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교사가 빠질 때다. 아이들이 정한 기준이 어른들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좋은 책과 나쁜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에 의미를 둔다. 그 것에 대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판단을 위한 사고를 돌린 다는 것에 가치를 두고 교사는 빠져나왔다. 아이들은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더니 메모지에 자신들의 생각을 적어 붙인다. 그리고 중복되는 것을 겹치고, 맞니 틀리니 하면서 소박한 학급의 좋은 책
기준을 만들어 냈다. 자랑할 차례다. 교실의 한 쪽 벽을 내어주고 꼼꼼하게 읽어 본다. 손 볼 것이 거의 없다. 아이들의 생각이 옳다. 자기들
수준에서 잘 적었다.
이제 책을 고를 때 잠시 생각을 하고 고르리라 기대한다. 폭력적이지 않은 책, 재미가 있는 책, 감동을 주는 책, 친구들에게 권할
수 있는 책, 선생님께 자랑할 수 있는 책, 읽고 나서 독서록에 남기고 싶은 책, 돈 주고 사고 싶은 책……. 아이들이 적은 좋은 책이다. 얼마
전에 도서관에서 택배로 한 반 분량의 책이 왔다. 1학기에 `공자네 빵가게` 책이, 2학기에는 `책 귀신 세종대왕`이 왔다. `울주도서관
책꾸러미`프로그램이다. 파란색 책 담은 택배 상자가 선물 같이 좋았다. 한 일주일 통권을 반 전체가 편하게 읽고 아이들에게 각자 퀴즈 2개씩을
만들어 바구니에 넣게 했다. 답도 적고 문제 낸 사람들 이름도 적었다.
퀴즈대회는 금요일 국어시간, 아이들 끼리 진행하고 바구니를 휘휘 섞어 뽑아서 문제를 내고 친구들은 A4용지를 10칸으로 접어서 한
칸에 한 문제씩 풀었다. 퀴즈 놀이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학교 독서활동에서 통권 읽기 지도가 참 어렵다. 이야기의 조각만 담긴
교과서에서 더 읽고 싶은 호기심이 생기더라도 가정연계가 아니면 시간 확보가 어렵다. 그리고 학급 전체 아이들에게 같은 책을 제공하기가 참
어려웠다. 지역 도서관과 연계하여 재미있는 학급 통권 프로그램들을 운영할 수 있어 너무 반가웠다.
내년에 3,4학년에 도입되는 새 교육과정 국어과에 이런 내용이 포함된다고 하니 소박한 교사는 재구성의 기대를 한다. 가을이 왜 독서의
계절인가? 연중 내내 책을 끼고 사는 학생들에게는 교과서 아닌 다른 책이 긍정적으로 허용되는 시기라 그런가하는 생각을 한다. 이 가을에 아이들이
다양한 책을 접하고 자신의 흥미와 관심을 찾는 소중한 시간을 가지길 소망해 본다. 소박한 교실에서는 가을 내내 `책 귀신 만득이`를
기른다. 기사입력: 2017/10/10 [13:55] 최종편집: ⓒ 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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