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무언가 숨기고 싶은 사연이 있는 듯한 친구 유나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아연이의 이야기 「갈림길」, 알코올 중독 요양 병원에 있는 솔이 아빠 병문안 길에 따라나선 미래 이야기 「긴 하루」, 엄마와 이혼한 새 아빠의 딸 소라에게 조금씩 마음을 여는 은하의 이야기 「잠이 오지 않는 밤」 등 짧지만 긴 울림을 주는 세 편의 단편 모음.
목차
갈림길
긴 하루
잠이 오지 않는 밤
작가의 말
저자 소개
글: 윤슬
지붕 없는 미술관 고흥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어린이와 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갈림길』로 제14회 웅진주니어문학상 단편 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그동안 쓴 책으로 『오늘의 햇살』이 있습니다.
그림: 양양
그림책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합니다. 그림책 『계절의 냄새』와 『너의 숲으로』, 그림 에세이 『서울, 저녁의 가장자리에는』을 쓰고 그렸고, 『우리 지금, 썸머』,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었어』 등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출판사 리뷰
난처한 상황 속 선택의 ‘갈림길’에 선 세 친구의 이야기
여기 조금 고민스러운 상황에 처한 세 아이가 있다.
얼마 전 시골로 이사 온 아연이는 집 근처에 사는 유나가 조금 못마땅하다. 어딘지 모르게 어둡고, 표정 변화가 거의 없는 유나, 학교 사육장 토끼들을 몰래 죽였다는 무서운 소문이 도는 유나, 이 동네가 지긋지긋해서 하루빨리 도망치고만 싶다는 유나. 그런데 우연히 유나가 숨기고 싶은 사연을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아연이는 유나의 사연을 모른 척할 것인지, 아니면 먼저 손을 내밀 것인지 고민의 기로에 놓인다. 유나네 집과 자신의 집 사이 갈림길에 선 아연이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단편 「갈림길」)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는 미래도 있다. 예쁘고 똑똑해 학교에서 인기 많은 솔이가 아빠 병문안을 같이 가자는 말에 덜컥 따라나섰다가 길을 잃어버리고 만 것이다. 미래는 고생스러운 길에 자신을 데리고 온 솔이가 낯설고, 원망스럽다. 게다가 우여곡절 끝에 외딴 산속에 있는 병원을 찾았지만, 솔이 아빠가 입원한 그곳은 '알코올 중독 요양 병원'이었다. 미래에게 함께 가자고 말한 솔이의 진심은 무엇일까. 또 미래는 솔이를 어떻게 생각하게 될까. (단편 「긴 하루」)
그런가 하면 은하는 한밤중에 예상치 못한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엄마와 이혼 소송 중인 새 아빠의 딸 소라가 갑자기 엄마와 자신을 찾아온 것이다. 잠깐 호적상 '동생'이라고 올랐었지만,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고, 같이 산 기간도 1년 남짓밖에 되지 않는 한 살 차이 동생. 새 아빠, 아니 전 새 아빠는 소라를 엄마와 자신에게 떠넘기고 도망친 것일까? 은하는 난처한 이 상황이 짜증 나기만 한다. 은하는 소라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단편 「잠이 오지 않는 밤」)
신예 윤슬 작가가 선보이는 단편 『갈림길』은 이렇게 조금은 난감한 상황에 처한 세 친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치 ‘갈림길’에 선 듯, 타인에게 손을 내밀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되는 상황 속에서 주인공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작가의 놀라운 필력 덕분에 마치 영화를 보는 듯, 장면 장면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그려지는, 새로운 동화 속으로 당신을 초대한다.
