나무 層層에 詩魂 내리네.
枝枝散入塞外笛 ~ 邊方 먼 피리소리 가지가지 들어 피고
纖月蒼凉不染昏 ~ 저녁 찬 하늘에 고운 달 어리우네.
夜香連娟歸夢寂 ~ 밤 香氣 아리따워 꿈결은 고요하나
十年虛盟負故園 ~ 十 年 헛盟誓에 故鄕만 등졌구나.
却恥春風多榮辱 ~ 分別 없는 봄바람은 榮辱만 많아
千寒萬寒不事溫 ~ 千 萬 추위 닥쳐도 마다하지 않는다.
嬌態不勝帶晩雨 ~ 늦은 비에 嬌態부릴 수 없듯이
新意那堪向朝暾 ~ 아침 햇살엔들 마음을 빼앗기랴.
左有左松右有竹 ~ 이쪽 저쪽 어디에나 푸르름 있거니
一世相守不掩門 ~ 一平生 서로 지켜 막을 일 없어라.
雖愛高名易成句 ~ 누구라도 높은 이름 말하기는 쉽지만
深看佳處還無言 ~ 正말로 아름다움 形言할 길 없어라.
君我俱是厭世者 ~ 그대 나 다 함께 世上을 싫어하니
芳年未濁共對尊 ~ 香氣 芳暢할 때 술 한盞 함께하세.
(25) 東京旅館聽蟬
佳木淸於水 ~ 아름다운 나무 물보다 맑고
蟬聲似楚歌 ~ 매미소리는 四面楚歌 같아라.
莫論此外事 ~ 이 밖에 아무 일도 말하지 말라
偏入客愁多 ~ 나그네의 시름만 더할 뿐이니.
(26) 冬至
昨夜雷聲至 ~ 엊저녁 뜻밖에도 우레 소리 들리더니
今朝意有餘 ~ 오늘 아침 기쁨에 끝없는 생각.
窮山歲去後 ~ 窮僻한 山中에 또 한 해가 가고
故國春生初 ~ 이 나라에 처음으로 봄이 생기는 때로다.
開戶迓新福 ~ 門을 열어 새해의 福을 맞고
向人送舊書 ~ 親舊에게 해가 묵은 便紙를 띄운다.
群機皆鼓動 ~ 自然의 調和 곳곳에 움직이거니
靜觀愛吾廬 ~ 고요히 바라보며 내 집에 情이 간다.
(27) 登高
偶思一極目 ~ 문득 멀리 바라보고 싶어
東彼危岑峰 ~ 危殆로운 東쪽 묏부리 오르니
人去靑山外 ~ 人跡은 靑山 밖으로 사라지고
舟行白雨中 ~ 배는 소나기 속을 가누나.
長河遇酒少 ~ 긴 江엔 술 만나기 어렵고
大雪入詩空 ~ 펑펑 쏟아지는 눈은 詩의 眞景에 드네.
風落枯桐急 ~ 바람은 마른 梧桐에 쏟아지고
殘陽映髮紅 ~ 夕陽에 머리칼만 붉게 비친다.
(28) 登禪房後園
兩岸寥寥萬事稀 ~ 兩쪽 기슭 고요하여 萬事가 쉬는 듯
幽人自賞未輕歸 ~ 隱居하며 스스로 즐기니 돌아가지 않네.
院裡微風日欲煮 ~ 절 안에 微風 일고 햇살은 따가워
秋香無數撲禪衣 ~ 가을 香氣 無數히 옷을 휘감네.
(29) 燈影
夜冷窓如水 ~ 추운 밤 窓에 물이 어리면
臥看第二燈 ~ 두 個의 燈불 누워서 보게 되지.
雙光不到處 ~ 두 불빛 못 미치는 이 자리에 있으니
依舊愧禪僧 ~ 禪僧인 것 못내 부끄럽기만 하다.
(30) 馬關舟中 (시모노세키 <しものせきし>의 배 안에서)
長風吹盡侵輕夕 ~ 그칠 줄 모르는 바람에 저녁이 내리고
萬水爭飛落日圓 ~ 다투어 나는 물결에 가득 내리는 해는 떨어진다.
遠客孤舟烟雨裡 ~ 異域 나그네 안개비 속 외로운 배 띄워
一壺春酒到天邊 ~ 한 甁 봄 술로 하늘가에 이르렀네.
(31) 梅花詩
梅花何處在 ~ 梅花꽃 반가이 맞으려거든
雪裏多江邨 ~ 그대여 눈 쌓인 江村으로 오게.
今生寒氷夢 ~ 저렇게 얼음같은 뼈대이거늘
前身自玉魂 ~ 前生엔 白玉의 넋 이었던가.
形容晝亦奇 ~ 낮에 보면 낮데로 奇異한 모습
精神夜不昏 ~ 밤이라고 그 마음이야 어두워지랴.
長風散鐵笛 ~ 긴 긴밤을 鐵笛소리 멀리 흩어지고
暖日入禪園 ~ 따스한날 禪房으로 스미는 香氣.
三春詩句冷 ~ 봄인데도 詩句에는 冷氣어리고
遙夜酒盃溫 ~ 따스한 술盞들며 긴밤을 지샌다.
白河帶夜月 ~ 하얀 꽃잎은 언제나 달빛을 띄고
紅堪對朝暾 ~ 붉게 타오르는 아침햇살 기다리는듯.
幽人抱孤賞 ~ 그윽한 선비있어 사랑하노니
耐寒不掩門 ~ 날씨가 차가운데 門을 닫으랴.
江南事蒼黃 ~ 江南의 어지러운 多少의 일은
莫向梅友言 ~ 아예, 梅花에겐 말 하지 말라.
人間知已少 ~ 世上에 知已가 어디 흔한가
相對倒深尊 ~ 梅花를 마주하여 이밤 醉하리.
(32) 暮歲寒雨有感 (차가운 비가 내리는 年末)
寒雨過天末 ~ 차가운 비 하늘 가를 스치고 지나는데
鬢邊暮歲生 ~ 희어진 귀밑머리 해가 저물고
愁高百骸低 ~ 나날이 자라는 시름 키보다 높아
全身但酒情 ~ 온몸에 당기는 것 오직 술 뿐.
歲寒酒不到 ~ 날씨는 차가운데 술은 안 오고
歸讀離騷經 ~ 돌아가 離騷를 읽고 있자니
傍人亦何怪 ~ 사람들은 왜 못 마땅히 여기는지
罪我違淨行 ~ 戒律을 안 지킨다 나를 탓하네.
縱目觀不界 ~ 눈을 돌러 人間 世界 내려다보면
盡地又滄溟 ~ 땅이란 땅 바다로 또 바뀌느니.
(33) 無題. 1
桑楡髮已短 ~ 늙은 나이라 머리칼 줄어들고
葵藿心猶長 ~ 해바라기 닮아서 마음은 長하다.
山家雪未消 ~ 山家엔 눈이 아직 녹지 않았는데
梅發春宵香 ~ 梅花꽃 피어 봄 밤이 香氣롭다.
(34) 無題. / 獄中吟
隴山鸚鵡能言語 ~ 隴山의 鸚鵡새는 말을 잘 할 수가 있는데
愧我不及彼鳥多 ~ 나는 저 새만큼도 잘하지 못함이 부끄럽구나.
雄辯銀兮沈默金 ~ 雄辯은 銀이요 沈默은 金이라 하지마는
此金買盡自由花 ~ 나는 이 金으로 自由의 꽃을 다 사고 싶다.
(35) 無題. 3
庭樹落陰梅雨晴 ~ 뜰 나무 그늘에 장마 그치니
半簾秋氣和禪生 ~ 발에 스미는 가을 氣運 禪에 和同하네.
故國靑山夢一髮 ~ 故國山川은 꿈 한 겹 差인데
落花深晝渾無聲 ~ 꽃 지는 대낮이 소리 죽이네.
(36) 無題. 4
黃河濁水日滔滔 ~ 黃河의 흐린 물은 날마다 넘실거려도
千載俟淸難一遭 ~ 千 年을 맑기를 기다려도 한 番 만나기 어렵다.
