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이었다.
집전화가 오기에 받았더니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한국통신입니다. 잠시 후 고객님
의 전화가 해지될 예정이오니 계속 사용을 원하시면 0번을 눌러주세요.” 한다.
아침부터 무슨 소리야? 하며 누르려다가 아차차 이상했다. 한국통신이란 사명은 쓰
지 않은지 오래됐는데 의심스러웠다. 얼른 끊고 KT에 전화를 했다. 방금 이런 전화가
왔는데 어디서 온 건지 확인을 하고 싶다. 했더니 잠시 후 안내원이 보이스 피 싱 전
화였다고 확인해 주었다. 2002년까지 한국 통신이란 사명이 있었으니 귀에 익숙한
이름을 입에 올려서 잠깐 사람들을 혼란시켜서 교묘히 속이는 것이었다. 마침 얼마
전 집 전화가 먹통이어서 KT에 요청을 했더니 신호를 쏘아 보았는데 안 되니 직접
방문해서 선로를 점검해야 한다했었다. 집에서도 거의 휴대폰을 쓰다 보니 집 전화
를 언제 사용 했는지 기억도 안 나고 언제부터 먹통이었는지 알 수도 없었다. 이틀
후에 기사가 와서 점검을 해준 일이 있어서 집전화가 끊긴다는 말에 나도 잠시 헷갈렸었다.
4 월 30일엔 이런 일도 있었다.
밤늦은 시간이었는데 Web 발신 G페이 385.000원 승인완료 라는 문자가 와서 깜짝
놀랐다. 자그마치 사십만 원 가까이 되는 액수가 내가 쓰지도 않았는데 승인이 되었다
니 급한 마음에 하마터면 문의전화를 할 뻔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070 으로 시작되는
번호였다. 내가 사용하는 두 개의 카드번호와는 상관없는 엉뚱한 번호였다. 아마도
그걸 누르는 순간 내 전화에 이상한 앱이 설치되거나 그들에게 낚여서 고생하는 일이
생길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며칠 전 인 11월7일에 Web 발신 E-BAY 냉장고 모
델명 : S61S32 497.000원 승인완료 이런 문자가 또 왔다. 이번엔 070도 아니고 버젓
이 일반 전화번호를 나열해 놓았다.
나이를 먹으면 머릿속 회전축도 느려지지만 만약 피 싱으로 인해 손해를 본다면 그걸
만회할 길도 없을 터 인데 나이 드신 분들을 상대로 이런 악질적인 짓거리들을 하는
사람들의 수법은 날로 교묘하고 지능적으로 진화를 한다. 늘 사용하는 비슷한 언어
나 문자들을 나열해서 함정을 판다. 내가 잘 아는 지인의 동생은 몇 해 전에 아들이
유괴 되었다는 말에 속아 수천만 원을 날렸고 그의 여동생은 올해 롯데카드를 소지
한 고객에게 은행보다 싼 저금리 대출을 해준다는 말에 속아서 카드번호를 불러주
는 바람에 역시 이천만원을 사기 당했다. 유형이 너무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나이 드신 어른들에게는 경품에 당첨 되었다고 속여서 주소와 주민번호. 통장번호
까지 요구해서 사기를 치는 바람에 어떤 할머니는 딸이 사준 냉장고를 안 받겠다고
해서 배달기사가 애를 먹었다는 황당한 이야기도 들었다.
최근에는 국가가 승인하고 국민들이 믿고 거래하는 은행에서도 피 싱을 했다.
얼마 전 우리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이 합세해서 D LF라는 펀드를 판매 했는데
기관을 믿고 거래한 일반인들을 상대로 은행이 나서서 사기를 친 것 과 다름없었다.
이제는 무엇을 .어디를. 어떻게 믿고 살아야 하는지 진정 알 수가 없다. 독일이란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절대 안전하다는 금융기관의 말을 믿고 투자한 사람들이 졸지에
원금의 80 ~ 90% 까지 날렸는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면 이것은 당연히 사기다.
인터넷 게임 속 에서만 존재하던 가상화폐를 진짜처럼 착각해서 저 돈은 언제 주는
거냐? 물으면 가상이란 설명을 하며 호탕하게 웃고 즐겼었다. 그랬던 인터넷 속의
가상화폐가 어느 날 비트코인이란 이름을 달고 사람들 앞에 나타나 날마다 뉴스를
오르내렸다. 말 그대로 가상의 세계에서만 존재하던 화폐가 돈이란다. 돈은 땀 흘
려 일하고 열심히 노력해서 생기는 줄 알았다. 그런데 기계를 잔뜩 늘어놓고 화면
을 눈이 빠져라 쳐다보며 채굴을 한단다. 가상화폐를 모르는 현실의 나는 혼자 바
보가 된 건 아닌가? 의아했다. 가상화폐의 거품이 사라진 탓일까? 뉴스에서도 사
라졌다. 그렇게 사람들을 들썩대게 하고 흥분되게 하던 돈은 다 어디로 간 걸까?
가상처럼 사라졌다?
때때로 가상의 세계를 넘나들어야 하는 현실의 나는 대책 없이 피곤하다.
세상에 피 싱이 넘쳐나지만 나는 현실 세계에서 안녕과 평안을 누리면서 살고 싶다.
여러분들의 현실 세계는 어떠신지요?
첫댓글 다른 사람은 이런 일이 한번도 없는데 왜 이런 일이 여러번 있을까요? 그거 이상하네요?
한번도 없었다면 좋은 거지요. 저는 오래전엔 제 통장과 도장을 가지고 서울의 모 지점에 방문한 사람이 있다는
전화를 받고 실제로 농협에 근무하는 직원을 통해 확인한 적도 있어요. 계좌는 아무도 안건드렸지만 확인은 해 봤어요.
혹시 피해를 당할까 해서 당부의 마음으로 올렸어요 . 제가 아는분은 오남매인데 두 형제가 당해서 아주 힘들어 했어요.
아차. 알면서도 실수로 누를 수 있는데 다시 깨우쳐 주시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