당신은 ‘갈림길’에서 어느 길을 선택할 것인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작품
'각박한 세상'이라는 표현이 더 이상 새롭지도, 낯설지도 않은 시대다. 나 하나 챙기기도 쉽지 않은 세상이라, 때때로 우리는 많은 것들을 못 본 체하고 지나가기도 한다. 『갈림길』은 조금 곤란하고 난처한 상황에 처한 세 명의 주인공 이야기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유나가 여태 했던 말들이 신경 쓰여서, 검고 깊은 저수지를 오래 들여다보던 모습이 자꾸 어른거려서 그냥 돌아설 수가 없었다. 나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유나에게 한 발짝 가까이 다가갔다. 딱 한 걸음 옮긴 것뿐인데 우리 사이의 거리는 아주 가까워졌다.
-단편 「갈림길」 중에서
못마땅해하던 유나에게 말하기 어려운 사연이 있다는 걸 알게 된 후, 고민 끝에 손을 내미는 아연이의 모습은 무엇이 소중한 가치인지를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갈림길에서 어느 길을 선택할 것이냐고. 어려움에 처한 누군가를 외면하고 가던 길을 갈 것인지, 혹은 돌아갈지라도 그 사람의 손을 잡고 함께 갈 것인지 말이다.
내 잘못이 아닌 일로 슬퍼하는 어린이에게 건네는 편지
살다 보면 나의 잘못이나 실수가 아닌 일들로 슬퍼하거나 괴로워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성인보다 자신의 결정권이 크지 않은 어린이의 경우,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부모나 어른들의 크고 작은 결정으로 괴로운 상황에 처하게 되는 일이 더욱 많을 것이다. 부모의 잘못으로 인해 하루빨리 집을 떠나고 싶어 하는 유나, 알코올 중독자인 아빠를 그리워하는 솔이, 부모의 두 번째 이혼으로 곤란한 상황에 처한 소라와 은하. 『갈림길』 속 아이들은 모두 자신의 의지와 결정과는 관계없이 괴로운 상황에 처해 있다.
잔뜩 주눅 들어 쭈그리고 앉아 있는 소라를 보는 내내 속이 터져 죽을 것 같았다.
‘네 잘못도 아니잖아. 네가 잘못한 것도 아니잖아.’
그 말을 어떻게든 꼭 해 주고 싶었다.
-단편 「잠이 오지 않는 밤」 중에서
「잠이 오지 않는 밤」에서 은하가 소라에게 건네는 말은, 어쩌면 지금도 어딘가에서 슬퍼하고 있을 또 다른 소라들에게 작가가 건네고 싶은 말은 아니었을까?
길모퉁이에 툭 떨궈 둔 이 쪽지를 누군가가, 특히 저만치 달려가던 어떤 어린이가 문득 걸음을 멈추고 펼쳐 본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아요. 네가 거기 있는 걸 내가 안다고 몰래 적어 두었거든요.
-작가의 말 중에서
심사 위원 만장일치! 제14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단편 부문 대상 수상작
'진한 울림을 주는 작품, 문장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다듬어 쓴 수작, 뛰어난 상징성과 문장력!'
웅진주니어 문학상 심사 위원들이 『갈림길』에 선사한 심사평이다. 『갈림길』은 제14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단편 부문 대상 수상작으로, 놀랍게도 심사 위원 모두의 지지를 받으며 이견 없이 만장일치로 대상에 선정되었다. 작가의 뛰어난 필력과 작품성을 알 수 있는 점이다.
심사 위원들은 이 작품이 '단편의 묘미와 여운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깊이 있는 작품이라는 평도 남겼다. ‘단편의 묘미와 여운’이라는 심사평처럼 『갈림길』의 작품 세 편은 모두 분량이 짧고, 또 짧은 시간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럼에도 짜임새 있는 서사, 시간의 흐름 속에서 서서히 변하는 인물들의 세밀한 감정선 등을 통해 짧은 작품 속에서 독자들을 깊게 이야기 속으로 몰입하며 공감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자, 이제 심사 위원들의 찬사를 받으며 만장일치로 선택된 이 작품을 독자들도 경험할 시간이다. 그리고 선택해 보시기를. '갈림길'에서 당신은 어떤 길로 나아갈 것인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