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8704명, ‘탄저균 반입’ 주한미군·오산공군기지 사령관 검찰에 고발
탄저균 불법반입실험 규탄 시민사회대책회의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주한미군의 탄저균 반입에 대한 고발장 접수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양지웅 기자
탄저균을 불법 반입한 혐의로 주한미군 사령관과 주한 미7공군(오산기지)사령관에 대해 국민 8704명의 고발장이 접수됐다.
시민사회단체 60여개로 구성된 탄저균 불법 반입‧실험 규탄 시민사회대책회의(이하 ‘대책회의’)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후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들은 지난9일부터 약 2주간 국민고발인을 모집, 총 8704명의 고발장을 접수했다.
진상규명은커녕 입장표명 한번 없는 정부…국민이 고발한다
권정호 변호사(불평등한 한미 SOFA 개정 국민연대 상임집행위원장)는 “미 국방부 입으로 살아있는 탄저균 반입사건을 발표한 후
한달이 지났지만 여러 가지 의혹에 대해 정부는 한번도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면서 “전국 각지에서 국민들이 참여해 2주동안 1만명에
가까운 국민들이 고발에 동참했다”고 전했다. 이어 “검찰이 적극적인 기소의지를 갖고 수사에 임하는게 국민의 명령이고 요구”라면서
“검찰이 어떻게 처리할지 국민들과 함께 지켜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용산미군기지 온전히 되찾기 주민모임의 김은희 대표는 “(탄저균 실험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진) 65의무연대 내 121후송병원과
용산미군기지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고층아파트와 어린이집, 주민센터가 즐비해있고 주민들이 살고 있는 곳”이라면서 “(2016년에)
용산미군기지를 반환해 제1호 국가공원을 만든다고 하고는 그곳에서 어떻게 탄저균 실험을 할 수 있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용산미군기지는 미군이 한국 내에서 탄저균 실험을 한 네 곳 중 한군데로 알려져있다. 김 대표는 “한편으로는 용산기지가 반환되지
않을까봐 걱정되다가도 다른 한편으로 121후송병원을 잔류시키면서 계속 실험한다면 얼마나 큰 참사가 벌어질지 모르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면서 “용산주민들은 미군기지 앞에서 오늘부터 촛불을 들고, 낱낱이 진상규명되고 온전하게 기지가 주민의 품에 올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고발인 대표로 나선 고연복 평택연대 목사는 “(미군기지와 관련된 평택지역 문제에 있어서) 정부가 국민을 위해서 한다는 모든 행위에
대해 의심을 갖게 됐고 (탄저균에 대해 아무 대응도 하지 않는 정부를) 더 이상은 방관할 수 없다”면서 “국민이 모두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할 때가 됐다고 생각해 만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고발조치를 하게 됐다”며 고발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22일 오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권정호 변호사(불평등한 한미 SOFA 개정 국민연대 상임집행위원장), 하주희 변호사(고발대리인), 고연복
평택연대 목사, 용산미군기지 온전히 되찾기 주민모임 김은희 대표가 탄저균 불법반입한 주한미군 사령관 등에 대한 8704명의
고발인들 대표하여 고발장을 접수하러 가고 있다.ⓒ민중의소리
질병관리본부‧산업통상자원부 모두 “미군으로부터 허가신청‧신고 받은 적 없어”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과 테렌스 오쇼너스 주한 미7 공군 사령관은 생화학무기법(화학무기‧생물무기의 금지와
특정화학물질‧생물작용제 등의 제조‧수출입 규제 등에 관한 법률)과 감염병법(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위반혐의로
고발당했다. 탄저균은 생화학무기법상 ‘생물작용제’, 감염병법상 ‘고위험병원체’여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신고해야하고
보건복지부장관에 대한 허가신청을 질병관리본부장관에게 해야한다.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이 예정돼있다.
지난달 28일 미 국방부의 ‘탄저균 배달 사고’의 발표 직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은 산업통상자원부와
질병관리본부에 각각 신고와 허가신청이 있었는지, 법이 정한대로 폐기됐는지 여부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미국과
협의해야한다’는 이유로 한차례 신청 처리기간을 연장했던 각 부처에서 통지기한인 22일 답변이 왔다.
질병관리본부는 “오산 미 공군기지 내 탄저균 반입과 관련해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허가를 신청한 바 없고 보건복지부장관이 허가한 바도
없다”면서 “오산 미 공군기지에 반입된 탄저균은 주한미군이 발표한 보도자료와 같이 감염병법상 안전관리 기준에 맞게
폐기됐고…(탄저균) 폐기와 관련된 보고서는 없으나 주한미군 측으로부터 폐기방법 등이 기재된 폐기확인서를 질병관리본부로
제출하였다”고 전해왔다. 적법한 절차를 통해 폐기됐는지 확인하지는 않았으나 폐기의무 있는 주한미군이 ‘스스로’ 폐기 확인서를
작성해 제출했으니 기준에 맞게 폐기됐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금번 (탄저균 반입) 사고와 관련하여 미군으로부터 제조,
수입, 보유량 신고 등을 받은 적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라고 답변을 해왔다.
한편 지난 19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탄저균 샘플을 한국 정부에 허가 없이 들여온 것에 대해 “평화적인 목적에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제한하고 있지 않다”고 발언한 바 있다.
(관련기사:윤병세, '군부대 탄저균 실험'이 "평화적 목적"?)
탄저균 불법반입 규탄 국민고발장 접수 기자회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