豈獨摩尼源可照 ~ 어찌 홀로 摩尼珠를 가지고 源泉만 비추었나
中流砥柱屹然高 ~ 中流의 흐름에 기둥으로 버텨 우뚝 높았네.
(37) 無題. 5
愁來厭夜靜 ~ 시름으로 하여금 고요한 밤이 싫고
酒盡怯寒生 ~ 술도 다 마셔 추울까 怯이 난다.
千里懷人急 ~ 千 里 밖 그 사람이 하도 그리워
心隨未到情 ~ 마음은 그 곳으로 달려가 서성거린다.
(38) 無題. 6
中歲知空劫 ~ 中年에 萬事 헛것임을 알아
依山別置家 ~ 山을 기대어 외딴 집 얽었다.
經臘題殘雪 ~ 섣달 지나 남은 눈을 읊조리고
迎春論百花 ~ 봄 맞아 온갖 꽃을 맞는다.
借來十石少 ~ 變함없는 돌이사 열 個 빌려 와도 많지 않지만
除去一雲多 ~ 無心한 구름은 하나가 지나도 적지 않구나.
將心半化鶴 ~ 마음은 거의 鶴이 되었는데
此外又婆娑 ~ 이 밖에 모든 것 아무 所用 없어라.
(39) 無題. 7
此地雁群少 ~ 이곳엔 기러기도 적어
鄕音夜夜稀 ~ 밤마다 기다려도 故鄕 消息 아련하다.
空林月影寂 ~ 빈 숲에 달그림자 寂寂하고
寒戍角聲飛 ~ 찬 戍樓엔 피리소리 퍼져간다.
寒柳思春酒 ~ 싸늘한 버들가지 봄 술이 생각나고
殘砧悲舊衣 ~ 자지러지는 다듬이 소리 낡은 옷이 서러워라.
歲色落萍水 ~ 한 해 빛이 浮萍草 떨어져 나간 물 같은데
浮生半翠微 ~ 뜨네기 삶은 이미 半 中턱에 닿았네.
(40) 訪白萃庵
春日尋幽逕 ~ 봄날에 그윽한 오솔길 찾아 드니
風光散四林 ~ 숲 가득 風光이 펼쳐지네.
窮途高興發 ~ 막다른 길에 興이 일어나
一望極淸眼 ~ 맑은 詩情 눈에 어리네.
(41) 梵魚寺雨後述懷 (비온 뒤의 梵魚寺)
天涯春雨薄 ~ 하늘 끝 흘러오니 봄비 가늘고
古寺梅花寒 ~ 옛절에 梅花의 꿈은 차갑다.
孤往思千載 ~ 홀로 가며 千古를 생각하노니
雲空髮已殘 ~ 구름 스러지고 머리는 희어졌다
(42) 別玩豪學士
萍水蕭蕭不禁別 ~ 浮萍草 같은 人生 離別이 설어워
送君今日又黃花 ~ 그대 보내는 오늘도 菊花는 피었네.
依舊驛亭惆悵在 ~ 옛 驛舍엔 슬픔만이 자리하고
天涯秋聲自相多 ~ 하늘가 가을 소리만 우리네 가슴에 쌓이네.
(43) 病監後園
談禪人亦俗 ~ 禪을 말함은 俗된 일이지만
結網我何僧 ~ 因緣을 지어 대는 내가 어찌 중이랴.
最憐黃葉落 ~ 안타까운 일은 落葉지는 일이지만
繫秋原無繩 ~ 가을을 매어 둘 노끈이 없구나.
(44) 病唫
頑病侵尋卽事黃 ~ 病이 깊이 드니 일은 모두 狼狽인데
窓前風雪太顚狂 ~ 窓 밖의 눈바람은 왜 그리도 狂的인지.
浩思蕩情何歷歷 ~ 마음은 앓기 前과 다름없거니
不耐鏡中鬢髮蒼 ~ 거울 속 희어진 머리 고칠 길 없어라.
身如弱柳病如馬 ~ 몸은 버들 같고 病은 말인 양 하여
上下相繫正爾何 ~ 이 몸에 매인 病은 풀릴 줄 몰르네.
縱使我心無復苦 ~ 대수롭지 않게 마음엔 생각해도
孤燈風雨忍虛過 ~ 비바람 이리 치는 밤이야 차마 어찌 잠들리.
(45) 病愁
靑山一白屋 ~ 푸른 山속 외로운 오막살이
人少病何多 ~ 젊은 몸 어이하여 病은 이리 많은지.
浩愁不可極 ~ 온갖 시름 끝 없는 날
白日生秋花 ~ 가을꽃도 피어나네.
(46) 乳雲和尙病臥甚悶又添鄕愁
故人今臥病 ~ 親舊는 이제 病들어 눕고
春雁又無書 ~ 기러기 便에 便紙도 없어라.
此愁何萬斛 ~ 이 시름 어찌 끝이 있으리
燈下千鬢疎 ~ 燈불 아래 조금씩 늙어만 갈 뿐
(47) 備風雪閉內外戶窓黑痣看書戲作
風雪撲飛重閉戶 ~ 추위를 막고자 門틈 바르니
晝齋歷歷見宵光 ~ 낮인데도 房안엔 어둠이 깔려
對書不辨二三字 ~ 책 펼쳐도 二와 三이 區分 안 가기에
闔眼試思南北方 ~ 눈을 감고 어디가 南이고 어디가 北인지를 생각해 본다.
(48) 思夜聽雨 (비오는 날의 故鄕 생각)
東京八月雁書遲 ~ 東京은 八月인데 便紙 안 오고
秋思杳茫無處期 ~ 아득히 달리는 생각 걷잡지 못하네.
孤燈小雨雨聲冷 ~ 외로운 燈불 아래 빗소리 차가운 밤
太似往年臥病時 ~ 내가 크게 앓아 누웠던 그때만 같네.
(49) 思鄕. 1
江國一千里 ~ 물 나라는 一千 里 이고
文章三十年 ~ 文章으로는 三十 年일세
心長髮已短 ~ 마음만 길고 머리 이미 빠져
風雪到天邊 ~ 눈 바람은 벌써 하늘가에 있네.
(50) 思鄕. 2
歲暮寒窓方夜永 ~ 한 해가 또 가려는데 밤은 길어서
低頭不寐幾驚魂 ~ 잠 못 들고 그 몇 番을 새삼 놀랐나.
抹雲淡月成孤夢 ~ 구름 걸린 稀微한 달 꿈은 외로와
不向滄洲向故園 ~ 滄洲 아닌 故鄕으로 마음 달리네.
(51) 思鄕苦 (故鄕을 생각하는 괴로움)
寒燈未剔紅連結 ~ 심지를 안 따도 燈盞불 타는 밤
百髓低低未見魂 ~ 온몸은 자지러지고 魂迷하다.
梅花入夢化新鶴 ~ 꿈을꾸니 梅花가 鶴이 되어 나타나
引把衣裳說故園 ~ 옷자락 당기면서 故鄕 消息 얘기하네.
(52) 山家逸興
兩三傍水是誰家 ~ 누가 사는지 물가의 두세 채 집
晝掩板屝隔彩霞 ~ 낮에도 門을 닫아 노을을 막네.
圍石有碁皆響竹 ~ 돌을 둘러 앉으면 바둑 소리 대숲을 울리고
酌雲無酒不傾花 ~ 구름에 盞질에 꽃 보며 안 마시는 술이 없네.
十年一履高何妨 ~ 十 年을 한켤레 신 신이니 高尙함을 무엇이 害치리
萬事半瓢空亦佳 ~ 萬事는 瓢주박 속 비었어도 關係 없네.
春樹斜陽堪可坐 ~ 夕陽의 나무 그늘 앉을 만하니
滿山滴翠聽樵茄 ~ 滿山 新綠 속에 풀피리 소리 듣느니.
(53) 山家曉月
山窓睡起雪初下 ~ 山 窓가에서 잠 깨니 눈 내리기 始作하고
況復千林欲曙時 ~ 때마침 아득한 수풀에도 새벽이 깃드네.
