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스와 오시리스 신화
이시스(Isis, 고대 그리스어: Ἶσις, 이집트어로는 Iset, Eset, Aset에 가까웠을 것)는 고대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여신이다. 고대 이집트에서 처음으로 숭배를 받았고 이후 그리스, 로마 제국 전역에서 숭배된 최고의 여신이며, 고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었던 여신이라고 할 수 있다.
이시스 여신의 숭배는 근본적으로 그녀가 어머니일 뿐만 아니라 기적을 행할 수 있다는 사상과 관련이 있었다. 이시스는 웨레트-헤카우(위대한 마법사 : Weret-Hekau, the great magician)와 무트-네티어(신들의 어머니 : Mut-netjer, the mother of the gods) 등과 같은 이름들로 대개 알려졌고, 이집트 신화에 등장하는 남편 오시리스(Osiris)와 더불어 이집트 문명을 세웠고, 사람들에게 농업과 의술을 가르쳤다.
이시스(Isis)라는 이름은 ‘왕좌’를 뜻하는 고대 이집트의 상형문자를 그리스어로 바꾼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상징적 의미와 은유적 의미는 불명확하다(일반적으로 이집트 신들의 이름은 우주론적 또는 자연적 요소의 역활을 가지는 이름이다).
우주의 만물은 하늘과 땅이 성적 결합을 함으로 창조되었다고 보았다. 땅은 어머니 즉 여신으로 보았다. 이집트 신화는 좀 더 복잡하다. 신이 신들을 출산함으로 신의 계보를 형성하는 것이 한 단계 더 발전한 신화라고 할 수 있다.
하늘과 땅이 분리되자 여신인 누트는 하늘로 올라가서 천신이 되었다. 아래로 내려간 남신 게브는 땅의 신이 되었다. 이 신화에 의하면 하느님은 여신이다. 이집트인은 전통적으로 태양신을 신앙하였다. 태양신의 탄생을 설명하기 위해서 천신을 여신으로 모셨을 것이다. 신화의 형성에는 자연의 환경이 중요한 역할을 함을 보여주는 좋은 예증이다.(사진)
게브와 누트는 결혼하여 네 자녀를 낳았다. 이로서 신의 계보가 만들어 진다. 나일강의 신인 오시리스와 사막의 신인 세트는 형제신이다. 오시리스의 부인인 이시스와 세트의 부인인 네프티스는 자매이다. 이들은 또 남매 사이이다. 이들은 남매이지만 결혼을 하는 것은 고대 이집트 왕가에서 근친 결혼이 관습이었으므로 고귀한 왕가의 예를 따른 것이다. 이집트 신의 계보는 게브와 누트가 네 신을 출산함으로 만들어 진다.
나일강은 이집트를 먹여 살리는 젖줄이다. 그래서 이집트를 나일강의 선물이라고 말한다. 나일강을 지배하는 오시리스는 선한 신이다. 나일강을 조금만 벗어나면 작열하는 태양으로 풀 한 포기도 살지 못 하는 사막이 나온다. 사막은 죽음의 땅으로서 이집트인에게 재앙을 가져다 주는 저주의 존재로 인식한다. 사막 신인 세트는 당연히 악한 신이다.
선한 신과 악의 신 사이에는 대립과 갈등이 있다. 악이 선을 괴롭힌다는 것은 서구에서는 하나의 양식으로 굳어 있는 사고이다.(선과 악의 대립 구도는 문학에 그대로 적용된다.) 서양인에게는 악과 선의 대립적인 이원론이 하늘이 처음 열리던 태초부터 형성되어 있는 사유세계임을 알 수 있다.
이집트의 창조 신화에는 세상이 처음 열리는 가장 위대한 순간은 양성이 아닌 단성 생식에 의하여 창조하였음을 말한다(아톰 신화). 단성 생식의 신성화는 이미 원초부터 서양문명에 뿌리를 내리고 있음도 알 수 있다.
이시스와 오시리스의 애절하고도, 비극적인 이야기는 줄거리 보다는 여신으로서, 농경신으로서 이시스의 역할을 부각시키는 신화이다.
사막을 지배하는 동생 세트는 풍요로운 땅을 가진 나일강을 지배하는 오시리스가 미웠다. 형을 죽이고 왕위를 찬탈할 음모를 꾸미고 오시리스를 자기의 집으로 초대하였다. 나무로 짠 관이 크기가 알맞은지를 알아본다면서 들어가서 눕도록 하였다. 형이 눕자 뚜껑을 닫고 못질을 하여 나일강에 버렸다.
이시스는 남편인 오시리스가 죽었다는 소문을 듣고 믿을 수가 없었다. 나일강의 바닥을 샅샅이 뒤져서 조각이 나서 흩어져 있는 오시리스의 살덩이를 모았다.(여러 이야기의 판본이 전해 온다. 그러나 근본 의미는 같다) 이시스는 남편의 조각난 시신을 실로서 꿰메어 온전한 몸으로 맞추었다. 주술을 행하여 생명을 돌려받아 살려내려고 하였다. 그러나 모두 다 찾았다고 생각한 남편의 시신에서 ‘성기’ 한 조각이 모자랐다. 강 속에 잠겨 있을 때 물고기가 먹어 버렸다. 다시 맞춰 놓은 오시리스 앞에서 이시스는 이렇게 말 하였다.
“저는 당신이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누이랍니다. 제 곁을 떠나지 마세요. 애원합니다! 제가 당신 곁으로 갈게요.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다 하여도 저는 당신한테서 떼어 놓을 수가 없답니다.”
이시스는 몸을 정갈하게 하고, 체모를 깨끗이 제거한 뒤에 곱슬머리 가발을 썼다. 탄산수로 입을 씻었다. 그리고는 어둑컴컴한 방에 시신을 모시고 몇 시간 동안 주문을 외웠다. 저승에 가 있는 오시리스를 빨리 불러오기 위해서 였다. 이시스는 오시리스의 시신을 끌어 안고 속삭이듯이 말 하였다.
“밝은 곳을 좋아하는 당신은 어둠 속에서는 걸을 수 없습니다.”
파피루스에 기록되어 있다는 위의 내용을 보면 죽은 자의 혼을 부르는 초혼 의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외웠던 주문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 가을의 수확(죽음)과 봄에 씨앗을 뿌려서 싹이 돋는(재생) 농경을 말한다고 한다. 오시리스는 곡물이고 씨앗이다. 죽었다가(겨울) 다시 살아난다.(봄) 이 과정을 주재하는 신은 이시스 여신이다. 다른 문화권의 샤먼의 역할을 한다. 이집트 신화에서는 오시리스는 나일강의 신이고, 죽음의 세계를 주재하는 신이다. )
왕들의 계곡에는 투트모세 3세의 무덤이 있다. 비좁은 길을 통해서 바닥으로 내려가면 두 개의 방이 나온다. 그 중에 조금 큰 방이 ‘소생의 방’이다. 이 방의 벽에는 ‘암두아트’라는 ‘밀실의 서(書)’에 있는 글을 써두었다. 파라오의 영혼이 래세에서 소생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그림도 그려져 있다. 위에서 이시스가 했다는 말은 소생의 방에서 의례를 치를 때 주술사가 말한 주문이었을 것이다. 죽은 자의 소생은 이집트인이 굳게 믿었던 신앙이고, 소생을 주재하는 신은 여신인 이시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