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호흡으로 자연에게 다가가는 생태여행,
정읍 솔티마을·월영습지
전북 정읍시
수정일 : 2022.05.24
튼튼한 울타리도, 제대로 된 마을 길도 없던 오지, 자연과 함께 살아가던 사람들은 숲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우리는 숲에 담긴 이야기를 들으며 자연과 함께 사는 법을 조금씩 배워나간다.
제주도의 원시림을 닮은 월영습지
사람이 떠나자 자연이 찾아왔다. 코로나로 인해 인적이 드물어진 곳에 떠났던 새들이 돌아왔고, 사라졌던 생명이 피어났다. 황무지에 붉게 피어나는 꽃을 보며 우리는 탄성을 지르는 동시에 인간이 자연에게 얼마나 유해한 존재인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코로나가 조금씩 잦아들고 밖으로 걸음을 옮기는 이들이 늘어나는 요즘, 다시 걱정이 시작된다. 우리가 다시
그들을 쫓아내는 것은 아닐까. 생태여행은 이런 고민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자연을 해치지 않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며 공생하는 길을 찾아가는 여정이 생태여행의 첫 걸음이다.
솔티마을은 ‘소나무가 많은 마을’이라는 뜻이다
사람과 자연이 유기체적으로 성장하는 생태여행의 관점에서 본다면 내장산 자락에 위치한 정읍의 솔티마을은 상당히 성공적인 생태관광지다. 오랜 시간 동안 마을 사람들이 살아가며 형성된 통행로를 산책로로 다듬었고, 마을에 녹아있는 역사와 아픔을 가감 없이 방문객에게 소개한다. 생태길 곳곳에 피어있는 꽃과 나무에 대한
설명은 외부인이 아닌 마을주민으로 구성된 에코 매니저들이 담당하고 있다.
솔티마을의 대표 특산품인 모시송편을 테마로 모싯잎따기, 송편빚기 등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지역 농산물 식자재 활용을 통해 온실가스 발생량을 감축하여 탄소발자국도 인증한 착한 프로그램이다.
환경을 해치지 않고 자연친화적으로 만든 놀이터
대나무 사이로 바람이 부는 소리까지 시원하게 느껴진다
솔티마을은 생태길 역시 착하다. 재정비를 통해 한결 산뜻하게 변모한 솔티달빛생태숲길은 솔티회관에서 시작한다. 완만한 산책로를 따라 소나무와 대나무, 팽나무 숲길과 자연친화적인 놀이터, 비단벌레를 닮은 전망대
트리하우스, 박현수 도예작가의 ‘바람이 전하는 전설’이라는 제목의 풍경 작품이 조성되어 있다. 숲 한 켠에
마련된 명상데크에서 앉아 알싸한 소나무 향을 맡으며 들려오는 풍경소리에 귀를 기울여도 좋다.
숲길은 내장산 조각공원을 지나 내장저수지가 한눈에 보이는 내장생태탐방마루길로 이어진다. 이 길은 수변
데크를 따라 저수지를 한 바퀴 도는 정읍사 오솔길 2코스와 연결되므로 아쉬운 이들은 여정을 이어가면 된다.
월영습지는 2014년에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솔티마을 위쪽, 전북 정읍 쌍암동과 송산동 일원에 있는 월영습지는 이번 생태여행의 최종 목적지다. 산비탈
에서 흘러내린 요출수와 빗물이 고여서 형성된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저층형 습지로 산지와 평지의 특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1970년대까지 화전민들이 머무르며 계단식 논으로 경작하다가 정부에서 주민들을 이주
시켜 인적이 사라지자 자박한 웅덩이와 고요한 숲은 과거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월영습지가 새롭게 조명된 것은 지난 2011년. 40여 년 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374,960㎡의 거대한
습지는 그 사이에 나무와 덩굴이 어우러진 원시림이 되어 있었다. 경작지로 사용하던 논은 작은월영습지,
민가가 있던 곳은 큰월영습지라 부른다.
새로운 생명이 움트는 습지의 웅덩이
사람이 떠나야 자연이 살아난다. 제주도의 원시림을 연상시키는 월영습지에는 현재 야생동물 495종이 서식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멸종 위기 보호식물 2급 진노랑상사화와 깃대종 비단벌레, 천연기념물 하늘다람쥐, 수리부엉이, 원앙 등 보기 힘든 야생동식물과 733종의 자생식물이 사람들의 눈길을 피해 조용히 생명을 피워내는 중이다. 다시 찾아온 자연을 잘 지켜내는 것이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다.
여행 정보
정읍 송죽(솔티)마을, 월영습지
-주소: 전라북도 완주군 소양면 위봉길 53
-문의: 063-243-7657
-홈페이지: www.solti.or.kr, ecotour.go.kr
여행팁
월영습지는 크게 네 곳으로 나뉜다. 탐방로도 비교적 정비가 잘 되어있고 화살표 안내도 있지만 인적이 드물기 때문에 탐방 안내소를 먼저 찾아 습지 안내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숲해설사가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글: 정혜정(여행작가)
사진: 정읍시청
※위 정보는 2022년 5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