漁家野戶皆圖畵 ~ 오손도손 마을집 모다 그림인데
疾裡尋詩情亦奇 ~ 詩情에 病든 마음에야 신바람 일어난다.
(54) 山晝
群峰蝟集到窓中 ~ 봉우리 窓에 모여 그림인양 하고
風雪凄然去歲同 ~ 눈바람은 몰아쳐 지난해인 듯.
人境寥寥晝氣冷 ~ 人境이 고요하고 낮 氣運 찬 날
梅花落處三生空 ~ 梅花꽃 지는 곳에 三生이 空이구나.
(55) 釋王寺逢映湖乳雲兩和尙作
半歲蒼黃勢欲分 ~ 어수선한 半年이었네 나라는 날로 기우는데
憐吾無用集如雲 ~ 손 하나 못 쓰는 우리가 모였으니 空然한 짓이야.
一宵燈火喜相見 ~ 하룻밤 燈불 밑에 만나 반갑고
千古興亡不願聞 ~ 千古의 興亡이야 듣길 願치 않았지.
夜樓禪盡收人氣 ~ 坐禪을 끝내고 나니 人氣척 없고
異域詩來送雁群 ~ 기러기떼만 異域에서 詩心을 가져오네.
疎慵惟識昇平好 ~ 게으른 몸 太平聖世 좋음은 알아
禮拜金仙祝聖君 ~ 부처님께 머리 조아려 聖君의 福을 비네.
知己世爲天下功 ~ 世上에서 貴한 것 知己이거니
片言直至肝膽中 ~ 한 마디 말도 肝膽을 이리 울리네.
漫說英雄消永夜 ~ 英雄들 이야기로 긴 밤 새우고
更論文句到淸風 ~ 文章을 論하노라니 맑은 바람 일었지.
征雁楓橋如夢遠 ~ 기러기떼 꿈처럼 아득히 사라지고
孤燈水屋感詩紅 ~ 외로운 燈盞불 물가 房에 서고 붉은 詩心 일었다.
幸敎烟月時時好 ~ 風景만 언제나 이리 좋다면
談笑同歸白髮翁 ~ 談笑하며 우리 함께 늙음도 좋으리.
(56) 仙巖寺病後作
客遊南地盡 ~ 흘러오니 南쪽 땅의 끝인데
病起秋風生 ~ 앓다가 일어나니 어느덧 가을 바람.
千里每孤往 ~ 매양 千 里길을 혼자 가다가
窮途還有情 ~ 길 막혀 돌아옴도 有情하더라.
初秋人謝病 ~ 초가을 病 핑계로 사람 안 만나고
蒼鬢歲生波 ~ 하얀 귀밑머리 늙음이 물결치네.
夢苦人相遠 ~ 꿈은 괴로운데 親舊는 멀리 있고
不堪寒雨多 ~ 더더욱 찬비 오니 어쩌겠는가.
(57) 雪夜
四山圍獄雪如海 ~ 四方 山은 監獄을 두르고, 내린 눈은 바다 같은데
衾寒如鐵夢如灰 ~ 무쇠처럼 차가운 이불 속에서 꾸는 꿈은 재빛이어라.
鐵窓猶有鎖不得 ~ 鐵窓은 如前히 잠기어 열리지 않는데
夜聞鐵聲何處來 ~ 깊은 밤 쇳소리는 어디서 들려오는가.
(58) 雪夜看畵有感 (눈 오는 밤 그림을 보고)
風雪中宵不盡吹 ~ 한밤中 눈바람은 그치지 않고
人情歲色共參差 ~ 人情과 저무는 해는 어긋남이 많네.
生來慣被黃金負 ~ 只今껏 窮乏한 삶이 慣習이 되었고
老去忍從白酒欺 ~ 늙어가며 때론 술로 慰安 삼네.
寒透殘梅香易失 ~ 梅花에 추위 스미니 香氣 쉬 없어지고
燈深華髮夢難期 ~ 燈불 사위는 밤 늙은이 꿈은 期約마져 어렵다.
畵裡漁翁眞可羨 ~ 그림 속 고기잡이 老人은 참 부럽군
坐看春水緣生漪 ~ 푸른 물결 이는 春水를 閑暇히 바라보네.
(59) 雪夜畵看有感
寒透殘梅香易失 ~ 梅花에 늦 추위가 스미니 香氣 쉬 사라지고
燈深華髮夢難期 ~ 燈불 타 재가되는 이 밤 늙은이 꿈은 期約키 어려웁다.
畵裡漁翁直可羨 ~ 그림속 고기잡이 老人이 참으로 부럽군
㘴看春水緣生漪 ~ 앉아서 봄철 물에 이는 잔물도 볼 수 있으니.
(60) 雪曉
曉色通板屋 ~ 새벽빛이 판잣집에 들어오니
怱怱不可遊 ~ 怱怱히 즐길 餘裕도 없네.
層郭孤雲去 ~ 層層 城郭 위엔 외로운 구름 가고
亂峰殘月收 ~ 아찔한 봉우리는 달을 품는다.
寒情遶玉樹 ~ 차가운 情景은 구슬같이 端粧한 나무를 감싸 돌고
新夢過滄洲 ~ 싱그러운 꿈결에 神仙마을 지나네.
風起鍾聲急 ~ 바람 일어 急해진 鐘소리에
乾坤歷歷浮 ~ 하늘과 땅이 歷歷하게 떠 있네.
(61) 雪後漫唫
幽人寂寂每縱觀 ~ 가만히 있던 이도 寂寂하면 들구경을 나가니
眼欲靑時意不輕 ~ 푸른 들판 보고픈 뜻을 가볍게 볼 것이 아닐세.
大雪初晴塵世遠 ~ 큰 눈이 오고 나면 塵世는 사라지고
萬山欲暮壯心生 ~ 모든 山이 저물려하니 壯한 마음이 일어나네.
經歲漁樵皆入夢 ~ 지난 歲月 고기 잡고 나무 하던 時節 꿈에 보이고
忍冬梅竹亦關情 ~ 겨울을 견디는 梅竹 또한 마음에 끌리네.
萬古英雄一評後 ~ 오랜 歷史의 英雄들을 훑어본 뒤에
更聽四海動春聲 ~ 世界에서 일어나는 봄 消息을 듣는다.
(62) 歲寒衣不到戲作
歲新無舊着 ~ 해는 바뀌어도 옷은 안 오니
自覺一身多 ~ 몸 하나도 주체하기 어려운 줄 비로소 알았네.
少人知此意 ~ 이런 마음 아는 이 많지 않거니
范叔近如何 ~ 近來은 요사이 그 어떠한지.
(63) 述懷
心如疎屋不關扉 ~ 마음이 빗장 없는 집과 같아서
萬事曾無入微妙 ~ 微妙한 무엇 하나 없어라.
千里今宵無一夢 ~ 千 里에 한 오라기 꿈도 없는 밤
月明秋樹夜紛飛 ~ 밝은 달빛 아래 가을 落葉만 우수수 지네.
(64) 新聞廢刊
筆絶墨飛白日休 ~ 붓이 꺾이어 모든 일 끝나니
銜枚人散古城秋 ~ 이제는 재갈 물린 사람들 뿔뿔이 흩어지네.
漢江之水亦鳴咽 ~ 漢江의 물도 亦是 울음 삼키고
不入硯池向海流 ~ 硯池를 外面한 채 바다 向해 흐르느니.
(65) 新晴
禽聲隔夢冷 ~ 새 소리 꿈 저쪽에 차고
花氣入禪無 ~ 꽃 내음은 禪에 들어와 스러진다.
禪夢復相忘 ~ 禪과 꿈 다시 잊은 곳
窓前一碧梧 ~ 窓 앞의 한 그루 碧梧桐나무.
(66) 雙溪樓
一樓絶俗似高僧 ~ 이 樓閣 俗氣 없어 高僧 같으니
欲致定非力以能 ~ 이루련들 人力으론 될 바 아니네.
鶴未歸天香已下 ~ 鶴은 아직 안 날아도 香은 이미 풍겨 오고
人今爲客秋先增 ~ 내 이제 나그네 되니 가을이 먼저 깊어가네.
