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와 고양이
한 시절 건너 고양이. 두 시절 건너 참새. 고양이는 왜 참새를 쫓나. 참새는 왜 두 시절이나 건너 포닥거리나. 한 시절 건너 세발자전거. 두 시절 건너 절뚝이는 할머니. 날마다 찬비가 내리는 시절. 비를 맞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어도 녹이 슬고 후회가 깃드는 시절. 이 시절을 당신은 어떤 표정으로 건너고 있는가. 아니 어떤 표정도 없이 조만간 훌쩍 건너뛰려는가. 한 시절 건너 사라진 디퓨저의 향기. 두 시절 건너 영영 반쪽이 된 커플링. 돌아가고 싶은 걸까. 달아나고 싶은 걸까.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은. 저기 난간 위를 봐. 한 시절을 건너뛰는 고양이. 포르르 두 시절을 날아가는 참새.
* 디퓨저: 방향제 등의 분사 확산기
참새와 고양이
한 시절 건너 고양이. 두 시절 건너 참새. 고양이는 왜 참새를 쫓나. 참새는 왜 두 시절이나 건너 포닥거리나. 한 시절 건너 세발자전거. 두 시절 건너 절뚝이는 할머니. 날마다 찬비가 내리는 시절. 비를 맞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어도 녹이 슬고 후회가 깃드는 시절. 이 시절을 당신은 어떤 표정으로 건너고 있는가. 아니 어떤 표정도 없이 조만간 훌쩍 건너뛰려는가. 한 시절 건너 사라진 디퓨저의 향기. 두 시절 건너 영영 반쪽이 된 커플링. 돌아가고 싶은 걸까. 달아나고 싶은 걸까.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은. 저기 난간 위를 봐. 한 시절을 건너뛰는 고양이. 포르르 두 시절을 날아가는 참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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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내용의 시입니다. 위는 행을 구분한 형태의 자유시이고, 아래는 연 구분도 행 구분도 없이 전체를 사각형 벽돌 형태로 만든 산문시입니다. 이번 6월호 《현대문학》에서는 카페에 소개할 요량으로 유일하게 골라보았던 시입니다. 시를 읽는 독자에게 좀 더 편안하게 다가서게 만드는 위쪽의 시와 독자에게 굳이 불편과 곤란을 요구하는 아래쪽의 시. 카페 회원 여러분이 시인(독자)이라면 어느 쪽의 시에 더 매력을 느낄는지요. 이번 호 《현대문학》에서는 결국 7명의 신작시 중에서 한 편도 카페에 소개하지 못한 대신 서정의 안정감이 장점인 신인 당선작 6편을 올리게 된 것을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한편 요즘 산문시의 형태에 대한 시인들의 고지식한 편견을 보면 무척 안타깝습니다. 이상하게도 벽돌 같은 사각형만을 아무 생각 없이 산문시라고 받아들이는 것 말입니다. 실인즉 시인 자신도 모르게 산문(시)을 쓰는 시인들이 많더라고 한탄하던 경산(絅山)의 한 마디가 여기서 문득 떠오릅니다. 대개는 일기나 수필 비슷한 글을 자유시 형태로 배열하고서는 시라고 만족하는 게 시에 입문한 대다수 초보시인의 경우입니다. 어느 신인상 심사 자리에서 이병률 시인이 간결하게 명명한 ‘산시(散詩)’가 많았다는 말. 그렇게 포에지의 농도가 희미해진 시라면 그것은 차라리 수필 혹은 산문으로 처리하는 게 시인 자신이나 편집자의 올바른 태도일 것입니다. 단도직입으로 말하면 요즘 역병처럼 유행하는 3쪽 이상의 긴 시들은 산문시에 가깝거나, 화장(化粧)한 산문일 터입니다. _강인한 씀[識]. * 識알다 식 / 識 적다, 쓰다 지 |