懸崖如雨楓林急 ~ 빗방울인 양 벼랑에 매달린 楓林 危殆로운데
穿樹無雲澗水澄 ~ 나무에 걸린 구름 없음에 山골 물은 맑네.
海內弟兄吾亦有 ~ 나라 안에 兄弟들 나도 많거니
大期他日盡歡登 ~ 이 다음 모두 함께 올 생각일세.
(67) 安海州
★ 安重根 義士의 이토히로부미 (いとう ひろぶみ 伊藤博文) 射殺事件을 듣고 바로 이 漢詩를 남김.
萬斛熱血十斗膽 ~ 萬 가마니의 뜨거운 피와 한 섬의 膽力으로
淬盡一劍霜有韜 ~ 한 칼을 달궈 내니 서릿발이 감췄구나 (淬. 담글 쉬)
霹靂忽破夜寂寞 ~ 淸天霹靂이 밤의 寂寞을 깨뜨리니
鐵花亂飛秋色高 ~ 무쇠 꽃 어지러이 날려 가을빛 드높다.
(68) 野行. 1
匹馬蕭蕭渡夕陽 ~ 쓸쓸히 말 몰아 夕陽을 지나니
江堤楊柳變新黃 ~ 江언덕 버드나무 샛노랗게 물들었다.
回頭不見關山路 ~ 머리 돌려도 故國 길은 아니 보이고
萬里秋風憶故鄕 ~ 萬 里라 가을 바람에 故鄕 생각뿐이로다.
(69) 野行. 2
尋趣偶過古渡頭 ~ 偶然히 만나 옛 나루터 지나니
盈盈一水小魚遊 ~ 가득 찬 물 속에 어린 고기 놀고
汀雲已逐西風去 ~ 구름은 西風 쫓아 떠나는데
獨立斜陽見素秋 ~ 夕陽에 홀로 서서 가을을 본다.
(70) 藥師庵途中
十里猶堪半日行 ~ 十 里에서 오히려 半나절의 걸음 견뎌 내니
白雲有路何幽長 ~ 흰 구름에 길이 어찌 이리 먼가.
緣溪轉入水窮處 ~ 시내 따라 漸漸 물길이 끊겼으니
深樹無花山自香 ~ 깊은 나무 꽃 없이 山은 절로 香氣로워.
(71) 養眞庵
深深別有地 ~ 깊디깊은 別有天地
寂寂若無家 ~ 고요하여 집도 없는 듯.
花落人如夢 ~ 꽃 지는 것이 사람의 꿈과 같아
古鍾白日斜 ~ 오래된 鐘에 夕陽이 기우네.
(72) 養眞庵臨發贈鶴鳴禪伯
世外天堂少 ~ 이 世上 밖에 天堂은 없고
人間地獄多 ~ 人間에게는 地獄이 많다.
佇立竿頭勢 ~ 百尺竿頭에 우두커니 서
不進一步何 ~ 왜 한 걸음 내딛지 않는가.
臨事多艱劇 ~ 일에는 어려움 많고
逢人足別離 ~ 사람은 만남 뒤엔 離別 뿐.
世道固如此 ~ 本來 世上 일은 이와 같거니
男兒任所之 ~ 男兒라면 얽매임 없이 뜻대로 살아야지.
(73) 漁笛
孤帆風烟一竹秋 ~ 외로운 돛단배에 안개낀 가을날
數聲暗逐荻花流 ~ 慇懃한 노랫소리 갈대꽃 따라 흐르네.
晩江落照隔樹 ~ 落照비친 江물엔 丹楓빛 붉게 물들고
半世知音問白鷗 ~ 半平生 내 노래는 白鷗가 알랴.
韻絶何堪遯世夢 ~ 기막힌 가락에 遯世의 꿈 못 버리고
曲終虛負斷腸愁 ~ 노래가 끝이 나도 애끓는 시름 견디지 못하네.
飄掩律呂撲人冷 ~ 떠도는 그 가락 내 가슴에 서늘하여
滿地蕭蕭散不收 ~ 天地에 차오른 쓸쓸함 거둘길 없네.
(74) 與錦峯伯夜唫
詩酒相逢天一方 ~ 詩와 술이 하늘 한 모퉁이에 만나
蕭蕭夜色思何長 ~ 蕭瑟한 밤 모습에 생각은 길다.
黃花明月若無夢 ~ 菊花와 밝은 달은 꿈도 없는 듯
古寺荒秋亦故鄕 ~ 옛 절 거친 가을이 바로 故鄕일세.
(75) 與映湖錦峯兩伯作(在宗務院)
昔年事事不勝疎 ~ 지난날 일마다 疎忽했노니
萬劫寥寥一夢餘 ~ 萬劫인들 한바탕 꿈이 아니랴.
不見江南春色早 ~ 江南의 이른 봄빛 아니 보고
東城風雪臥看書 ~ 城東의 눈바람 속에 누워 冊을 읽는다.
(76) 與映湖乳雲兩伯夜唫
落拓吾人皆古情 ~ 모이니 不遇한 옛 벗들인데
山房夜闌小遊淸 ~ 조촐히 노니는 山中의 밤도 깊었다.
紅燭無言灰已冷 ~ 말없이 타는 촛불의 눈물도 식고
詩愁如夢隔鍾聲 ~ 꿈같이 번지는 詩愁의 먼 鐘소리.
中宵文氣通虹橋 ~ 무지개는 밤中에 興趣를 돋우어
筆下成詩猶敢驕 ~ 붓 놓아 成詩함이 어찌 驕慢이리.
只許三春如一日 ~ 오직 三春은 하루와 같이
別區烟月復招招 ~ 좋은 風景 시켜서 손짓해 부르네.
(77) 與映湖和尙訪乳雲和尙乘夜同歸
相見甚相愛 ~ 만나니 우리들 뜻이 맞아
無端到夜來 ~ 밤이 깊어가는 줄 몰랐네.
等閑雪裡語 ~ 閑暇히 눈길에서 주고받은 말
如水照靈臺 ~ 물과 같이 두 마음에 서로 비치네.
(78) 旅懷
竟歲未歸家 ~ 한 해가 다 가도록 돌아가지 못한 몸은
逢春爲遠客 ~ 봄이 되자 다시 먼 곳을 떠돈다.
看花不可空 ~ 꽃을 보고 無心하지는 못해
山下奇幽跡 ~ 좋은 곳 있으면 들러서 가곤 한다.
(79) 榮山浦舟中
漁笛一江月 ~ 漁夫의 피리소리에 江과 달이 하나 되고
酒燈兩岸秋 ~ 酒幕집 燈불은 두 언덕 가을빛에 어리네.
孤帆天似水 ~ 돛배는 외로워 하늘도 물 같은데
人逐荻花流 ~ 사람따라 갈꽃 따라 흘러만 가네.
(80) 咏燈影 (獄中詩)
夜冷窓如水 ~ 추운 밤 窓에 물이 어리면
臥看第二燈 ~ 두 個의 燈불 누워서 본다.
雙光不到處 ~ 두 불빛 못 미치는 이 자리에 있으니
依舊愧禪僧 ~ 禪僧인 것이 못내 부끄럽기만 하다.
(81) 咏雁 (獄中詩)
一雁秋聲遠 ~ 외기러기 슬픈 울음 멀리 들리고
數星夜色多 ~ 無數한 별들이 밤을 밝힌다.
燈深猶未宿 ~ 등불 사위어 가고 잠도 안 오는데
獄吏問歸家 ~ 언제 풀리느냐고 獄吏가 묻는다.
天涯一雁叫 ~ 아득한 하늘 가에 외기러기 우고
滿獄秋聲長 ~ 獄에 가득 가을 소리 길기만 하다.
道破蘆月外 ~ 갈대가 쓰러지는 길 저 밖의 달이여
有何圓舌相 ~ 어찌하여 너는 둥근 쇠몽치 혀를 내미는냐.
(82) 咏閑
窮山寄幽夢 ~ 깊은 山속에 그윽한 꿈을 꾸면서
危屋絶遠想 ~ 벼랑 끝 庵子에서 깊은 想念 끊는다.
寒雲生碧澗 ~ 차가운 안개구름 푸른빛 도는 시내에서 일고
纖月度蒼岡 ~ 초승달은 푸른 언덕을 넘는다.
曠然還自失 ~ 아스라히 脈놓고 있다 돌아보면
一身各相忘 ~ 문득 이 한 몸마져 잊어버린다.
(83) 悟道頌
男兒到處 是故鄕 ~ 男兒란 어디나 곧 故鄕이거늘
幾人長在 客愁中 ~ 사람들은 시름속의 나그네로 오래도록 보내네.
一聲喝破 三千界 ~ 한소리 큰 喝로 三千大千世界를 깨뜨리니
雪裏桃花片片飛花 ~ 눈속에 복사꽃잎이 조각조각 날리네.
(84) 獄中感懷
一念但覺淨無塵 ~ 한 생각에 다만 티끌 없는 淸淨함 깨달으니
鐵窓明月自生新 ~ 쇠창살에도 밝은 달은 저절로 새롭구나.
憂樂本空唯心在 ~ 근심 즐거움 本來 空한것, 오직 마음만 있어
釋迦原來尋常人 ~ 釋迦牟尼도 原來가 普通 사람이었다.
(85) 玩月
空山多月色 ~ 빈 山에 달빛이 흘러 넘치고
孤往極淸遊 ~ 홀로 거닐며 마음껏 노니는 이밤.
情緖爲誰遠 ~ 누구에 멀리 달려가는 마음인가
夜深杳不收 ~ 밤은 깊어 가는데 情을 걷잡을수 없네.
(86) 又古人梅題下不作五古余有好奇心試唫
梅花何處在 ~ 梅花꽃 있는 곳이 어디 이던가
雪裡多江村 ~ 눈 덮인 江村일세.
今生寒氷骨 ~ 今生에 얼음 같은 風骨
前身白玉魂 ~ 前生엔 白玉의 넋 아니었을까.
形容晝亦奇 ~ 그 모습 낮에도 奇異하고
精神夜不昏 ~ 밤이라 그 精神 밝기만 하네.
長風散鐵笛 ~ 바람은 피리소리 멀리 흐트리고
暖日入禪園 ~ 따스한 해는 禪房에 드네.
三春詩句冷 ~ 봄 석 달 詩句는 차갑고
遙夜酒盃溫 ~ 밤새워 따사로운 술盞 비우네.
白何帶夜月 ~ 하얀 그 모습 달빛 더불고
紅堪對朝暾 ~ 붉은 姿態 아침 햇살 보는 듯.
幽人抱孤賞 ~ 숨어 살아 외로이 稱讚하노니
耐寒不掩門 ~ 차다고 너를 두고 門을 닫으랴.
江南事蒼黃 ~ 江南의 일 뒤숭숭하다고
莫向梅友言 ~ 梅花에겐 함부로 말하지 말라.
人間知己少 ~ 人間事에 知己는 흔치 않은 것
相對倒深尊 ~ 너를 바라 깊이 醉하리.
(87) 雨中獨唫
海國多風雨 ~ 섬나라(日本) 비바람 흔해서
高堂五月寒 ~ 높다란 이 집은 五月에도 춥다.
有心萬里客 ~ 木石도 아닌 萬 里의 나그네
無語對靑巒 ~ 말없이 푸른 山을 마주한다.
(88) 雲水
白雲斷似衲 ~ 흰 구름은 끊어져 法衣와 같고
綠水矮於弓 ~ 푸른 물은 활보다도 더욱 짧아라.
此外一何去 ~ 이곳 떠나 어디로 자꾸만 가나
悠然看不窮 ~ 아득히 그 無窮함 바라보리라.
(89) 遠思
南國黃花北地雁 ~ 菊花 핀 南녘과 北쪽 기러기
居然今日但空情 ~ 오늘은 앉아서 괜히 생각나네.
雪後江山多月色 ~ 눈 그치면 그 江山엔 달빛이 곱고
風前草木盡鍾聲 ~ 바람에 草木들은 쇠북인 양 울리.
塞外夢飛千里野 ~ 國境 밖 千 里 벌에 꿈은 달려도
天涯身臥一雲亭 ~ 하늘 끝 亭子 속에 누운 몸이여!
歷瘦經寒人似竹 ~ 야위고 추위 겪어 대와 같거니
此心元不到功名 ~ 내 마음 功名에야 元來 먼 것을.
(90) 月方中
萬國皆同觀 ~ 萬國이 다 함께 달을 쳐다보고
千人各自遊 ~ 모든 사람들 各其 즐기며 노네.
皇皇不可取 ~ 빛나고 빛나 가질 수 없고
迢迢那堪收 ~ 아득하고 아득해 거둘 수 없네.
(91) 月欲落
松下蒼煙歇 ~ 소나무 밑 푸른 안개 스러지고
鶴邊淸夢遊 ~ 鶴의 周邊엔 맑은 꿈이 노닌다.
山橫鼓角罷 ~ 비스듬이 山이 비껴 피리소리 끊기고
寒色盡情收 ~ 찬 달빛 걷히니 이토록 아쉬운걸.
(92) 月欲生
衆星方奪照 ~ 뭇 별이 막 빛을 빼앗기니
百鬼皆停遊 ~ 온갖 鬼神도 놀이를 멈추다.
夜色漸墜地 ~ 夜景이 漸漸 땅에 떨어지니
千林各自收 ~ 모든 숲은 제各其 거둬 들이네.
(93) 月初生
蒼岡白玉出 ~ 검푸른 山에 흰 玉돌이 솟고
碧澗黃金遊 ~ 파란 시내엔 黃金이 노닌다.
山家貧莫恨 ~ 山家여 가난을 恨歎 말라
天寶不勝收 ~ 하늘이 주는 보배 끝이 없거니.
(94) 留仙岩寺次梅泉韻
半歲蕭蕭不滿心 ~ 참으로 不滿에 찬 半年에
天涯零落獨相尋 ~ 天涯의 勢道가 沒落하여 山水를 찾았다.
病餘華髮秋將薄 ~ 앓고 난 흰머리는 가을따라 듬성하고
亂後黃花草復深 ~ 亂後에 菊花와 풀도 다시 茂盛해졌다.
講劫雲空聞逝水 ~ 劫을 講하고 구름 스러진 뒤 물소리 듣고
聽經人去下仙禽 ~ 經을 듣던 사람 돌아가자 仙鳥가 내린다.
乾坤正當風塵節 ~ 온통 天地가 風塵을 만난 이때
肯數西川杜甫唫 ~ 杜甫의 亂中詩를 읊조려 본다.
(95) 日光道中 (닛코 . にっこうし로 가는 길)
★ 日本 혼슈 (本州. ほんしゅう) 도치기 縣
(栃木縣 .とちぎけん )에 있는 都市.
試聞兒女爭相傳 ~ 兒女子들 다투어 이르는 말이
報道此中別有天 ~ 이 길 가면 別有天地 있느니라고.
逐水漸看兩岸去 ~ 물 따라 걸으며 살펴 볼 수록
杳然恰似舊山川 ~ 우리 故國 山川을 많이도 닮았네.
(96) 日光南湖 (닛코의 湖水)
神陀山中湖水開 ~ 神陀山 그 속에 湖水 있어서
山光水色共徘徊 ~ 山빛과 물빛이 겹쳐 맴돈다.
十數小船一兩笛 ~ 몇 個의 피리 소리 十如 隻의 배
夕陽唱倒漁歌來 ~ 一齊히 노래하며 夕陽을 이고 돌아오네.
(97) 自京歸五歲庵贈朴漢永
一天明月君何在 ~ 하늘 가득 달 밝은데 그대 어디 계신지
滿地丹楓我獨來 ~ 온 世上 丹楓에 묻혀 홀로 왔어요.
明月丹楓共相忘 ~ 밝은 달 丹楓은 함께 잊어도
唯有我心共徘徊 ~ 내 마음 오직 그대와 함께 헤매오.
(98) 自樂
佳辰傾白酒 ~ 철이 마침 좋은지라 막걸리 기울이고
良夜賦新詩 ~ 이 좋은 밤 詩 한 首 없을 수 있는가.
身世兩忘去 ~ 나와 世上 아울러 잊었어도
人間自四時 ~ 季節은 저절로 돌고 도느니.
(99) 自悶
枕上夢何苦 ~ 잠들면 잠든 대로 꿈은 괴롭고
月中思亦長 ~ 깨면 달빛 속에 끝없는 생각.
一身受二敵 ~ 한 몸으로 이 두 敵 어이 견디랴.
朝來鬢髮蒼 ~ 아침 되니 젊던 귀밑머리 白髮 되었네.
(100) 自笑詩癖 (詩 쓰는 버릇을 웃다)
詩瘦太酣反奪人 ~ 너무 즐긴 詩 때문에 야위고 탈진하여
紅顔減肉口無珍 ~ 얼굴에 살 빠지고 입맛도 잃었다.
自說吾輩出世俗 ~ 世俗을 떠난 양 自處도 하네만
可憐聲病失靑春 ~ 靑春을 삼켜버린 病에 可憐함만 恨歎하네.
(101) 征婦怨
妾本無愁郞有愁 ~ 妾은 本來 시름 없고, 郎君은 愁心 있기에
年年無日不三秋 ~ 해마다 하루가 三年 같지 않은 날 없었다.
紅顔憔悴亦何傷 ~ 血色좋은 얼굴 여위어도 무엇이 마음 傷하랴만
只恐阿郞又白頭 ~ 다만 郎君께서 흰머리 되어 감이 두렵기만 하오.
昨夜江南採蓮去 ~ 지난밤엔 江南으로 蓮꽃 캐러 갔다가
淚水一夜添江流 ~ 밤새 흘린 눈물을 흐르는 江물에 보태 놓았소.
雲乎無雁水無魚 ~ 구름에는 기러기 없고 물엔 고기도 없으니
雲水水雲共不看 ~ 구름과 물, 물과 구름을 다 바라보지도 않소.
心如落花謝春風 ~ 마음은 지는 꽃이 봄바람을 여의고 가듯 하고
夢隨飛月渡玉關 ~ 꿈은 달을 따라 날아 玉門關을 건너네.
雙手慇懃敬天祝 ~ 두 손 모아 慇懃히 하늘 받들어 祝願함은
郎與春色一馬還 ~ 郎君이 봄빛과 함께 말 타고 오기 바람이리.
阿郞不到春已暮 ~ 郎君은 오지 않고 봄은 이미 저물었으니
風雨無數打花林 ~ 비바람 셀 수 없이 꽃 숲을 휘저어 놓네.
妾愁不必問多少 ~ 妾의 시름 얼마나 되나 물을 必要 없으니
春江夜湖不言深 ~ 봄의 江물 밤 湖水도 깊단 말 못하오.
一層有心一層愁 ~ 마음 한 層 깊을수록 시름도 한 層 높으니
賣花賣月學無心 ~ 꽃도 팔고 달도 팔아 無心을 배우리라.
(102) 曺洞宗大學校別院 (어느 日本 절의 追憶)
一堂似太古 ~ 절은 고요하기 太古 같아서
與世不相干 ~ 世上과는 因緣이 닿지 않는 곳.
幽樹鍾聲後 ~ 鐘소리 끊인 뒤 나무들 그윽하고
閑花茶藹間 ~ 茶 香氣 높은 사이 閑暇한 햇빛.
禪心如白玉 ~ 禪心은 맑아서 白玉인양 한데
奇夢到靑山 ~ 꿈만 같이 이 靑山 이르른 것을.
更尋別處去 ~ 다시 別다른 곳 찾아 나섰다가
偶得新詩還 ~ 偶然히 새로운 詩 얻어서 돌아왔네.
院裡多佳木 ~ 절에는 아름다운 나무가 많아
晝陰滴翠濤 ~ 낮에도 陰散하고 푸른 물결 방울진다.
幽人初破睡 ~ 그윽이 잠들었다 깨어나 보니
花落磬聲高 ~ 꽃이 지는데 磬쇠 소리 높아라.
(103) 周甲日卽興 (回甲날의 卽興. 一九三九. 七. 十二日於淸凉寺)
怱怱六十一年光 ~ 바쁘게도 지나간 예순 한 해가
云是人間小劫桑 ~ 이 世上에선 小劫같이 긴 生涯라고.
歲月縱令白髮短 ~ 歲月이 흰 머리를 짧아지고
風霜無奈丹心長 ~ 風霜도 一片丹心 어쩌지 못하네.
聽貧已覺換凡骨 ~ 가난을 달게 여기니 凡骨도 바뀐 듯
任病誰知得妙方 ~ 病을 버려 두매 좋은 處方文 누가 알리.
流水餘生君莫問 ~ 물 같은 내 餘生을 그대여 묻지 말게
蟬聽萬樹趁斜陽 ~ 숲 가득 매미 소리에 斜陽 向해 가는 것을.
(104) 重陽. 1
九月九日百潭寺 ~ 九月 九日 重陽節의 百潭寺
萬樹歸根病離身 ~ 온갓 나뭇잎이 떨어지니 病도 내 몸 떠났네.
閒雲不定孰非客 ~ 閑暇한 구름 定處 없이 흐르듯 누군들 나그네 아니며
黃花已發我何人 ~ 노란 菊花는 이미 피었는데 난 어떤 사람인가.
(105) 重陽. 2
溪磵水落晴有玉 ~ 시내에는 물이 말라 玉돌이 드러나고
鴻雁秋高逈無塵 ~ 기러기는 淸淨한 하늘을 아득히 난다.
午來更起蒲團上 ~ 낮 되어 다시 부들 方席 위에서 일어나니
千峰入戶碧嶙峋 ~ 千峰萬壑이 房에 들어 푸른 빛으로 솟구치네.
(106) 卽事. 1
山下日杲杲 ~ 山 밑에는 햇빛 쨍쨍하고
山上雪紛紛 ~ 山 위에는 눈발이 날린다.
陰陽各自妙 ~ 陰陽의 奧妙 함은 제各其 인데
詩人空斷魂 ~ 詩人만 空然히 넋을 태운다.
(107) 卽事. 2
一庵何寂寞 ~ 庵子에 쌓인 寂幕 속에
塊坐依欄干 ~ 흙무더기처럼 欄干에 기대 앉으니
枯葉作聲惡 ~ 마른 나뭇잎 괴로운 소리를 내고
飢鳥爲影寒 ~ 배 주린 새 그림자는 차갑기만 하다.
歸雲斷古木 ~ 돌아가던 구름 古木에 걸리고
落日半空山 ~ 지는 해는 折半이 빈 山에 걸린다.
獨對千峯雪 ~ 홀로 數많은 눈 봉우리 마주하니
淑光天地還 ~ 봄빛은 天地에 돌아오는구나.
(108) 卽事. 3
北風雁影絶 ~ 북녘 바람이 기러기 자취를 끊어 버리니
白日客愁寒 ~ 한낮에도 나그네 시름은 차갑다.
冷眼觀天地 ~ 싸늘한 눈길 하늘 땅 바라보니
一雲萬古閒 ~ 한 點 구름만 萬古에 閒暇롭다.
(109) 卽事. 4
鳥雲散盡孤月樓 ~ 먹구름 흩어고 樓臺엔 외로운 달
遠樹寒光歷歷生 ~ 먼 나무엔 찬 빛이 歷歷하구나.
空山雁去今無夢 ~ 빈 山 위로 기러기 가고 잠은 오지 않는데
殘雪人歸夜有聲 ~ 殘雪 밟으며 밤길 가는 발자국 소리.
(110) 卽事. 5
殘雪日光動 ~ 눈은 자지러져 가고 햇빛 춤을 추어
遠林春意過 ~ 먼 숲에 봄의 氣運 스치네.
山屋病初起 ~ 山집에서 病이 떠나고
新情不奈何 ~ 새로운 情은 어쩔 수 없어라.
(111) 卽事. 6
朔風吹白日 ~ 朔風이 해를 몰아치는 날
獨立對江城 ~ 홀로 江城을 마주하고 섰다.
孤煙接樹直 ~ 외로운 煙氣 나무를 감싸 오르고
輕夕落庭橫 ~ 저녁은 사뿐이 뜰을 가로지른다.
千里山客滴 ~ 千 里에 山客에 빗방울 떨어져
一方雪意生 ~ 어디에 눈이라도 내릴 듯하네.
詩思動邊塞 ~ 邊方에서도 詩情은 일고
侶鴻過太淸 ~ 짝지은 기러기는 맑은 하늘을 지난다.
(112) 卽事. 7
紅梅開處禪初合 ~ 紅梅花 벌어지니 중은 三昧에 들고
白雨過時茶半淸 ~ 소낙비 지나가니 茶도 한결 맛이 맑다.
虛設虎溪亦自笑 ~ 虎溪까지 餞送하고 크게 웃으며
停思還憶陶淵明 ~ 暫時 陶淵明의 人品 그리어 보네.
(113) 贈古友禪話
看盡百花正可愛 ~ 어여쁜 온갖 꽃을 모두 보았고
縱橫芳草踏烟霞 ~ 안개 속 꽃다운 풀 두루 누볐네.
一樹寒梅將不得 ~ 그러나 梅花만은 못 만났는데
其如滿地風雪何 ~ 눈바람 이러하니 어쩜 좋으랴.
(114) 贈南亨祐
秋山落日望蒼蒼 ~ 가을빛 물든 山에 해가 지는데
獨立高歌響八荒 ~ 홀로 서서 노래하면 天地에 울려라.
白髮數莖東逝水 ~ 몇 오리 흰 머리칼 歲月은 물 같아도
黃花萬本夜迎霜 ~ 萬 포기 菊花꽃은 서리 맞아 피는구나.
遠書不至虫猶語 ~ 먼 그 곳 便紙도 안 오는 날엔 벌레들 시끄럽고
古木無心苔自香 ~ 古木은 無心해도 이끼 껴 香氣롭네.
四十年來出世事 ~ 出家한 지도 어느덧 마흔 핸데
慚愧依舊坐空床 ~ 如前히 빈 禪床 지킴이 부끄럽구나.
(115) 贈別
天下逢未易 ~ 같은 하늘 아래서 만나기도 어려운데
獄中別亦奇 ~ 獄中의 離別이라 또한 奇異하구나.
舊盟猶未冷 ~ 以前의 盟約은 오히려 식지 않았으니
莫負黃花期 ~ 菊花 꽃과의 約束 저버리지 말게나.
(116) 增上寺
淸磬一聲初下壇 ~ 磬쇠가 울려서야 壇에서 내려 와
更添新茗依欄干 ~ 다시 茶를 따루어 欄干에 기대인다.
舊雨纔晴輕凉動 ~ 비는 겨우 개고 서늘한 바람 일어
空簾晝氣水晶寒 ~ 발로 스미는 찬 氣運은 水晶 같구나.
(117) 贈宋淸巖
相逢輒驚喜 ~ 만나니 놀라웁고 반갑기도 하여
共作秋山行 ~ 함께 가을 山을 찾아들었네.
日出看雲白 ~ 해 뜨면 흰구름을 보고
夜來步月明 ~ 밤에는 달빛 속을 거닐기도 하네.
小石本無語 ~ 돌멩이야 本來 말이 없어도
古桐自有聲 ~ 오래 된 梧桐에선 맑은 소리 나지.
大塊一樂土 ~ 이 世上이 곧 樂土이거늘
不必求三淸 ~ 구태여 神仙 되길 바라지 말게.
(118) 次映湖和尙香積韻
萬木森凉孤月明 ~ 숲은 썰렁한데 외로운 달빛이
碧雲層雪夜生溟 ~ 구름과 눈을 비추니 宛然한 바다라.
十萬株玉收不得 ~ 無數한 그루에 달린 구슬이 하도 고와서
不知是鬼是丹靑 ~ 造化인 줄 모르고 그림인가 여겼네.
(119) 淸唫 (淸淨한 노래)
一水孤花逈 ~ 먼 물가에 외로운 꽃이 벌고
數鍾千竹寒 ~ 몇 個의 鐘 걸린 곳 대숲이 차구나.
不知禪已破 ~ 見性이 이미 된 줄 알지 못하여
猶向物初看 ~ 오히려 事物을 처음 보듯 보느니.
★ 見性 ~: 마음 닦는 工夫를 하여 깨달음을 얻게 되는 體驗의 境地.
(120) 淸寒
待月梅何鶴 ~ 달을 기다려 梅花는 鶴인 양 서 있고
依梧人亦鳳 ~ 梧桐에 기대니 사람 또한 鳳凰일세.
通宵寒不盡 ~ 밤새워 추위는 그치지 않고
遶屋雪爲峰 ~ 눈은 온통 집을 둘러싸 봉우리를 만들었네.
(121) 淸曉
高樓獨坐絶群情 ~ 다락에 앉으니 뭇 생각 끊이는데
庭樹寒從曉月生 ~ 새벽달 따라 추위가 인다.
一堂如水收人氣 ~ 물을 끼얹은 듯 人氣척 없는 곳
詩思有無和笛聲 ~ 어렴풋한 詩想 피리에 和答하느니라.
(122) 秋夜雨
床頭禪味澹如水 ~ 禪定에 드니 澹澹하기 물 같은데
吹起香灰夜欲闌 ~ 香불 다시 피어나고 밤도 깊은 간다.
萬葉梧桐秋雨急 ~ 문득 梧桐잎 두들기는 가을비 소리
虛窓殘夢不勝寒 ~ 빈 窓에 寒氣 들어와 남은 잠을 기룰 수 없구나.
(123) 秋夜聽雨有感
不學英雄不學仙 ~ 英雄도 神仙도 아니 배운 채
寒盟虛負黃花緣 ~ 菊花와의 因緣만 空然히 어겼네.
靑燈華髮秋無數 ~ 靑燈 아래 흰머리 늘어만 가는 가을 밤
蕭雨雨聲三十年 ~ 나그네 길 三十 年에 빗소리만 쓸쓸하다.
(124) 秋雨
秋雨何蕭瑟 ~ 왜 이리도 쓸쓸한 가을비런가.
微寒空自驚 ~ 갑자기 으스스해 새삼 놀란다.
有思如飛鶴 ~ 생각은 하늘 나는 鶴인 양하여
隨雲入帝京 ~ 구름 따라 서울에 들어가느니.
(125) 秋懷
十年報國劒全空 ~ 나라 爲한 十 年도 虛事가 되고
只許一身在獄中 ~ 겨우 한 몸 獄 속에 갇혔었구나.
捷使不來蟲語急 ~ 戰勝 奇別 아니 오고 벌레만 저리 울어
數莖白髮又秋風 ~ 몇 오라기 흰 머리칼에 또 가을 바람 부네.
(126) 秋曉
虛室何生白 ~ 빈 房은 어느듯 훤해지고
星河傾入樓 ~ 銀河는 다락에 기울어 든다.
秋風吹舊夢 ~ 가을 바람은 옛 꿈을 불어오고
曉月照新愁 ~ 새벽달은 새 시름을 비춘다.
落木孤燈見 ~ 落葉 진 나무 사이로 燈불 하나 보이고
古塘寒水流 ~ 옛 못으로 찬 물결이 흐른다.
遙憶未歸客 ~ 돌아오지 않는 나그네 생각다가
明朝應白頭 ~ 來日 아침이면 머리칼 희어지리.
(127) 春閨怨
一幅鴛鴦繡未了 ~ 한 幅 鴛鴦새 繡놓다가 끝도 못내고
隔窓微語雜春愁 ~ 窓건너 속삭임에 雜多한 봄 시름에 잠긴다.
夜來刀尺成孤夢 ~ 밤되어 繡를 놓다가 홀로 잠든 꿈속에서
行到江南不復收 ~ 江南에 가 돌아 올 줄은 까맣게 잊네.
(128) 春夢
夢似落花花似夢 ~ 꿈은 落花 같고 꽃은 꿈 같은데
人何胡蝶蝶何人 ~ 사람은 왜 또 나비 되고 나비 어찌 사람 되나.
蝶花人夢同心事 ~ 나비 꽃 사람 꿈이 마음의 일이니
往訴東君留一春 ~ 봄의 神 찾아가 이 한 봄 못 가게 하자.
(129) 砧聲
何處砧聲至 ~ 어디서 나는 다듬이 소리인가
滿獄自生寒 ~ 監獄 속을 冷氣로 가득 채우네.
莫道天衣煖 ~ 天子의 옷 따뜻하다 하나 道가 아니다
孰如徹骨寒 ~ 뼛속까지 冷氣가 스며드는 것을.
(130) 巴陵漁父棹歌 (고기잡이의 뱃노래)
舟行天似水 ~ 배가 가니 하늘은 물과 같은데
此外接淸歌 ~ 이에 더욱 맑은 노래 들려 올 줄이야.
韻入月明寂 ~ 고요한 밝은 달빛 韻致를 더하고
響飛夜靜多 ~ 소리는 밤의 寂寞 헤쳐 흐르네.
知音問白鷺 ~ 知音이 그 누군지 白鷺에 묻고
歸夢滿晴蓑 ~ 도롱이에 가득 싸인 故鄕 달리는 꿈.
更聽滄浪曲 ~ 다시 滄浪의 노래 들려 오기에
撫纓憶舊波 ~ 갓끈 어루만지며 옛 山川 그리네.
(131) 避亂途中滯雨有感
崢嶸歲色矮於人 ~ 가파른 歲月 한 해도 얼마 아니 남았는데
海國兵聲接絶嶙 ~ 倭놈의 軍營 소리 山골에도 울리네.
顚倒湖山飛欲去 ~ 이 天地를 뒤집어 훔쳐 가려 하거니
天涯風雨亦相親 ~ 하늘가 비바람 亦是 情이 가누나.
(132) 漢 江
行到漢江江水長 ~ 漢江에 와서 보니 江물은 깊고
深深無語見秋光 ~ 깊은 물결 말 없는데 가을빛 어리네.
野菊不知何處在 ~ 모르겠네 들菊花는 어디 피었는지
西風時有暗傳香 ~ 때로 西風 타고 香氣 풍기네.
(133) 閑唫
中歲知空劫 ~ 中年에 人生의 헛됨을 알아
依山別置家 ~ 山을 依支해 따로 집을 마련했다.
經臘題殘雪 ~ 섣달이 지나 남은 눈으로 詩를 쓰고
迎春論百花 ~ 봄을 맞아 온갖 꽃을 즐긴다.
借來十石少 ~ 빌어오면 열 섬도 적고
除去一雲多 ~ 없애버리면 구름 조각도 많다.
將心半化鶴 ~ 내 마음 어지간히 鶴이 되나니
此外又婆娑 ~ 이 밖에는 또 坐禪하는 일이다.
(134) 寒寂
不善耐寒日閉戶 ~ 요즘은 날이 추위 門을 닫고
觀山聽水未能多 ~ 山水를 제대로 찾지도 못한다.
雪風埋屋人寂寂 ~ 눈바람 집을 메워 고요하고 고요한데
禪如春酒散梅花 ~ 봄 술 들며 落梅를 보는 禪味에 醉한다
(135) 香爐庵夜唫
南國黃花早未開 ~ 南國의 菊花꽃 채 피지 않고
江湖薄夢入樓臺 ~ 江湖에 노는 꿈이 樓臺에 머물렀네.
雁影山河人似楚 ~ 기러기 그림자가 山河에 人間의 形象처럼 비추고
無邊秋樹月初來 ~ 가이없는 가을나무 사이로 달이뜨네.
(136) 香爐庵卽事
僧去秋山逈 ~ 중이 떠나가니 가을 山 멀고
鷺飛野水明 ~ 白鷺 나는 곳 들의 물 맑아라.
樹凉一笛散 ~ 나무는 서늘한데 피리소리 흩어지고
不復夢三淸 ~ 神仙 사는 곳 꿈꾸어 무엇하리.
(137) 蝴蝶
東風事在百花頭 ~ 봄바람에 온갖 꽃 바삐 찾아 다니니
恐是人間蕩子流 ~ 마치 放蕩한 人間 같구나.
可憐添做浮生夢 ~ 可憐하다 뜬 구름같은 世上에 헛꿈 더하니
消了當年第幾愁 ~ 當年에 몇 番이나 근심을 풀었더냐?
(138) 華嚴寺散步
古寺逢春宜眺望 ~ 옛절에 봄이 되니 眺望이 좋아
潺江遠水始生波 ~ 潺潺한 江 먼 물에 잔 물결 인다.
回首雲山千里外 ~ 머리 돌려 千 里 밖 바라보노니
奈無人和白雪歌 ~ 白雪歌에 和答할 이 어찌 없으랴.
二人來坐溪上石 ~ 둘이 와 시내 위에 돌에 앉으니
磵水有聲不見波 ~ 소리내는 山골물결 없다.
兩岸靑山斜陽外 ~ 兩 기슭의 靑山에 저녁 해 비칠 때
歸語無心自成歌 ~ 돌아가며 흥얼대니 저절로 노래 되네.
(139) 和淺田敎授(淺田斧山遺以參禪詩故以此答)
天眞與我間無髮 ~ 本性은 그대와 나 差異 없건만
自笑吾生不耐探 ~ 參禪에 熱中도 못하는 몸은
反入許多葛藤裡 ~ 도리어 迷路에서 허덕이느니
春山何日到晴嵐 ~ 언제나 山 속으로 들어갈는지.
(140) 黃梅泉
就義從客永報國 ~ 의로운 그대 나라 爲해 永遠히 報國했고
一瞋萬古生花新 ~ 눈 부릅 떠 億劫 歲月 새 꽃으로 피어나리.
莫留不盡泉坮恨 ~ 끝나지 않은 地下의 恨 그대로 두지않으리
大慰苦忠自有人 ~ 마땅히 쓰디쓴 忠節을 慰勞하는 사람 있으리.
★ 梅泉 黃玹 (1855~1910)은 韓日合倂條約 締結 消息을 듣고 食飮을 全廢하다 絶命詩를 남기고 自決한 韓末의 文章家, 歷史家였다.
(140) 懷吟
此地群雁少 ~ 이 땅에는 기러기도 없으니
鄕音夜夜稀 ~ 故鄕 消息 밤마다 드물구나.
空林月影寂 ~ 빈 숲에는 달 그림자 고요하고
寒戍角聲飛 ~ 추운 邊方에 喇叭 소리 날리네.
衰柳思春酒 ~ 衰殘한 버들에도 봄 술 생각나고
殘砧悲舊衣 ~ 잦아지는 다듬이 해진 옷 서럽다.
歲色落萍水 ~ 한 해 色깔 마름풀처럼 지고 있어
浮生半翠微 ~ 뜬 人生살이 半은 山속이었네.
(141) 曉景
月逈雲生木 ~ 하늘 높이 달 걸리고 나무에선 구름이 이는데
高林殘夜懸 ~ 높은 山 저 숲에는 남은 밤 걸리었네.
撩落鍾聲盡 ~ 搖亂히 울리던 鐘소리 그치니
孤情斷復連 ~ 끊어졌던 외로움 다시 이어진다.
山窓夜已盡 ~ 山窓에 밤이 걷히고
猶臥朗唫詩 ~ 나는 누운 채 詩를 읊는다.
栩然更做夢 ~ 다시 잠들어 즐거움에
復上梅花枝 ~ 또 꿈 속에 梅花를 찾는다.
千山一雁影 ~ 온 山에 외기러기 날고
萬樹幾鍾聲 ~ 나무들은 몇 番이나 鐘소리 냈나.
古屋獨僧在 ~ 낡은 집에 僧侶 홀로 있어서
芳年白首情 ~ 젊었어도 늙은인 양 움츠리고 산다네.
(142) 曉日
遠林煙似柳 ~ 먼 숲의 안개 버들인 듯하고
古木雪爲花 ~ 古木 나무에는 눈이 꽃이 되었다.
無言句自得 ~ 말 없이 詩句 저절로 얻어지니
不奈天機多 ~ 어쩌면 하늘이 준 機會가 많아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